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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지 말고 드세요..장교들이 만든 획기적 제품, 마시는 링거

조회수 2020. 9. 23. 17:0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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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이 창업? 국방장관상 받은 주사 없이 '마시는' 링거
주사 대신 '마시는' 링거 개발한 군의관
스타트업 링거워터 이원철 대위
의사 대신 택한 사업가의 길

몸이 아프거나 과로를 했을 때 링거 주사를 맞으면 몸이 개운하다. 하지만 병원에 가야 하는 번거로움, 날카로운 주삿바늘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자주 맞긴 어렵다. 링거는 150년전 영국 의사 시드니 링거가 개발한 수액이다. 방법이 불편하지만 150년 동안 달라지진 않았다.


이런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 특전사 군의관 이원철(32) 대위를 중심으로 4명의 군의관들이 모였다. 훈련하다 탈진한 병사들을 위해 마시는 링거 ‘링티’를 개발했다. 가루 분말을 물 500ml에 섞어 마시면 수액 주사를 맞은 것과 비슷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2017년 10월 내놓은 링티는 세상의 주목을 받았다. 국방 스타트업 챌린지에서 1등으로 육군참모총장상을 받았다. 도전! K-스타트업에서는 국방부장관상을 받았다. 제품 출시전 아이디어를 공개하고 투자금을 받는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와디즈에서 1억6000만원을 투자 받았다. 2018년 1월 소비자 판매를 시작했다. 5월까지 매출액은 4억8000만원. 가능성을 본 이 대위는 의사 대신 사업가의 길을 걷기로 했다. 스타트업 ‘링거워터’ 창업자 이 대위에게 링티 개발 과정을 들었다.  

출처: jobsN
이원철 대위. 연세 세브란스 재활의학과에서 레지던트를 마친 후 2016년 2월 군의관으로 임관했다.

링티의 경쟁력


정맥에 주사한 수액은 신체 곳곳에 퍼진다. 수액 1L를 넣으면 1~2시간 뒤 혈관 속에 275ml가 남는다. 275ml만큼 혈액이 늘어난 것. 54kg 여성은 7.86%, 70kg 남성은 6.11%의 혈액을 보충했다고 본다.


“주사를 맞았을 때와 비슷한 양이 혈관에 남으면 ‘마시는 링거’라고 할 수 있겠다 생각했습니다. 링티 1L를 마셨을 때, 약 250ml가 혈관에 남습니다. 54kg 여성은 7.14%, 70kg 남성은 5.55%의 혈액이 보충됩니다.” 링티 1포는 물 500ml 기준이다. 즉 1포를 마시면 약 125ml가 혈관에 남는다.


맛은 레몬맛 이온음료와 비슷하다. 하지만 이온음료와는 구성성분도, 효과도 다르다. “소장에서 물을 흡수해 성분이 간을 거쳐 혈관까지 가야 합니다. 이 과정을 촉진하는 구성 성분이 있는데, 시중에 파는 이온음료는 수액 그리고 링티와 구성 요소가 다릅니다. 또 이온음료는 당이 많습니다. 구성 비율이 저희가 특허받은 부분이기 때문에 공개할 순 없지만, 링티는 당이 없고 이온음료보다 전해질이 많습니다.”


소변량을 늘리지 않는다는 것도 이온 음료와 링티의 차별점이다. “수액을 맞으면 소변량이 늘어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그렇지 않습니다. 수액은 소변량을 조절하는 호르몬에 영향을 주지 않아요. 링티도 소변량을 늘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수액과 비슷합니다. 반면 물이나 이온음료는 많이 마시면 소변으로 배출됩니다.”


숙취 해소 효과도 있다. 링티를 마시고 알코올 농도를 재보니 농도가 서서히 떨어지기 시작해, 45분 후 약 10~13%가 줄었다. 짧으면 30분, 길게 2시간씩 주사를 맞아야 하는 기존 수액과 달리, 링티는 물처럼 마신다. 가격은 10개에 3만원. 1L 기준으로 5만~6만원 하는 링거 주사의 10분의 1이다. 바쁜 직장인, 주사를 무서워하는 아이, 탈진과 열사병으로 위급한 군인과 소방관에게 좋다. 

출처: 링거워터 제공
500ml 물병과 링티. 링티 1포는 물 500ml 기준이다. 1포를 마시면 약 125ml가 혈관에 남는다. 링티 1포에 들어있는 분말은 500ml 물을 혈관까지 빠르게 전달해주는 역할이다. 꼭 정해진 양의 물에 섞어 마셔야 한다. 링거워터는 링거(Linger)와 티(Tea)의 합성어다.

문제 있다면 우리가 바꿔보자


이 대위는 연세 세브란스 병원 재활의학과 레지던트 2년차 때 마시는 링거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특발성 파킨슨병(흑색질이라는 부위의 신경세포가 줄어드는 중추신경계 질환), 척수 손상 환자분들이 저혈압 쇼크가 자주 옵니다. 혈압 조절이 안돼 앉았다 일어나면 기절해요. 어느날 수액 주사를 처방한 환자가 다음날 기절하는 증상이 덜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수액을 쉽게 투여하는 방법을 생각하다 마시는 수액을 떠올렸어요. 하지만 바쁘다 보니 사전 조사에만 머물렀습니다.”


