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 사이에서 난리난 과자처럼 먹는 한국 음식은?

조회수 2020. 9. 25. 22:3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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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들이 팝콘, 감자칩 대신 찾는 '이것'
‘김 과자’로 미국 시장 판로 개척
뉴프런티어푸드 이신형 대표
연 100억 규모···팝콘, 감자칩 대신 찾는다

미국인들은 보통 감자칩과 팝콘을 간식으로 먹는다. 최근 감자칩과 팝콘이 차지하고 있는 ‘과자의 왕좌’에 도전하는 식품이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국산 ‘김’이다. 

출처: Ocean's halo 인스타그램 캡처
김 스낵은 미국의 어린이들도 즐기는 간식이다

김을 포함한 국내 수산물 수출량은 23억3000만 달러(2조4700억원·2017년 해양수산부 자료). 참치에 이어 2번째로 많이 수출하는 수산물이 바로 ‘김’이다. 미국은 이제 일본(1억1300만 달러·약 1207억5180만원), 중국(8700만 달러·약 930억300만원)에 이어 3번째로 한국산 김을 많이 수입하는 나라다. 밥에 김을 곁들여 먹는 아시아와는 달리 미국은 김을 과자처럼 먹는다. 저칼로리의 미네랄·비타민이 풍부한 ‘건강식품’으로 높은 가격에 팔린다.


미국 ‘김 과자 열풍’을 이끈 이가 바로 이신형(46) 뉴프런티어푸드 대표다. 이 대표는 2012년 미국에 김을 과자처럼 만든 ‘오션스헤일로(Ocean’s Halo)’를 출시했다. 미국 전역 월마트 매장 4000여 곳에 납품한다. 코스트코, 홀푸드, 세이프웨이, 아마존 등 미국 내 주요 식품 매장을 합치면 오션스 헤일로를 판매하는 매장이 9000여곳에 이른다. 미국 내 주요 일본 레스토랑에 조미김을 납품하기도 한다. 뉴프론티어푸드는 김을 연간 100억원 이상 미국에 수출한다. 

출처: jobsN
"감자칩을 많이 먹던 아들에게 김을 간식으로 준 것에서 창업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이신형 뉴프런티어푸드 대표(오)와 아들 이션(Sean Rhee)군(왼)

페이스북 등 다니던 대학 동기들과 의기투합


이 대표는 미국 유학파다. 중학교까지 한국에서 학교를 다니다 고등학생 때 미국으로 떠났다. 미국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아버지를 따라나선 것. 세계적인 사업가를 꿈꾸며 조지타운(Georgetown University)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1996년 졸업해 한국에 돌아와 한국P&G, LG, 한미약품 등의 해외 마케팅 부서에서 일했다.


“회사의 결정과 제 나름의 판단이 다를 때, 결국 조직의 의사를 따랐지만 스스로에게 계속 질문할 수밖에 없었죠. 내심 의사결정자를 부러워했던 것 같아요. 특히 설득하는 상황에서 그랬습니다. 결국 대표 한 사람의 결정에 모든 것이 끝나거든요. 친구들에게 고충을 털어놓았던 것도 그 지점이었습니다”


회사생활에 열정을 잃어가던 15년 차 직장인이었던 그는 “우연히 창업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창업 배경에는 대학 동기들이 있었다. 미국인 동기 세명과 의기투합해 뭉칠 수 있었다. 동료들은 미국 IT기업의 사내 변호사, 페이스북 홍보팀, 뱅크오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의 뱅커(Banker)로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고 있었다.

출처: 이신형 제공
맨 왼쪽에 서 있는 이신형 대표 그의 대학 동기이자 창업 동료들은 페이스북 홍보매니저·뱅크오브아메리카의 금융맨·변호사다.

“다들 ‘이만하면 잘 살고 있지’하는 생각이었어요. 결혼해서 아이도 낳았고 직장도 나무랄 데 없었죠. 맥주 한 잔 하면서 ‘우리가 지금까지 부모님과 가족들이 기대했던 역할을 착실하기만 했던 것 아니냐’는 말에 모두가 공감했습니다. 지금 뭔가를 해보지 않으면 계속 하던대로 직장에 다니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창업을 결심했죠”


창업 아이템은 ‘김’이었다. 이신형 대표의 큰 아들에게 얻은 아이디어였다. 그의 아내는 감자칩을 많이 먹는 아이에게 간식으로 김을 구워줬다. 큰아들이 학교에 김을 가져가자 미국인 친구들에게 반응이 좋았다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미국인들의 입맛에 맞는 간식 김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창업의 원칙은 다음과 같았다. ‘직장은 계속 다닐 것, 1년 내 사업에 성과가 없거나 누군가 고통스러워질 경우 당장 그만둘 것’이었다. 초기 투자금은 4명이 공동출자해 모은 4000만원이 전부였다. 스타벅스에서도 팔 수 있는 프리미엄 김스낵을 만들자는 목표를 세웠다.


