느리게 사는 삶을 좋아하는 가족

조회수 2018. 2. 22. 12: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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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평대 / 단독주택 / 내추럴 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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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올해 네살이 된 딸을 키우며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부부입니다.

서울에 살다가 고향인 강원도 원주로 내려와 골목 안 작은 가게를 오픈한 지 3개월째에요. 가게와 집 모두 인테리어 전문가나 업체의 도움 없이 저희가 직접 고치고 칠하고, 채운 공간이에요. 어설프고 부족한 부분들도 있지만, 그래서 작은 것 하나까지도 애정이 가요.
서울에서의 삶은 아주 바쁘게 돌아갔어요. 남편은 회사일로, 저는 육아로, 서로 분주하고 지치는 날들이었죠.

그러던 중 짧게나마 타지에서 살아보고 싶어서 에어비앤비를 이용해 일주일 정도 일본에 머물렀어요. 여행 당시, 숙소 가까이에 있던 카페에 자주 갔는데 동네 할머니들이 그 카페에 모여 커피와 브런치를 즐기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부부는 우리가 진짜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깨달았어요. 그렇게 고향으로 돌아와 지금의 공간을 만들게 된 거에요.

저희도 언젠가 더 나이가 들면 그렇게 자연스러운 공간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느리게 사는 삶을 살고 싶거든요.
그렇게 원주에 내려왔고 낡은 주택을 구해 살게 됐어요.
원주의 오래된 주택에 살게 됐어요
오래된 주택이지만 마루는 깨끗하게 사용하신 편이라 그대로 두기로 했어요. 대신 페인트칠만 흰색으로 하기로 했죠. 그러면 기존에 갖고 있던 가구들을 모두 그대로 쓸 수 있으니까요.

처음 왔을 땐 꽃무늬 벽지를 보고 좌절했지만 둘이서 열심히 페인트칠을 했어요. 벽지를 철거하지 않고 그 위에 칠하려니 반복해서 덧칠하는 게 힘들었어요. 게다가 장마철이었거든요. 이삿날은 다가오는데 마르지 않는 페인트가 미웠죠.
아이를 데리고 둘이서 30평대 공간을 칠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더라고요. 말이 어른 둘이지, 한 명이 페인트칠을 하는 동안 다른 한 명은 아이와 놀아주어야 했거든요. 뽀로로 동요를 틀고 셋이 페인트칠을 했던 순간을 떠올리면 웃음이 나요.
거실엔 나무식탁을 두고 그 옆에 책장과 소파를 두는 배치로 만들었어요.

워낙 작은 집 살림살이라서 그런지 여백의 미가 돋보이지만 저는 간단해서 좋아요. 처음 결혼한 신혼집은 정말 정말 작아서 거실이 따로 없었거든요. 그 작은 집에서 맨 처음 산 가구가 나무식탁이에요.
식탁의 반듯하고 단정한 느낌이 좋았어요.

당시엔 둘이서 소파 없이 생활하다 보니깐 자연스럽게 식탁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았어요. 커피를 내려서 마시기도 하고, 각자 책을 읽거나 맥주를 마시기도 했죠. 그때의 익숙함이 지금까지 흘러온 것 같아요. 우리 가족이 소파보다 오래 머무는 곳이 이 식탁이거든요.
저는 정말 작은 집에서 신혼을 보냈기에 많은 가구가 필요하지 않았어요.

그래서인지 저는 결혼을 준비하는 친구들이 가끔 제게 가구나 인테리어에 대해 물어볼 때마다 이렇게 말해요. 정말 필요한 것만 사도 괜찮다고. 살면서 마음이 바뀔 수 있으니 그 때 사도 늦지 않는다고.

유행을 따라 사거나 풀세트 구성으로 가구를 구입했다가 나중에 후회하는 친구들을 여럿 봤거든요. 심지어 '심플라이프'라는 이름 아래 멀쩡한 것들이 갑자기 버려지는 것들도 많이 봤고요.

제 생각에 단순한 삶이란 건 가진 걸 버리는 게 아니라 이미 가진 것으로도 충분함을 아는 것이지 않을까 싶어요.
소파 역시 아이를 낳기 전 구입한 거에요. 우리는 해마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이 곳에 앉아 가족사진을 찍어요. 한 곳에서 찍은 사진을 보고 있으면 우리의 성장을 (혹은 나이 들어감) 한 눈에 볼 수 있어 좋은 기록이 되더라고요.
리클라이너는 아이와 저를 위해 남편이 구입했어요. 등받이 조절이 되고 커버도 분리해서 세탁할 수 있어 좋아요. 폭신해서 그런지 아이도 종종 이 곳에 앉아 책도 읽고 잠도 들고 그런답니다.
아, 그리고 리클라이너 옆에 있는 나무 책장을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종종 계시더라고요. 저건 정말 오래된 거에요.

