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1이 상금만 1억, 세계 1위 천재소년의 직업은?

조회수 2018. 11. 5. 09:3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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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 조종 3개월 만에 세계 1위, 누적 상금 1억원
'천재' 소리 듣지만, 주말 종일 연습
"전투기 조종사 되는 게 꿈"

지난 13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에 있는 봉일천 중학교. 김민찬(13)군이 손바닥 크기만한 드론 8대를 책가방에 매달고 교문을 들어서자 학생들의 시선이 쏠렸다. "민찬이 드론 날리나봐." 여기저기서 웅성댔다. 교실 창문 너머로 고개를 빼고 쳐다보는 학생도 있었다. 


중학교 1학년 민찬군은 지난해 7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드론레이싱 대회 '제1회 아시아컵 상하이'에서 1위를 차지한 '드론 천재'다. 상하이 대회는 중국 드론전문가 단체인 TOS가 주최했다. 아시아에서 드론 날리기 고수 140명을 초청했는데 초등학교 6학년이던 김민찬 군이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민찬군은 2016년 1월 드론 조종을 시작했다. 2개월 만인 그해 3월, 두바이에서 열린 세계 드론레이싱대회 프리스타일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우승상금 5만달러(약 6000만원)를 받았다. 지금까지 국내외 각종 대회에서 받은 상금을 합하면 1억원에 달한다. KT가 만든 드론 레이싱팀 'KT기가파이브'에 소속돼 후원을 받고 있다. 그는 이 학교 학생들 뿐 아니라 세계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친구들의 시선이 쏠리자 민찬군은 멋쩍은 듯 머리를 긁다가 고글을 썼다. 손바닥 만한 드론은 시속 150km로 날아다닌다. 맨눈으로 쫓으며 조종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드론 선수들은 고글을 착용한다. “그냥 고글은 아니에요. 드론에 카메라가 달려있는데 촬영하는 화면을 고글로 볼 수 있습니다.” 


드론을 하늘에 띄우자 프로펠러 돌아가는 소리가 ‘윙’하고 들렸다. 중학교의 넓은 축구장 왼쪽 축구 골대에서 오른쪽 축구 골대로 날아갔다. 골대 사이를 왕복 하는데 5~6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출처: KT제공
드론과 고글을 들고 있는 김민찬 군.

드론 조종 3개월 만에 세계 1위, 누적 상금만 1억원

드론을 자유자재로 날리는 비결이 있느냐 묻자 김군은 “그냥 손가락이 움직이는 대로 따라간다”고 했다. “‘이렇게 날렸으면 좋겠다’고 상상하면 손이 그렇게 움직입니다.” 


민찬 군의 아버지 김재춘(52)씨에게 아들이 드론을 왜 잘하는지 다시 물어봤다. 그랬더니 “민찬이에게 드론 조종은 어른들이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 같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자동차 운전자가 ‘좌회전을 해야지’ 하고 생각하면 손과 발이 반응한다. 생각하고 움직인다기보다 몸이 기억하는 것에 가깝다. 민찬군의 드론 조종도 이와 비슷하다는 설명이다. 


드론 조종 실력의 배경에는 10년간 무선조종(RC) 헬리콥터를 다룬 경험이 있다. 드론에 RC헬리콥터 조종술을 접목한다고 했다. 김군이 3살이었을 때헬리콥터를 다뤘다. 그에게 기억이 나느냐고 묻자 “아빠 내가 정말 그랬어?”라며 아버지를 쳐다봤다. 

출처: jobsN
김민찬군이 봉일천 중학교 운동장에서 드론을 조종하는 모습.

RC헬리콥터 조종 10년 "수리비만 집 한채 값”

아버지는 10년 전부터 고양시 무선 헬리콥터 동호회 회원으로 활동했다. 당시 민찬군의 나이는 만 3세. 주말마다 동호회에 나가 헬리콥터를 가지고 놀았다. 집에서 시간이 나면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연습했다. “컴퓨터로 하는 것도 실제랑 거의 똑같습니다. 균형이 안 맞으면 떨어지고, 아예 이륙을 못 시키는 일도 있습니다. 제가 컴퓨터로 시뮬레이션 하는 모습을 민찬이가 본 것 같아요. 퇴근해서 돌아왔는데 민찬이가 따라서 해보고 있더군요.”  


그때부터 주말이면 아들을 데리고 RC헬리콥터 동호회 모임에 나갔다. "아들이 헬리콥터 조종기를 줬는데 어설프게 나마 헬기를 조종하는 겁니다. 회원들 입이 떡 벌어졌습니다.”  

이때부터 부자(父子)의 취미는 헬리콥터 날리기였다. 아버지가 헬리콥터를 하늘로 띄워 무선 조종기를 넘겨주면 어린 민찬군이 헬기를 조종했다. 추락할 것 같으면 아버지가 다시 조종했다. 아들은 두 달 만에 아버지의 조종 실력을 뛰어넘었다.