스타벅스 출신 식품 개발자 스카우트해 ‘성공’


현지인의 입맛을 잘 알고 있는 식품 개발자가 합류하면서 사업은 급물살을 탔다. 이 대표는 스타벅스 본사에서 프라푸치노 개발 경력이 있는 푸드 사이언티스트(Food Scientist)를 스카우트했다. 6개월이 지나자 외국인들의 입맛에도 맞는 김 스낵 레시피가 나왔다. 이후 6개월간 사업자 등록, 원재료 공급 계약, 제조공장 확보 등의 과정을 거쳐 한 입에 먹을 수 있는 바삭한 비스킷 형태의 김 과자 ‘오션스헤일로(Ocean’s Halo)’를 출시했다.

출처: 공식 홈페이지
시중에 판매중인 '오션스헤일로'의 김 제품

양질의 김 원재료를 공급받는 것은 순조롭지 않았다. 이 대표는 다른 김 생산국에 비해 맛과 영양이 월등히 뛰어난 한국 김을 쓰고 싶었다. 국내 주요 김 제조업체 20곳을 추렸다. 연락을 돌렸지만 다들 “미국에 김을 팔아보겠다”는 이 대표의 제안을 거절했다.


단 한 사람, ‘광천김’ 김재유(46) 대표에게 “한번 만나보자”는 답변이 왔다. 이신형 대표는 즉시 충남 홍성으로 찾아갔다. 김재유 대표는 계약을 성사할 수 있었던 이유로 “큰 포부를 갖고 시장 현실을 정직하게 말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대표는 리스크를 최소화하며 사업을 이어갔다. 광천김의 비공식적 첫 거래량은 테스트용 김원초 100kg에 불과했다. 김스낵 공장을 따로 신설한 것도 아니었다. 기존에 조미김을 제조하던 국내 김 공장과 계약을 맺어 제품 생산라인을 확충했다. 첫 주문량은 2000만~3000만원어치로 20피트 규격 컨테이너 물량이 전부였다. 그는 2013년에 직장을 그만둔다.


대학 동기 창업자들은 각자의 전문성을 살렸다. 변호사는 계약서를 작성하고, 은행원은 재무 설계를 맡았다. 브랜드 매니저 이신형 대표와 홍보담당자는 제품 유통과 홍보에 매진했다. 그는 제품 유통에 성공하기 위해 직접 발품을 팔았다.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지역 식품매장에 영업을 뛴 것이다. 대형마트 바이어를 몇 차례씩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미국 내 주요 식품박람회 (Expo East, Expo West, Fancy Food Show 등)에도 출품했다. 적은 초기 투자금액으로 유튜브 크리에이터와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적극 활용했다. 

출처: 유튜브 캡처
한 유튜버가 간식 김을 시식하고 있다

2018년 매출 200억 목표…유럽ㆍ아프리카 등 공략


2018년 뉴프런티어푸드의 매출 목표는 약 200억원이다. 미국 시장을 넘어서 영국ㆍ스페인ㆍ프랑스ㆍ아프리카 등으로 유통망을 확장 중이다. 아몬드, 코코넛, 초콜릿, 바비큐 맛의 김 스낵류뿐만 아니라 ‘건강식품 마니아’들을 타게팅 한 ‘글루텐 프리(Gluten-Free) 해초 소스’ 등도 출시했다. 직장을 그만두고 어린 시절의 꿈을 완성해나가는 그에게 창업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회사생활이냐 창업이냐는 중요하지 않아요. 먼저 스스로에게 자신이 추구하는 행복이 무엇인지 물어봐야 합니다. 행복은 이것을 면밀히 분석해 성취하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회사생활을 15년 하다 늦게 창업에 뛰어들었습니다. 영업 실무와 비즈니스 과정을 잘 알고 있었죠. 하지만 일찍 시작한다면 그만큼 자신만의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을 겁니다. 사회 초년생 시절 한 CEO에게 들은 말을 지금도 줄곧 새깁니다. ‘I am no better than others, and no one is better than me(나는 그 누구보다 대단하지 않고, 그 누구보다 나보다 대단하지 않다)’”


글 jobsN 김지아 인턴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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