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국영 15주기 l 대표작으로 돌아보는 장국영의 열다섯 가지 얼굴

조회수 2018. 4. 2. 18:10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만우절과 함께 앞으로도 잊히지 않을 4월 1일. 2004년 4월 1일 장국영이 세상을 떠난 지 벌써 열다섯해가 지났다. 15주기를 맞아 장국영이 남긴 대표작 15편을 꼽았다.


(*개봉년도 순)

‘영웅본색’(1986)

오우삼 감독의 연출작으로, 장국영을 영화배우로 각인시킨 작품이다. 범죄세계에 몸담은 형 송자호(적룡)와 정의구현을 꿈꾸는 열혈형사가 된 동생 송아걸(장국영)의 엇갈린 운명을 담았다. 갱스터들의 의리와 우정을 그린 1980년대와 1990년대 홍콩 느와르 열풍의 시작점이다.


장국영은 1978년 ‘홍루춘상춘’으로 데뷔했으나 1980년대 중반까지 아이돌 이미지가 강했다. 혈연과 이상향을 두고 고뇌하는 송아걸은 꽃미남 장국영이 거친 남자들의 세계 진입했음을 의미했다. “우리는 가는 길이 달랐다”고 말하는 송자호를 앞에 두고 눈물을 쏟는 송아걸의 모습이 명장면으로 꼽힌다. 성선해 

‘영웅본색 2’(1987)

1편의 흥행에 힘입어 제작된 속편이다. 위조지폐 유통 용의자를 소탕하기 위해 언더커버로 임무 수행에 나선 송아걸과, 동생을 돕기 위해 범죄에 다시 연루된 송자호의 이야기다. 전편과 마찬가지로 무협지를 방불케 하는 남자들의 의리, 배신과 음모가 난무하는 어둠의 세계를 담았다.


경찰의 사명감과 뜨거운 형제애를 그린 장국영의 연기는 전편에 비해 더욱 깊어졌다. 함정에 빠진 뒤 형을 구하기 위해 “한 번 더 쏴. 안 그러면 형을 믿지 않을 거야”라고 속삭이는 송아걸의 대사는 지금까지도 회자된다. 시리즈의 연이은 성공은 장국영 전성시대를 알리는 서막이었다. 성선해

‘천녀유혼’(1987)

명나라 시대를 배경으로 인간과 귀신의 사랑을 그린 판타지 무협 멜로다. 포송령의 소설집 ‘요재지이’에 포함된 ‘섭소천’ 설화가 모티브다. 가난한 서생 영채신이 귀신이 나오는 절 난약사에 하룻밤 머물다가 남자를 유혹하는 요괴 섭소천(왕조현)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았다.


장국영은 자칫 어리숙하게만 보일 수 있는 영채신을 순박함과 담대함을 함께 지닌 캐릭터로 연기했다. 여기에 슬랩스틱을 가미해 사고뭉치라는 설정을 코미디로 풀었다. 목욕통에 숨은 영채신과 섭소천의 키스신은 단연 명장면이다. ‘천녀유혼’까지 성공하면서 장국영은 아시아의 스타로 거듭났다. 1989년 국내 모기업 음료수 광고 촬영을 시작으로 한국에도 꾸준히 방문했다. 성선해 

‘아비정전’(1990)

15주기를 맞아 관객이 다시 보고 싶은 장국영 대표작 1위로 꼽은 영화. 사랑을 믿지 않는 남자 아비는 매표소 직원 수리진(장만옥)과의 연애를 끝낸 후 댄서 미미(유가령)와의 관계를 이어간다. 하지만 미미와의 관계도 잠시 뿐, 아비는 얼굴도 모르는 친어머니를 찾기 위해 필리핀으로 훌쩍 떠나버린다. 아비를 온전히 가질 수 있는 여자는 없다. 그를 사랑한 수리진과 미미는 아비를 향한 미련에 괴로워한다.


