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줄이는 법' 공짜로 알려주는 20대 미녀 회계사

조회수 2018. 11. 5. 09:3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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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로 미래를 바꾸는 여자

4대 회계법인 회계사→쇼핑몰 CEO→세무회계사무소 개업. ‘인생 3막’을 열어젖힌 디자인택스 대표 김희연(29)씨의 간단한 이력이다.  


개업한 세무사는 약 1만2000여명(한국세무사회 자료). 40~50(약 5000여명), 60~70대(3000여명) 등 중장년층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여성 세무사는 전체 800여명 수준에 불과한데 이 중에서도 개업한 젊은 20~30대 여성 세무사를 찾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또 회계사가 개업한 경우도 보기 어렵다. 1만 1500여명의 회계사 가운데 개업한 사람은 약 700여명에 불과하다(한국공인회계사회 자료). 대부분 회계법인, 금융회사, 대기업 직원으로 일한다.


20대 여성 회계사이면서 세무회계 사무소를 차린 것은 이례적이란 소리다. 회계사 자격증을 따면 절세 같은 세무 상담 업무도 볼 수 있다는 장점 덕분이다. “20대 여성으로 세무회계 사무소를 개업한 사람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출처: 본인 제공
디자인택스 김희연 대표

김씨는 신세대 다운 영업 방식으로 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절세 미녀’라는 타이틀로 ‘세테크’ 강의 동영상을 유튜브에 꾸준히 올리고 있다. 절세미녀는 절세로 미래를 바꾸는 여자를 줄인 재치있는 표현이다. 거래처를 위한 애플리케이션도 개발했다.  


2016년 8월 직원 1명과 함께 문을 연 디자인택스는 현재 직원 4명으로 늘어났으며, 계약을 맺고 있는 거래처는 100곳이 넘는다. 월 매출은 1500만~2000만원 수준. 아직 손익분기점 아래지만 올해 안 흑자 전환을 기대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중이다.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출처: 네이버 캡처
디자인택스 공식 블로그

밑바닥부터 차근차근…전단지 돌리고 무급 근무까지

김씨는 개업 전 한 세무사무소에서 6개월가량 ‘무급’으로 일했다. 여성인데다 어렸던 그녀가 조언을 구할 데가 마땅히 없었기 때문에 업계에서 이름난 곳에서 일을 도우며 배운 것이다. 전에 주로 대기업의 회계업무를 보던 그녀가 자영업자, 고액 자산가를 상대하는 세무 업무에 적응하는 시간이었다. 그곳에서 김씨는 몸으로 부딪히며 운영 노하우를 체득했다. “어떻게 하면 거래처를 틀 수 있는지 배울 수 있었어요. 미래를 준비하는 기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만의 거래처도 틈틈이 확보해나갔어요.” 


실무를 익힌 그녀는 독립해 사무소를 차렸다. ‘디자인 택스’라는 독특한 명칭은 세금을 디자인한다는 뜻. 김씨는 “고객의 성공을 위해 절세 구조를 디자인하고, 제가 원하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의미가 있다”고 했다. 


세무회계 업계에선 SNS와 IT플랫폼을 활용하는 경우가 적다. 그러나 그녀는 인터넷·동영상을 업무에 활용했다. 직접 절세와 관련된 영상을 제작해 유튜브에 올리는데, 세금계산서 발행이나 홈택스 등 개인 사업자에게 유용한 팁을 알려준다. “절세를 설명하는 글은 많아요. 그러나 사업하는 분들이 워낙 바빠 읽을 시간이 없잖아요. 나이 드신 분들도 이해하기 쉽게 만들어보자고 생각했습니다.” 

출처: 본인 제공
희연 대표가 허벌라이프(왼쪽)와 현대카드에서 강의를 하는 모습

지금도 “젊은 여성에게 무슨 일을 맡기느냐”는 부정적인 인식이 있다. 김씨는 꼼꼼함과 진정성, 친절함을 무기로 편견을 극복해나가고 있다. “가장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채널로 고객을 응대합니다. 가령 요즘 많이 쓰는 카톡으로도 상담을 합니다. 꼭 오프라인으로 관리해야하는 서류가 아닌 간단한 증빙 관리는 앱을 활용합니다. 실력은 비슷할지 몰라도 이런 세심한 배려가 우리의 경쟁력이라고 생각해요.” 직원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것도 친절이다.  


입소문이 나면서 디자인택스를 찾는 고객이 하나둘씩 늘기 시작했다. 기존 고객이 지인을 소개해주거나, 블로그나 유튜브를 통해서 디자인택스를 찾는 등 유입 경로가 다양하다. 신도시에 가서 영업 전단지를 뿌린 적도 있다. 가끔씩 나가는 현대카드 직원 대상 강의를 통해 만난 인연으로 고객이 생기기도 한다. 해외에 진출한 외식 브랜드 ‘철든놈’의 박경준 대표도 디자인택스의 고객이다. 100여개로 불어난 거래처를 보면 음식점·약국·미용실·건설업체·쇼핑몰 등 업종이 다양하다. 대부분 개인 사업자다.  

출처: 유튜브 캡처
유튜브에 올린 세테크 강의 동영상

안정적인 직장 포기하고 모험한 이유 

김씨는 명덕외고를 거쳐 서강대 재학 시절인 2011년 공인회계사(CPA) 시험에 합격했다. 졸업 후 국내 4대 회계법인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삼일회계법인과 한영회계법인에서 각각 2년, 1년가량 근무했다. 2015년 10월 그녀는 인생의 첫번째 창업에 나섰다. 의류 쇼핑몰이었다.  

