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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는 월세 아껴 좋고 직원은 출퇴근 시간·돈 안들어서 좋고"

조회수 2020. 9. 22. 11:2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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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면서 일한다?" 회사 밖에서 일하는 '디지털 노마드'에 대한 오해

2016년 신입사원 3명 중 1명(27.7%)이 1년 이내에 회사를 나갑니다(한국경영자총협회). 가장 큰 이유는 '적성에 맞지 않는다'라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업무와 근무시간에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이란 답입니다.


한국 청년 10명 중 1명(9.8% 통계청 자료)이 취업을 못하는 현실에서 언뜻 이해하기 힘든 수치입니다. 일과 삶에 대한 젊은 세대의 가치관이 변했기 때문입니다.


"일에만 매몰되지 않고 나를 위한 시간을 갖고 싶다" "인공지능(AI)으로 대체할 수 없는 나만의 일을 찾겠다"…. jobsN이 점차 바뀌는 노동 가치관을 소개합니다. 이번 이야기 주제는 디지털 노마드입니다. 

노동 가치관이 바뀐다

①월급 300만원대 30만원짜리 일 10개 하는 세상

②회사 밖에서 일하는 디지털 노마드에 대한 오해

디지털노마드 다큐 만든 도유진씨
10년간 세계 30여개 도시 살며 일해봐
원격근무는 대세‥신뢰·비자 등 고민해야

일본 전자업체 후지쓰는 지난 4월 전 직원 대상으로 원격근무 제도를 실시하기로 했다. 후지쓰 직원은 3만5000명이다. 회사는 "2015년부터 1200명 대상으로 운영해보니 우려했던 보안문제도 발생하지 않았고, 생산성이 높아졌다"라고 제도를 확대 시행한 이유를 설명했다.


반면 1993년부터 원격근무를 시행한 IBM은 지난 5월 일부 원격근무자에게 "사무실로 복귀해 근무하든지 회사를 떠나라"란 통보를 했다. 그동안 IBM 전체 직원 38만명 중 40%정도가 원격근무를 해왔다. IBM은 1980년대부터 원격근무의 장점을 알려온 터라 이 조치에 대해 '원격근무의 실패'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충격이 컸다.


원격근무를 포함해 노트북·스마트폰 등을 이용하면서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일하는 사람을 '디지털 노마드'라고 부른다. 라틴어로 유목민을 의미하는 '노마드'와 디지털을 붙여 만든 말이다. 개인생활과 여가를 중요시하는 문화와 맞물려 트렌드가 됐다.


도유진(29)씨는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나와 중국에서 대학 교육을 받았다. 이후 10년간 한달 이상 일하면서 머문 도시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도네시아 발리, 서울 등 30개 넘는다. 업무는 마케팅과 대외협력으로, 부분 혹은 전체 원격근무를 시행하는 회사에서 일했기에 가능했다. 

출처: 조선DB
다음 다큐멘터리 준비를 위해 1년간 한국에 머물게 된 도유진씨. 서울 성수동의 한 협업공간에서 일한다. 홈페이지를 만들어 정보를 공유한다(dareyourself.net)

최근에는 '디지털 노마드'로 살아가는 개인과 회사, 경영진을 인터뷰해 다큐멘터리 '원 웨이 티켓(One way ticket)'을 찍었다. 전 세계 25개 도시를 돌며 원격근무를 하는 사람들, 회사 관계자, 학자 등 70여명을 만났다. '원하는 곳에서 일하고 살아갈 사람들, 디지털 노마드'라는 책도 냈다.


도씨는 디지털 노마드의 장점만 말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디지털 노마드에 대한 잘못된 환상과 잘못된 정보 대신 현실을 알리고 싶다고 했다.


"구글에 '디지털 노마드'를 검색하면 뭐가 나오는지 아세요? 해변에 누워서 노트북으로 일하는 사진이 나와요. 노트북에 모래가 들어가 망가질수도 있습니다. 해변에서 일 못합니다. 누워서 노트북을 쓰면 팔목만 다칩니다."