장국영은 여자를 흔드는 아비의 달콤함, 구속을 거부하는 자유분방함, 그럼에도 옅어질 수 없는 외로움을 자유롭게 오간다. 장국영의 얼굴이 수리진의 얼굴과 교차 클로즈업되는 베드신이나 아비가 속옷 차림으로 맘보춤을 추는 장면에서 그의 매력이 극대화된다.


‘아비정전’은 ‘열혈남아’를 흥행시킨 왕가위 감독의 두 번째 영화로 기대를 모았지만 흥행에는 실패했다. 그럼에도 장국영에게는 1991년 홍콩 최고 권위의 금장상 최우수남우주연상을, 왕가위 감독에게는 작품상과 감독상을 안겼다. 차지수 

‘종횡사해’(1991)

장국영과 주윤발 주연의 경쾌한 케이퍼 무비. 양아버지의 지도 아래 골동품과 명화를 훔치는 도둑으로 자란 세 남녀 아해(주윤발)와 제임스(장국영) 그리고 홍두(중추훙)의 이야기다. 프랑스의 낭만적인 풍경과 홍콩 누아르 스타일 액션, 세 남녀의 삼각관계가 어우러져 유쾌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긴박한 상황에서도 빠지지 않는 유머 역시 웃음을 안긴다.


장국영과 주윤발의 호흡은 ‘종횡사해’의 경쾌한 리듬을 이끄는 일등 공신. 장난기 넘치는 자유분방한 아해와 순정파 제임스의 다양한 합동 액션에 눈이 즐겁다. 주윤발의 휠체어 댄스 역시 장국영의 맘보춤에 버금가는 명장면. 개봉 당시 주윤발이 영화 홍보를 위해 내한해 TV  인기 코미디 프로그램  ‘유머1번지’(KBS2) ‘와 라디오 임백천의 뮤직쇼’(KBS 2FM) 등에 출연했다. 차지수

‘가유희사’(1992)

결혼 7년차에 바람이 난 첫째 아들 상만(황백명), 결혼할 생각이 없는 바람둥이 둘째 아들 상환(주성치) 그리고 꽃꽂이를 좋아하는 셋째 아들 상훈(장국영)의 시끌벅적한 일상을 담은 코미디. 연애 문제로 바람 잘 날 없이 집안을 시끄럽게 만들던 세 형제는 각종 우스꽝스러운 고비를 넘기고 각자의 인연과 결실을 맺는다.


장국영이 연기한 여성스러운 셋째 아들 상훈은 다정다감하면서도 때로 새침한 캐릭터. 착하고 성실한 형수(오군여), 불륜으로 형수의 자리를 꿰찬 실라(이려진), 앙숙 관계였다가 커플로 발전하는 무쌍(모순균)까지, 자신을 둘러싼 세 여자와의 관계에 따라 각각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연예계 은퇴를 선언했던 장국영을 스크린에 돌아오게 한 작품으로, 당시 약 5,000만 달러의 수익을 거두며 역대 홍콩 영화 흥행 1위에 등극했다. 차지수

‘백발마녀전’(1993)

중국 명나라 말기, 장차 중원 8대 문파를 이끌 것으로 각광받던 뛰어난 무공의 탁일항(장국영)과 마교에서 길러진 연예상(임청하)의 비극적인 로맨스. 중원 8대 문파와 마교의 대립 관계에서 두 사람은 모든 걸 내던지고 서로에 대한 사랑을 약속한다. 하지만 탁일항은 마교의 계략에 빠져 연예상에 대한 신뢰를 잃고, 그가 벌인 순간의 실수는 돌이킬 수 없는 파국으로 이어진다.


탁일항과 연예상의 애틋한 애정신이 눈길을 끄는 가운데 사악한 마교의 무리와 적나라한 살상의 구현 역시 ‘백발마녀전’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개봉 당시 톱스타 장국영, 임청하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으며 큰 흥행을 거뒀고 2014년 판빙빙 주연의  ‘백발마녀전-명월천국’으로 리메이크됐다. 차지수

‘패왕별희’(1993)

경극학교 학생시절부터 형제처럼 자란 경극배우 데이(장국영)와 샬로(장풍의)의 파란만장한 50년의 인생사. 1966년 중국의 문화혁명이라는 시대적 격변기를 관통하는 두 남자가 더욱 애잔하게 그려진 시대극이자 퀴어영화다.


