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이 왜 거기서 나와요? 아무도 생각못한 역사쌤 역발상

조회수 2020. 9. 23. 17:5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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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왜 거기서 나와요?"..BJ가 된 역사 선생님
게임방송 BJ 구부승 교사
구독자 2200명·누적 조회 수 4만4000회
‘방송 계속할 것, 양질의 콘텐츠 주고파’

“게임 잠시 중단하고 일제강점기와 일본의 식민통치 수업을 시작하겠습니다.”


시청자와 함께 게임을 하던 BJ. 게임이 끝나자 화면에 ‘일본의 식민통치’ 강의자료를 띄우고 일본강점기에 대한 설명을 시작한다. BJ의 구독자는 2200명, 누적 조회 수는 약 4만 회. 게임과 역사 강의가 섞인 특이한 방송을 하는 BJ 정체는 대구 능인고등학교 역사 교사 구부승(30)씨다.


그는 유튜브에서 ‘BUKU TV’ 채널을 운영 중이다. 일주일에 세 번, 수요일·토요일·일요일 오후 6시 30분부터 2시간 30분 정도 생방송을 한다. 능인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을 위한 방송이지만 입소문을 타 다른 학교 학생들과 일반인도 본다. 방송 당 최대 조회 수 3000회. 수업을 꼭 들어야 하는 학생은 약 125명이다. 원래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시청하고 있는 것이다. 

출처: 본인 제공
대구 능인고등학교 역사 교사 구부승씨

능인고 학생들은 구씨는 자랑스러운 선생님 혹은 ‘부하(부승 폐하의 준말·방송하는 선생님을 장난으로 높여부르는 애칭)’라고 부른다. 기말고사 때문에 잠시 방송을 쉬고 있는 구씨. jobsN이 그가 BJ로 활동하는 사연을 들어봤다.


거꾸로 수업에서 착안


구부승씨는 지난 4월부터 거꾸로 수업을 시작했다. 거꾸로 수업은 학생들이 교사가 올린 영상을 미리보고와 수업 시간엔 토론이나 과제를 하는 방식이다. 수업을 준비하면서 학생들이 영상을 안 본다는 동료 선생들의 고충을 듣고 해결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거꾸로 수업이 익숙하지 않은 친구들이 영상을 안 보고 수업에 들어옵니다. 그럼 수업 참여율도 떨어지고 계획대로 수업을 진행할 수 없죠. 학생들을 보면 수업영상은 안 보는데 유튜브나 아프리카에서 게임방송, 먹방 등은 봅니다. 이거다 싶었습니다. 게임 방송을 하면서 그 전이나 후로 생방송 수업을 하면 학생들이 관심을 갖고 봐줄 거라고 생각했어요."

출처: 유튜브 BUKU TV 캡처
학생들과 함께 배틀 그라운드, 롤 등의 게임 방송을 진행하는 구씨

학생들과 함께 만드는 방송


유튜브 방송법을 익히고 마이크, 웹캠 등 장비를 샀다. 원래 구 교사가 좋아하는 게임은 어쌔신 크리드 오리진과 같은 RPG 게임이다. 그러나 아이들의 흥미를 끌기 위해 롤·오버워치·배틀그라운드 등 요즘 인기 있는 게임도 시작했다. 게임만 보고 나가지 않게 게임방송과 강의 순서를 가르쳐주지 않는 나름의 전략도 세웠다. 한 달 동안 준비한 후 본격적인 방송을 시작했다.


"처음엔 학생들 사이에서 반응이 폭발적이었습니다. 본인 주변에 방송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신기해하는 것 같았어요. 또 선생님과 함께 게임 할 수 있다는 것도 좋아했습니다. 대신 한 사람당 한 판만 할 수 있어요. 기다리는 친구들이 꽤 있기 때문이에요.”


학생들이 방송에 대해 피드백도 해준다고 한다. 1인 방송 트렌드를 알려주거나 콘텐츠를 추천해주는 것이다. “학생들이 학교 매점 음식 먹방이라든지 진로 및 고민 상담 방송 등을 하면 좋겠다고 댓글로 남겨줍니다. 그럴 때면 기특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합니다.”


가끔 혐오성 발언이나 도가 지나친 댓글을 다는 학생들도 있다. 구씨는 단호하게 대처한다. 경고 없이 바로 댓글 다는 것을 차단하거나 신고하는 것이다.

출처: 유튜브 BUKU TV 캡처
거꾸로 수업 위해 강의를 하는 모습. 수업이 끝나고 게임을 하기도 하고 수업 중간에 하기도 한다

구독자 2200명·누적 조회 수 4만4000


지난 4월부터 6월 초까지 30여 회 이상 방송을 했다. 그 결과 누적 조회 수 4만4000회, 구독자 2200명을 기록했다. 생각한 것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한 것보다도 학생들의 수업 참여도가 높아져 뿌듯하다고 한다.


“기존의 거꾸로 수업을 위한 영상과 다르게 생방송으로 수업을 하니까 학생들이 모르는 것을 그때그때 물어봅니다. 생방송을 못 보는 아이들은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녹화본을 보면서 학습지에 질문을 적어와요. 전에는 영상을 아예 안 보고 오는 친구들이 많았는데, 조금씩 달라지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수업 참여도는 물론 학생들과의 친밀도도 높아졌다고 한다. “방송할 때는 편하게 입고 합니다. 처음엔 꾸미고 했는데 갈수록 힘들어서 머리만 정돈하고 편하게 하죠. 아이들도 차려입은 선생님이 아닌 인간 구부승의 모습을 보니까 더욱 편하게 느끼는 것 같아요.”

출처: 본인 제공
능인고등학교 학생들과 함께

양질의 콘텐츠 제공하고 싶어


지금은 시험기간이라 잠시 방송을 쉬고 있다. 구씨에겐 콘텐츠 정비 기간이다. 학생들이 준 아이디어와 자신이 기획하고 있는 콘텐츠를 위해 영상 기술도 익히고 있다. 시험기간이지만 방송을 기다리는 학생들이 많다. 학교에서 만나면 인사와 함께 방송 시작 날짜를 묻는다고 한다.


그의 목표는 학생들에게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다. “지금은 게임을 아이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도구로 이용합니다. 앞으로는 역사적 배경을 토대로 한 게임을 통해 공부와 게임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콘텐츠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쌔신 크리드 오리진은 클레오 파트라 이야기를 배경으로 한 게임입니다. 게임을 하면서 역사적 배경을 흥미롭게 설명할 수 있죠. 당시 이집트 모습을 재현한 모드가 따로 있습니다. 매번 교실 안에서 글로만 접했던 역사를 시각화해서 보여줄 생각입니다.”


글 jobsN 이승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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