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제작자가 풀어놓은 <옥자> 이야기 7
<설국열차>(2013) 이후 4년 만에 <옥자>로 돌아온 봉준호 감독이 ‘칸’을 접수하러 떠난다. 70회 칸국제영화제로 가기 하루 전, 5월 15일(월)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그동안 베일에 싸였던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옥자>의 이야기보따리를 전 세계 최초로 털어놨다. 봉준호 감독, 테드 사란도스 넷플릭스 콘텐츠 최고 책임자 등 기자회견에 참석한 모두가 한목소리로 <옥자>는 ‘독창적’인 영화라고 입을 모았다.
봉준호 감독을 100% 신뢰한 넷플릭스
“넷플릭스 때문에 <옥자>를 찍을 수 있었습니다. 시나리오가 독창적이고 과감해서 제작을 망설인 회사들이 있었는데, 넷플릭스는 오히려 전폭적인 지원과 함께 제작의 모든 전권을 줬습니다. 물론 영화 유통, 배급도 중요하지만, 저는 작가이자 연출자입니다. 제 입장에서는 ‘창작의 자유’가 제일 중요했습니다. 할리우드도 스티븐 스필버그나 마틴 스코시즈 감독 정도가 아니면 100% 전권을 다 주는 경우가 드뭅니다. 넷플릭스와 함께하는데 뜸 들일 이유가 없었죠. ‘내가 투자자라면 <옥자>에 투자할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아름다운 영화라는 건 알겠지만, 독창적이기 때문에 투자, 제작에 있어 모험이 필요하니까요. 그래서 전권을 손에 쥔만큼 책임감은 배가 됩니다. 넷플릭스는 제가 <옥자>에 넣기 싫은 걸 넣자고 강요하거나 넣고 싶은 걸 막지 않았습니다. 이제 영화가 잘못되면 100% 제 책임입니다. 누군가에게 책임을 돌리고 핑계도 댈 수 없어요.(웃음)” 봉준호 감독
봉준호 감독이 말하는 <옥자>는 러브스토리
“옥자는 사람이 아닌 동물입니다. 마치 돼지와 하마를 합친 것 같은 생김새입니다. 옥자와 그를 사랑하는 아이 미자(안서현)의 사랑을 다룬 이야기가 <옥자>죠. 그 둘의 러브스토리를 갈라놓는 사람들도 등장합니다. 칸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티에리 프레모가 경쟁부문 초청작을 소개할 때 <옥자>를 정치적인 영화라고 하더군요. 정치적인 풍자도 있고, 세상 사는 이야기도 있고, 러브스토리도 있습니다. <옥자>가 제가 영화로 만든 첫 러브스토리입니다. ‘인간과 동물의 관계는 무엇일까?’ 그것에 대한 아름다운 이야기와 추악한 이야기가 동시에 나오는 영화가 <옥자>입니다. 그리고 한국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천만 명이 넘었다고 들었습니다. 이 영화 역시 동물에 대한 영화이기도 합니다. 동물이 때론 친구이기도 하고, 음식이기도 하고, 껴안고 사랑하며 이야기하는 존재잖아요. <옥자>는 그런 동물의 존재에 대해 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봉준호 감독
국내 개봉은 6월 29일(목), 제한 상영 없다
“<옥자>는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190국에 스트리밍 서비스와 극장에서 상영됩니다. 전 세계 동시 개봉을 하고 여러 언어로 자막과 더빙을 통해 볼 수 있습니다. 미국에선 넷플릭스가 선정한 극장에서 제한 상영합니다. 런던에서도 극장 상영을 하는데, 현재 자세한 일정은 없습니다. 한국에서 NEW와 함께 파트너십을 맺어 극장 상영이 가능했습니다. 한국 관객이 넷플릭스 스트리밍 서비스와 극장을 통해 <옥자>를 즐길 수 있을 겁니다.” 테드 사란도스 넷플릭스 콘텐츠 최고 책임자
“6월 29일(목, 한국시간) 넷플릭스와 국내 극장에서 동시 개봉합니다. 한국에서 <옥자> 극장 상영 기간은 제한을 두지 않았습니다. 넷플릭스와 함께 한국에서 <옥자>를 가장 효과적으로 개봉할 수 있는 협의를 해왔습니다. 아직 스크린 수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말하긴 어렵고, 앞으로 계속 극장 측과 긴밀하게 이야기해 스크린 수를 결정할 예정입니다. <옥자>가 70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만큼, 많은 한국 관객이 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김우택 NEW 총괄대표
