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30억' 페이커만큼 손이 빠르다는 이 남자의 직업

조회수 2020. 9. 25. 20:29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속기사는 의미를 전하는 직업
청각장애인용 롤드컵 자막제작
속기사는 의미를 전하는 직업

페이커란 별명으로 유명한 프로게이머 이상혁(SKT T1 소속)은 연봉이 3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세계 최고 프로게이머다. 지난 10월 28일에 열린 ‘2017 리그오브레전드 월드컵챔피언십(이하 롤드컵)’ 준결승전에서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경기 당일 페이커 못지않게 모니터 앞에서 바빴던 사람이 있다. 이형렬(29) 속기사다. 말 많고 빠르기로 유명한 게임 해설자들이 주고 받는 말을 실시간으로 자막으로 만들어 올렸다. 그의 직업이 속기사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는 “청각장애인들도 게임방송 해설을 알도록 해주고 싶어 아프리카TV 방송을 열어 자막을 만들었다. 5시간 동안 속기 기계를 두드려야 했다. 손이 빨라 '롤계의 메시'라 부르는 페이커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잘하자는 마음으로 열심히 했다.”라고 했다.  

출처: 본인 제공
이형렬씨가 만든 자막 방송 화면

속기사는 ‘한글속기자격증’을 갖고 음성을 그대로 입력하는 일을 한다. 1년에 4월, 9월 두 번 시험이 있다. 낭독문을 듣고 5분 동안 3급은 270자, 2급은 300자, 1급은 330자를 정확도 90% 이상으로 입력해야 합격이다. 자격증이 있으면 속기공무원 시험에도 응시할 수 있다. 국회, 지방의회는 의무적으로 속기사를 둔다. 기록 분야에 있어 필수적인 인력이다.


이형렬씨는 8개월간 준비해 2014년 9월 2급 자격증을 땄고 취업 후에도 꾸준히 노력해 2017년 4월 1급 자격증도 손에 쥐었다. 충청남도 의회 정례회, 방송 자막 만드는 회사에서 일을 하다 2016년 4월부터 사회적 협동조합 ‘에이유디’에서 일하고 있다. 

출처: jobsN
속기사 이형렬씨

“회의 발언을 기록하는 일은 지루함을 많이 느꼈어요. 방송 자막을 만들 땐 상대방의 반응을 바로 확인할 수 없어 아쉬웠습니다. 지금은 청각장애인들을 위해 강연, 세미나 영상의 자막을 만듭니다. 반응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어 좋아요.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각장애인들 중에는 수화를 모르는 분들도 많습니다. 청각장애인이라고 해서 전혀 안 들리는 사람만 있는 게 아니다보니 난청질환을 가진 사람들은 굳이 수화를 배우지 않는 거죠. 이분들에게는 자막이 꼭 필요합니다. 그분들이 영상 콘텐츠를 보는 데 속기로 하는 자막 작업이 보탬이 되서 뿌듯합니다."


그는 회사 안에서만 일하지 않는다. 부산국제영화제, 난다 페스티벌, 박정현 콘서트에서 자막을 만들었다. 콘서트에 온 청각장애인 관객들은 스마트폰으로 그가 만든 가사 자막을 봤다. 12월 2일 'KesPA(한국 E-sports협회에서 주최하는 롤대회)'방송 자막도 만들었다. 앞으로도 게임 방송 해설 자막은 계속 만들려고 한다. 

출처: jobsN·에이유디 블로그
(왼)속기작업중인 모습 (오)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만든 자막

“속기는 일반 이벌식 키보드처럼 한글자씩 입력하는 일이 아니예요. 한 단어를 한번에 입력해야 합니다. 그래서 속기 기계가 따로 필요해요. 자주 쓰는 단어는 입력 방법을 미리 기계에 설정해두죠. 피아노 연주할때 ‘C코드는 도미솔’이라고 외워뒀다 악보를 보면 바로 건반을 쳐야 하는 것과 같아요. 그만큼 고도로 숙련된 기술입니다.”


인공지능이 대체할 거란 전망도 있어요. 다른 업무도 할 줄 아는 속기사가 되고 싶습니다. 지금 일하는 곳이 작은 회사라 월급이 많진 않지만 행정, 기획, 홍보 등 다양한 일 경험을 쌓을 수 있었어요. 그런 역량이 있으니 속기를 그만두더라도 일반 회사에서 일할 수 있겠죠. 요즘은 어떤 직업이든 미래가 보장되는 직업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속기사 자격증에만 의지하기보단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도전해보세요. 그 일이 사회적으로 가치있고 남에게 보탬이 되는 일이라면 더욱 좋겠습니다.”


글 jobsN 김민정 인턴

jobarajob@naver.com

잡스엔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