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40번 하늘에 태극 무늬 만드는 대한민국 엘리트들

조회수 2018. 11. 5. 14:0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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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공군 최고 엘리트들만 모여
영국 에어쇼 대회에서 '최우수상’ 수상하며 세계무대 데뷔
'T-50B' 홍보 역할 톡톡히 해내 …태국, 필리핀 등에 수출 계약 따내기도

8대의 항공기가 굉음을 내며 하늘 위 무대로 출격한다.


맨 앞에서 달리던 항공기가 구름 속으로 숨더니 이내 뒤따라오던 5대의 항공기도 구름 속으로 사라진다.


나머지 2대의 항공기가 하늘색 무대 위에 자리를 잡더니 하얀색 연기를 조금씩 내뿜는다. 각각 의 항공기가 큰 반원을 그린 뒤 가운데에 ‘S’자를 만들며 순식간에 지나간다. 이들이 모두 사라지고 난 뒤 하늘에 남은 것은 거대한 태극 무늬다.

출처: 블랙이글스 제공
하늘위로 출격하는 블랙이글스(왼쪽)과 대한민국을 형상화하는 'Taegeuk'기동모습. 블랙이글스는 1년 동안 대략 40회 정도 비행 일정이 있다. 날씨가 따뜻해지는 4월부터 11월부터 거의 매주 주말 전국에서 비행한다. 이 시기 외에도 장교 임관식 등에서 축하 비행을 한다.

2017년 3월 21일부터 25일까지 랑카위 섬에서 열리는 말레이시아 국제해양항공전(LIMA)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이 선보일 모습이다.


말레이시아 국제해양항공전은 2년에 한 번씩 열리는 에어쇼로 미국, 러시아, 프랑스 등 10여개 에어쇼 강국들이 참가한다. 이번 에어쇼에서 태극 마크를 품고 말레이시아를 들썩이게 할 대한민국 대표팀은 제53특수비행전대 소속 ‘블랙이글스’.

◇ 대한민국에 하나밖에 없는 군 에어쇼팀

블랙이글스는 대한민국에 하나밖에 없는 공군 특수 비행팀이다. 국내 각종 행사에서 특수비행을 펼치거나 세계 에어쇼 무대에 참가해 대한민국 공군의 수준을 알린다. 그러나 아직까지 블랙이글스는 많은 이들에겐 에어쇼 팀으로만 알려져 있다. 그들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블랙이글스의 리더이자 1번기를 맡고있는 이규원 소령(38)과 4번기를 맡고있는 김창건 소령(36)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블랙이글스가 세계의 주목받기 시작한건 지난 2012년. 영국 와딩턴 에어쇼에서 ‘최고 에어쇼’상을 받은 이후부터다. 블랙이글스는 창단 후 처음 출전한 에어쇼에서 항공 기술 선진국인 미국· 캐나다· 영국을 제치고 가장 큰 상을 받았다. 

(왼쪽)블랙이글스 마크. 블랙이글스 항공기 T-50B와 비행 준비를 하는 조종요원들.

이뿐만이 아니다. 이어서 참가한 리아트 에어쇼에서도 블랙이글스는 ‘시범비행 최우수상, ‘인기상’을 받았다. 이 소령은 "한 대회에서 최우수상과 인기상을 한꺼번에 석권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당시 많은 비행팀들이 부러워 했다 "고 말했다.


블랙이글스는 세계 3대에어쇼 중 하나인 싱가포르 에어쇼에 2014년, 2016년 2차례 참가했다. 6일 동안 총 4회 공연을 펼치고 메인 무대를 장식하는 등 뛰어난 기량을 선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출처: 블랙이글스 페이스북 캡처
2014년 싱가포르 에어쇼 포스터(왼쪽)과 당시 기동 모습. 세계 3대 에어쇼엔 영국 판보로에어쇼, 파리에어쇼, 싱가포르에어쇼가 있다.

이 소령은 이번 말레이시아 에어쇼에서 발전된 에어쇼 공연을 펼쳐 대한민국 공군의 저력을 선보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말레이시아 에어쇼는 처음으로 참가합니다. 그동안 혹독한 연습을 해왔는데 발전된 모습을 선보여 블랙이글스 에어쇼 경력에 방점을 찍을겁니다.”


