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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직장 관두고 스테이크 만드는 사장님 ¨17억원이 몰렸다

조회수 2018. 11. 5. 14:0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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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핀터레스트 성공 보며 스타트업에 충격
권도균 프라이머 대표 제안으로 한국행
"월급 못받고 기숙사 생활, 회사 커가는 것 보면 행복"

서울시 강남구에 사는 30대 여성 직장인 A씨는 녹초가 돼서 퇴근하며 저녁 메뉴를 고민했다. 집에 들어가 밥을 하자니 힘이 들었고, 외식을 하려니 부담스러웠다. 배달 음식을 시켜 먹을까 고민했지만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패스트푸드나 중국음식, 회사 근처에서 매일 먹을 수 있는 한식·분식만 떠올랐다.


장경욱(32) 플레이팅 대표는 “이런 고민을 해결해보려고 사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트러플 버섯 리조또’, ‘수란을 얹은 닭다리살’ 같은 요리는 호텔이나 음식점에 가야 먹을 수 있는 요리였습니다. 집에서 시켜 먹기는 어려웠습니다. 저렴하게 만들어 배달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플레이팅을 만들었습니다."

출처: 장 대표 제공
장경욱 플레이팅 대표가 이야기 하는 모습.

호텔 요리사를 직접 채용하거나, 유명 레스토랑 셰프들과 협업해 요리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고급 음식점에서 파는 음식이나 창작 요리를 만들어 냉장보관하고 전자레인지나 오븐에 데워 먹을 수 있도록 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주문을 하면 오토바이 배달원이 배달한다. 음식 가격은 1만~1만5000원 수준. 별도의 배달팁은 없다. 


2015년 11월에 사업을 시작해 1년 만에 월 매출 1억원을 기록했다. 하루 판매량은 300~500인분이다. 디캠프·스트롱벤처스 등 투자회사에서 총 17억원을 투자 받았다. 


현재 플레이팅에서 일하는 요리사는 7명, 셰프 3명과 보조요리사 4명이다. 지금까지 개발한 메뉴는 50여가지이지만, 하루에 만드는 메뉴는 7~8가지 정도다. 빠르면 하루, 늦으면 일주일에 한 번씩 메뉴를 바꿔가며 만든다. 


애플리케이션에 메뉴를 올릴 때 그 음식을 만든 요리사의 사진과 이름도 함께 올린다. 리뷰에는 댓글과 별점을 그대로 공개했다. "주문해서 음식을 드셔본 분들이 평가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전체 리뷰를 합치면 2만여건이 넘습니다. 평점은 별점 5점 만점에 4~4.5점입니다."


냉장 보관하지만 하루가 지나면 팔지 못한다고 했다. “만든 요리의 2~5%정도를 버립니다. 그래도 아까우니까 남는 건 제가 먹기도 합니다.”


요리를 '배달'한다는 사실때문에 '배달의 민족'이나 '푸드플라이'를 경쟁사로 생각하는 소비자도 있다. 두 업체는 배달하지 않는 음식점의 유명요리를 배달하면서 덩치를 키운 업체다. "이런 업체들과는 사업 성격이 다릅니다. 우리는 요리를 저렴한 가격에 배달까지 하는 고급식당으로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출처: 플레이팅 애플리케이션 캡처
플레이팅 애플리케이션에서 볼 수 있는 플레이팅의 요리.

페이스북·핀터레스트 성공 보며 스타트업에 충격 

그는 미국 듀크대학에서 경제, 심리학을 전공하고 글로벌 투자회사를 다닌 경력의 소유자다. 글로벌인다우먼트매니지먼트(GEM)에서 2011~2013년까지 사모펀드 심사역으로 활동했다. "약 5조원의 자금을 운용하는 회사였습니다. 저는 심사역으로 기업 가치를 분석하고 선배들에게 정보를 모아 주는 일을 했습니다. 저희 팀에서 페이스북, 핀터레스트, 드롭박스 등에 100억원 규모 투자도 했습니다."


