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만에 20억 팔았다, 아마존 정복한 그녀들의 아이템은?

조회수 2020. 9. 22. 20:4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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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을 위한 브랜드 라엘(rael)
여성을 위한 브랜드 라엘(rael)
유기농 제품 부문1위, 첫해 연 매출 20억
글로벌 브랜드가 목표

‘첫해 매출 20억원, 아마존 평점 5점 만점 중 4.6점, 210만 달러 투자 유치’


한 스타트업이 첫 제품을 시장에 내놓은 지 1년 만에 낸 성과다. 덕분에 최근 소프트뱅크벤처스와 에이티넘파트너스, 스라이브 마켓(thrive market)에서 총 210만 달러(한화 약 23억원)를 투자받았다. 소비자와 투자자의 마음을 움직인 회사는 바로 ‘라엘(rael)’. 라엘은 유기농 여성 위생용품을 파는 스타트업이다. 미국 최대 이커머스 업체인 아마존에서 유기농 여성용품 부문 1위를 하고 있는 유기농 생리대가 대표 제품이다. 후기에는 별 다섯 개의 리뷰가 가득이다. ‘여성들을 위한 최고의 제품’ ‘내가 찾던 바로 그 제품’ 등 1000개 넘는 후기 대부분이 긍정적이다.


라엘은 각자 분야에서 활동하던 여성 4명이 함께 하고 있다. 아네스 안(37), 원빈나(35), 백양희(38)가 공동 창업했다. 마지막으로 변호사 출신 고윤미(38)가 사업개발 디렉터로 합류했다. 현재 백양희 대표가 라엘을 이끌고 있다. 아네스 안은 최고전략가로 원빈나는 최고제품책임자로 일하고 있다.

출처: 라엘 제공
(왼쪽부터)고윤미 사업개발 디렉터, 백양희 대표, 아네스 안 최고전략가, 원빈나 최고제품책임자

여성 위한 창업결심


라엘은 아네스 안과 원빈나의 만남에서 시작됐다. 아네스 안은 대학 졸업 후 미국 시카고 KBC 방송국에서 기자로 일했다. 그 경험을 살려 한국에서 ‘프린세스 마법의 주문’ ‘프린세스 심플라이프’ 등 자기계발서를 출간했다. 이후 다시 미국으로 돌아간 그는 콘텐츠를 만들면서 프리랜서 생활을 했다. 그때 미국 캘리포니아의 한 디자인 회사에서 일하던 원빈나와 자주 협업했다. 아네스 안은 각자 다른 분야에서 일했지만 두 사람 모두 창업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고 말했다.


"기자와 작가로 활동하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여성들을 만난 경험과 자기계발서를 쓴 경험을 살려서 창업을 하고 싶었습니다. 창업을 한다면 여성에게 필요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원빈나도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고 싶어했죠. 뜻이 맞아 함께 창업을 결심했습니다."


회사를 이끌 경영자가 필요했다. 두 사람은 디즈니 본사 배급전략팀에서 일하던 백양희를 찾아갔다. 하버드 MBA 졸업 후 보스턴 컨설팅 그룹에서 일한 경력과 콘텐츠 홍보 및 배급을 담당했던 경험이 마음에 든 것이다. 백양희 대표는 당시 37살 늦은 나이의 창업이 두려워 자문만 해주기로 했다. 그러나 창업 시장 경험 후 매력을 느꼈다. 결국 그는 디즈니를 그만두고 라엘 대표로 합류했다. 백 대표는 "디즈니에서 스타워즈를 130여 개국에 배급한 것처럼 라엘을 전 세계에 알리고 싶다는 포부를 갖고 함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고윤미 사업개발 디렉터는 미국 대형 로펌에 근무하던 변호사였다. 라엘 제품에 반해 다니던 로펌을 그만뒀다. 항상 미국 제품만 쓰던 그가 지금까지 얼마나 불편하게 생활했는지 깨달은 것이다. 고윤미 디렉터는 "여성 대부분이 자신이 사용하는 생리대에 얼마나 많은 독성물질이 있는지 모른다"면서 "이 사실을 알려야겠다는 생각에 합류했다"고 한다. 지금은 법률자문이나 외부 계약 등 창업할 때 꼭 필요한 부분과 글로벌 세일즈를 담당하고 있다.

출처: 라엘 제공, 라엘 홈페이지 캡처
라엘의 유기농 생리대(좌), 생리대 외에도 마스크 팩, 여성 속옷 등 여성 관련 제품을 판다(우)

아마존에서의 시작


팀을 꾸린 후 가장 먼저 시장 조사를 시작했다. 여러 제품을 온라인 유통 플랫폼 아마존(Amazon)에서 실험해보기로 한 것이다. 유기농 아기 옷, 여성 속옷, 면·일회용 생리대 등 여성이 관심 가질 만한 물건을 한국에서 도매로 구입해 판매했다. 미국에서는 물건을 사기 위해 가장 먼저 들리는 곳이 아마존이다. 소비자들의 반응을 바로 알 수 있는 최적의 유통 채널이라고 생각해 선택했다고 한다.


