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의식' vs '책임의식'

조회수 2017. 11. 9. 12:2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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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이 아니라면 어떤 생각을..



매년 돌아오는 연말 공채 시즌이다. 문득 예전 처음 직장생활 하던 때가 떠오른다. 첫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이야기는 바로 ‘주인의식’을 가지라는 이야기였다. ‘주인의식’이 마치 직장인의 절대적 윤리관이라도 되는 듯 어딜 가나 한결같이 이를 강조했다. 그러나 회사를 내 집처럼 생각하고, 모든 일을 내일처럼 생각하라는 말이 괘씸하게도 내 마음에는 썩 와 닿지는 않았다.  “주위를 아무리 둘러보아도 내 것은 찾아볼 수 없고, 내가 이 회사를 물려받을 것도 아닌데 ‘주인의식’은 어떻게 가질 수 있지?” 라는 의문이 들었다. 되려 “순진한 사람 꼬드겨서 열심히 일하면 너도 주인이 될 수 있어!”라고 이야기 하는 것만 같아 기분이 썩 유쾌하지만은 않았다. 물론 의도는 그렇지 않았을 것이라 믿는다.



이후로 ‘주인의식’에 대한 고민은 개인적으로 매우 중요한 ‘화두’가 되었다. 교육담당자로서 신입 직원들에게 이러한 메시지를 전달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 자신도 선뜻 수긍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어찌 후배들에게 전달할 수 있다는 말인가? 고민 끝에 ‘주인의식’을 대신할 다른 대체재를 찾아보기로 했다.



돌아보면 우리 아버지 세대에는 '주인의식'이란 말이 크게 거부감이 없이 받아들여져 온 것 같다. 하지만 요즘 세대가 받아들이는 '주인의식'이란 국민교육헌장에서 이야기하는 "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와 비슷한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듯 하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이미 잘 알고 있듯이  "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태어난 사람들이 아니다." 그런 마음으로 국가와 민족을 위해 봉사하고 헌신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하는 이야기일 뿐이다. 동일한 맥락에서 "우리는 회사의 주인이 아니다." 다소 도발적으로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엄연한 사실이다.  




만약 회사의 주식을 100주 혹은 1,000주를 보유하더라도 주인이 될 수 없음을 잘 안다. 주식의 보유가 회사에 대한 로열티와 주인의식을 높여줄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주식을 보유함으로써 노동자도 자본계급의 세계에 포함될 수 있다고 믿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우리는 주식의 보유 여부뿐만 아니라 양적으로도 의미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우리 사주 또한 월급이나 인센티브와 같은 다양한 보상들 중에 하나일 뿐이다.  실제로 우리 사주가 직원들의 주인의식과 업무행태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영국과 대만 학자들의 실증적 연구논문도 있다. 1)  



결국 어떠한 방법을 통해서든 '주인의식' 을 강조하려 해봐야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 그래서 지난 수년 동안 신입사원 교육을 담당하면서 단 한 번도 '주인의식'을 가지라는 이야기는 해본 적이 없다. 이는 직원으로서 조직에 대한 로열티가 없어서도 아니고, 회사에 불만이 있어서는 더더욱 아니다. 대신 합리적으로 이를 수용할 만한 다른 단어를 써왔다. '책임의식' 혹은 '프로의식' 이다. 일을 하고 돈을 받는 사람으로서의 책임감. 이것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이견이나 불편한 마음을 가질 사람은 없을 것이다.



프로는 자신의 일에 책임을 다하는 사람이며, 아마추어와 달리 상대에게 일정한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사람이다. 혼자 설렁설렁 하다가 하기 싫어지면 그만두는 사람은 프로가 아니다.  주어진 일에 책임을 다하고 끈기와 인내를 가지고 지속적으로 최선의 결과를 내려는 노력하는 사람이 '책임의식'이 있는 사람이며 '프로의식'을 가진 직원이다. (물론 직원들의 '책임의식'이 제대로 작동을 하기 위해서는 조직 차원에서도 노력을 해야 할 부분들이 있다. 여기서는 개인차원에서의 책임의식만을 이야기하고 있으므로 조직 차원의 이야기는 논외로 한다.)



이제 더 이상 억지스럽게 '주인의식'에 대해 이야기하지 말자. 또한 '주인의식'을 가지려 애쓰지도 말자. 

다만 책임감 있는 프로 직장인이 되도록 하자.  그것이면 족하다.




1)   [참조][DBR 경영의 지혜] 우리 사주 제도가 주인의식을 키우는 건 아니다

      http://news.donga.com/3/all/20170725/85525652/1#csidxca8035fbdd716edad12b44a808836e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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