레지던트를 마치고 2016년 2월 특전사 군의관으로 임관했다. 잊고 있던 마시는 링거의 필요성을 깨달았다. 링거를 원하는 군인이 많았지만 작전이나 훈련 중 주사를 맞기 쉽지 않았다. “수액 1L·주사바늘·고정 도구·드레싱 재료 등 수액 세트 무게가 1.2kg 정도입니다. 속옷 버리고 칫솔 손잡이까지 잘라내는 마당에 부담스럽죠. 또 200명이 훈련할 때 군의관은 1명이라, 여러 환자가 발생했을 때 대응하기 어려워요. 실제 열사병, 열탈진 군인들이 매년 늘고 있습니다.”


2016년 10월 개발을 시작했다. 1950년대부터 수액에 관한 논문을 파고들었다. “이라크전 데이터를 보면 사망자 3000명 중 90%가 과다출혈입니다. 과다출혈은 지혈이 중요하고, 그다음이 수액 투여입니다. 미군에서는 입으로 수액을 넣었을 때 신체 반응을 연구한 논문이 있습니다. 중국에서도 수액을 먹여 혈압을 재는 연구를 했어요. 수액을 효율적으로 투여하기 위한 고민을 예전부터 했던 겁니다.” 

출처: 링거워터 제공
이원철 대위, 이용진 대위, 김성종 대위, 이병석 중위. 사업에는 이 대위만 참여하고 있다.

뜻맞는 군의관들이 모였다. 수도병원 군의관 이용진(33) 대위, 특전사 군의관 김성종(34) 대위, 특전사 의무행정장교 이병석(26) 중위가 의기투합했다.


포도당·전해질·타우린·비타민C를 중심으로 여러 성분을 빼고 더해 연구를 했다. 장거리 육상선수·특전사를 대상으로 실험을 했다. 군의관들도 피실험자가 됐다. 링티를 마신 후 소변과 혈액 성분을 조사했다. 소변통을 들고 다녔고 금식은 일상이었다. 15분 간격으로 혈액을 뽑아 검사하느라 팔과 오금에는 주사 자국과 멍이 가득했다. 

출처: 링거워터 제공
혈액 검사로 혈장 보충 효과를 비교하고, 소변 배출로 소실되는 양을 점검했다. 1992년 텍사스 의대의 연구를 보면 2L의 이온음료, 물, 카페인음료를 마셨을 때 혈액량 보충효과는 각각 4%, 1%, 0%였다. 1L로 환산하여 비교한다면 링거 1L의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링거워터 링티는 1.1L, 이온음료는 4L, 물은 15L가 필요하다 추론할 수 있다.

오후 5시 30분 업무가 끝나면 의무대에 남아 연구했다. 진료 시간이 아니면 늘 마시는 링거 생각뿐이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처럼 들리겠지만, 간절하면 꿈에서도 연구를 해요. 꿈에서 떠오른 아이디어를 깨어나 노트에 적을 때도 있었습니다. 절반은 얼토당토않지만, 절반은 좋은 아이디어도 있었어요.”


마시기 좋은 맛을 만드느라 개발이 더딜 때도 있었다. “인도네시아 천연 레몬향을 씁니다. 같은 성분이라도 어느 회사 원료이냐에 따라 구역질이 나거나 설사를 하는 부작용이 있었어요. 7개월 동안 200번 넘는 레시피를 시도한 끝에 음료처럼 마실 수 있고, 수액 주사와 비슷한 효과를 내도록 만들었습니다.”


이 대위는 국내특허 1건, 국제특허 1건을 출원했다. 링티 재구매율은 15%, 재구매 주기는 20.9일이다. 4~5번 재구매를 한 소비자도 있다.


사업가의 길 선택한 이유


이 대위는 2019년 4월에 제대한다. 제대 후 의사가 아닌 사업가를 택했다. “의료 윤리 수업에서 배운 의사 출신 정치가 쑨원의 말이 인상 깊었습니다. ‘소의치병(小醫治病), 중의치인(中醫治人), 대의치국(大醫治國)’. 작은 의사는 병을, 됨됨이가 중간인 의사는 사람을, 큰 의사는 나라를 고친다는 뜻입니다. 의사라고 병만 고쳐야 하는 건 아니라 생각했어요. 시스템과 나라를 고친다는 사명이 가슴속 깊이 박혔습니다.”  

출처: 링거워터 공식홈페이지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11월 30일 오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벤처창업 페스티벌에 참석해 '링티'에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의사만으로는 경쟁력이 없겠다는 판단도 영향을 미쳤다. “의사도 미래 일자리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은 직업입니다. 수술 동영상도 유튜브에서 볼 수 있는 시대입니다. 전문적인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어요. 소비자가 의사의 진료를 평가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 링거워터는 강민성(24) 대표가 맡고 있다. 강 대표는 대학교 1학년 때 전자기기 분야 창업을 해 3~4년 동안 운영한 경험이 있다. 이 대위 사촌동생의 친구다. 강 대표는 “새로운 분야에 흥미를 느꼈다”고 했다.


이 대위는 ‘소비자 중심 약(User Centric Medicine)’을 회사 비전으로 삼는다. “소비자를 위한 제품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동안 약은 공급자인 병원과 제약회사 중심으로 개발됐습니다. 현장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왜 개발하지 않을까 하는 고민이 항상 있었어요. 기업이 돈 되는 제품을 만드는 건 당연합니다. 하지만 의사가 사업을 한다면 달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의사의 소신과 양심을 지키고 싶어요.”


글 jobsN 이연주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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