각 제품의 판매속도와 후기를 살폈다. 그렇게 집을 사무실 삼아 1년 동안 시장조사를 이어갔다. 그 결과 많은 제품 중 생리대가 반응이 가장 좋았다. 질 좋은 여성용품 브랜드가 몇 없는 미국에서 한국산 생리대가 인기를 끈 것이다. 아마존 반응뿐 아니라 한국 유학생들이 한국에 다녀올 때마다 생리대를 잔뜩 사 오는 모습을 보고 아이템에 확신을 했다고 한다.


제품을 만들기까지의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첫 시제품을 만들기까지 6개월이 걸렸다. 원빈나는 공장을 찾는 것이 어려웠다고 말한다. "처음엔 유기농 패드를 만드는 유럽 쪽을 알아봤습니다. 그러나 공장이 오래됐을 뿐 아니라 시설이 낙후돼있었어요. 중국은 재료를 믿을 수가 없더군요. 그래서 찾은 곳이 한국입니다. 여러 업체 중 충청도에 위치한 곳과 계약을 했습니다. 시설도 깨끗했고 목화를 미국 텍사스에서 유기농 재료 인증을 받은 곳에서 수입하는 곳입니다. 믿을 만했죠. 공장 측과 뜻이 맞아 초기 제품 생산 비용을 낮추기도 했어요."


공장을 정하고 OEM 방식으로 제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5~6번의 수정을 거쳐 제품을 완성했다. 그동안 OCS(organic content standard) 인증을 받았다. OCS는 유기농 함유량을 인증하는 것이다. 목화 씨앗부터 유전자 조작, 농약이나 화학 물질 사용 여부를 조사한다. OCS 마크를 받기 위해선 3년 이상 농약을 사용하지 않은 땅에서 목화를 재배하고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또 공장, 재고를 관리하는 창고, 사무실의 위생 평가에서 합격점을 받아야 한다. 라엘은 모든 평가에서 합격해 OCS 100 STANDARD 마크를 받았다. 100% 유기농 제품 또는 95% 이상 유기농 면과 5% 이내 섬유를 사용한 제품만 받을 수 있다. 인증 및 제품까지 모든 준비를 마친 뒤 2017년 6월, 아마존에서 첫 판매를 시작했다.

출처: 아마존 캡처
아마존에 올라와 있는 고객 리뷰들

6개월 만에 아마존 판매 1위


6개월 만에 20만 팩을 판매하면서 아마존 유기농 생리대 부문에서 1위를 했다. 첫해 매출 20억원을 기록했다. 백 대표는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유통 채널 덕분이라고 한다. "아마존은 브랜드보다 소비자들이 올린 구매평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대기업 제품이 아니더라도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기회가 있는 것이죠. 제품이 좋고 입소문을 탄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제품당 후기를 한 번만 남길 수 있어 신뢰도가 높은 편이기도 합니다. 또, 소비자들이 남기는 후기를 보고 계속해서 제품을 개발하는 것도 성공 요인 중 하나입니다."


창업 초창기에는 두 대표의 자금을 모아서 했지만 사업 방향이 잡히자 투자를 받기 시작했다. 초반엔 프라이머, 스트롱벤처스, 슈피겐에게 투자를 받았다. 최근 소프트뱅크벤처스와 유기농 제품을 판매하는 스라이브 마켓과 에이티넘으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투자는 물론 스라이브 마켓에 입점하기도 했다. 스라이브 마켓은 미국 온라인 유기농 시장에서 1위로 평가 받는 곳이다. 유기농 제품을 원하는 소비자에게 라엘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인 셈이다.


미국 시장 진출 성공에 이어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에도 진출했다. 한국에서는 지난 4월부터 정식 판매를 시작했다. 백양희 대표는 “그동안 한국 소비자들은 해외 직구 방식으로 라엘을 접했다”면서 “한국 진출을 위한 적절한 시기를 찾던 중 생리대 파동 이후 한국 진출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서울에 라엘 코리아 사무실을 차리고 국내 소셜커머스 티몬, 네이버 쇼핑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6월부터는 오프라인 판매도 계획 중이다.


유기농 생리대는 라엘이 글로벌 회사로 거듭나기 위한 첫 발판이라고 한다. “여성들의 삶의 질을 높일 제품을 만들 예정입니다. 미국에서 시작했지만 전 세계 여성들이 알아주는 브랜드가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라엘을 통해 뛰어난 한국 제조 기술을 알리고도 싶습니다.”


글 jobsN 이승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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