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는 수제맥주 '대동강페일에일' 불매운동 벌어진 이유

조회수 2020. 9. 18. 10:3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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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금 미지급 문제 SNS로 미숙한 대응
수제 맥주업계 스타 '더부스' 퇴직금 안주려해
김희윤 대표, SNS 허위 사실 게재 후 사과 반복
규모 작은 스타트업 시스템·위기대응 약해

스스로 맥덕('맥주 덕후'의 줄임말로 다양한 맥주를 좋아하는 마니아를 의미)이라는 A씨는 지난 5월 12일 '더부스 불매운동을 제안합니다'라는 글을 소셜미디어(SNS)에 올렸다. 더부스브루잉컴퍼니(이하 더부스)는 2013년 창업한 수제 맥주 스타트업. 수십억원 투자를 받고 전국에 맥주를 공급한다. 제품들이 인기라 요즘 뜬다는 수제 맥주 업계에서도 '스타' 업체로 통한다. 


A씨는 "이직하려는 직원에게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으려 했고, 더부스 대표가 소셜미디어에 허위 사실을 올려 해당 직원의 명예를 훼손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수제 맥주 시장이 워낙 작다보니 한 다리 건너 아는 사람이 많아 이 사건으로 싸우거나 멀어진 사람도 있다"며 "내가 좋아하는 업계에서 불합리한 일이 일어났기 때문에 나섰다"라고 했다.

출처: jobsN
더부스브루어리 김희윤 대표

소셜미디어에 댓글 등으로 반박글을 올리던 김희윤 더부스 대표는 하루 뒤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사과문을 올렸다. "사실 관계 확인이 늦어져 빨리 입장을 밝히지 못했다. 제 미숙함 때문에 생긴 일이다"라는 내용이었다. 


이후 jobsN이 취재를 시작하자 김희윤 대표의 사과문은 타임라인 비공개(글을 삭제하진 않았지만 자신의 계정을 찾은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게 하는 기능)로 바뀌고 더부스브루어리 공식 페이스북에 다시 사과문이 올라왔다. 


더부스는 수제 맥주업계의 스타다. 젊은 고학력자들이 맥주에 일가견이 있는 외국인과 같이 만들어 화제를 모았다. ‘한국 맥주가 (북한의) 대동강 맥주보다 맛없다’라는 기사를 쓴 전 이코노미스트지 기자 다니엘 튜더, 한의사 김희윤, 애널리스트 양성후씨가 공동 창업했다. 대표 상품은 '대동강 페일에일'.


창업 4년 만에 개인간거래(P2P) 방식으로 20억원, SBI인베스트먼트·IBK캐피털 등 기관투자자로부터 30억원을 투자 받았다. 미국에 양조장도 냈다. 전국 마트와 술집 등 1000여곳에 맥주를 납품하고 직원 90명, 연 매출 80억원을 낼 정도로 잘 나가는 회사가 왜 직원에게 퇴직금을 주지 않으려 한 것일까?

출처: 더부스브루어리 홈페이지
더부스브루어리의 대표상품 '대동강 페일에일'

"회사 재정 어려우니 1년 채우지 말고 퇴사하라"

사건의 발단은 지난 3월. 더부스브루어리 삼성점에서 홀서비스 부매니저로 근무하던 B씨는 또 다른 수제 맥주 회사인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양조사' 직무에 합격했다. 양조사는 맥주를 만드는 직무다. 


더부스에 근무한 지 딱 1년인 4월 중순까지 회사를 다니기로 했다. 근로계약서에는 '퇴사 1개월 전 통보' 조항이 있다. B씨는 퇴사 40일 전 점장인 매니저에게 이직 사실을 알렸다. 그는 "업무 인수인계 할 시간을 넉넉하게 가져 매장에 피해를 주고 싶지 않고, 다른 직원에게 영향을 줄 수 있으니 매니저님만 알면 좋겠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근로기준법에 따라 1년 이상 근속하면 퇴직금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며칠 후 매니저는 "재정 상황이 어려우니 3월말까지만 일해달라. 퇴직금은 줄 수 없고 남은 연차 수당을 지급하겠다"라는 회사 입장을 전했다. 