그는 디지털노마드는 '놀면서 일한다'라는 게 아니라 '원하는 곳에서 일하고 살아갈 선택권'이라고 말했다. '원하는 곳'은 나라·도시 같은 지역 뿐 아니라 카페·공유 사무실 등 장소도 들어간다. "디지털 노마드는 일하고 살아가는 방식을 말합니다. 일반인과 다른 독특한 사람들을 뜻하는 게 아닙니다." 

디지털 노마드 다큐멘터리 <원 웨이 티켓>

디지털 노마드로 사는 진짜 이유

"일을 적게 하고 노는데 더 집중한다"라는 것은 디지털 노마드에 대한 선입견 중 하나다. 도씨는 "디지털 노마드를 만나거나 관찰해보면 몇 가지 경향이 있었다"고 말했다. ① 정해진 시간이나 공간이 아닌 자신이 일에 몰입할 수 있는 시공간을 잘 찾아낸다 ② 회사와 직원, 직원과 직원 간에 '보이지 않더라도 각자 맡은 일을 열심히 한다'라는 신뢰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가 만나본 원격근무자들이 말하는 원격근무의 장점은 ① 원하는 장소와 시간에 일할 수 있어 효율성이 높아졌다 ② 사무실에서 불필요한 잡담으로 시간을 보내지 않아도 된다 ③ 동료와 쓸데없는 신경전을 벌이거나 사내 정치에 개입할 일이 적다 ④ 자녀나 부모, 친구 등 가까운 사람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서울 등 월세가 높은 지역에 반드시 살 필요가 없는 것도 좋은 점 중 하나였다.


그는 원격근무를 실시하는 회사의 직원 뿐 아니라 대표도 만났다. 이들은 대표이자 동시에 원격근무자이기도 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관리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회사 '버퍼'. 버퍼를 공동창업한 조엘 가스코인과 레오 위드리치는 영국 출신이다. 서비스를 개발한 후 미국 실리콘밸리로 와 40만달러(약 5억원)를 투자 받았다. 하지만 당장 미국에 회사를 설립할 수 없었다. 비자 문제 때문이었다.


이들은 고향으로 돌아가는 대신 여행을 택했다. 홍콩, 이스라엘 등을 다니며 일을 했다. 자연스레 새로 뽑은 직원도 원격근무를 했다. 이들은 비자 문제를 해결한 후에도 전 직원이 원격근무를 한다.


원격근무를 실시하는 회사들은 직원들의 높은 업무 효율성 외에도 ① 사무실 임대료를 줄일 수 있다 ② 전 세계 인재를 채용할 수 있다 ③ 나라·도시별 시차를 이용해 24시간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것을 장점으로 꼽았다. 

디지털 노마드 다큐멘터리 <원 웨이 티켓>

디지털노마드에 대한 고정관념 

도씨는 "한국에는 원격근무를 시행하는 기업이나 환경이 적다보니 '디지털 노마드'에 대해 실제와는 다른 환상이 있다"라고 말했다. '여행하면서 일하기' '나만의 비즈니스로 사무실을 떠나 디지털 노마드로 살기 ' '월 200만원으로 왕처럼 살기' 같은 표어로 디지털 노마드를 설명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이다.


① 끊임없이 방랑하는 배낭여행자

"디지털 노마드에는 많은 유형이 있습니다. 사람에 따라 '일하고 살아갈 장소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사용하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몇몇 도시에 근거지를 두고 옮겨 다니는 사람, 가족이나 친구가 있는 도시에서 일하는 사람…. 지금 일하는 회사에서 전체 혹은 부분적으로 원격근무를 한다고 생각해보세요. 회사 사무실로 출퇴근한다는 것을 제외하면 하는 일 자체는 변하지 않습니다. 갑자기 여행자가 되는 게 아니에요."