상장 전 사뒀던 페이스북 주식은 상장 후 6개월간 곤두박질했다. “아니다 싶어 팔았는데 그때부터 주가가 치솟았습니다. 가장 싼 시점에서 팔았던 겁니다.” 그런데도 투자금액의 2.5배를 벌었다고 했다. 이때 스타트업의 폭발적 성장을 경험했다. 


“핀터(핀터레스트) 같은 회사는 기업가치 3조원에 달한다고 인정받으면서 여기저기서 투자를 받았습니다. 매출은 하나도 안 나는 회사였는데도 말입니다. 이런 세계가 있구나 하는 걸 알았습니다.”

출처: 플레이팅 애플리케이션 화면 캡처
플레이팅에서 만든 요리들.

스마트폰 잠금 화면 사업으로 첫 창업 

2013년 회사를 나와 미국에서 스마트폰 잠금 화면 서비스 스타트업 '라켓'(Locket)을 차렸다. 초기 사업 모델은 B2C 형태였다. 스마트폰 이용자들이 잠금 화면에 뜬 광고나 뉴스, 콘텐츠 등을 보고 잠금 상태를 해제하면 돈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국내에서는 버즈빌이나 캐시슬라이드 등이 하고 있는 사업 모델이었다.


서비스를 출시한 지 석 달 만에 누적 다운로드 수 50만건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가 있었지만 장 대표는 서비스를 접기로 했다. 광고를 보는 사람들의 제품 구매율이 낮았기 때문이다. 광고주가 만족하기 힘들어 오래 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 이후 잠금 화면에서 뉴스를 보여주는 서비스를 시작해 미국 종합엔터테인먼트 방송국 워너브라더스에서 5만 달러(약 6000만원) 투자 받았다.


"코딩과 앱 디자인을 배워서 홈페이지를 꾸미기도 하고 제품 기획을 하거나 유저를 분석하는 일도 했습니다. 휴가도 없이 하루 15~16시간씩 일했습니다. 스타트업이니까요.”


사업 2년 동안 발로 뛰며 모은 투자금액은 총 320만달러(약 37억원). 안정기에 접어들었다고 생각할 무렵 동업자와 의견 차이가 생겼다. “서로 추구하는 사업 방향이 달랐습니다." 결국 회사를 매각했다. 손해는 보지 않았다고 했지만, 매각 대금은 밝히지 않았다. 

출처: 장 대표 제공
장경욱 플레이팅 대표.

 권도균 프라이머 대표 제안으로 한국행 

다른 사업을 구상했다. “미국에서 단독주택을 짓고 싶어 하는 사람과 건축가, 건축 회사를 연결해주는 사업을 해보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투자자를 찾던 중 권도균 프라이머 대표가 샌프란시스코에 와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스탠포드 대학교에서 권 대표님이 스타트업 강의를 하셨을 때 명함을 받은 일이 있습니다. 제 사업 아이디어가 어떤지 조언도 듣고 투자도 받고 싶었습니다. 제가 살던 동네에서 차로 한 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 계시다고 해서 부랴부랴 달려갔습니다.”


권 대표는 보안솔루션회사 이니텍과 전자결제회사 이니시스를 창업하고 코스닥에 상장시킨 뒤 매각해 1000억원을 번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다음’ 창업자 이재웅 회장, ‘첫눈’ 창업자 장병규 대표 등 4명과 함께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프라이머도 만들었다.


장 대표는 권도균 대표와 3시간 정도 대화한 뒤에 건축 디지털 사업은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대신 한국에서 다른 사업을 해보는 게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받았다. 가정집에서 쉽게 바비큐를 해 먹을 수 있도록 개인 소비자에게 생고기를 유통하는 일이었다. 1억원을 투자 받기로 하고 한국으로 들어왔다.


제안을 받아들인 이유는 두가지였다. 첫째, 고기가 낯설지 않았다. “어머니께서 10년 넘게 한국에서 오리고기집을 운영하셨습니다. 좌석이 200석 정도 되는 제법 큰 규모였는데, 저도 옆에서 봐왔습니다.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둘째, 한국 벤처 산업이 본격적으로 성장할 때 뛰어드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한국에서 연대보증 제도도 사라지고, 쿠팡이 1조원을 투자 받는 것도 봤습니다. 정부가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을 늘리면서 3~5년 뒤에는 이 시장이 더 커질 것 같았습니다.”