<옥자>는 프랑스 영화계도 막지 못한, 칸의 선택을 받은 작품
“넷플릭스는 봉준호 감독과 함께하고, <옥자>를 제작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프랑스극장협회가 극장에서 상영된 뒤 3년이 지난 영화여야 스트리밍 서비스를 할 수 있다는 법 때문에 <옥자>와 노아 바움백 감독의 <더 마이어로위츠 스토리스> 초청을 반대하는 건 이해합니다. 다만, 칸국제영화제는 ‘예술’을 위한 영화제이고, 언제나 뛰어난 작품을 초청하기 때문에 <옥자>가 칸에 가게 된 것입니다. 배급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배급하지 않은 영화도 칸에 간 적이 있죠. 오랜 전통을 가진 영화제인 만큼 ‘변화’가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넷플릭스가 스트리밍 서비스를 좋아하고 극장을 싫어하는 건 아닙니다. 가장 중요한 건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이죠. 관객이 원하는 관람 형태를 제공하는 게 중요합니다. 저도 가족과 극장을 자주 갑니다.(웃음)” 테드 사란도스 넷플릭스 콘텐츠 최고 책임자
‘<설국열차>부터 <옥자>까지’ 영혼의 파트너, 틸다 스윈튼
“2013년 <설국열차> 홍보차 틸다 스윈튼이 내한했을 때 처음으로 ‘옥자’ 그림을 보여줬습니다. ‘옥자’ 영화를 찍는다고 하니 재미있겠다고 했습니다. 틸다가 집에서 여러 마리의 강아지와 닭을 키워 관심을 보이더라고요. 틸다는 ‘캐스팅’을 했다기보다 같이 제작에 참여한 케이스입니다. ‘공동 프로듀서(Co-Producer)’로 크레딧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미술 아티스트들도 틸다가 소개시켜줬고, 같이 <옥자> 아이디어도 공유했습니다. 이번엔 배우뿐만 아니라 창작의 동반자로 함께했습니다.” 봉준호 감독
‘봉준호 열혈 팬’ 브래드 피트도 반한 <옥자>
“저와 브래드 피트는 봉준호 감독을 오랫동안 알고 ‘스토커’ 수준으로 지켜봤습니다. <설국열차>도 봤고요. 운 좋게 <옥자> 시나리오를 보게 됐는데, 비주얼과 재미는 물론, 정서적으로도 전 세계 사람들이 공감할 보편적인 이야기가 눈을 사로잡았습니다. 브래드는 아티스트의 목소리를 직접 낼 수 있는 영화를 만들길 원합니다. 몇 주 전에 <옥자>를 보고 만족하더군요. 뉴욕 촬영장을 직접 방문하면서 이 영화를 지지했습니다. 저와 브래드는 독창적인 영화를 가리켜 ‘유니콘’이란 표현을 씁니다. <옥자>가 ‘유니콘’ 영화였습니다.” 제레미 클라이너 플랜B 엔터테인먼트 프로듀서
칸 수상보다 중요한 건 <옥자>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것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받은 것 자체가 영광스럽고, 한편으로는 뜨거운 프라이팬에 올라간 기분입니다. 진짜 경쟁해야 할 것 같거든요. 솔직히 어떤 영화가 나은지 어떻게 저울질하겠어요? 저마다의 ‘아름다움’이 있다고 봅니다. <옥자>도 ‘아름다운 영화’라고 자부하고 싶네요. <옥자>는 경마장의 말처럼 레이스를 펼치기 위해 칸을 가는 건 아닙니다. 같이 경쟁부문에 오른 홍상수 감독님의 <그 후>도 마찬가지입니다. 감독님의 오랜 팬이어서 지금까지 작품을 모두 모았습니다. 요즘엔 따라잡기 힘들 정도로 작품을 만드시더군요. 창작의 에너지가 대단합니다. <그 후>는 물론, <클레어의 카메라>도 빨리 보고 싶습니다. 경쟁부문 심사위원인 박찬욱 감독님은 공명정대한 분이고 섬세한 취향을 가진 분입니다. 제가 베를린영화제, 칸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을 한 경험에 의하면 세계 영화제는 가장 섬세하고 예민한 사람들이 모여서 영화를 보고 순진무구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밤새 나눕니다. <옥자>가 상을 받을지 알 수 없지만, 심사위원들에게 즐거운 2시간을 보장할 거라는 건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봉준호 감독
글 박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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