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 위에 선 84명의 남자

조회수 2018. 6. 21. 1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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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MAXIM 박중우
출처: Charlton Life
영국 런던의 바쁜 월요일 아침, 한 주를 시작하는 바쁜 걸음을 재촉하던 행인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비명을 지르기 시작합니다.

영국 최대 민간 방송사 ITV의 건물 옥상 난간에 남자들이 위태롭게 서 있었기 때문이죠.  
출처: iNews

난리가 났습니다.


이들은 단체로 자살을 시도하는 것처럼 보였으니까요.


미동도 없이 한참을 서 있던 그들. 오랜 시간이 지나도 누구 하나 말리는 사람 없었고 경찰들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 정도 사건이면 경찰은 물론이고 각종 언론사에서도 벌떼마냥 달려들어야 정상일 텐데, 왜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았을까요?

출처: Metro

네. 사실은 이렇습니다.


위 사진의 남성 등 뒤로 연결된 줄이 보이시나요? 이들은 실제 사람처럼 보이게끔 잘 꾸며진 마네킹이었던 거죠.


'Project 84'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퍼포먼스.


옥상 위의 남성 모양 마네킹 84개로 어떤 의미를 전달하고자 한 걸까요?

출처: Widewalls
<마크 젠킨스(Mark Jenkins)>
Project 84는 미국의 유명 설치미술가 마크 젠킨스(Mark Jenkins)가 자살 예방 자선 단체 CALM과 함께 기획한 설치미술입니다.

 
출처: iNews

OECD 평균에 따르면, 남성의 자살률이 여성의 자살률보다 2배 이상 더 높다고 합니다. 40세 미만 남성의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이며, 프로젝트가 진행된 영국에서는 매주 84명의 남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고 하네요.


건물 위에 서있는 84개의 마네킹은 매주 사망하는 84명의 남성 자살자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출처: iNews

퍼포먼스에 사용된 마네킹은 실제 사람의 몸을 바탕으로 개별 제작되었다고 합니다.


이번 프로젝트를 주관한 CALM은 영국을 본거지로 남성과 그들이 앓는 정신질환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한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여기서 중요한 사실을 하나 말해볼까요?


한 주에 84명의 남성이 자살한다는 영국, 이 나라가 기록한 자살률은 OECD 국가 중 30위라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몇 위일까요?

출처: Samsung Newsroom

1위입니다.


그것도 2003년 이후 13년간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죠.


2016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하루 평균 36명, 매주 25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자살했습니다.


우리나라 자살자의 남녀 성비도 영국과 다르지 않습니다.

남성이 여성보다 2배 더 많거든요. 한 주에 남성 160명, 여성 80명이 자신의 손으로 목숨을 끊은 셈이에요.

출처: Nations Online Project

옆 나라 일본의 상황을 볼까요.


일본은 OECD 국가 중 자살률 3위를 기록했었습니다.


그래서 한화 7633억 원에 달하는 돈을 쏟아부어 자살률을 획기적으로 낮췄죠.


우리나라의 자살 예방 예산은 일본의 발 끝에도 못 미치는 96억 원 수준입니다.

그래도, 정부에서 자살 예방을 위한 예산 편성을 적게 했다 뿐이지 아무런 시도가 없었던 건 아닙니다.


세계적으로 호평을 받은 캠페인이 있었죠.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죽음을 선택한 다리, 마포대교에서 실시된 캠페인,


'생명의 다리' 프로젝트입니다.

많이 유명하죠?


정부가 시행한 건 아니에요. 삼성 계열사 제일 기획이 기획한 프로젝트입니다. 세계적으로 호평을 받았고, 칸 광고제에서 수상을 하는 영예도 안게 되죠.


그런데, 여기엔 역대급 반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마포대교에 이 문구들이 설치된 이후, 마포대교에서 투신하는 사람들의 수가 줄어들기는커녕 더 늘어나는 사태가 발생한 거죠.


무엇이 문제였을까요?


이건 저 혼자만의 생각인데, 사실 죽기로 마음먹은 사람들에게 이런 문구들이 무슨 효과가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빛 좋은 개살구 같아요. 그들이 자살을 선택한 이유는 순간의 충동이 아닌, 꾸준한 현실적 좌절이었을 테니까요.



끝이 아닙니다. 마포대교에 다른 문구들이 걸렸던 적도 있어요.

분리수거도 안 되는 쓰레기 같은 정신머리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화를 참을 수가 없네요.


자, 사실 우리가 어떤 한 개인의 자살을 막을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은 없습니다. 나 하나 살기도 벅찬 세대니까요.


다만, 한 사회의 변화는 작은 개인들의 스스로를 위한 노력들이 모여 이루어진다는 사회학자의 말을 믿고 각자의 하루를 더 긍정적으로 살아내려는 우리의 노력이 필요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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