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트럭에서 시작한 스테이크, 미국에서도 팔 거예요"

조회수 2020. 9. 25. 22:3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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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훈 스테이크아웃 대표
백상훈 스테이크아웃 대표

‘스테이크는 왜 고급 식당에서 비싼 가격에 사 먹어야만 하지? 부담 없는 환경에서 부담 없는 가격으로 즐길 수는 없을까?’대학생 백상훈 씨는 스테이크 식당 앞에 모여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2015년 5월 그는 스테이크아웃(Steak Out)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푸드트럭에서 스테이크를 팔기 시작했다. 질 좋은 스테이크에 샐러드를 곁들여 9900원에 팔자 사람들이 줄 서서 사 먹었고, ‘스테이크를 파는 푸드트럭’으로 화제를 모았다.


2017년 10월 말에는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에 식당을 열었다. 백상훈 ‘스테이크아웃’ 대표를 그곳에서 만났다. 벽과 천장을 먹색으로 칠한 식당은 차분하면서 세련된 분위기였다. 하지만 패스트푸드점처럼 셀프서비스로 운영하는 게 특이했다. 이곳에서는 다른 스테이크 식당처럼 좌석에 앉은 채 주문할 수 없다. 계산대까지 가서 안심, 등심, 채끝, 부챗살 등 쇠고기 부위와 무게, 굽기 정도를 선택해 주문한 후 진동 벨이 울리면 음식을 받아 온다.


정육점처럼 그때그때 고기 시세에 따라 그램 단위로 가격이 매겨진다. 샐러드, 맥앤치즈, 어니언링, 매시트포테이토, 스팀채소, 아란치니, 감자튀김 등 사이드디시를 각각 3300원에 따로 주문할 수 있고, 수제 맥주, 하우스 와인, 상그리아, 소다 등 음료수도 준비되어 있다. 부챗살 스테이크의 경우 180g에 1만 2000원 정도. 안심 스테이크를 주문하면 3만 원이 넘을 수도 있지만 백상훈 대표는 “손님이 비싼 돈을 내고 드시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부챗살도 맛있다는 사실을 알려드리면서 부담 없는 가격에 즐기시도록 유도할 작정입니다”라고 말한다.


“아직은 테스트 매장 같은 곳이에요. ‘스테이크 식당은 이래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곳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기본 인테리어는 다른 스테이크 식당과 비슷하지만, 예약을 받지 않는 데다 쟁반에 유산지를 깔고 음식을 제공하는 등 패스트푸드 식당과 비슷한 면이 많아요. 조명이 밝은 데다 빠르고 경쾌한 음악을 틀어서 젊고 역동적인 분위기죠. ‘혁신적이며 항상 새로움을 추구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고 싶어요. 이런 분위기에 대해 아직은 호불호가 엇갈려요. 고객들의 반응을 연구해 보완해나갈 계획입니다.”


스포츠 마케터의 꿈을 접고


그는 ‘새로운 시도로 고정관념을 깨고 사회를 변화시키려 한다’는 점에서 자기 일이 ‘스타트업’에 속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가 유망한 스타트업을 발굴하기 위해 개최하는 ‘디데이(D.DAY)’에서 우승하기도 했다. 26세로 아직 대학생 신분인 백상훈 대표는 일찍이 스타트업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스포츠 마케터가 되겠다는 꿈을 가지고 경희대 체육학과에 진학했지만, 입학하자마자 스타트업에 매료되었습니다. 불평만 하지 않고 사회를 바꾸려고 적극적으로 도전하는 모습이 멋있어 보였죠. 저도 2학년 때부터 창업대회에 꾸준히 참가하면서 실제로 몇 번 창업을 시도하기도 했습니다.”


레이저로 경기장 라인을 표시해 다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운동장, 운동 조언과 함께 식단을 짜주고 도시락까지 제공하는 서비스, 물을 많이 마시도록 유도하면서 물 부족 국가를 후원하는 서비스 등 참신한 아이디어로 창업했지만, 번번이 자금난에 부닥쳤다. “학업과 사업을 병행하느라 무리해서 대상포진에 걸릴 정도였지만, 결실을 보지 못하니 자신감이 떨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화려하지는 않더라도 몸으로 뛰어 당장 결과가 나타나는 일을 해보자’고 마음먹었고, 푸드트럭을 떠올렸죠. 친구들과 함께 400만 원을 모으고 모자라는 200만 원은 대부업체에서 빌렸습니다. 고금리였지만 다행히 3주 만에 갚았습니다.”