◇ 블랙이글스에서 가장 중요한 건 ‘팀워크’

출처: 블랙이글스 제공

“블랙이글스! 팀워크!” 블랙이글스의 구호다. 그만큼 블랙이글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팀워크다. 최상의 팀워크를 위해 개인 기동훈련보다 팀 기동 연습에 더 많은 시간을 쓴다는게 이 소령의 말이다. “기상이 좋지 않아 비행할 수 없을 때도 간단한 실내 활동을 통해 팀워크를 다집니다. 주로 헬스를 함께 하거나 테니스를 치면서 팀원과 호흡을 맞춥니다.”


팀 훈련에 집중하는 가장 큰 이유는 비행 시 발생할 수 있는 대형 사고를 막기 위해서다. 김 소령도 “팀 기동 시 자칫 작은 실수 하나로 팀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며 팀 훈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번은 DIZZYING BREAK(정면 상공에서 5,6,7,8번기가 나란히 진입하여 동시에 교차해서 흩어지는 것) 기동을 선보이는데 6번기를 보면서 진입해야 하는 7번기가 6번기를 못보고 진입을 시도하려 했어요. 다행히 6번기가 7번기를 미리 확인하고 방향을 틀어 큰 사고를 피할 수 있었죠. 만약 확인하지 못했다면 5,6,7,8번기 모두 그날 어떻게 됐을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블랙이글스 조종사들은 비행 훈련이 끝나도 틈틈이 자신들의 훈련 영상을 돌려보며 비행 감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하루 연습은 비행을 하기위한 준비 시간을 제외하면 총 8시간 동안 이어진다. 공군 내부에서 그들이 '원주의 연습벌레' 라고 불리 것도 다 이 이유에서다.

출처: 블랙이글스 제공
4기가 일렬종대형으로 기동을 펼치고 있는 모습(왼쪽) 과 8명의 조종요원들

◇ 까다로운 선발 과정에도 ‘공군이라면 한 번쯤 꿈꾸는 로망’


최상의 팀워크를 만들어야 하는 만큼 선발 과정은 까다롭다. 블랙이글스 조종사 활동 기간은 3.5년 정도다. 각 조종사마다 활동기간이 달라 매년 1~2명정도 충원이 이루어진다.


선발 과정은 서류 지원-인성 면접-최종 합격 순으로 이루어진다. 서류에 지원하기 위해선 3가지 자격조건이 필요하다. 나이와 출신은 보지 않는다. 우선 최소 800시간 이상의 비행 경험이 있어야 한다. 또 초등·기본·고등으로 나누어진 조종사 양성 교육에서 상위 30% 안에 들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항공기 4대를 지휘할 수 있는 편대장 자격증이 필요하다. 공군 최고 엘리트들이 모여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성면접은 유선 전화로 이루어진다. 일반 면접과 다른점은 면접관이 앞으로 같이 활동할 팀원이란 점이다.

김 소령은 “팀원들이 서류에 나온 번호로 직접 전화를 걸어 면접을 진행한다”고 했다. “국가와 팀을 위해 희생할 각오가 돼 있는지, 협동심을 발휘할 수 있는지 여부가 주요 평가 기준입니다. ‘특수비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팀워크를 발휘해 좋은 성과를 거둔 경험이 있는지’ 등의 질문으로 지원자를 평가합니다. 아무리 서류 성적이 좋아도 이 조건을 만족하지 못하면 블랙이글스엔 들어올 수 없습니다.”


복잡한 선발과정에도 지원자는 매년 늘어난다는 후문이다. 평균 경쟁률도 3대 1로 꽤 높다. 공군이라면 한 번쯤 블랙이글스에 들어가는 것을 꿈꾼다는 게 관계자의 말이다.  

출처: josbsN
T-50B. 가장 앞에 있는 항공기가 1번기로 리더역할을 맡고있다. 끝에 있는 항공기는 7,8번기로 솔로 포지션을 담당한다.

◇T-50B로 세계 무대에서 '최고 에어쇼'상 수상


이 소령은 “ A-37B에서 T-50B로 교체된 이후 각종 국제 에어쇼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T-50B는 대한민국 기술로 만들어진 초음속항공기로 2008년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총 길이 13.4m 폭 10m, 높이 5m의 거대한 몸집을 가졌으며 겉면에 노란색이 칠해진 탓에 ‘골든이글’이란 별명을 가지고 있다.


