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100만원대 사장님의 가슴 뛰는 일

조회수 2020. 9. 21. 17:14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착한 사장님들 탄생 비화
SK-카이스트가 협력한 사회적기업가MBA
"사회적기업도 기업이다"
사회적기업에 뛰어든 청년들

고용노동부에서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은 기업수는 1906개. 하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는 기업은 많지 않다. 사회적기업은 이윤 극대화가 아닌 사회서비스 제공을 목적으로 하다보니 정작 기업 존속에 필요한 수익 창출에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2013년 SK와 카이스트가 협력해 사회적기업가 MBA를 설립했다. 사회적기업 창업가 또는 창업지망생에게 사업하는 법을 알려준다. 수강생은 2년간 전액 장학금을 받고, 지속 가능한 사회적기업을 만드는 법을 배운다. SK가 95억원을 지원했고, 2021년까지 125억원을 추가로 낼 예정이다. 66명이 졸업해 이중 56명이 사회적기업을 창업했다. 나머지는 사회적 경제 전문가로 일하거나 일반 기업에서 사회 공헌 관련 업무를 한다.  

출처: 카이스트MBA 공식블로그
2018년 사회적기업가MBA 4기 졸업식.

‘린스타트업’ 과목을 가르치는 조성주 교수는 “사회적 기업가들이 하는 착각 중 하나가 다른 사람들도 나 같은 선의에 의해 제품과 서비스를 이용할 것이라 믿는 것”이라 했다. 무엇보다 “사업할 때는 ‘고객밸류’가 중요하다”며 “고객이 제품과 서비스를 사용했을 때 효용을 느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졸업생과 재학생들에게 어떻게 사회적기업을 성장시키고 있는지를 들었다.


①과테말라 주민 소득 4배·출석률 10%↑


수공예품을 판매하는 크래프트 링크. 2013년 고귀현(31) 대표가 남미 지역 취약계층을 돕기 위해 설립했다.


소비자는 한달에 1만원씩을 내면 3개월마다 ‘랜덤박스’를 받을 수 있다. 이 랜덤박스 속에는 취약계층이 만든 수공예품이 들어있다. “온라인숍에서도 살 수 있지만, 정기 구독한 랜덤박스에는 온라인숍에서 팔지 않는 희소성 있는 제품이 들어 있습니다.”


크래프트 링크가 기획·디자인해 과테말라 취약계층이 상품을 만든다. 이들의 자립을 돕고 어린이 교육 환경을 개선한다. 소비자는 사실상 정기적으로 취약계층을 후원하는 셈이다. 크래프트 링크와 함께 일하는 과테말라 여성은 30명이다. 이들이 크래프트 링크를 만나기 전 월소득은 8만원. 크래프트 링크를 만난 후에는 32만원으로 4배 뛰었다. 아이들의 출석률도 10% 증가했다.  

출처: 고귀현 대표 제공, 크래프트 링크 공식홈페이지
(왼쪽부터) 고귀현 대표와 라틴컬렉션 중 '보테르 팔찌'

고 대표는 2014년 사회적기업가 MBA에 입학했다. 부족한 경영 지식을 보충하기 위해서다. “MBA에서 배우는 내용이 오늘 배워서 내일 바로 쓸 수 있는 지식은 아닙니다. 하지만 사회적 기업 생태계를 이해하고, 기업의 방향을 정하는 데 유용했습니다.”


크래프트 링크는 해당 지역 인물이나 문화를 제품에 녹여 ‘스토리텔링’을 한다. “‘라틴컬렉션’ 같은 경우에는 멕시코 화가 프리다 칼로나, 쿠바의 체게바라, 우유니 소금사막에서 영감을 얻었어요. 스토리텔링으로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합니다. 품질이 좋지 않은데 ‘사회적 기업 제품’이라는 이유만으로는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없습니다. ”


2017년엔 한국에 있는 미혼모들과 함께 ‘코리아콜렉션’도 만들었다. 한국 야생화에서 착안한 동이 팔찌, 고마리 팔찌가 대표적이다. 동이팔찌는 동이나물에서, 고마리 팔찌는 연못가에 피는 꽃 고마리에서 따왔다.


