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의 기다림' 없앴더니..벌써 120억

조회수 2020. 9. 24. 01:2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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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 하나로 120억 투자 받은 스타트업 '비브로스'..'대기 환자 몇 명있나' 스마트폰으로 보며 병원접수
병원 대기환자수 스마트폰 보며 접수
옥탑방 월세 못낼 위기까지 몰리기도
앱 하나로 진료 제외 병원 업무 보도록

카카오인베스트먼트, 한화S&C, 한화 인베스트먼트, 코스닥 상장사 유비케어, 비트컴퓨터···.


문을 연지 4년이 채 되지 않은 국내 스타트업 ‘비브로스’가 투자 받은 곳이다. 비브로스는 스마트폰으로 전국 병·의원을 검색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똑닥’을 만든 회사. 병의원에 현재 접수·대기인이 몇 명인지 스마트폰으로 확인하면서 바로 접수까지 할 수 있다.


비브로스가 받은 총 투자금은 120억원에 달한다. 2017년 9월 매출은 2억원, 올해 예상 매출액은 24억원이다. 괄목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투자사가 몰려들었다. 비결은 무엇일까. 

출처: 비브로스 제공
송용범 비브로스 대표

병원 대기환자수 스마트폰으로 보면서 접수


사실 병원 위치를 찾아볼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다. 각종 병·의원 검색 애플리케이션이나, 네이버·다음·구글 같은 포털사이트에서도 검색하면 가까운 병원이 나온다. 하지만 송용범(34) 비브로스 대표는 “대기인수를 파악하고 접수까지 할 수 있는 앱은 똑딱이 유일하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 똑닥을 통해 병원 접수를 하는 환자가 늘면 병원비 결제, 모바일 처방전 발급, 실손보험 청구 등 다양한 서비스를 확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사업 계획을 대기업과 투자사가 좋게 평가한 것 같다”고도 했다.


그는 세종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던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SBI은행에서 5년, 리서치 회사 닐슨에서 1년 6개월 정도(를) 근무했습니다." ‘직장에서 시키는 일만 하며 경직된 삶을 사는 게 좋은 걸까’ 하는 회의감이 들 때쯤 회사를 떠난 선배의 성공 소식을 들었다. 부동산 중개 앱 ‘다방’을 만들었던 이용일 대표가 그의 직속 선배였다.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하며 능동적으로 사는 게 훨씬 의미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병원 관련 시장을 선택한 이유는

“헬스케어에 대한 수요는 충분한데 병원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주는 곳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직 불모지라고 생각했죠. 사람들에게 병원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으면 ‘다방’이나 ‘배달의민족’처럼 성공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출처: jobsN, 비브로스 제공
똑닥에서 검색한 병원, 대기인수를 파악하며 진료실을 선택해 접수할 수 있다.

옥탑방 월세 못낼 위기까지 몰리기도


처음부터 생각대로 잘 되지는 않았다. 병원 위치를 알려주는 서비스는 이미 많았다. 사람들은 단골 병원을 가거나, ‘네이버’에서 가까운 병원을 검색했다. “망하기 직전까지 갔죠. 양재동 옥탑방에 사무실을 얻어서 생활했는데 월세 낼 돈이 없어 쫓겨날 뻔했으니까요.”


사업 모델을 바꾸기로 했다. 병원과 헬스케어 분야는 충분히 도전할 만한 시장이었지만, 사업을 밀고 나갈 수 없었다. 사람들이 느끼기에 정말 도움이 되는 서비스가 뭘까 고민했다. ‘음식도 앱으로 주문하는데, 병원 접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서비스를 (가능케) 하려면 병의원에서 접수·진료 과정에 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받아야 했다. 거의 불가능해 보였다.


-가능하게 만든 비결이 있습니까

“병원보다 먼저 EMR 서비스 회사를 뚫기로 했습니다.” EMR(Electronic Medical Record)은 환자의 병원 방문 기록, 질병이나 건강사항 체크, 진단과 치료에 관한 의료 서비스를 전산화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병의원들 절반 이상이 유비케어와 비트컴퓨터에서 만드는 EMR을 사용합니다. 이 두 곳에 수십 번씩 찾아가 프레젠테이션을 하면서 사업모델을 설명했습니다. ‘앞으로는 환자들이 앱으로 병원 접수를 하게 될 겁니다. 병원과 환자를 연결해주는 사업을 할 계획입니다’라고 설득했습니다.”

출처: 비브로스 제공
사무실에서 자료를 검토하는 송용범 대표

10번이 넘는 미팅이 이뤄졌고, 유비케어로부터 60억원의 투자를 이끌어냈다. 대신 비브로스 지분의 40%를 넘겨줬다. “단순히 자금만 지원받는 것보다 정보와 자금력이 있는 회사와 한 몸이 되는 게 장기적으로 좋다고 믿었습니다.”


그는 유비케어와 비트컴퓨터 시스템을 사용하는 병원들부터 찾아가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한 접수 서비스를 시작하자고 설득했다. 6개월 만에 병의원 5000곳이 서비스를 도입했다. 환자가 많아 줄서는 병원, 환자가 없어 텅 빈 병원도 서비스 도입을 환영했다. “기다리는 사람이 너무 많은 병원은 2차 감염 우려가 있습니다. 환자들 관리도 어렵고요. 또 대기자가 없는 병원들은 즉시 진료가 가능하다는 걸 알릴 수 있으니 좋아했습니다.”


송 대표는 “병의원의 전산자료 시스템을 만드는 국내 최대 기업들을 주주로 끌어들이면서, 다른 사업자가 이 시장에 들어오기 어려운 벽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국내 모든 병의원 접수를 똑닥 앱으로 할 수 있나요

“아직은 아닙니다. 전국에 있는 병의원이 3만개쯤 됩니다. 하지만 서비스에 가입하는 병원이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유비케어 시스템을 사용하는 병의원이 1만4500여곳, 비트컴퓨터 시스템을 사용하는 곳이 4500개인 것을 고려하면 내년 상반기까지 병원 대부분을 등록할 수 있다고 봅니다.”

출처: 비브로스 제공
똑닥 서비스 하는 병원에 세워둔 스마트폰 앱 사용방법(왼쪽), 비브로스 직원들의 회의 모습(오른쪽).

앱 하나로 진료 제외한 모든 병원 업무 볼 수 있게


-매출은 어디서 나옵니까

“지금은 광고를 통해 수익을 내고 있습니다. 주로 병원이나 제약회사에서 광고를 하는데, 특정 연령대나 소비층에 맞춰 광고를 노출하고 있습니다. 성형외과를 찾은 이력이 있는 분께는 성형외과 광고가 보이게 하는 식 입니다.”


-목표가 있다면

"'똑닥' 앱 하나로 사람들이 모든 병원 관련 업무를 보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예약, 접수, 진료비 결제, 모바일 처방전 받기, 실손보험청구까지요. 환자분들이 이런 서비스를 이용할 때 보험사나 약국에서 수수료를 받는 방안도 생각 중입니다. 기회가 된다면 환자의 건강 정보를 이용해 종합 헬스케어 상담부터 관리까지 해주는 서비스도 할 계획입니다.”


그는 "이윤을 내는 게 중요한 일이지만, 헬스케어라는 시장을 선택한 만큼 사람들의 건강과 삶이 나아지길 바란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직원들을 소외시키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회사 일을 ‘자신의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스톡옵션을 주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회사가 성장하는 만큼 인재도 꾸준히 채용할 계획입니다.


글 jobsN 이병희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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