김희윤 대표 개인 계정으로 SNS 대응 나서 

B씨는 이 제안을 거절하고 1년을 채워 퇴직금을 받고 싶다고 했다. 며칠 후 더부스는 퇴직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맥덕' A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회사 이름을 밝히지 않고 짧은 글을 올렸다. 직원 B씨가 퇴사한 다음 날이었다. 

출처: 페이스북 캡처
맥주 마니아인 A씨가 올린 글. 직원 B씨가 퇴사하는 다음 날 회사 이름 등을 밝히지 않고 글을 올렸다.

요약하면 '유명 수제 맥주 회사가 직원에게 퇴직금을 주지 않기 위해 빨리 퇴사하라고 했다'는 내용이다.


김희윤 더부스 대표가 여기에 직접 댓글을 달았다. "단편적인 이야기만 들으시고 '불매 운동이라든지 망했으면 좋겠다'든지 몰아가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퇴직금을 주지 않으려 퇴사를 권고하는 일따위 하지 않는다" "억울한 일을 당했다"는 내용이었다. 

출처: 페이스북 캡처
맥주 마니아 A씨가 남긴 글에 김희윤 대표가 댓글을 달았다.

하지만 퇴사일로부터 한달이 지나고도 더부스는 퇴직금을 주지 않았다. B씨는 고용노동부에 신고해 퇴직금을 받았다. 이후 B씨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그동안 겪은 일을 자세히 적어 올렸다.


'좋아요'와 댓글이 수백건이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김희윤 대표는 개인 페이스북 계정에 사과문을 올렸다. "함께했던 식구를 경쟁사로 보내는 건 조금은 서운하고 마음이 아픈 일이지만 이직 여부와 관계없이 퇴직금을 수령할 수 있도록 즉시 조치하지 못한 것은 불찰"이라는 내용이었다. 


근무 기간 1년 내 퇴사 권고와 관련해서는 "경쟁사로 이직이 결정된 직원이 퇴직금 수령을 위해 2개월 동안 근무를 연장한다고 판단했고, 대신 연차보상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제안했다"라고 주장했다.

출처: 페이스북 캡처
김희윤 대표가 개인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사과문.

퇴직금 지급 늦어지고 이직 예정 회사서 일방적 취소 

퇴직금 지급이 안된 이유는 "5월 연휴 기간이 겹쳐 처리가 늦어졌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B씨가 이직과 퇴사 사실을 밝힌 40일전을 2개월로 부풀려 말해 "사실 관계를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성급하게 행동했다"라며 다시 사과 댓글을 올리기도 했다. 


한편 더부스에서 퇴직금을 받지 못하던 B씨는 4월 중순 이직하기로 했던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로부터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내부 사정으로 입사가 취소됐다"라는 것이었다.  


B씨는 "더 자세한 상황을 들어야 납득이 갈 것 같아 정확한 이유를 설명해달라고 했지만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측에서는) 비밀협약서를 쓴 것도 아니고 소문을 퍼뜨릴 수도 있어 설명할 의무가 없다고 했다"라고 주장했다. 

출처: 페이스북 캡처
김태경 어메이징브루어리 대표가 양조사로 채용하려고 했던 직원 B씨의 입사 취소 통보와 관련된 사과문을 댓글로 남겼다.

더부스 사건이 널리 퍼지며 이 사실도 알려지자 김태경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대표도 페이스북 댓글로 사과글을 올렸다. "지점을 내려던 계획이 늦어지면서 채용을 동결(중지)하게 됐다"라며 "채용 관련 결정은 외부 영향 없는 경영진의 판단"이라는 것이다.  


수제 맥주 스타트업 2곳에서 퇴직·이직 과정을 겪은 B씨는 "스타트업이 수평적 관계와 의사소통을 강조하지만, 현실에서는 비효율적이고 애매한 수직관계로 이뤄져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더부스브루잉컴퍼니 관계자는 "사실 관계에 대한 명확한 확인 없이 성급하게 대응했다"라며 "이번 일을 겪으며 퇴직금 지급, 인사 시스템 등을 정비했다"라고 말했다. 


글 jobsN 감혜림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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