‘질 좋은 스테이크를 합리적인 가격에 판다면 승산이 있겠다’고 판단한 그는 국내 최초로 푸드트럭에서 스테이크를 팔기 시작했다. ‘푸드트럭에서는 고급 음식을 팔 수 없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싶었다.


“친구들에게 ‘스테이크를 언제 먹어 보았냐?’고 물으면 작년 혹은 재작년에 먹어보았다고 대답했습니다. 스테이크는 아무리 좋아해도 쉽게 먹을 수 없는 음식이었죠. 저도 고등학교 때 이모가 데려가 준 식당에서 먹었던 스테이크 맛을 잊을 수 없었어요. 조그만 덩어리를 먹었는데도 속이 꽉 차고 맛이 풍부했습니다. 부담 없는 가격에 스테이크를 먹을 수 있다면 나부터 자주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막상 스테이크에 대해 아는 게 없었다. 인터넷으로 정보를 뒤지고, 마장동 축산물시장을 찾아가고, 유명한 셰프들에게 메일을 보내 도움을 청하기도 했다.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유명하다는 스테이크 식당들은 모두 다니면서 맛보고, 주방에 들어가 비법을 묻기도 했다. “유명 셰프들은 하나같이 미국산 쇠고기를 추천했어요. 마블링이 뛰어난 국산 쇠고기는 스테이크에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했죠. 질 좋은 고기를 어떻게 고르는지, 어떻게 굽는 게 가장 맛있는지 보고 배우면서 우리만의 비법을 만들었습니다. 겉은 바삭하게, 속은 부드럽게 익히는 게 핵심입니다. 좋은 고기를 골라 잘 굽기만 해도 소스가 필요 없을 정도로 맛있습니다. 가성비가 높은 고기를 찾아 이 부위 저 부위 먹어보았더니 부챗살이 제일 적당했습니다.”


부챗살이 스테이크에 제일 적당 

부챗살은 지방이 적고 육즙이 풍부해 은은한 육향을 즐길 수 있는 부위. 부드럽게 씹히는 식감이 스테이크용으로 적당하지만 안심이나 등심보다 싸다. 육향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지만, 굽기 전 상온에 30분 이상 두면서 피와 물기를 잘 제거해주면 된다고 한다. 최상위 냉장육을 사용하되 직수입한 고기를 공동구매해 비용을 줄였다. 2016년에는 뉴욕 중심가에서 푸드트럭을 몰고 다니며 스테이크를 팔았다. 콜라를 포함해 10달러에 팔았는데, 미국인들도 “부챗살 스테이크가 이렇게 부드럽고 맛있는지 몰랐다. 계속 사 먹고 싶다”, “뉴욕에서 제일 맛있는 푸드트럭이다”라면서

좋아했다.


“친구 두 명과 함께 푸드트럭을 시작했는데, 지금은 7명이 공동 지분을 가지고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스테이크아웃이라는 이름이 알려지면서 함께하고 싶다는 사람들이 늘어났습니다. 요리사나 디자이너뿐 아니라 은행이나 제약회사에 다니셨던 분도 ‘나도 이런 일을 하고 싶었다. 재미있겠다’면서 함께하자고 했습니다. 저보다 열두 살이 많은 분을 제외하고는 모두 20대에 독신이라 함께 살고 있어요.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성장’입니다. 미래를 향해 도전하면서 사회에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이 되자고 서로 독려합니다. 돈을 좇지 말고 따라오게 하자고 이야기하죠.


출퇴근 따로 없이 항상 이야기를 나누는데, ‘뉴욕이나 하와이에서 팔면 안 돼?’라고 농담 삼아 말한 게 현실이 되었습니다.”2016년 10~12월, 백상훈 대표가 스타트업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미국에 갈 때 모두 함께 건너가 푸드트럭을 운영했다. 이때를 계기로 그들은 더 큰 꿈을 꾸게 되었다. “‘미국에서 기반을 다진 후 세계로 뻗어 나간다’는 목표가 생겼습니다.


미국은 고깃값이 싸서 ‘부담 없는 가격으로 스테이크를 즐긴다’는 우리 콘셉트를 쉽게 실현할 수 있는 곳이죠. ‘패스트푸드점처럼 운영하면서 시설비와 인건비를 줄여 가격을 낮춘다’는 전략을 세웠고, 지금 서울에서 먼저 실험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한 벤처캐피털 대표는 참신한 아이디어라면서 당장 투자하겠다고 했습니다. 2018년 3월에는 미국으로 건너가 매장을 열기 위해 준비할 계획입니다. 그곳에서 새로운 성공 사례를 만들고 싶습니다.”


글 jobsN 이선주 조선뉴스프레스 객원기자, 사진 김선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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