“무선 헬기 동호회에 데리고 나갔는데  갑자기 번쩍 안아 달라고 하는 거에요. 그러더니 가슴 높이에서 다른 사람이 조종기를 어떻게 작동하는지 뚫어져라 보는겁니다. 고수들의 손동작과 헬기 나는 모습을 반복해 보더니 따라하더군요."


자꾸 연습하니 헬리콥터를  앞뒤로 뒤집고 날리는 묘기까지 선보이는 수준이 됐다.


고가의 무선 헬리콥터 가격은 약 500만원, 실수로 부서지면 수리비만 200만원 넘게 나오기도 한다. 아버지는 “저 녀석 혼자 망가뜨린 헬리콥터 가격만 해도 엄청날 것입니다”고 했다. 민찬군은 육군참모총장배, 공군참모총장배, 국토교통부장관배 RC헬리콥터 대회를 석권했다.   

출처: jobsN
김재춘씨의 작업장에 놓인 RC헬리콥터(왼쪽)와 드론.

'드론 천재' 칭찬받지만, 주말이면 하루종일 연습도 

드론을 접한 것은 초등학교 6학년 때였다.  그가 가진 드론은 10대, 평균 가격은 50만원이다. 가장 비싼 것도 70만원 수준이라고 했다. “고장이 나더라도 수리비가 많이 안 나옵니다. 5만~6만 원이면 고쳐요.” 


드론을 날린지 한 달도 안 된 지난해 1월 말. 김군은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드론 레이싱 대회에서 1위에 올랐다. 3월에는 해외에서 쟁쟁한 드론 날리기 선수 30여명이 참가한  세계대회(두바이)에 나갔다. 경기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속도를 경쟁하는 레이싱, 묘기를 겨루는 프리스타일이다. 김군의 드론 다루는 실력은 레이싱이나 프리스타일 모두 국내 1위였지만 세계대회는 만만치 않았다.  

출처: KT제공
2016년 두바이 드론대회 김민찬 군이 프리스타일 부문 1위에 올랐다.

32명이 출전한 레이싱 대회에서는 16강에서 탈락했다. 하지만 프리스타일에서는 우승을 차지했다. ‘운이 좋았다’고 했다. “생각지 못한 기술로 묘기를 부리는 선수가 많았습니다. 제 순서는 뒤쪽이었는데 앞서 출전한 선수들의 기술을 참고해 더 멋진 묘기를 선보였어요.”  


프로선수들도 처음 보는 고난위 기술을 자유롭게 구사하려면 1~2달 가량 걸린다고 한다. 그러나 민찬이는 앞에 선수들이 펼친 처음 본 묘기를 그 자리에서 따라해 그 이상의 실력을 보여줬다. 그 결과가 바로 우승이다. 


훈련은 토요일과 일요일에만 한다. 아버지와 둘이 나간다. 아침 먹고 10시부터 시작해 해 질 녘까지 드론만 날린다. 유명세를 탄 아들의 '매니저' 역할을 하는 아버지는 그를 지켜보는 게 일이다.  

출처: jobsN
김민찬군과 아버지 김재춘씨의 모습.

장래희망은 전투기 조종사 "공군사관학교 가려 열공중”

드론 날릴 장소를 찾지 못해서 애를 먹기도 했다. 지금까지 고양시 한류월드 공사장 인근 공터에서 연습했는데 공사가 진행되면서 드론을 날릴 수 없게 됐다. 인적이 드물고, 시야가 트인 공간을 찾기가 어려웠다. 학교에서는 친구들이 위험할 수 있어서 날리기 어렵다. “가끔 드론을 손으로 잡으려는 애들이 있어요. 그런데 날개에 잘못 닿으면 손바닥 다 찢어집니다. 위험하니까 그냥 연습 멈추고 집으로 돌아올 때도 있습니다.” KT는 최근 민찬군의 집 근처의 공터를 정리해 드론 날리기 연습을 돕기로 했다. 


장래희망은 전투기 조종사다. “멋있잖아요. 직접 비행기에 타서 속도를 느껴보고 싶습니다.” 드론스포츠 선수가 될 생각은 없느냐고 물었더니 “아직은 시장이 크지 않기 때문에 두고 봐야 할 것 같아요”라고 했다.  


민찬군은 아버지의 취미를 따라 시작했다가 드론에서 자신의 잠재력을 찾았다. 다만 아버지는 “아들은 학교 공부가 우선인 중학생”이라고 했다. 수업을 마치면 보습학원에 가고, 일주일에 두 번은 영어 수업을 따로 받는다. “민찬이가 자신이 잘하는 분야를 잘 찾은 것 같아요. 드론으로 대학을 가든, 나중에 비행 분야에서 직업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민찬이는 오는 9월에 열리는 공군참모총장배 모형비행기·무선 조종 대회에 출전한다. "우승하면 공군참모총장님께 전투기 태워달라고 부탁드리고 싶어요."


글 jobsN 이병희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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