출처: 본인 제공
쇼핑몰 CEO 시절 김희연 대표

“인생에서 꼭 해보고 싶은 꿈 중의 하나였어요. 나이가 들면 더 이상 못할 것 같더라고요. 그러나 이상과 현실의 차이가 컸습니다. 쇼핑몰 업계는 ‘돈이 돈을 버는 구조’였습니다. 대형 쇼핑몰 틈바구니에 살아남기가 힘들더라고요.” 5개월 만에 사업을 접었다.


쇼핑몰 실패 후 다시 회계법인으로 돌아갈 기회는 있었다. 하지만 김씨는 다른 선택은 했다. 개인 세무 사무소 개업을 추진하자 주변에선 “미쳤냐” “왜 사서 고생을 하느냐”는 반응까지 나왔다.


“다들 말렸어요. 20대 여성 회계사가 세무사무소를 개업한 전례가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쇼핑몰을 운영할 때 동료 자영업자들의 현실을 보면서 느낀 게 있었습니다. 매일 밤마다 동대문 시장에 갔었어요. 정말 열심히 사는 분들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내가 편하게 돈을 벌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절세나 '세테크'에 대해 잘 모르는 시는 것 같아 안타까웠습니다. 신고를 잘못해서 ‘세금 폭탄’을 받거나 심지어 사업을 접는 분까지 있었어요. 그분들에게 도움을 주고,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회계법인의 미래는 그다지 밝지 않다. 실제로 삼일 등 4대 회계법인의 퇴직자 수를 살펴보면 2013년부터 최근까지 매년 1000여명을 웃돌고 있다. 업무 스트레스는 높아지는데, 보수는 크게 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4대 회계법인 가운데 삼일회계법인(평균연봉 약 1억원)을 제외한 한영 등 회계법인 3곳의 직원 평균연봉은 7000만원을 넘지 못한다.


반면 지난해 국세청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세무사 사무소의 평균 연수입은 2억 6173만원. 인건비 등 비용을 제외하고 나면 8800만원 정도의 순수입을 올린다. 세무사는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 자영업자, 개인 자산가 등 다양한 고객을 상대한다.


다만 개업 한지 얼마 안 되는 김씨의 수입은 아직 세무사 평균에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주도적으로 일을 하고 싶다는 꿈, 그리고 중소기업과 신규창업자, 자영업자와 함께 성공하고 싶다는 꿈을 이뤄가고 있다고 했다.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 세부담을 최대한 줄여주는 것에 큰 보람을 느낀다. 거래 수수료는 매출액에 따라 다른데, 간이과세자는 월 8만8000원, 일반 과세자는 월 11만원부터 수수료를 책정한다.


쉽지 않은 도전이었지만 회사원인 남편 최은용(30)씨는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아직 사업이 적자라 가계 수입이 대폭 줄어들었다. 부부는 허리띠를 졸라매는 중이다. 쇼핑을 좋아했던 그녀는 일주일 내내 거의 옷이 바뀌지 않는 ‘단벌 숙녀’로 생활하고 있다.

직원이 행복해야 좋은 회사 

회계사 업계에선 그녀를 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젊은 여성이 너무 튄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김씨는 “업계에서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또래 여성이 없어 심리적으로 외로운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그러나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고 했다.  

출처: 본인 제공
김희연 대표

김씨는 개업의 장점으로 '시간 활용'의 자유를 꼽았다. “회계법인 다니던 시절과는 달리 시간을 자유롭게 쓴다는 점이 좋아요. 물론 제 사업이니까 그만큼 책임도 따르죠. 세테크를 통해 누군가의 인생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보람도 느낍니다. 관리를 못 받다가 세금이 줄어 고맙다는 응원을 받으면 힘이 납니다. 땀 흘려 생업에 종사하면서 모은 돈이잖아요.” 


김씨는 자신뿐만 아니라 직원 모두가 행복한 회사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세무업계는 흔히 종합소득세, 법인세 신고같은 업무가 몰리는 상반기를 시즌, 하반기를 비시즌으로 분류한다. 


“하반기부터 4.5일제를 시행할 계획입니다. 금요일엔 오전 근무 후 퇴근하고 월요일에는 오후 출근하는 겁니다. 아직 사업 초기라 많은 연봉까진 어렵지만 복지와 삶의 질만큼은 보장하고 싶습니다. 좋은 환경에서 일하는 직원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에요.” 운영 시스템을 이미 클라우드로 전환을 했기 때문에 나중에는 재택근무도 활성화할 계획이다. 신용카드와 영수증, 세금계산서같은 서류업무도 최대한 줄였다. 

“주변에 휘둘리지 않아야 한다” 

출처: jobsN
김희연 대표

업종이나 직업은 다를 수 있어도 ‘제2의 인생’을 꿈꾸는 누군가에게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녀는 “주변에 휘둘리지 않아야 된다”고 했다.  


“처음엔 많이 힘들었어요. 하다못해 학생회장도 해본 적이 없었는데 하나의 조직을 운영하게 됐거든요. 게다가 성격도 내성적이었고요. 그런 제가 감히 조언을 하자면 ‘내가 왜 일을 하는지’에 대한 철학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여성이라면 강한 마음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그 뜻만 명확하다면 많은 난관이 있더라도 헤쳐나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글 jobsN 오유교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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