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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올림픽 동메달리스트, 돌연 ‘저 힙합 할래요’ 선언한 사연

스케이트 벗고 마이크 잡은 그의 정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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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sN 작성일자2018.05.16. | 32,184 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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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트트랙 선수 서이라
다음 목표는 래퍼
“음악에 내 이야기 담고 싶어”

“92년생 원숭이띠 키 168 몸무게 65 키에 비해 무겁지 철들었거든 uh”


누구보다 빠르게 랩으로 자기소개를 하는 이 사람. 비트 중간 중간 넣는 추임새, 마이크를 쥔 손을 보면 영락없는 프로 래퍼다. 그러나 정작 그는 힙합과 전혀 관련 없는 일을 한다. 국가대표팀 단복 ‘Team Korea’를 입고 기자회견장에서 랩을 선보인 주인공은 쇼트트랙 선수 서이라(26)다. 이 영상은 유튜브에서 조회 수 2만 회를 기록했다. 5월 15일에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선수단 오찬에서는 래퍼 이로한과 함께 무대를 꾸몄다. 아직 실력은 아마추어지만 랩을 향한 열정은 프로 못지않다.


서이라는 2011년부터쇼트트랙 국가대표로 쉼 없이 스케이트를 탔다. 그런 그가 지난 4월 10일, 2018~2019시즌 국가대표 선발전을 하루 앞두고 경기에 불참하기로 했다. 잠시 쉬어가기로 한 것이다. jobsN이 화성시청에서 훈련 중인 그를 만나 그 이유를 들었다.

서이라 선수

출처 : jobsN

재밌어 시작한 스케이트


스케이트를 처음 신은 건 초등학교 4학년 때였다. 학교에서 현장학습으로 아이스링크를 방문했다. 난생 처음 신어 본 스케이트였다. 얼음 위에서 스케이트를 탈 수 있다는 것도 이때 알았다. 워낙 활동적인 것을 좋아해 적성에 맞았다.


현장학습 이후 스케이트를 타겠다고 어머니를 졸랐다. 아들 성화에 못 이긴 어머니는 가능성 확인 차 서이라 선수와 함께 코치를 찾았다. 스케이팅에 재능이 있었다. 그는 배우기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선수 반에 들어갔다. 그렇게 서이라는 선수의 길로 접어들었다.


선수 생활은 쉽지 않았다. "운동이 의무가 되니 재미있기 보다 힘들어요. 스스로 부족함을 느끼자 더 하기 싫었죠. 운동신경은 있었지만 지구력이 부족했어요. 이걸 훈련으로 극복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죠. 고등학교 3학년때 소속팀을 옮기고 지구력을 많이 키웠습니다. 기본 100바퀴 씩 링크를 타면서 훈련했습니다. 성적이 오르고 부족한 부분을 채우면서 다시 재미있어 졌어요.”

서이라 선수의 어린시절

출처 : 본인 제공

슬럼프 극복 후 국가대표로


세계 주니어 선수권 대회 1000m 은메달·1500m 금메달·1500m 슈퍼파이널 금메달. 대학 진학 후에도 꾸준히 성적을 내면서 이름을 알렸다. 슬럼프는 얼마 가지 않아 찾아왔다. 전지훈련 갔던 뉴질랜드가 자꾸 생각나 괴로웠다. "뉴질랜드 사람들은 여유로운 삶을 살더라고요. 매일 치열하게 사는 저와 비교하게 되더군요. ‘나는 왜 이렇게 살아야 하나’ ‘선수 생활은 너무 큰 욕심이었나’ 싶었습니다. 우울해지고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그러니 훈련에 집중할 수 없었죠."


2주 동안 말없이 훈련을 빠졌다. 안 좋은 생각도 했다. 그때마다 지금까지 자신을 뒷받침해준 부모님을 생각했다. 코치와의 상담을 통해 조금씩 부담을 덜었다. 3개월 후에는 훈련에 참여할 정도로 회복했지만 떨어진 실력을 한 번에 끌어 올리기는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 2011~2012시즌 국가대표 선발전에 참가했고 종합 6위로 마무리 했다. 