부모님이 쓰시던 걸 제가 가지고 왔거든요. 한 20년 쯤 됐을텐데 기본 디자인이라 그런지 촌스럽거나 한 게 전혀 없고, 나무 소재라 변함없이 튼튼해요.

책장으로도 선반으로도 활용이 다양해서 좋아요. 첫 집에서는 다용도실에 두고 감자 같은 식료품 보관용으로 사용하기도 했어요.
오래된 집이라 주방 역시 정말 낡았어요. 벽 쪽에 난 큰 창은 특히나 낡아보여서 흰 천으로 가려두었어요. 예쁘지 않거나 가리고 싶은 부분들은 패브릭을 활용하면 좋은 것 같아요.
주방 싱크대가 부족할 때는 이 곳을 아일랜드 키친처럼 활용해요. 차를 내리거나 아이 간식을 준비하는 곳이에요.
처음 이사 왔을 때는 지금 옷방으로 쓰고 있는 방을 침실로 사용했어요. 아이와 침대를 나란히 두고 잤는데 아이가 혼자 잘 수 있게 되면서 지금은 침실을 옮겼어요,
한 침실에서 같이 자던 때에 딸아이는 아이아빠가 쓰던 침대를 물려받아 썼어요. 아이아빠가 어 적 쓰던 것인데 원목으로 된 거라 버리지 않고 보관해 왔거든요. 이것도 정말 오래된 거죠.

새로 매트리스만 사서 넣어주었는데, 저희 침대와 높이가 꼭 맞아 정말 기뻤던 기억이 나요. 무엇보다 아빠가 어릴 적 사용하던 침대를 딸에게 물려준 거라 의미가 깊죠.
지금은 부부침실을 다른 방으로 옮겼어요.
침실은 정말 간단해요. 침대와 협탁, 가습기가 전부죠.

귀여운 달력은 고마운 분께 선물 받았어요. 매일 날짜를 확인 할 수 있어 좋아요. 아이와 제가 서로 떼려고 매일 티격태격 한답니다.
아이는 우연히 독립(?)을 하게 됐어요. 얼마 전 동화책을 읽다가 자기도 방을 갖고싶다고 해서 만들어줬죠. 이 곳에서 잠도 혼자 자고 같이 놀기도 해요.

저희 생각보다 더 좋아해서 고맙기도, 미안하기도 해요. 아직 아기라고만 생각했는데 어느덧 자기 방이 필요한 소녀가 되었다니!
사진으로 보이는 것들이 저희 아이가 가진 책과 장난감의 전부에요. 책과 장난감 교구들 대부분 다 물려받은 것들이에요.
옷방이에요. 여름에 침실로 사용하던 그 방이죠.

저희는 결혼할 때부터 옷장은 사지 않는걸로 얘기했어요. 서울에 있을 땐 계속 이사를 다녀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나중에 우리집이 생기면 사기로 마음먹었죠.
신혼에는 싱글 때 쓰던 작은 옷장을 가지고 와서 사용했어요. 사진상 정면에 보이는 나무 서랍장에 계절옷들을 보관하고, 잘 입지 않거나 부피가 큰 것들은 부모님 집에 보관했어요. 그러다가 아이가 생기며 부모님 댁에 있던 걸 전부 가져온 뒤, 행거를 샀죠.

처음 정리할 때 옷을 진짜 많이 버렸어요. 그 때 제 지출을 돌아보며 공부가 됐던 것 같아요. 그 뒤로는 이 옷장에 맞춰 소비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금방 작아지는 아이 옷은 제 블로그 플리마켓 등을 통해 정리하고 있어요.
흰 침구를 사용한 뒤로는 세탁 시 과탄산소다를 이용해요. 이불을 매번 삶을 수 없어 힘들었는데 온수에 과탄산소다를 풀어 침구를 담가두었다가 세탁하면 정말 삶은 것 처럼 깨끗해지더라고요. 정말 좋은 방법이라 글을 남겨요.
아무래도 나무로 된 가구가 많은 집이라 그런지 식물만큼 잘 어울리는 소품이 없어요. 초록의 식물들은 포인트는 물론이고 집 안에 생기를 주거든요.

라탄바구니, 예쁜 도기 화분으로도 얼마든지 효과를 낼 수 있고요. 작은 팁이라면 난이도(?)가 조금 쉬운, 잘 자라는 식물이 따로 있어요. 거실과 방에 있는 셀럼이나, 잎이 넓은 고무나무 같은 것들이 그런 식물이죠. 스투키 같은 건 물 없이도 오래 자라요. by 인스타@by__ra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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