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교사 관심 사로잡아 75억원 모은 아이디어

조회수 2018. 11. 2. 13:4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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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학교 대부분이 쓰는 교육용 SNS

초중고 29만 학급서 사용하는 교육용 SNS

공익성 있는 수익 모델…올해 손익분기점 넘어설 듯

"공교육 보완하는 역할 충실, 회사 팔지 않을 것"


몇 년 전만 해도 교실에서 스마트폰을 갖고 있는 아이들과 이를 쓰지 못하게 하려는 교사의 갈등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추세는 학급 운영에 스마트폰을 적극적으로 쓰는 것이다. 그 중심에 '클래스팅'이라는 애플리케이션(앱)이 있다.


클래스팅은 교사·학생·학부모가 사용하는 폐쇄형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다. 선생님이 클래스팅에 반을 개설해 학생과 학부모에게 초대 코드를 전송하면 가입할 수 있다. 교사가 학생과 학부모에게 일괄적으로 공지할 수도 있고, 학부모나 학생이 공지에 답글을 달 수 있다. 예전에 교사가 준비물이나 숙제를 일러주던 '알림장'의 최신 버전인 셈이다.


알림장 기능 외에도 학생이나 학부모가 교사에게 1:1로 비밀 상담도 할 수 있고, 실시간으로 채팅도 가능하다. 휴대전화 번호를 알려줬다가 퇴근 후에도 시달리는 교사들의 호평이 줄을 이었고, 자녀의 학교생활을 더 자세히 알고 싶은 학부모들이 호응했다.


클래스팅은 현재 가입자 수 400만명, 초·중·고, 대학까지 총 29만개 학급에서 사용하는 서비스다. 특히 가입자 중 실제로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는 사용자를 의미하는 월간활성이용자수(MAU)가 140만명에 달한다. 쉽게 말해 한달 140만명이 실제 이 앱을 쓴다는 이야기다.


클래스팅에 대해선 '가장 성공한 교육용 SNS'이라는 찬사(讚辭)가 따르는 반면, 제대로 된 수익모델을 발굴해 계속 서비스를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출처: jobsN
클래스팅 공동창업자 유재상 CTO

이 회사의 공동창업자 유재상(33) CTO(최고기술경영자)를 만나 클래스팅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해 물어봤다.


◇클래스팅의 시작…교사와 연구원이 만든 실용적인 SNS

클래스팅은 초등학교 교사였던 조현구(33) 대표(CEO)가 아이디어를 내고,국내 최대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연구원으로 있던 유 CTO(최고기술경영자)가 아이디어를 앱으로 만들며 시작한 서비스다.


2010년 서울교육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밟고 있던 조 대표는 과제로 모바일 학급 커뮤니티 서비스를 구상했다. 조 대표는 처음 페이스북, 트위터 등을 이용해 학생들과 소통을 시도했다. 그러나 기존 서비스엔 한계가 있었다. 교육현장에 딱 맞는 SNS를 개발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는 고등학교 동창이자 IT 전문 개발자인 유 CTO를 찾았다. 당시 유 CTO는 포스텍, 카이스트(KAIST) 대학원을 거쳐 ETRI에서 교육과 과학을 융합한 정부 시범사업을 연구하고 있었다.


"학교에서 실험을 제대로 못하잖아요? 제가 연구하던 건 증강현실(AR)을 이용한 가상 실험기술을 만드는 것이었어요. 기술은 개발했지만, 이를 실제 교육 현장에 적용시키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최신 기기와 교재를 보급해도 시범 사업이 끝나면 방치되더라고요. 실제로 교육현장에서 쓰이는 IT 서비스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두 사람은 2011년 베타서비스에 나섰다. 주요 공략 대상은 담임 선생님들이었다. 담임 교사가 쓰면, 30여 명의 학생과 이들의 학부모가 가입해, 다른 파급 속도가 훨씬 빨랐다. 

출처: 클래스팅 제공
클래스팅 앱에서는 공지사항을 알리거나, 교사, 학부모, 학생이 공개적으로 글을 올릴 수도 있다. 아무나 볼 수 없게 교사랑 비밀 상담 기능도 있다.

유 CTO는 퇴근 이후 주말을 오롯이 바쳐가며 클래스팅을 운영하고, 개선했다. 하지만 2013년 초 이용자가 35만명을 넘어서자 더 이상 '부업'으로클래스팅을 유지하는 데 무리가 왔다. 2013년 2월 두 사람은 직장을 그만둔다. 클래스팅에 '올인'하기로 작정한 것이다.


"ETRI에서 기술을 개발하고 다듬는 것 자체는 재밌었어요. 안정적인 직장이기도 해서 막상 그만두려니 고민이 많았죠. 하지만 좀 더 실용적이고 의미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싶다는 생각에 회사를 그만두고 뛰어들었습니다."


◇클래스팅의 현재… 수익 모델을 찾아라

해외에서 먼저 클래스팅의 가능성을 알아봤다. 2013년 10월 한국을 방문한 구글의 CEO 에릭 슈미트는 클래스팅에 대해 극찬했다. 그는 2013년 10월 30일 자 조선일보 특별기고에서 "한국식 교수법을 수출할 수 있다면 스마트폰 수출과 버금가는 성과를 이룰 것"이라면서 "실제로 '클래스팅'이라는 한국 기업은 교사·학생·부모 사이의 유대감을 키우는 스마트폰 앱을 개발하기도 했다"고 썼다.