T-50B 전엔 미국산 A-37B를 썼다. 그러나 2007년 에어쇼에 적합하지 않다는 판정을 받은 뒤 자취를 감췄다. 이 소령은 “T-50B로 교체한 뒤 블랙이글스의 수준이 한 층 향상됐다”고 했다. "엔진 성능이 달라 속도에 큰 차이가 납니다. A-37B는 최대속도가 843km에 불과하지만, T-50B의 최대 속도는 마하 1.5(시속 1800km)입니다. 할 수 있는 기동도 늘었습니다. A-37B는 오래된 항공기라 반응이 느려 연속적인 동작을 하는데 어려움이 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젠 짧은 시간 안에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고난도의 기술이 필요한 기동도 할 수 있습니다.” 

출처: jobsN
정비요원들은 비행 전 조종요원들이 비행을 잘 마칠 수 있도록 격려한다. 보통 '안전한 비행 되십쇼, 오늘도 멋진 비행 기대합니다' 등의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고 한다.

◇ 정비사가 비행기의 주인이라면 조종사는 비행기를 타는 고객


조종사만큼이나 중요한 사람이 정비사다. 블랙이글스는 조종사와 지상 요원으로 나뉘는데 여기에 정비요원이 포함된다. 정비사에 관해 알아보기위해 1번기를 담당하고 있는 박종성 중사(38)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정비 요원은 항공기 관리 업무a를 담당합니다. 보통 조종사들이 나오기 2시간 전부터 나와 항공기를 점검합니다. 비행이 끝나고 난 뒤에도 현장에 남아 항공기를 다시 살펴야 합니다. 이 작업이 끝나면 다음날 에어쇼에서 사용할 경유를 채워넣는 것을 끝으로 하루 업무를 마무리 합니다”

출처: 블랙이글스 제공
T-50B는 각종 항공 전자장비 및 컴퓨터가 탑재돼있어 이전 항공기보다 손 쉽게 정비를 할 수 있다.

블랙이글스엔 총 29명의 정비 요원이 있다. 이 중 실제 기동을 하는 항공기를 관리하는 요원을 ‘정비기장’이라고 한다. 정비기장이 되기 위해선 적어도 블랙이글스에서 1년 이상 정비 업무를 경험하고, 정비 기장 교육을 이수해야한다.


박 중사는 “정비사가 비행기의 주인이라면 조종사는 비행기를 타는 고객”이라고 했다. “정비기장은 항공기를 총괄하는 매우 중요한 역할입니다. 조종사를 항상 제 항공기에 타는 고객이라고 생각해 안전하게 비행하고 돌아올 수 있도록 보이지 않는 곳까지 꼼꼼하게 확인 또 확인해야합니다. ”

출처: 레드에어로즈·선더버드팀 페이스북
영국 레드에어로즈팀의 기동 모습(왼쪽)과 미국 선더버드 팀의 기동 모습

◇ 블랙이글스, “세계 무대에서 우뚝 서고 싶습니다”


블랙이글스엔 꿈이 있다. 세계 최고 팀인 미국의 ‘선더버드’· ‘블루엔젤스’, 영국의 ‘레드에어로즈’와 경쟁하며 세계 무대를 누비는 것이다.


이 팀엔 현존하는 최고 실력자들이 모여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역사만 해도 100여년이 넘는다. 이들은 각 국 국민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많은 팬층을 보유하고 있다. 김 소령은 “이 팀들과 함께 에어쇼 무대에 서고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출처: 블랙이글스 페이스북
블랙이글스도 국외 뿐만아니라 국내에서도 많은 팬을보유하고 있다. 비행이 끝난 뒤 팬들의 환호성 소리를 들을 때 짜릿한 기분이 든다고 한다.

“미국이나 영국팀들 보다 역사는 짧지만 블랙이글스는 세계에서 실력있는 에어쇼팀으로 소문나 있습니다. 지금 갖고있는 이 명성 잃지 않기위해 더 열심히 비행할겁니다.


그래서 세계적인 팀들과 함께 더 멋진 에어쇼를 선보였으면 합니다. 그때 까지 더 열심히 비행기를 탈거구요. 많은 분들이 지켜봐 주셨으면 합니다.”


글 jobsN 이민지 인턴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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