300여명의 소비자가 라틴콜렉션과 코리아콜렉션 정기구독 서비스를 이용한다. 2017년 매출은 2억원. 5~6월에는 필리핀 성매매 피해 여성과 함께한 제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출처: 크래프트 링크 공식홈페이지, 고귀현 대표 제공

②대만·홍콩 여행객 사이 입소문 난 앱


임혜민(28) 대표는 2016년 1월 중화권 고객을 대상으로 한 여행 플랫폼 크리에이트립을 설립했다. 관광객용 여행지가 아닌, 한국인만 아는 ‘핫플레이스’를 위주로 여행 정보를 제공한다. “외국계 기업을 그만두고 잠깐 홍삼 판매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어요. 저도 잘 모르는 제품을 중국 관광객이 ‘좋다’는 말만 듣고 사는 모습을 보고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임 대표는 직접 발로 뛰며 관광지와 맛집을 발굴했다. 프랜차이즈보다는 개인 가게 위주다. “여행객에게는 언어와 문화차이로 얻기 힘든 진짜 정보를 주고, 지역 소상공인의 매출을 늘려 지역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어요.”  

출처: 카이스트MBA 공식 블로그,크리에이트립 공식 홈페이지 캡처
(왼쪽부터) 임혜민 대표와 크리에이트립 게시물 모습

전국 40~45개 도시 관광지와 3500개 맛집을 중국어로 소개한다. 관광지·맛집을 관광객과 연결하고 예약 대행 수수료를 받는다. 2017년 매출은 1억1000만원. “회원수 10만명, 하루 방문자수는 4만명입니다. 한국에 방문하는 대만·홍콩 여행객 4명 중 1명이 사용합니다.” 게스트 하우스 운영 등으로 수익 모델을 넓히고 있다.


임 대표는 2014년 사회적기업가 MBA에 입학할 때만 해도 뚜렷한 창업 계획이 없었다. MBA를 수강하면서 사업 아이템을 다듬어 창업을 했다. “초반에는 최대한 많은 정보를 주겠다고 길고 자세하게 썼는데, 막상 관광객은 직관적인 내용을 더 좋아하더라구요. 가령 ‘4~5월은 미친 듯이 딸기를 즐기는 계절’이라는 정도만 쓰고 인기 있는 디저트 가게나 레스토랑을 소개합니다.”


크리에이트립은 이미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2015년 12월에는 ‘SVCA 아시아 소셜벤처 경진대회’ 대상을 받았다. 2016년 카이스트 청년창업투자지주에서 2억원을 투자했다. 최근에는 CKD창업투자에서 10억원을 투자했다.


③이야기만 있다면 어디든 결혼식장이다


결혼식 회사 ‘비유씨’는 작은 결혼식을 기획하고, 다문화 가정 등 소외계층을 위한 결혼식을 지원하는 ‘비어스웨딩’을 운영 중이다. 2015년 김단비(27) 대표가 창업했다. 대표라지만 그의 월급은 100만원대. 일이 바빠 정작 자신의 결혼식은 뒤로 미뤘다고 한다. 그래도 그는 가슴 뛰는 일을 할 수 있어 행복하다.


국내 한 결혼컨설팅 업체가 발표한 ‘2017 결혼비용 실태보고서’를 보면 스튜디오 촬영·드레스·메이크업을 포함한 결혼식 비용은 2214만원이었다. 비어스웨딩이 기획하는 결혼식 평균 비용은 500만원. 소외계층을 위한 결혼식 지원 비용은 크라우드 펀딩, 재능기부 등으로 마련한다.  

출처: jobsN, 비어스웨딩 공식블로그
(왼쪽부터) 김단비 대표, 비어스웨딩이 기획해 삼백나무 숲에서 열렸던 결혼식.

