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강남역 하늘로 부친 데이터저널리즘 ②

조회수 2018. 5. 18. 12:1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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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살인사건 추모 : #미안 #꿈 #꽃 #(해시태그) #사회
강남역 추모 쪽지 2618건 데이터베이스화

뉴스래빗은 최종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5대 키워드'를 선정했습니다. '미안', '꿈', '꽃', '#', '사회'. 빈도 상위 단어 중 이번 살인 사건을 다른 사건과는 차별화한 시각으로 표현한 단어들입니다.


빈도 순서만을 고려한 건 아닙니다. 뉴스래빗 선정 '5대 키워드'는 여성 피해자에 대한 애도 감정을 증폭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뉴스래빗은 5대 키워드에 대한 단어 연결망을 그렸습니다. 한 메모 안에 각 키워드와 다른 단어가 함께 등장한 횟수를 집계한 후 각 5대 키워드를 중심에 놓았습니다. 5개 연결망은 5대 키워드가 각 메모에서 주로 어떤 맥락의 단어들과 함께 등장했는지 보여줍니다.


키워드 ① #미안
강남역 에워싼 산 자의 감정

'미안(429회)'은 감정을 드러낸 단어 중 빈도가 가장 높았습니다. 의미가 같은 '죄송'의 등장 횟수(107회)와 합하면 536회에 달합니다.


쪽지에 '미안'과 함께 등장한 주요 단어는 '지키다(108회)', '여자(77회)', '세상(70회)', '살아남다(62회)' 등입니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나는 오늘도 살아남았습니다. 미안합니다", "대한민국 남자라 미안합니다. 그 죗값 평생 안고 가겠습니다", "이렇게 돌아가시게 만드는 세상의 구성원이어서 죄송합니다" 같은 내용이 많았습니다. "운 좋게 살아남은" 같은 여성으로서 피해자에 대한 막연한 미안함을 드러내는 내용도 적지 않았습니다.


'미안함'이 2016년 5월 강남역 10번 출구를 에워싼 추모자들의 주요 감정이었던 셈입니다.


키워드 ② #꿈
가해자 아닌 피해자의 꿈이 중요해

살인 피의자 남성 김모씨(34)가 당초 신학원에서 목사를 꿈꿨다는 식의 보도가 쏟아지자 시민은 분노했습니다. 피해자의 꿈은 온데간데 없이, 가해자의 관점과 미래가 더 부각된다는 비판이었죠. 


‘꿈(133회)’이 등장한 메모 이면에는 살인범의 꿈부터 알게 된 시민의 불편함이 새겨져 있습니다. '꿈' 연결망을 보면 그 맥락을 읽을 수 있죠.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의 꿈을 알리고, 못이룬 꿈을 하늘에서라도 이루길 바라는 내용의 단어와 다수 연결됐습니다. ‘당신(46회)’, ‘이루다(33회)’, ‘가해자(18회)’, ‘궁금(17회·궁금하다, 궁금해하다 포함)’ 등입니다.


키워드 ③ #꽃
"꽃다운 나이에" vs "여자는 꽃이 아니다"

20대 초반 생을 마감한 피해자를 두고 '꽃(118회)'이라는 표현이 다수 등장했습니다. "더 아름다운 꽃이 어울릴 사람", "수천 송이 꽃을 놓는다 해도 네가 걸을 앞날보다 빛나고 아름다웠을까", "피지도 못한 어여쁜 꽃" 등 강남역 10번 출구에서 피해 여성은 '피지 못한 꽃'이 됐죠. 


반면 여성 피해자를 꽃에 비유한 메모에 불편함을 호소하는 내용도 많았습니다. "꽃이 죽은 게 아닙니다. 한 사람이 죽은 겁니다", "여성은 꽃이 아닙니다" 등 '여자=꽃'으로 보는 시각에 문제 제기를 하기도 했습니다. 


'꽃'은 남녀 불문 젊음과 청춘을 비유할 때도 쓰입니다. 다만 '여성 혐오' 감점이 사건 쟁점으로 불붙으면서 '꽃=여성' 대상화 자체가 한국 사회의 남성 중심적 시각이라는 비판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키워드 ④ #OOO (해시태그)
강렬한 한마디…온·오프라인 연결

등장 빈도가 높은 단어들 가운데 눈에 띄는 키워드는 #, 해시태그(123회)입니다. 최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주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동일 주제의 글을 잇는 링크 역할을 합니다. 


또한 젊은 층이 특정 표현이나 주장을 SNS에 부각할 때 주로 씁니다. #강남역추모 #헬조선 처럼 말이죠. 당초 특수문자는 최종 분석 대상에서 제외했지만 #만큼은 포함한 이유입니다. 


많은 시민이 추모 내용을 온라인처럼 #을 달아 손글씨로 썼습니다. '#살아남았다', '#강남살인남', '#살女주세요' 등이 대표적입니다.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을 바라보는 주제의식을 짧고 강렬하게 표현하고 전달하는데 기여했습니다. 


주요 키워드의 생명력을 유지하는데도 도움이 됐습니다. 나아가 해시태그는 시·공간을 넘어 온라인으로 추모 열기를 매개하는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


키워드 ⑤ #사회
개인 슬픔 아닌 우리 사회 문제

시민 다수는 이 사건이 개인의 비극일 뿐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한 개인이 허무하게 죽은 오늘을 슬퍼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사회와 미래를 거론했죠. 살아남은 자들의 의무는 내일의 우리, 그리고 미래의 사회를 더 나은 곳으로 바꿔나가는데 있다는 주장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사회(128회)' 연결망에는 데이터 전체에 걸쳐 자주 등장한 단어들이 망라돼 있습니다. 여성(98회), 혐오(74회), 피해자(41회), 약자(22회), 미안(21회), 책임(21회), 공포(18회), 살해(17회) 등 이번 사건을 아우르는 전반적 키워드들이 즐비했죠. 


2016년 5월의 강남역 10번 출구를 달궜던 추모 열기가 개인 혹은 여성, 특정 단체가 아닌 우리 사회 전반의 문제 의식으로 확장하고 있다는 증명입니다.


서울시는 2018년 초 전국에서 취함한 강남역 살인사건 추모 메모를 공개했습니다. 뉴스래빗 분석 이후 추가된 메모와 전국에서 모인 메모를 합해 총 3만5415건을 디지털 텍스트로 변환했다고 합니다.


뉴스래빗은 서울시가 2년 걸려 정리한 메모 내용 중 일부를 사건 당시 이미 디지털화해 공개했습니다.

2016년 강남역 살인 사건 후 2년이 지났습니다. 수만 건 추모 메모를 통해 드러난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은 좀 나아졌을까요.


수많은 메모가 모여 만든 절박한 외침. 올해 내내 미투(me too) 운동이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있는 이 시점에 다시 하나하나 읽어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이 데이터를 여러분 모두의 방식으로 분석해보세요. 뉴스래빗보다 더 건강하고, 발전적인 사회적 메시지를 찾으신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습니다.


데이터 공개가 여성 혐오 논란과 약자 상대 폭력, 남녀 공용화장실 안전, 정신질환자 관리 등 방치됐던 우리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드는데 조금이나마 기여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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