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 나라가 낯설다"

조회수 2017. 9. 11.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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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중국 젊은 지식인의 고백
중국을 여행하는 한 작가가
나이든 광산 노동자의 집을 방문한다.
그곳은 빈민굴에 가까운 집단 주거지였고
쓰레기장으로 쓰이는 구덩이가 집 앞에 펼쳐져 있었다.
작가는 무얼 물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어리석기 짝이 없는 첫 질문,
"맨 처음 갱도에 들어가실 때 두렵지 않았나요?"
"두렵지 않을 리가 있겠소?"
노동자 쑨씨가 대답한다.
단편적인 대화들이 끊어졌다 이어지기를 반복하면서
그 사이의 공백들은 갑작스러운 침묵으로 메워진다.
쑨씨는 결국 대화를 그만두고 싶다고 말한다.
작가는 한동안의 정적과 침묵을 견디다가
이내 그의 집을 나선다.
길을 걸으며 동행자가 작가에게 말한다.
"지금까지 성공한 사람들을 너무 많이 만나서 그래요."
졸지에 실패한 인터뷰어가 된 작가는 후에 기록한다.
"일부 극소수 성공한 사람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모두 '침묵하는 다수'다"
"그들도 자신을 표현하려 하지만 세상은 성공한 사람들의 방식에 익숙할 뿐 그들의 방식은 차단된다. 그들은 침묵과 무력하고 아득한 눈빛, 그리고 고개를 숙이는 식의 작은 몸짓으로 자신들을 드러낸다."
이 어수룩한 여행자의 이름은
쉬즈위안
사회비평가, 작가이자 유명 인문책방 운영자로서
서구 지식인보다도 매서운 눈으로 조국을 비판해온 인물이다.
그는 2007년부터 2010년에 걸쳐
산샤, 상하이, 시안, 베이징, 타이완에 이르기까지
엄청난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삶의 현장을 관찰했다.
현대화의 열기 속에서 천편일률적인 상가와 오락시설, 콘크리트 구조물에 자리를 넘겨주고 있는 도시들
그리고 그 안에서 자신들의 과거를 망각한 채
마치 '뿌리 없는 부평초'와 같이
현재를 치열하게 살고 있는 사람들.
슬픔의 정서마저 상실해버린 듯한 그들의 모습이야말로
오늘날 중국의 드러나지 않은 또다른 모습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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