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운 능력' 알아챈 그녀, 발달장애인을 '초콩사'로 만들다

조회수 2020. 9. 21. 17:2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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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원두 찾기의 달인 '초콩사'를 아시나요?
커피지아 김희수 대표
발달장애인과 함께하는 기업
‘다름’을 ‘재능’으로

“마치 초능력자 같았어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위생복을 갖춰 입은 직원들이 커피콩을 일일이 손으로 집어 확인한다. 한참을 들여다보고 다른 바구니에 담는다. 덜 익거나, 벌레 먹은 결점두를 골라낸 것이다. 조금 느리지만 정확하게 결점두를 골라내는 이들은 발달장애인 직원 ‘초콩사’다. 초콩사는 초능력 콩 감별사의 줄임말이다. 비장애인은 벌써 나가 떨어졌을 만큼의 시간이 지나도 흐트러짐 없이 콩을 골라내는 모습이 마치 초능력자 같아서 붙은 이름이다.


14명의 초콩사와 함께 일하는 이곳은 커피 원두 납품업체 커피지아다. 김희수(30)대표를 필두로 비장애인 직원 9명, 발달장애인 직원 14명이 커피지아를 운영하고 있다. 커피지아는 직원 70%가 장애인이기 때문에 장애인 표준 사업장이기도 하다. 장애인 표준사업장이란 장애인 10명 이상, 상시근로자 중 장애인을 30% 이상 고용한 곳이다.


핸드픽을 두 번이나 거치는 이곳의 원두는 SK이노베이션, 커피베이, 나뚜루 등에 납품하고 있다. jobsN이 김 대표가 발달장애인에게 핸드픽을 맡긴 사연을 들었다.

출처: 커피지아 제공
커피지아 김희수 대표

로스팅 업체 창업 하고 싶어 퇴사


김대표가 커피를 좋아하는 것은어머니의 영향이 컸다. 그의 어머니는 항상 핸드드립으로 커피를 내려 마셨다고 한다. 어렸을 때부터 항상 커피 향과 맛을 가까이 접하다 보니 커피가 좋아졌다. 자연스럽게 원두의 특징을 익힐 수 있었다. 그렇게 커피를 좋아하는 정도로 지내다가 대학 졸업 후 취직했지만 1년 정도 다니다 퇴사했다. "실패하더라도 어릴 때 다시 시작할 수 있게 일찍 창업을 하고 싶었습니다. 회사를 나와 평소에 하고 싶던 커피 로스팅 창업을 준비했습니다."


2011년 중순부터 6개월 정도 커피에 대해 공부했다. 로스팅 기술을 배울 수 있는 곳을 찾았다. 그러나 수강료는 비쌌고 내용은 부족했다. 독학하기로 마음먹었다. 이론은 책을 보고 공부했고 로스팅은 직접 커피콩을 볶아가면서 터득했다. 지인에게 부탁해 실습공간을 빌렸다. 700만원 정도를 들여 커피 생두 1t을 사서 매일 볶았다. 쌓여있던 원두가 다 떨어져 갈 때쯤 지인들에게 샘플을 나눠줬다. 맛이 훌륭하다는 평을 들었다. 6개월 정도 준비 후 2011년 12월 개포동에 커피지아를 차렸다.

출처: 커피지아 제공
발달장애인 직원 초콩사가 결점두를 찾는 모습

초콩사 발달장애인과의 만남


처음부터 사회적기업을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맛있는 원두를 생산하는 업체를 만들고 싶었다. 2012년 6월,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은 계기가 생겼다. 특수교사 친구의 부탁으로 발달장애인을 맡은 것이다. "특수학교 졸업반 친구들이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말을 들었어요. 실습생으로 받았습니다. 하지만 막상 어떤 일을 시켜야 할지 막막했죠."


한참을 고민하던 김대표는 발달장애인이 한 가지 일에 집중하는 능력이 뛰어난 것을 파악했다. 그리고 그들에게 딱 맞는 업무를 찾았다. 바로 핸드픽 작업이었다. 원두 중에서 벌레 먹은 콩, 덜 익은 콩, 많이 익은 콩 등의 결점두를 골라내는 것이다. 결점두를 얼마나 골라내느냐에 따라 커피 맛과 향이 달라진다.