“다문화 여성이 결혼식을 올리는 비율이 10%도 안됩니다. 가격 부담도 있고 신부 측 하객은 한국에 올 수가 없어요. 국내 결혼식장을 예약하려면 예상 하객이 100~200명이어야 합니다. 다문화 여성을 위한 결혼식에서 시작해, 작은 결혼식으로 사업 아이템을 확장했습니다.”


작은 결혼식을 추구하는 사진·메이크업 스튜디오, 예복, 예식장과 협업한다. 성수기인 4~6월에는 주말에 6건씩 결혼식을 올린다. “신랑신부의 이야기를 담습니다. 신랑이 펍(Pub)의 매니저, 신부가 단골손님이어서 두 사람이 만난 펍에서 결혼식을 올린 경우가 있습니다. 신부께서 국회의원 보좌관이어서 국회의사당 잔디에서 한 적도 있고, 숲을 좋아하는 커플은 삼백나무 숲에서 식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사회적기업가MBA 1학년에 재학 중인 김 대표는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수업을 듣는다. 금요일에는 종일 미팅을 한다. 주말에는 결혼식이 있다. 주 7일 일하는 셈이다. “MBA를 들으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업을 다시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결혼 문화 자체를 바꾸고 싶어요. 결혼식 뿐만 아니라 부부가 되면 호칭은 어떻게 바뀌는지, 아이가 생기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연애 및 결혼에 관한 교육 사업도 생각 중입니다.” 

출처: 비어스웨딩 공식 블로그
펍(pub)에서 진행했던 결혼식.

④툭 던지면 분리 폐기 끝


오광빈(28) 뮨(MUNE) 공동창업자는 대학 과제를 하다 낸 아이디어로 창업했다. 연세대 공과대학엔 ‘엑스(X) 디자인’이란 과목이 있다. ‘X’는 사회문제를 의미한다.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배우고 실제로 해보자는 수업이다. 오 창업자와 다른 과 학생 2명이 뭉쳤다. 간호사의 스트레스를 사회 문제로 정했다.


“간호사분들을 인터뷰해보니, 주삿바늘에 찔리는 사고가 많다고 해요. 주삿바늘은 손상성(損傷性) 폐기물입니다. 다칠 위험이 있기 때문에 일반 폐기물과 분리해 버려야 해요. 주사기 몸체에서 주삿바늘을 분리하다 바늘에 찔리는 거죠. 무방비로 감염 위험에 노출돼 스트레스가 컸다고 해요.”


오 창업자는 주사기를 던져 넣기만 하면 자동으로 바늘과 주사기 몸체가 분리되는 자동 주삿바늘 처리기 ‘앤디’를 만들었다. 2016년 SKT청년비상 창업경진대회에서 상을 받았고, 후속 투자로 시제품 제작비 4000만원을 지원받았다. 이외 블루포인트파트너스에서도 투자를 받았다. 1년 동안 11번에 걸쳐 시제품을 만들었다. 시제품을 병원에 들고 찾아가 간호사들에게 피드백을 받았다. 책상 크기만 했던 제품을 손바닥 크기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출처: jobsN, 뮨 제공
(왼쪽부터) 뮨 오광빈 공동창업자, 자동 주삿바늘 처리기 '앤디'

사회적기업가MBA 1학년에 재학 중이다. “뛰어난 사업 아이템, 경영 능력을 갖고 있는 선배와 동기 분들이 많아요. 서로 사업 아이템을 발표하고 의견을 주고받다 보면, ‘왜 사업을 해야 하나’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환경이 아무리 힘들어도 계속 도전하게 만듭니다.”


2017년 3월에 슬러시 도쿄 피칭콘테스트 준결승에 진출했다. 제품 판매 전 대량생산을 앞두고 있다. 코이카 공식 협력사로 뽑혀 개발도상국에 수출할 예정이다.


글 jobsN 이연주

jobarajob@naver.com

잡스엔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