국가대표로 활동했던 서이라 선수

출처 : 서이라 인스타그램 캡처

낙심하고 있던 그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이정수의 부상으로 대체자가 필요했던 것이다. 종합 4위까지 국가대표로 활동할 수 있기에 5위였던 안현수 선수가 차순위자였다. 안현수가 러시아로 귀화하는 바람에 6위였던 서이라가 태극마트를 달았다.


시니어 국가대표로서 첫 도전이었지만 성적은 좋지 않았다. 쇼트트랙 월드컵 1500m에서 3위에 오른 게 다였다. 2013~2014시즌에 다시 국가대표에 도전했지만 예선에서 탈락했다. 그 이후로 자극을 받아 다시 훈련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전에는 조금만 힘들면 대충했어요. 예선 탈락 후에는 힘들어도 그 한계를 넘으려고 노력했습니다." 결국 그는 재기에 성공했다. 2014~2015시즌 2차 국가대표 선발전 종합 1위, 3차에서는 4위에 이름을 올렸다. 종합 2위로 국가대표 및 세계선수권 개인전 출전권까지 확보했다. 그 후 2017년 시즌까지 국가대표로 활동하면서 쇼트트랙 월드컵 500m 금메달, 1000m 금메달, 1500m 동메달 등을 획득했다.

(왼쪽부터)가장 좋아하는 힙합 듀오 다이나믹 듀오와 함께, 집에서 녹음 할 때 쓰는 마이크, 핸드폰에 메모한 가사

출처 : 인스타그램 캡처, 본인제공, jobsN

평창 동계올림픽 출전과 새로운 도전


2017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개인종합 1위로 다른 선수들보다 일찍 2017~2018시즌 국가대표 자격을 얻었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1위를 하면 자동으로 다음 시즌 국가대표가 되기 때문이다. 2017~2018시즌은 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1000m 동메달을 획득하면서 마무리했다. 눈에 띌 만한 성적은 아니지만 자국에서 열린 올림픽에 참가해 행복했다.


당연히 다음 시즌 국가대표 선발전에 참가할 줄 알았던 서이라는 시합 하루 전 불참을 선언했다. 2022년 베이징 올림픽을 목표로 하고 있어 잠시 쉬어가기로 한 것이다. 지금은 소속팀 화성시청에서 훈련을 하고있다. 쉬는 김에 다른 꿈을 위해 공부를 시작했다. 바로 힙합이다. 좋아하는 것은 남이 직접 해야 직성이 풀린다고 한다. 힙합도 그중 하나다. 다이나믹 듀오의 만루홈런, 개코의 코끼리 등을 좋아해 멜로디 위에 가사를 직접 쓰기도 한다. 마이크, 전자 피아노, 프로그램 등 음악 편집을 위한 기본적인 장비도 갖추고 배우는 중이다.


언제가 될 지 모르겠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앨범도 내고 싶다고 한다. “힙합이 담고 있는 성공과 희망에 대한 메시지가 좋아요. 저 역시 그동안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했던 과정을 음악으로 풀고 싶어요. 작사, 작곡은 물론 프로듀싱에도 관심이 있습니다. 남들은 운동이나 하라고 하지만 진지하게 도전할 거예요. 2022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금메달을 따고 자작 랩을 선보일 겁니다.”

5월 15일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선수단 오찬에서 직접 무대를 꾸몄다. 고등학생 랩 경연 프로그램 고등래퍼에 출연한 래퍼 이로한과 ‘like it’을 불렀다. 2절은 직접 개사한 가사로 불렀다. ‘래퍼 서이라’로서의 첫 공식 데뷔인 셈이다. 올림픽 금메달과 힙합,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싶다고 말하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따로 있다.


“보육원 친구들을 도울 거예요. 스포츠팀을 꾸려 쇼트트랙을 배우고 싶은 아이들에게 기회를 줄겁니다. 그래서 그 재능으로 커서도 먹고 살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싶습니다. 금메달 수상이나 앨범 발매는 못 하면 후회가 남겠지만 괜찮습니다. 하지만 이 목표는 어떻게 해서든 꼭 이룰 것입니다.”


글 jobsN 이승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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