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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제 만들었냐" "망하지 말라" 격려받는 서비스의 정체

조회수 2020. 9. 25. 22:3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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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 애로사항이 창업 아이템..'경단녀' 문제 내가 해결한다"
아이 돌봄 매칭앱 ‘째깍악어’ 김희정 대표
학부모, 구직자 이어 ‘맞춤형 돌봄’ 회사 창업
“왜 이제 만들었냐는 고객 격려 많아”

슬하에 어린 아기가 있는 맞벌이 부부라면 급작스러운 출장이나 야근은 큰 부담이다. 매년 여름ㆍ겨울 시즌에 1주일씩 어린이집에서 휴가 기간을 공지하기라도 하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이런 문제 해결 방안을 아이템으로 키워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 ‘째깍악어’를 론칭한 사람이 바로 김희정(42) 대표다. 동명의 회사를 설립해 현재 월 매출 2000만~3000만원을 기록하고 있다. 김 대표는 “창업 전 워킹맘으로서 애로사항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직장 다니던 시절 “해외 출장이 잡히면 친정어머니와 시어머니의 도움을 요청하고, 아이를 재우면서도 보고서 생각을 하던 경험을 살려 창업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출처: jobsN
째깍악어 김희정 대표

“출산 후 아이 때문에 이직하기도. 결국 창업했죠”


중앙대 경영학과 94학번인 김 대표는 대학 4학년 시절인 1997년 한국화장품에서 아르바이트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일을 잘해 그다음 해에 상품기획팀 정직원으로 입사했다. 3년가량 다니고 한국 존슨앤드존슨으로 이직했다. 군 호봉 등의 영향으로 남성 동기들이 자신보다 진급이 빠른 점이 불합리하다고 생각했다. “외국회사를 가면 차별 없이 일할 수 있다는 말을 들었죠. 마케터로서 성과가 오르는 것을 눈으로 볼 수 있어서 좋았고요.” 이후 2년을 존슨앤드존슨에서 마케터로 일했다.


시련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00년대 중반 김 대표는 옷 장사에 뛰어들었다. 오프라인 매장 4곳을 열었다. 기획력과 마케팅 능력만 좋으면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1년 반 만에 사업을 접었다. “매장입지나 유통망 관리, 거래처 관계 등 생각할 것이 정말 많더라고요. 나 혼자 기획 잘하고 마케팅 잘하면 된다고 생각한 것이 패착이었죠.”

이후 김 대표는 청바지로 유명한 리바이스코리아에 입사했다. 아기 엄마가 된 것은 2008년이다. 그는 출산 이듬해인 2009년 12월, 매일유업으로 이직했다. “아이를 낳으니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곳으로 옮기고 싶더라”는 이유에서였다.


매일유업은 김 대표에게 창업의 계기가 된 곳이기도 하다. 육아와 일을 병행하면서, 여성들이 직장에서 소위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ㆍwork and life balance)을 유지하는 조직을 만들고 싶었다. 워킹맘들이 어린이집을 닫는 시간에 쫓겨 도우미를 구하거나 친정 부모 등에 의존하는 것이 안타까웠다. 다른 한편으로는 아이를 재우면서도 머릿속으로는 내일 회의를 구상하는 자신에 대해 반추해 보았다.

출처: 째깍악어 제공
째깍악어 앱 변천사 왼쪽부터 버전 1, 버전 2, 버전 3 이다.

엄마-돌보미 매칭 ‘째깍악어’ 창업…인적성 검사도


그렇게 창업한 것이 바로 2015년 5월 창립한 째깍악어다. 째깍악어를 한 줄로 요약하면 ‘직장에 있는 시간에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돌봄 서비스’ ‘여성들이 직장에서 워라밸을 실현할 수 있는 동반자’ 등으로 쓸 수 있다고 한다.


창업 이전에 김 대표는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워킹맘 400명에게 대학생이 아이를 돌봐준다고 하면 맡길 수 있겠냐고 물었다. 90% 이상이 맡길 의향이 있다고 대답했다. 이에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에 기획서를 내서 지원금을 받았다. 2016년 7월 안드로이드 베타 서비스를 시작했다. 정부 지원 창업자금과 자신의 자금 등을 합해 창업 밑천으로 썼다.


설문조사에 참여했던 400명에게 먼저 서비스 시작을 알렸다. 이 중 50명이 회원에 가입했고, 출시 첫날부터 돌봄서비스 신청이 들어왔다. 처음에는 베타 서비스라, 전화로 계좌번호를 불러준 뒤 입금 여부를 확인해 돌보미를 매칭했다. 지금은 앱 내에서 결제가 가능하다.


째깍악어에는 380명의 ‘돌보미 선생님’이 등록돼 있다. 이는 지금까지 지원한 사람 2437명 중 인적성 검사와 교육, 면접 등을 거쳐 통과한 사람들이다. 우선, 째깍악어는 돌보미 지원자의 대학 휴학ㆍ재학 증명서, 성범죄이력 증명서, 아동학대 여부 증명서 등으로 신원을 확인한다. 이후에는 HR 업체에 위탁해 인적성 검사를 치르게 한다. 이렇게 통과한 합격자들은 3시간 교육(인성 및 에티켓, 위생습관), 2차 인적성 검사, 면접 등을 거쳐 최종적으로 돌보미로 활동할 수 있다. 이렇게 선발된 돌보미 선생님을 고객이 앱에서 직접 고를 수 있다.


째깍악어 앱에서는 돌보미 선생님이 스스로 작성한 자기소개서, 다른 부모의 후기도 찾아볼 수 있다. 반대로 돌보미 선생님들도 아이와 부모에 대해 후기를 남길 수 있다. 

출처: 째깍악어 블로그 캡처
째깍악어로 뽑힌 대학생 돌보미 교육 모습

“누군가는 풀어야 할 문제, 내 사업으로 해결 포부”


현재 째깍악어에선 보육교사 자격증이 있는 전직 유치원ㆍ어린이집 교사, 대학생 돌보미 등이 활약한다. 보육교사 출신은 0세부터, 대학생은 3세부터 맡는다. 보육 신청은 2시간부터로, 이용요금은 대학생 돌보미 시간당 1만4000원, 보육교사 출신 1만8000원이다. 취약계층의 경우에는 30% 할인이 들어간다.


돌보미의 급료는 월급이 아닌 주급이다. 노동의 대가를 빨리 받아보고자 하는 돌보미의 입장을 반영했다. 현재 고객 회원은 6959명이다.


김 대표는 “아이 돌보미 사업은 어려운 시장이지만 누군가는 꼭 풀어야 하는 문제”라며 “워킹맘과 워킹대디의 경력단절을 줄이고, 이를 바탕으로 사업을 키워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지금도 회원들 사이에서는 왜 이런 서비스를 이제 만들었느냐, 망하지 말라 등의 격려를 많이 받아요. 뿌듯하죠. 하지만 기업이 생존해야 이런 격려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 더 열심히 일합니다.”


글 jobsN 이승아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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