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어 입력폼

군대가서도 커피 만들어 팔기까지 한 커피에 '미친' 남자

조회수 2020. 9. 24. 01:37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취미가 특기가 되는 순간까지 포기하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크리마트 개발자, 이강빈 바리스타
로스터기 제작.. 군대에서도 커피 판매
카페를 회사로 키우는 것이 목표

진한 갈색 커피 위에 하얀 휘핑크림을 붓는다. 휘핑크림 도화지 위에 파란색, 검은색, 노란색 크림을 얹는다. 에칭 펜(크림 위에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돕는 뾰족한 도구)으로 그림을 그리자 이내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이 나타난다. 커피와 하얀 우유만으로 그림을 그리는 라떼아트가 흑백사진이라면 크리마트(cream art)는 컬러사진인 셈이다.  

이번엔 하늘색 크림을 붓는다. 하얀색 크림을 찍어 글씨를 쓰자 순식간에 'jobsN' 로고가 새겨진 커피를 완성했다. 커피 위에 형형색색 크림으로 그림을 그리는 주인공은 바리스타 이강빈(26). 크리마트 개발자다.

출처: 이강빈 바리스타 인스타그램 캡처, jobsN
MBC 마리텔 출연 후 전소미양과 이강빈 바리스타(좌), jobsN 로고가 새겨진 커피(우)

크리마트란 차가운 커피 위에 시럽과 식용색소를 탄 크림으로 그린 그림. 2014년 3월 이강빈 바리스타가 개발했다. 라떼아트와는 다르게 색이 다양하고, 차갑다. 그림을 그리는 동안 커피가 식기 때문에 아예 차갑게 만들었다고 한다.


이강빈 바리스타는 지난 3월, 아이돌 전소미양과 MBC 마이리틀텔레비전에 출연했다. 그의 크리마트를 보기 위해 CNN, 로이터 통신 등도 찾아온다. 그는 카페를 운영하며 서울예술종합대학 바리스타과 교수로 활동 중이다.


커피에 빠진 소년 로스터기 만들다


고등학생 때 꿈은 요리사였다. 소풍을 갈 때 친구들 도시락은 그의 몫이었다. 또, 하루빨리 생업에 뛰어 들고 싶었다. 하지만 요리업계는 이미 포화상태였다. 블루오션을 찾고 싶었다. 그즈음 뉴스에서 커피 바리스타를 신직업으로 소개했다. 바리스타라면 도전해볼 만했다.


당시 국내 최대 커피 인터넷 커뮤니티에 가입했다. "그곳에서 활동하는 바리스타 3명에게 연락했습니다. 바리스타를 하고 싶다고 했죠. 그 중 한 명이 힘든 일이니 하지 말라고 하더군요. 현실적인 조언을 많이 해주셨습니다. 그럼에도 하고 싶었습니다."


미친 듯이 커피에 빠져들었다. 생두도 구입해 직접 볶았다. 그냥 프라이팬에 볶으니 생두 껍질이 날렸다. 온 주방이 껍질투성이였다. 커피콩을 볶는 동시에 껍질을 빨아들이는 로스터기가 필요했다. 직접 만들어 보기로 했다. 커뮤니티를 참고해 육수를 우려내는 스테인리스 통과 모터, 방화 유리 등으로 만들었다.


와인 바리스타과 진학..군대에서도 커피와 함께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도 열정은 식지 않았다. 국제호텔관광전문학교 와인바리스타과에 입학했다. 하루 2시간 자며 커피에 매진했다. 교내외 바리스타 대회 1, 2등을 휩쓸었다. 1학년을 마치고 입대했다. 군대에서도 커피를 향한 열정은 식지 않았다.


"입대 초에 1대1 면담을 합니다. 그때 ‘군대에서도 양질의 커피를 마실 수 있도록 하겠으니 커피를 만들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드렸습니다. 허락해 주셔서 면회오는 누나에게 커피머신을 받았죠." 캬라멜 마키야또, 라떼 등을 만들어 1000원에 팔았다. 커피 맛이 좋아 각종 행사나 상급자 방문 때 항상 커피를 담당했다. 산에서 훈련을 받는 중에도 호출을 받으면 내려가서 커피를 만들었다. 이렇게 군대에서도 커피와 함께했다.


우연히 크리마트 개발


제대 후 휴학했다. 지인 소개로 바리스타 국가대표가 운영하는 카페에 들어갔다. 커피를 배우며 돈도 벌었다. 2014년 3월, 커피 위에 생크림을 올린 메뉴 '블랙 앤 화이트'에 초코시럽과 석류시럽으로 벚꽃을 그렸다. 이것이 크리마트의 시작이었다. 더 맛있고 멋있는 크리마트를 위해 연구에 연구를 계속했다. 크리마트 사진을 찍어 SNS에 올렸다. 전국에서 손님이 몰렸다.


"하루는 계속 서서 일하다 보니 허리가 끊어지는 통증을 느꼈어요. 주문을 그만 받고 쉬려는데, 한 부부가 딸을 데리고 오셨습니다. 캐릭터 키티를 주문하더군요. 정중히 거절했는데, 너무 간곡하게 부탁을 하셨어요. 알고 보니 딸에게 장애가 있었습니다. 더 거절하면 실망하실 것 같아 만들어 드렸죠. 아이가 완성된 키티를 보면서 너무 좋아했어요. 그 모습을 보며 왜 바리스타를 하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습니다."

출처: 이강빈 바리스타 인스타그램 캡처
이강빈 바리스타가 작업한 크리마트

카페 씨스루(C-through) 오픈


2015년 1월, 일하던 곳에서 나왔다. 하지만 독립을 하기엔 자금이 부족했다. 반지하를 구해 1대1 커피 교육을 하면서 카페 오픈을 계획했다. 그 무렵 이강빈 바리스타에게 투자를 하겠다는 사람이 나타났다. 성수동에 위치한 카페 운영을 맡았다. 약 1년 후 자신만의 색깔을 가진 카페를 차리고 싶었다. 2016년 10월, 이태원으로 자리를 옮겨 지금의 카페 씨스루(C-through)를 열었다.


씨스루를 운영한 지 1년이 조금 넘었다. 이강빈 바리스타는 크리마트가 하나의 예술로 자리 잡도록 노력하고, 카페를 하나의 회사로 키우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카페는 커피를 통해 사람들이 인연을 만들어가는 공간입니다. 그래서 이름도 '커피를 통해서(C-through)'예요. C가 커피를 의미합니다. 앞으로는 커피 외에 옷(clothes)처럼 C로 시작하는 모든 것들을 카페 안에서 키워보고 싶습니다. 지금은 디자이너와 협업해 옷 판매를 준비 중입니다."

출처: jobsN
이강빈 바리스타가 운영하는 카페

바리스타를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조언도 잊지 않았다.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벌고 싶을 때 돈과 시간을 투자하는 건 당연합니다. 저도 바리스타 하면서 번 돈은 거의 커피에 재투자했습니다. 교통비가 없어서 지하철을 못 타기도 했죠. 그 과정이 있었기에 지금 좋아하는 커피로 돈을 벌 수 있는 것입니다. 여러분도 취미가 특기가 되는 순간까지 포기하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글 jobsN 이승아

jobarajob@naver.com

잡스엔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