장국영은 영화 속 경극공연인 ‘패왕별희’에서 비극적 삶을 사는 후궁 우희 역을 맡았다. 그는 얼굴에 새하얀 경극분장을 하고도 유약한 분위기와 눈빛으로 감동을 전했다. ‘패왕별희’는 중국에서 동성애 소재로 상영이 중단된 한편, 중국영화 최초로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채소라

‘금지옥엽’(1994)

최근까지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2017)를 제작한 진가신 감독 작품. ‘금지옥엽’은 스타가수의 음반 제작자이자 최고의 작곡가 샘(장국영)과 남장여자 임자영(원영의)의 사랑 이야기다. 샘은 임자영이 남자인 줄 알고 성 정체성의 혼란을 느끼고, 임자영은 여자라는 사실을 밝히지 못해 전전긍긍 한다. 아이러니한 상황과 음악이 어우러진 로맨틱 코미디다.


장국영은  ‘금지옥엽’에서 쾌활한 매력을 발산했다. 음악적 능력과 유머감각을 갖춘 샘은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드물게  밝은 캐릭터다. 또한 그는 여자라는 사실을 고백한 임자영에게 “뭐든지 상관없어. 널 사랑할 뿐이야”라는 명대사를 남겼다. 가수로도 활동했던 장국영이 메인 테마곡 ‘追(추)’를 피아노로  연주, 노래했다. 채소라 

‘동사서독’(1994)

‘서독’은 백타산 황무지 주막에 은둔하는 청부살인 중개업자 구양봉(장국영)이고, ‘동사’는 복사꽃 필 무렵 동쪽에서 찾아오는 친구 황약사(양가휘)다. 구양봉과 마찬가지로 연인을 잃거나 가족을 떠나보낸 여러 인물이 각자 사연을 들려준다. 왕가위 감독 특유의 감각적 이미지와 외로움, 허무함의 정서로 가득한 작품이다.


장국영은 ‘아비정전’에 이어 왕가위 감독과 재회했다. 영화는 개봉 당시 ‘동사서독 리덕스’로 재편집된 바 있다. 영화의 인물 관계와 사건이 모호하다는 평을 받은 이유에서다. 왕가위 감독은 장국영의 분량을 늘리고 전반적으로 편집하는 등 수정을 거쳐 ‘동사서독 리덕스’를 만들었다. 채소라 

‘야반가성’(1994)

1920년대에 신분격차에 가로막힌 오페라 천재가수 송단평(장국영)과 최고 갑부의 딸 두운언(오천련)의 로맨스. 영화는 1936년에 극단 단원 위청(황뢰)이 10년 전에 ‘로미오와 줄리엣’을 공연한 두 남녀의 로맨스를 들려주는 액자식 구조다. 가스통 루르의 1919년작 ‘오페라의 유령’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알려졌다.


장국영은 음악과 연기 재능을 십분 발휘한다. 그는 송단평의 로맨스와 겹쳐지는 ‘로미오와 줄리엣’ 공연에서 OST ‘The Phantom Lover’을 완창한다. 동시에 눈물을 흘리는 장국영의 감성연기가 영화 전체의 분위기를 장악하기도 한다. 홍콩개봉 당시 흥행에 성공했으며 1995년에 국내 개봉한 ‘야반가성’의 서울 누적관객은 8만 8,432명으로 영화진흥위원회에 기록됐다. 채소라 

‘금옥만당’(1995)

장국영이 주연한  ‘영웅본색’ ‘천녀유혼’ 시리즈를 제작한 서극 감독이 제작, 연출, 시나리오까지 맡은 요리 영화. 장국영의 코미디 연기뿐만 아니라 중국을 대표하는 다양한 요리들, 액션과 기술이 더해진 요리 경연 장면 등 시대를 넘어 볼거리가 풍부하다. 장국영의 대표작이면서 음식 영화 대표작을 꼽을 때 반드시 언급되는 영화이기도 하다.


