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구두'로 대박.."최신 갤럭시폰 선물로 받았죠"

조회수 2020. 9. 25. 22:2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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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브러셔가 만드는 신발
창업, 시작부터 맨땅에 헤딩
스타트업 경쟁력은 '차별화'
구두 개발하며 한국타이어 찾은 이유

“구두 사면서 밑바닥까지 보는 분이 얼마나 될까요. 그렇지만 저희는 생각이 달라요.”


신발 전문 제작 스타트업 '브러셔'의 이경민(29) 대표는 "구두 뒷굽과 바닥에 가장 많이 신경을 쓴다"고 했다. 그래야만 미끄러지지 않고 편하게 신을 수 있다는 것이다. 브러셔(Brusher)는 솔질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대구에서는 ‘이재용 구두’를 만든 브랜드로 통한다. 2016년 3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를 방문했다가 직접 구두를 사면서 입소문이 났다. 이 대표는 “당시 이재용 부회장에게 갤럭시S7을 선물로 받은게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갤럭시S7은 당시 삼성전자의 최신 스마트폰이었다.


이 일을 계기로 브러셔는 대구의 ‘스타’ 브랜드가 됐다. 하루 평균 홈페이지 방문자는 10명에서 3000명으로 늘었다. 이후 삼성으로부터 투자를 받았고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C 랩'에 들어갔다. 대구 C 랩은 삼성전자가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와 협력해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프로그램이다. 

출처: 브러셔 제공
브러셔 직원들 모습.

창업, 시작부터 맨땅에 헤딩


대구대에서 무역학을 전공한 이 대표는 어려서부터 창업이 꿈이었다. 친구 6명과 무작정 창업동아리를 만들었다. 마땅한 사업 아이템도 종잣돈도 없었다. 그래서 동아리 이름도 ‘맨땅에 헤딩하는 사람들’이었다.


고민 끝에 생각해낸 것이 구두 사업. 대구 향촌동에는 수제화 거리가 있다. 수십 년간 가죽을 만져온 전문가들이 직접 구두를 만들어주는 곳이다. 향촌동에서 만드는 수준의 신발을 대량으로 만들 수 있다면 성공을 거둘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구두에 대해 아는 게 없었다. 2015년, 동아리원들은 모두 수제화 마에스터 양성 프로그램 수업을 들었다. 고용노동부와 대구경북디자인센터에서 주관한 대구향촌동수제화협회 프로그램이다. 가죽 손질, 구두를 만드는 기초 지식 등을 배울 수 있는 6개월짜리 코스였다.  

출처: 브러셔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브러셔의 구두를 보고 있는 모습(왼쪽).

스타트업의 경쟁력은 '차별화'


구두 관련 교육을 받았지만 창업하기에는 지식이 부족했다. 전문가가 필요했다. 대구 인근의 구두 공장 30여곳을 돌며 구두 ‘장인’이라고 불릴 만한 사람들을 찾아다녔다. “수십 명은 만났을 거예요, 거절도 당하고 서로 의견이 맞지 않는 일이 허다했죠.” 수개월 만에 구두 장인을 만났다. 국내 유명 제화 브랜드에서 30년 넘게 일하고 정년퇴직한 전문가였다. "단순 제작자가 아니라 구두 설계부터 디자인, 형태 개발까지 할 수 있는 분이었습니다."


삼고초려끝에 모셨다고 했다. "창업을 하려는데 도와달라고 부탁드렸더니 멘토 정도라면 해줄 수 있겠다고 하셨어요." 브러셔 멤버들은 구두 전문가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신발을 개발했다. 신발 생산은 공장에 맡기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구두 전문가는 회사가 안정화되는 걸 보면서 스스로 멘토에서 물러났다. 이제 이 대표를 포함한 4명의 직원들은 디자인, 마케팅, 영업 등을 따로 맡고 있다.


세상에 없는 구두를 만들어야 했다. 스타트업이 기존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필수 조건이었다. 하지만 차별화할만한 요소가 보이지 않았다. "디자인은 소비자 취향에 따라 평가가 제각각이어서 정답이 없었습니다." 재료로 사용하는 소가죽도 대부분 비슷했다. 그가 눈여겨 본 건 구두 뒷굽이었다. 잘 미끄러지거나 딱딱한 느낌을 주는 신발을 신으면서 ‘나라면 어떻게 만들까’ 고민해봤던 것을 적용하기로 했다.  

출처: 브러셔 제공
신발을 만지며 손님을 응대하는 이경민 브러셔 대표.

구두 개발하며 한국타이어를 찾은 이유


자동차 타이어 기술을 구두에 적용해보기로 했다. “타이어마다 미끄러지지 말라고 홈도 파놓고 무늬도 달리하잖아요. 이런 기술을 구두 밑바닥에 적용하면 어떨까 고민해봤죠.” 한국타이어 타이어 패턴팀이 가장 전문가라고 생각했다. 무작정 이메일을 보내고 숱하게 연락을 시도했다. 정성이 통했는지 만나자는 답을 들었다. “고무에 어떻게 홈을 내면 미끄러움이 덜하다든지, 홈 깊이는 어느 정도가 좋은지 조언을 들었습니다. 그분들이 이 분야에선 최고 전문가 아니겠습니까. 이런 조언이 돈보다 큰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이렇게 디자인하고 기획한 제품을 구두 공장에 맡겨 대량생산 한다.


브러셔는 현재 스니커즈까지 제품군을 늘렸다. 구두 9종류, 스니커즈 3종류를 만든다. 구두 한 켤레 가격은 약 18만~19만원, 2017년엔 2000켤레 넘게 팔렸다. 2016년 매출은 2억원, 2017년 매출은 3억 5000만원을 기록했다. 2018년엔 6억~7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패션 브랜드와 함께 스니커즈를 만들 생각입니다. 홍콩, 중국, 일본으로 수출을 계획하고 있어요, 신발 때문에 피곤하다는 소비자가 생기지 않게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글 jobsN 이병희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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