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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이 더 바쁜 사람들 ②] "제발 동전 좀.." 3평 공간서 혼자 일하는 그녀의 고충

조회수 2020. 9. 23. 15:2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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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게이트에 동전 던지지 마세요..어르신 배려하며 좀 천천히 갑시다"
[설이 더 바쁜 사람들 ②]
도로공사 톨게이트 직원 원남희씨
16년간 서울요금소에서 귀경객 맞아
“수도권 관문 자부심으로 일해”

경기 성남시 분당구 궁내동 서울요금소. 국내 대표 ‘톨게이트’다. 연휴 시작에는 고향으로 내려가는 귀성객들로, 연휴 끝자락에는 서울에 올라오는 귀경객들로 붐빈다. 서울~부산을 잇는 경부고속도로는 매년 명절 때마다 가장 붐비는 길이다. 매년 이맘때면 각 방송사의 중계차가 서울요금소로 몰려든다. 도로 상황을 전국에 알려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다. 국토교통부는 이번 설 연휴인 14~18일 하루 평균 424만대의 차량이 고속도로를 이용하고, 이 중 약 30.8%(127만대)가 경부고속도로를 지날 것으로 본다. 서울~부산 간 예상 소요시간은 평균 7시간 20~30분이다. 원남희(45·여)씨는 서울요금소를 지키는 수문장이다. 그는 지난 2002년부터 지금까지 16년 동안 서울요금소에서 요금수납원으로 일해왔다. jobsN이 원씨를 만났다. 

출처: jobsN
14번 톨 부스에서 통행 요금을 받는 원남희씨.

2~3초면 정산 끝…“요금 다 외우고 있어”


원씨는 2002년 한국도로공사 인터넷 홈페이지 공고를 보고 입사했다. 원씨가 처음 일했을 때와 비교하면 동료 숫자가 크게 줄었다. 기계화, 자동화의 영향이다. 2007년 전국 고속도로 톨게이트가 하이패스를 도입했다. 서울요금소에도 하이패스 전용차로가 있다. 하이패스 통과 차량은 무정차 통과다. 돈을 받고 내줄 직원이 필요 없다. 자연스럽게 톨게이트 직원도 줄었다.


하지만 원씨는 “톨게이트 직원이 나은 점도 많다”고 말한다. 우선 손님을 배려하는 서비스 정신이 있다. 원씨는 “오랜 시간 차를 운전해 피곤한 손님들이 많다”면서 “‘고생하셨다’ ‘졸음운전 하지 마시라’ 등 따스한 말을 건넨다”고 말했다. 오랜 운전으로 지친 운전자들이 힘을 낸다.


원씨 등 톨게이트 직원들은 현금 계산도 빠르다. 손님이 건넨 통행권을 기계에 집어넣으면 출발한 지역과 금액이 화면에 뜬다. 하지만 직원들은 요금이 얼만지 대부분 외우고 있다. 표를 받자마자 거스름돈을 ‘척’하고 줄 수 있다. “하도 단련해서 머리보다 손이 먼저 움직인다”고 원씨는 말했다. 대개 2~3초면 정산은 끝난다. 

출처: jobsN
요금소 내부.

“기다렸다고 동전 던져버린 운전자도…‘빨리빨리’ 세태 아쉬워”


가는 정이 있으면 오는 정도 있는 법이다. 아직도 톨게이트에서는 정이 남아 있다. 명절이면 “고생한다”는 말과 함께 한과·송편 등을 쥐여주는 분들이 있다. 대부분 고향에서 자녀들과 손자·손녀를 보기 위해 상경한 할아버지·할머니들이다. 초행길이라 길을 많이 물어본다고 한다.


- 노부부의 상경은 어느 정도 되나.

“정확한 통계는 아니지만, 요즘에는 상경하는 조부모가 귀성하는 부부보다 많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 정도로 역귀성이 늘어났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고향에 가는 젊은 부부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세상이 변했다.”


- 기억에 남는 손님이 있나.