장국영은 요리사가 되려는 범죄조직의 중간보스를 연기했다. 출연 당시 30대 후반이었음에도 20대를 갓 넘은 밝고 건강한 청년의 이미지를 보여준다. 진가신 감독의 로맨스 코미디 ‘금지옥엽’(1994)에 이어 원영의와 주고받는 연기 호흡은 당시 홍콩 영화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정유미

‘해피투게더’(1997)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로 날아간 두 남자의 사랑 이야기이자 로드무비. 왕가위 감독의 여섯 번째 영화로 1997년 칸영화제 최우수감독상 수상작이다. 이과수폭포를 보기 위해 홍콩에서 아르헨티나로 날아간 두 연인은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면서 후회와 희망을 얻는다.


장국영은 지독한 외로움을 견디지 못해 변덕스럽고 충동적으로 행동하는 인물 보영을 연기했다. 1998년 홍콩금장상은 양조위에게 남우주연상을 주었지만 장국영의 다채로운 연기가 ‘함께’하지 않았다면 얻어질 수 없었을 결과다.


촬영 일정은 애초 3주였지만  6개월로 늘어났고 장국영은 촬영 중 아메바성 이질에 감염되어 고생했다고 생전 회고록에서 밝혔다. 한국에서는 동성애를 다뤘다는 이유로 당시 공연윤리위원회에서 수입 불가 판정을 받았으나 1년 후인 1998년 8월 22일 일부 장면을 삭제한 채 개봉했다. 개봉을 앞둔 20일 왕가위 감독이 내한해 관객과 만났다. 2009년 3월 ‘장국영 메모리얼 필름 페스티벌’에서 무삭제판이 상영됐다. 정유미

‘성월동화’(1999)

장국영의 멜로 영화 대표작이자 마지막 멜로 영화로 꼽히는 작품. 교통사고로 약혼자를 잃은 일본인 여성이 옛 연인과 똑 같이 생긴 홍콩의 비밀경찰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의 감성 멜로. 홍콩과 일본의 합작 영화로 장국영이 1인 2역을 맡았고, 일본 드라마 스타였던 다카코 토키와의 스크린 데뷔작이다. 1999년에는 베드신이 삭제되어 12세 관람가 등급으로 개봉했으나 2016년에는 무삭제판으로 재개봉했다.


순수한 인물과 차갑고 냉철한 인물을 오가는 장국영의 1인 2역은 명불허전. 1999년 7월 장국영은 이인항 감독과 주연배우 다카코 토키와와 함께 내한해 기자회견, 인터뷰, 연예 프로그램에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홍보 활동에 힘입어 8월 28일에 개봉한 영화도 인기를 끌었다. 정유미

‘이도공간’(2002)

장국영의 유작이자 출연작 중에서는 이례적으로 꼽히는 공포 스릴러다. 원혼들에게 사로잡힌 여성과 그를 치료하는 정신과 의사가 과거의 상처와 무의식을 극복하는 이야기가 중심이다. 장르, 연출 면에서 결함을 지녔지만 장국영의 ‘마지막 영화’이기 때문에 회자할 수밖에 없는 운명적인 영화다. 장국영은 ‘성월동화’ 시나리오 작가였던 나지량 감독의 연출 데뷔작 ‘창왕’에 이어 두 번째 연출작 ‘이도공간’에 출연했다.


“지금까지 난 한 번도 행복한 적이 없었어.” 마지막 장면에서 세상을 떠난 옛 연인에게 전하는 짐의 대사는 곧 그의 자살을 대변하는 말이 되었다. 2003년 4월 1일 장국영이 세상을 떠난 지 49일째가 되는 5월 19일 서울 명동 중앙시네마에서 언론배급 시사회가 열렸고 영화는 6월 5일 개봉했다. 정유미 


<저작권자(c) 맥스무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