출처: 플레이팅 애플리케이션 캡처
플레이팅에서 일하거나 협업하는 요리사들 모습

일주일만에 사업 포기→플레이팅으로 재도전 

하지만 사업 일주일만에 생고기 유통사업을 포기했다. “막상 시장조사를 해보니 모르는 게 많았습니다. 생고기는 유통이 생명인데, 이 방면엔 사업 경험도 없고, 수요예측이나 재료 보관 등의 어려움도 있었습니다.”


차라리 음식을 만들어 완성된 형태로 배달하는 형태의 사업이 유리해 보였다. “권 대표님께 찾아가 죄송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랬더니 터무니없어 보이는 사업은 아닌 것 같다며 처음 투자를 약속했던 1억원을 주겠다고 하셨습니다."


새 사업을 위해서는 요리사를 찾는 일이 가장 중요했다. 유명 음식점이나 호텔에서 밥을 먹으면 ‘이 음식을 만든 요리사를 만나볼 수 있느냐’고 물었다. “셰프가 한 번은 만나주세요, 그때 10초 정도 제 생각을 말씀드리고 명함을 드리고 했습니다.” 직접 채용할 수 없는 요리사들과는 협업해 신메뉴를 개발했다. “가로수길에 있는 레스토랑 ‘류니끄’ 아시나요? 그곳 수셰프와도 협업했습니다.” 류니끄는 2015년 아시아 최고 레스토랑 50 시상식에서 27위에 선정된 한국 식당이다. 협업하는 요리사는 20여명이라고 했다.


어려움도 있었다. 한꺼번에 수십인분의 요리를 만들 수 없다며 회사를 그만둔 요리사도 있었다. '내가 만든 요리는 냉장보관용이 아니다, 배달 하는 요리를 만들 생각이 없다'고 한 요리사도 있다. "누구 생각이 맞느냐 틀리냐 하기보다 생각이 달랐던 거죠. 저는 저렴한 가격에 상대적으로 고급요리를 내놓고 싶었고. 그분들은 비싸더라도 최고의 요리를 내놓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셨으니까요. 지금은 생각이 같은 요리사 분들과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출처: 장 대표 제공
장경욱 플레이팅 대표

"월급 못받고 기숙사생활하지만 회사 커가는 것 보면 행복"  

퇴근시간은 따로 없다. “기숙사가 있습니다. 파트별 책임자 5~6명이 상주하면서 일합니다.” 10평 크기 오피스텔에서 먹고 자고 회의도 한다.  “2층 침대를 방에 두 개, 거실에 세 개 두고 필요할 땐 10명이 다 자기도 합니다.”


“같이 일하는 분들은 200만~400만원 정도 월급을 드리지만 저는 못받았습니다. 그래도 회사가 커가는 걸 보면 즐겁습니다.”


현재 강남과 송파, 판교 지역에서 서비스하고 있다. 논현점과 송파점에서는 각각 6명, 2명이 배달하고 판교점에서는 다른 배달서비스를 업체를 이용한다. 연말까지 강북, 강서지역까지 서비스 할 계획이다. “나중에는 대만이나 싱가폴, 홍콩, 오사카 같은 대도시까지 확장하려고 합니다. 메뉴는 도시마다 다를 겁니다. 지역 특화 음식을 내놓을 생각입니다. 대만에서 서울 음식을 팔지는 않을 겁니다.”

 

요리 트렌드가 금세 바뀌는데 플레이팅의 장점은 유행을 빨리 따라갈 수 있고, 신메뉴를 개발해 새로운 유행을 만들 수도 있다는 점이라고 했다. “플레이팅을 패스트패션(SPA) 브랜드 ‘자라(ZARA)’처럼 만들겠습니다.”

글 jobsN 이병희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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