“2016년 휴가철 경북 영천에서 올라온 노부부였다. 하필 고속도로를 타고 올라오던 중 내비게이션이 망가졌다고 했다. 63빌딩에 가야 한다고 해, 최대한 상세히 적어드렸다. 그런데 한 30분 후 같은 차량이 다시 나타났다. 되돌아온 것이다. 노부부는 웃으면서 내게 경북 영천에 있는 집에 한번 놀러 오라더라. 아이스크림 한 개를 받았는데 많이 녹아있었다. 마음이 따뜻해져 나도 가지고 있는 사탕과 초콜릿을 드렸다.”


- 노인 운전자가 늘어나면 뒤차 운전자가 짜증을 내나.

“그렇다. 어르신에게 길이라도 알려드리려 하면 바로 경적을 울려댄다. 차 빼라는 고함도 들려온다. 한 번은 어떤 운전자가 기다리다 화가 났는지 톨게이트 부스 안으로 동전을 던져버렸다. 줍느라 혼났다. 노인 때문에 2~3분 기다렸다고 짜증낸 것이다.”


실제로 느린 것을 못 참는 정서는 하이패스 차로에서도 문제를 일으킨다. 원씨는 “하이패스 차로의 제한속도는 시속 30km이지만 지키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매년 하이패스 차로에서 인명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2017년 10월 전주톨게이트에서도 하이패스 단말기가 없는 차량이 하이패스 차로에 잘못 진입했다. 운전자는 일반 통행권을 받기 위해 차 밖으로 나왔다가 고속버스에 치여 사망했다.


하이패스 단말기가 없는 운전자가 실수로 도로에 진입하면 ‘그냥 지나가는 것’이 맞다. 도착한 요금소에서 정산을 할 수 있다. 실수로 정산을 하지 않더라도 차량이 등록된 주소로 요금 고지서가 온다.

출처: jobsN
각 톨 부스로 이동할 때는 지하 통로를 이용한다.

24시간 3교대 근무…화장실 갈 땐 당번이 ‘대타’


근무는 3교대 방식이다. 오전 6~오후 2시, 오후 2~10시, 오후 10~오전 6시다. 화장실이 급할 때에는 안에서 대기하는 당번이 대타를 선다. 한 시라도 자리를 비울 수 없다. 자칫하면 자동차의 흐름을 막을 수 있다.


명절은 대목 중의 대목이다. 가장 바쁘다. 대개 연휴 전날 밤에 전을 부친다. 연휴 첫날 새벽에 차례를 지낸다. 그리고는 톨게이트로 나와 근무한다. 올해 설에도 15~17일 근무하고 18일 하루 쉰다.


톨게이트 직원은 10㎡(3평) 부스 안에서 혼자 일한다. 고독하지만 또 연대감이 있다. 같이 일하는 동료들과의 우애가 끈끈하다. 이번 설에도 원씨와 동료들은 각자 명절 음식을 만들어와 나눠먹을 예정이다. 그는 “집안마다 다른 만두를 맛본다”며 “별미”라고 했다.


- 일이 힘들지는 않나.

“10년 이상 해와서 힘들지는 않다. 무엇보다 10㎡ 공간 내에서는 내가 주인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만의 성이랄까. 전국 방방곡곡의 차량이 거쳐가는 수도권의 관문에서 일한다는 자부심도 있다. 다양한 차를 볼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다. 어지간한 슈퍼카는 다 봤다.”

출처: jobsN
서울요금소 전경.

한편, 이번 설 연휴 기간 전국 고속도로에서는 통행요금을 받지 않는다. 15일 0시부터 17일 24시까지 통행료가 면제다. 정부가 국민 교통 부담 절감과 경제활성화를 위해 2017년 추석 때부터 시행한 제도다. 그래도 원씨는 정상 출근한다. 서울요금소 등 톨게이트 직원들은 정위치에서 귀성·귀경객들에게 명절 인사를 전할 계획이다.


글 jobsN 이현택, 성남=최하경 인턴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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