에릭 슈미트 구글 CEO의 특별기고가 실린 10월 30일자 조선일보. 노란색으로 표시된 부분이 클래스팅을 언급한 부분이다.

국내외 투자자들도 클래스팅의 가치를 알아봤다. 2013년 6월 소프트뱅크벤처스코리아로부터 10억원을 투자 받은 것을 시작으로 파트너스인베스트먼트, 삼성벤처투자 등으로부터 현재까지 총 75억원을 투자 받았다.


이제 서비스 시작으로 따지면 만 6년, 정식으로 회사를 세운건 5년째에 접어들었다. 슬슬 수익 모델을 찾아야 한다는 얘기가 클래스팅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2016년부터 벤처 투자업계의 분위기가 확 바뀌었어요. 그전엔 사람만 모을 수 있으면 투자를 받을 수 있었는데요, 이젠 투자 받으려면 매출을 봅니다. 다시 말해 수익을 낼 수 있는 가능성이 보이지 않으면, 투자를 받을 수 없는 거죠. 기존에 투자 받은 스타트업도 투자자에게 수익을 돌려줘야 할 시기도 왔고요."


클래스팅도 수익 모델을 본격적으로 찾기 시작했다. 지난해 6월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클래스팅 러닝 플러스'다. 클래스팅 러닝 플러스는 학습지와 비슷하게 매일 학생들에게 매일 정해진 양의 학습 콘텐츠를 제공한다.

출처: 클래스팅 제공
클래스팅 러닝 플러스 소개

동영상, 이미지, 퀴즈 등이 포함된 약 10분 분량의 콘텐츠로 학생들에게 큰 부담을 주지 않는다고 한다. 클래스팅은 여기에 머신 러닝을 접목해 학생의 학습 진도에 맞게 새로운 콘텐츠를 공급한다. 국내 주요 출판사뿐 아니라 디즈니 같은 해외 업체에서도 교육 콘텐츠를 공급 중이다. 서비스에 따라 월 2만~5만원의 사용료를 낸다.


올해 4월부터 광고도 시작했다. 클래스팅 앱 내 뉴스피드 상단에 한 개, 공지 게시판에 한 개 두 군데에 광고를 걸었다. 물론 학생 사용자가 많은 클래스팅의 특성상 아무 광고나 실을 수는 없다.


"저희는 클래스팅이 교사와 학부모 학생을 이어주는 공익적 성격을 갖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건전하지 못한 광고는 실을 수가 없어 엄격한 기준으로 살펴봅니다. 예를 들어 한 자동차 회사가 친환경 기술을 소개하는 광고를 건 적이 있었는데, 친환경 기술에 대한 광고라서 광고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사용자들의 반응도 괜찮았죠."


유 CTO는 매출이 조금씩 발생하고있고, 올해 안에는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클래스팅의 미래… 공교육 보완하는 '에듀테크' 기업

학습 콘텐츠를 제공하지만, 클래스팅이 지향하는 바는 명확하다. 공교육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공교육을 보완하는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교사들이 학습용 콘텐츠를 쉽게 만들 수 있도록 해주는 '클래스팅 러닝' 서비스를 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출처: 유재상 CTO 페이스북
2013년 11월 소프트뱅크벤쳐스 포럼에 참가한 클래스팅 직원들이 손으로 클래스팅을 상징하는 'C'를 만들고 있다.

클래스팅 러닝은 교사가 학습 자료를 만들고, 이를 학생들에게 과제로 내고, 그 결과를 취합할 수 있는 서비스다. 학생들의 성취도를 비교 분석해 학생들의 학습 상황을 확인할 수도 있다.


클래스팅 러닝 플러스 역시 학생들에게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는 형태지만, 사교육을 조장하는 건 아니라는 게 유 CTO의 얘기다.


"제가 학교 다닐 때보다 학생들이 많이 줄었지만, 그래도 초중고 한 반에 학생이 서른 명쯤 됩니다. 교사가 서른 명의 학습을 일일이 챙기는 것은 불가능하죠. 저흰 교사들이 미처 신경 쓰지 못하는 부분을 도와줘 공교육의 신뢰를 높이는 데 주력할 겁니다. "


회사 가치를 높여 지분을 팔고 회사를 떠나는 걸 의미하는 '엑시트(exit)'를 목표로 하는 스타트업 대표도 꽤 많다. 단순히 자신의 지분을 팔고 떠나는 것을 비난할 순 없지만, 창업자가 떠난 회사는 자본의 논리에 흔들리기 십상이다. 클래스팅은 어떤 방향으로 갈지가 궁금했다.


"아주 식상한 얘기로 들리겠지만, 진짜 저흰 돈보다는 의미 있는 일을 해보고 싶어서 클래스팅을 시작했습니다. 물론 저희의 목표를 더 잘 이뤄줄 수 있는 투자자가 나타난다면 지분 매각도 생각해볼 수 있겠죠. 하지만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몇 년에 걸쳐 이뤄낸 클래스팅을 팔아치울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습니다."


글 jobsN 안중현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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