"결점두를 총 두 번 걸러냅니다. 커피 생두에서 한 번, 로스팅 한 원두에서 또 한 번 고르죠. 높은 집중력이 필요해요. 일찍 그만두는 비장애인들과 달리 우직하게 일하더군요. 게다가 성과도 좋았습니다. 정말 핸드픽 작업에 능합니다. 마치 초능력 같아요. 그래서 초능력 콩 감별사, 초콩사라고 부르기로 했어요."


이 점을 살린 김대표는 커피 맛도 살리고 일자리를 제공하는 일거양득(一擧兩得)의 성과를 낸 셈이다. 핸드픽 작업을 전담하는 초콩사를 더 채용해 2014년 11월에 고용노동부 사회적기업, 같은 해 12월에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장애인 표준사업장으로 인증 받았다.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 받으면 이윤이 발생할 경우 3분의 1 이상을 사회적 목적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 장애인 표준사업장으로 선정된 경우에는 편의시설 설치, 수리, 개선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 받을 수 있다.

출처: 커피지아 홈페이지 캡처
그동안 커피지아가 받은 인증과 표창

"장애인이 만들어 좋지 않다는 편견 깨고 싶어"


커피지아는 설립하자마자 햄버거 프랜차이즈와 유명 커피 매장에 원두를 납품하는 성과를 냈다. 당시에는 브랜드 인지도가 없었기 때문에 오직 맛으로 승부해 계약을 따낸 것이다. 맛은 물론 꾸준한 위생 관리로 2015년에는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인 해썹(HACCP)적용업소 인증도 받았다.


그러나 아직 많은 사람들이 장애인이 만든 커피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다. "장애인들이 만들었기 때문에 품질이나 위생이 좋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사실과 다릅니다. 신선도 유지를 위해 선(先)주문 후(後) 로스팅을 철저하게 지키는 것도 비결이지만 결점두를 두 번 골라내는 초콩사의 역할이 큽니다."


2017년 7월에는 한국 존슨앤존슨 본사에 카페를 열었다. 커피지아의 사내카페 1호점이기도 하다. 장애인들이 사회 구성원으로 일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자는 취지에서 먼저 입점 제안이 들어왔다고 한다. 이렇게 직접 장애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장애인 연계고용 부담금 감면제도를 통해 간접고용 효과도 내고 있다.


연계고용 부담금 감면제도란 장애인 고용의무 업체에서 장애인 표준사업장과 계약을 할 경우 장애인을 고용한 것으로 보고 사업장의 장애인 고용 부담금을 감면해 주는 것이다. 쉽게 말해 기업들이 장애인 표준사업장과 협력해 그들의 제품을 사용하고 장애인 고용 부담금을 줄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커피지아와 계약을 맺은 SK이노베이션은 커피 원두를 납품 받고 장애인 고용부담금을 감면 받는다.

출처: 커피지아 제공
4월 20일 오픈 예정인 커피지아 상암점

'다름을 재능으로' 채용에서 교육까지


김대표는 4월 20일 장애인에 날에 맞춰 커피지아 상암점 오픈을 앞두고 있다. 커피지아 상암점은 그냥 카페가 아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바리스타로 근무하는 곳이면서 바리스타 교육 및 사회 교육을 하는 교육 플랫폼이기도하다.


“교통안전공단에서 협업 제안을 했습니다. 교통안전공단에서 장소를 무상으로 임대해주고 그 공간을 커피지아에서 운영하는 것이죠. 바리스타 교육은 물론 장애인들이 사회에 어울려 살아갈 수 있게 하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준비했습니다. 메이크업 강의, 사이버 강의 등이 있습니다.”


처음엔 커피가 좋아 시작한 창업이지만 김대표의 목표는 커피 생산은 물론 장애인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지금은 커피지아 상암점 오픈에 총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카페이면서 교육플랫폼이기도 한 이곳을 활성화할 것입니다. 다양한 직업과 교육을 체험할 수 있도록 준비해서 장애인과 비장애인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발달장애인의 ‘다름’을 ‘재능’으로 만드는 활동을 통해 일자리 창출에 힘쓰겠습니다.”


글 jobsN 이승아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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