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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또 놀러오세요'.. 야근에 찌든 가장의 대변신

조회수 2020. 9. 24. 01:2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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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중독 '빵점' 아빠가 육아휴직 후 겪게 된 인생의 변화..'그림에다'로 유명한 심재원씨
야근에 찌든 삶, 육아휴직 후 전환점

‘그림에다(grimeda)’라는 이름으로 유명한 인터넷 스타 심재원(40)씨.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에 4년째 육아를 주제로 한 그림을 올리고 있다. 아들 이든(4)군을 키우면서 겪은 일, 떠올린 생각 등을 간명한 메시지와 함께 그린다. 심씨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팔로우하는 16만여명의 부모들은 올라오는 그림마다 ‘격한’ 공감을 표한다. 웃음이 터지는 그림도, 눈가가 촉촉해지는 그림도 있다. 

심씨가 소셜미디어에 올린 그림들

취미 삼아 올리던 그림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자, 지난 6월 회사에 사표를 냈다. 전업 작가가 되기로 한 것. 심씨는 13년간 수많은 광고를 만든 ‘아트 디렉터’였다.


야근 많은 ‘빵점’ 아빠가 감행한 육아휴직


처음부터 육아에 신경 쓴 아빠는 아니었다. 광고회사 특성상 야근이 잦았다. 새벽 2~3시 퇴근하는 날도 많았다. 주말에는 자주 회의가 있었다. 일 열심히 하고, 돈 많이 벌어다 주는 것이 가장(家長)의 역할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내의 생각은 달랐다. 육아 문제로 툭하면 싸웠다.


“주말에 애 데리고 어디 가기로 일정을 잡아놔요. 그런데 갑자기 회사에서 호출을 해요. 한 두 번이 아니다보니 결국 다툼이 나더라고요. 반대로 주말에 일할까 봐 일정을 안 잡아 놨는데, 그 주에는 일이 없는 거예요. 그러면 그것도 문제가 되죠. 저 때문에 주말에 어디를 나가지 못하게 됐으니까요.”


결국 백기(白旗)를 들었다. 육아휴직을 하기로 한 것. 2014년 두 달을 쉬며 집에서 애를 봤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회사에서 남자가 육아휴직을 쓴 사례는 드물었다. 눈치가 보였지만, 일보다 중요한 것은 가정이라고 생각했다. 처음 해 본 ‘독박 육아’는 상상 초월이었다. 돌 무렵 아기에게 이유식 만들어 먹이고, 기저귀 갈고, 빨래하고, 놀아주고, 재우고, 목욕시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었다. “시곗바늘이 멈춘 줄 알았어요. 시간이 너무 안 가더라고요.”

심재원 작가. 심씨가 육아휴직 했을 때의 모습(오른쪽)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조금씩 여유가 생겼다. 회사 다닐 때는 잘 몰랐던 아이의 기호, 식성, 버릇이 눈에 들어왔다. 아이와 함께한 시간들을 기록하고 싶었다. 미대 출신의 그가 의미 있게 남길 수 있는 기록은 그림이었다. 일주일에 2~3개씩 복직 후에도 소셜미디어 계정에 꾸준히 올렸다. 금세 반응이 나타났다. 팔로워 수가 눈덩이처럼 불었다. 몇 달 만에 페이스북 친구가 2만명이 됐다. 출판사들에서 그림으로 책을 내자는 연락이 왔다.


육아 공부하러 핀란드로


복직 후, 삶은 원점으로 돌아왔다. 야근이 이어졌다. 같은 문제로 또 부부싸움이 시작됐다. 아들과 친해진 터라 이번에는 심씨도 회사 생활을 견디기 어려웠다. 복직 1년 후, 남은 육아휴직 기간(11개월)을 다 쓰기로 했다. 대신 의미 있는 경험을 하기로 했다. 아내도 휴직하고 가족이 모두 핀란드에 가보기로 한 것.


“육아 관련 그림들이 계속 좋은 반응을 얻고 있었고, 당시는 관련 책도 한 권 냈을 때였어요. 선진 육아를 공부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그 경험을 한국의 엄마, 아빠들에게도 소개하고 싶었고요.”


핀란드 대사관을 찾아가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핀란드에서 아이 키우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볼 수 있게 도와달라고 했다. 아이 잘 키우는 것으로 유명한 핀란드 육아법을 한국에 소개하고 싶다고 했다. 대사관은 흔쾌히 받아들였다. 대사관의 도움으로 2015년 7~8월 두 달간 핀란드 12가구를 방문했다. 일주일씩 집을 돌면서 핀란드 부모들이 아이를 어떻게 키우는지 관찰했다. 놀랄 때가 많았다. 

핀란드에 육아 견학 갔을 때의 모습

“핀란드 부모들은 아이한테 장난감을 마구잡이로 사주지 않아요. 할아버지, 아빠가 쓰던 장난감을 물려주기도 합니다. 장난감을 놀이의 수단이라기 보다는 아이가 갖는 첫 번째 ‘소유물’이라는 개념으로 접근하더군요. 소중하게 관리하는 법을 먼저 알려줘요. 그리고 하나의 원칙을 세우면 일관되게 아이에게 적용합니다. 예컨대 ‘평일 오후 2시 항상 놀이터에서 논다’는 약속을 하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놀이터로 갑니다. 소나기가 내리더라도 우비를 입고 나가서 노는거죠.”


핀란드에서 보고 느낀 것들을 책(똑똑똑! 핀란드육아)으로 썼다. 그림은 꾸준히 올렸다. 올해 5월 복직했지만, 한 달 만에 사표를 냈다.


“직장인이여, 용기를 내라”


현재 심씨는 소셜미디어에 그림을 올리고 책 쓰는 일을 주업으로 삼고 있다. 그 밖에 육아 관련 강연도 하고, 자신의 그림을 활용한 기업체 광고나 정부 캠페인 제작에도 참여한다. 일의 비중은 작가, 강연, 광고·캠페인 제작 및 참여가 4:3:3 정도다. 수입은 직장 다닐 때보다 훨씬 많다. 매달 들쑥날쑥 하지만 억대 연봉은 가뿐하다. 심씨는 앞으로도 육아를 주제로 한 다양한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핀란드에 이어 다른 육아 선진국도 둘러보려 한다. 언젠가는 동화책을 쓰겠다는 꿈도 있다.


13년간 일에 찌든 직장인으로 살아오다 성공적인 인생 2막을 연 심씨. 이 시대의 미생(未生)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심재원 작가와 아들 이든(4)군

“회사 생활에 염증을 느끼는 직장인들 많습니다. 저도 그랬어요. 열심히 일했지만, 숨막히고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삶에서 도망치고 싶었어요. 회사에서 만족감을 얻기 힘든 분들은 '제2의 인생'을 위한 준비를 열심히 해보시는 게 좋습니다. 정말 좋아하는 것과 잘할 수 있는 것을 먼저 찾으세요. 회사에서 쌓은 역량을 내가 좋아하는 것과 어떻게 연결시킬지 고민하다 보면 의외로 쉽게 답을 찾을 수도 있습니다. 약간의 ‘용기’와 꾸준한 ‘실행력’이 필요합니다.”


글 jobsN 김지섭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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