② IT기업 다니는 젊은 엔지니어

"대부분 젊은 세대일 것이란 선입견과 달리 2015년 하버드대학 조사에 참여한 디지털 노마드 중 3분의 1만이 밀레니얼세대(1980~2000년대 초반 출생자)였습니다. 대신 경력이 어느 정도 쌓여 자신만의 주특기가 있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젊은 세대가 '새로운 업무 형태와 유연한 기업 문화'를 추구하는 건 맞습니다. 하지만 회사와 업무 형태나 조건을 협상하기엔 경력이나 경험이 많은 쪽이 훨씬 유리합니다. 지금으로서는 컴퓨터로 업무가 가능하고 디지털 업무툴 사용에 익숙한 IT 기반 회사가 원격근무를 많이 합니다. 하지만 엔지니어가 아닌 직무를 담당하는 직원도 원격근무를 합니다. 마케팅, 금융업, 법률회사 등 다양한 분야 회사가 원격근무를 도입하는 추세입니다."


③ 불안정한 프리랜서

"한국에는 원격근무 제도를 가진 회사가 많지 않습니다. 회사 직원들이 '원하는 장소에서 일한다'라는 걸 상상하기 어렵죠. 북미나 유럽에서는 제도적으로 원격근무를 실시하는 기업이 늘어나기 때문에 프리랜서가 아닌 사람들도 충분히 디지털 노마드가 될 수 있습니다. 원격근무자의 절반 이상이 프리랜서가 아닌 회사 소속 직원입니다. 급여나 경력면에서도 불안정하지 않죠." 

출처: 디지털 노마드 다큐멘터리 <원 웨이 티켓>
인도네시아 발리에 있는 유명한 협업공간 '후붓(HUBUD)'

디지털 노마드에 대해 필요한 논의

디지털 노마드로 일해온데다 다큐멘터리를 준비하면서 한국 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디지털 노마드로 일하거나 관심있는 사람을 만났다.


'어떻게 하면 디지털 노마드가 될 수 있나요?' 그가 한국 독자에게 가장 많은 질문이다. "디지털 노마드는 수단이지 목적이 아닙니다. 디지털 노마드가 되기 위한 일을 택하는 게 아니라, 어떤 일을 하면서 살아갈 지를 먼저 정해야 합니다."


도씨는 "디지털 노마드에 대해 고민해야할 문제는 따로 있다"라고 말했다. 세계적으로 디지털 노마드가 몰리는 지역은 물가가 싸고 상대적으로 생활 환경이 좋은 곳이다. 다양한 사람들이 오면서 지역에서 크고 작은 문제가 생기는 게 현실이다.


태국 정부는 최근 '비자런' 혹은 '비자클리어'에 대한 단속을 강화했다. '비자런'이나 '비자 클리어'는 관광을 위한 무비자로 입국한 후, 비자 만료 기간이 되면 인근 캄보디아·라오스 등 다른 나라에서 1~2일 지내다 재입국하면서 다시 비자를 받는 행태를 말한다. 이들은 사실상 태국에서 일하면서 돈을 벌지만 관광 비자이기 때문에 세금을 내지 않고 있다.


"많은 경우 현지인에 비해 더 높은 소득을 벌어들이는 디지털 노마드로 인해 물가와 임대료가 상승하면서 원주민이 이주하는 현상, 관광 비자로 장기체류하면서 세금이나 비자 비용을 부담하지 않고 해당 지역 인프라를 활용해 하는 경제적 활동 등 계속 고민해야할 문제도 많습니다."


디지털 노마드에 대한 사회적·장기적 아젠다도 내놨다. "한국 기업의 원격 근무 시행, 다양한 고용 형태에 대한 법적 보호 등도 논의해야 합니다. 이런 뒷받침이 없다면 디지털 노마드가 현실적이지 않고 개인이 모든 위험을 떠안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노동가치관이 바뀐다① 월급 300만원 대신 30만원짜리 일 10개 하는 세상 

글 jobsN 감혜림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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