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어 입력폼

25살 창업 인천 청년, 매출 160억 비결

조회수 2020. 9. 23. 10:53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창업 3년만에 상장사 대표로
의류업체 SYJ창업 27세 김소영 대표
원가 40% 이상 절감한 티셔츠로 성공
내년 주식시장 상장까지

지난 18일 서울 금천구 가산동의 한 빌딩. 사무실을 열고 들어갔더니 약 60평(198㎡)쯤 되는 공간에 빨강, 주황 등 화려한 색깔의 원단을 담은 선반이 천장에 닿을 정도로 수북이 쌓여 있었다. ‘드르륵~’ 소리를 내는 미싱기계 앞에 앉은 직원들이 천조각을 잇는 봉제작업에 한창이다. 다른 직원들은 티셔츠를 포장하느라 여념이 없다. 하얀색 카디건을 입은 ‘SYJ’ 김소영(27) 대표가 말을 시작했다.  


“어서 오세요. 이제 막 사무실을 이전해서 정신이 없어요.”  

출처: SYJ 제공
전직원들과 함께

그가 2014년 4월에 창업한 회사는 요즘 온라인 의류업계 신화로 불리는 ‘스타일 난다’를 가파르게 추격하는 업계의 ‘신인왕’같은 존재다. 창업 첫해 매출 36억(영업이익 1억9000만원)을 냈다. 지난해 매출은 45억원, 영업이익은 11억원이다. 생산과 판매속도가 껑충 뛴 올해는 매출 164억원, 영업이익 31억원을 별 무리없이 낼 것으로 분석했다. 사무실 귀퉁이에는 IBK투자증권 대표이사가 보낸 화환이 놓여 있었다.


“최근에 계약한 저희 상장 주간사에요. 내년 4월에 코넥스에 상장할 계획이거든요. 2018년엔 코스닥에 상장할 계획이고요.”  


매출의 90%는 맨투맨 티셔츠에서 나온다. 옷을 생산해 11번가, 지마켓, CJ몰 등 국내 주요 온라인 쇼핑몰과 동대문 도매시장에 납품한다. 최근엔 자체 온라인 쇼핑몰을(www.im3.co.kr) 열기도 했다.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의류업계 판매전쟁에서 승리한 비밀은 바로 '자투리 원단'이다.  


봉제공장들이 내다 버리는 이른바 ‘자투리 원단’을 이용해 옷을 만들어 원가를 40% 이상 줄인 것이다. 


“새 원단으로 맨투맨 티셔츠를 만들 땐 2000~3000원이 들지만요. 짜투리 원단을 이용해 만들면 원가가 1500원입니다. 3년이 지난 자투리 원단을 다시 임가공 해 새 원단처럼 뽀송뽀송하게 만듭니다. 동대문에선 저희 옷이 4000~5000원, 백화점 편집숍에선 1만원에 팔려요. 값싸고 포인트 있는 옷을 파는 게 경쟁력이죠.”  

출처: SYJ 제공
김소영 대표는 자신이 디자인한 옷의 모델로도 활동하고 있다

◇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은 자투리 원단을 이용했다


회사는 올 상반기에만 10명 이상을 채용하고 7월엔 공채 계획을 잡을 정도로 빠르게 성장 중이다. 이 20대 창업자의 성공가능성을 높이 산 경력 직원들이 많다. 패션브랜드 유니클로 간부를 지낸 임원, 서울 유명 패션 컬렉션에서 여러차례 입상한 디자이너, 명문대를 졸업한 연구원까지. 빠르게 성장하는 ‘로켓’에 올라탄 것이다. 만 서른이 안돼 상장회사 대표를 바라보게 된 스토리를 들어봤다.  

인천에서 나고 자란 그는 어렸을 때부터 옷에 관심이 많았다. 공부와는 담을 쌓고 살다 한 전문대에 진학했다. “자꾸 옷에 관심이 쏠리는 거에요. 나의 자신감을 가장 ‘붐업’시켜주는 최고의 아이템이거든요. 휴학하고 동대문으로 뛰어갔어요(현재는 졸업상태). 제 꿈을 이뤄줄 수 있는 출발점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동대문 도매상가에서 편안하면서 ‘패션 센스’를 보일 수 있는 청바지, 티셔츠, 스커트를 사들였다. 옥션 같은 쇼핑몰에서 ‘판매 셀러’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인천에서 동대문까지 왕복만 2시간이 넘는다. 동대문 새벽시장에서 4~5시간씩 돌아다니고 집으로 가는 첫차를 탔다. 이틀에 한 번 꼴로 동대문을 갔다. 


“좋은 옷을 싸게 사서 비싸게 팔아 돈을 벌었어요. 예를 들어 1만원짜리 옷을 사다 1만5000원에 팔았죠. 잘 팔려나가면서 옷을 운반하기 위해 친구들도 동원했어요. 하루에 수십벌씩 샀어요.” 하루에 최대 100벌을 팔아 300~400만원을 번 적도 있다고 했다.  

출처: jobsN

창업을 꿈꿨다. 수입은 꼬박 저축했다. 프리랜서 의류 디자이너를 2년 쫓아다녔다. “의류 공장을 가서 원단 고르는 법, 디자인 패턴 뜨는 법, 디자인 작업지시서 쓰는 법까지 실무를 열심히 배웠습니다.” 동대문 도매상에게 자신이 디자인한 옷을 팔기도 했다. 창업하려면 직장이 돌아가는 것을 알기 위해 한 중소기업에서 사무직으로 잠깐 일하기도 했다. 


2009년부터 5년간 의류 판매 셀러와 잠깐의 직장생활로 1억원 가까운 자본금을 모았다. 2014년 창업해 처음엔 새 원단으로 맨투맨 티셔츠를 만들었다. 맨투맨 티셔츠가 수요가 많고, 만드는 시간도 짧은 것이 장점이었다. 영업은 몹시 어렵지 않았다.  


5년간 친분을 쌓은 동대문 도매상만 200여명이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급변하는 의류업계 ‘정글’에서 생존하기에 모자랐다. 사내 직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를 찾았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은 버리는 자투리 원단으로 옷을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제일모직, LG패션 같은 곳에서 쓰다 남은 3년이 지난 원단이 5톤 규모 화물차로 20~30대 나와요. 그들은 돈을 주고 폐기물을 처리하거든요. 이들을 찾아가 원단을 버리지 말고 우리에게 팔라’고 했어요. 원단을 무료로 받거나, 새 원단의 10% 가격에 대량매입했죠. 이런 시도는 그동안 의류업계에서 없었거든요.”  

출처: SYJ제공
김 대표가 개발한 'ㄱ,ㄴ' 봉제 기술. ㄱ 블럭과 ㄴ 블록 모양으로 원단을 봉제하면 트임 없이 자연스럽게 옷을 봉제할 수 있다.. 게임 테트리스에서 'ㄱ'과 'ㄴ' 모양 블럭이 짜임새 있게 결합하는데에서 아이디어가 나왔다. 색상이 달라도 염색 가공 을 할 경우 한가지의 색상과 문양의 원단으로 만들 수 있다

매년 새 원단 단가는 높아지고 의류회사들의 부담은 커지고 있었다. 그러나 김 대표는 버려지는 자투리 원단을 다시 가공해 옷을 만들어 원가 경쟁력을 확보했다. 남들과 거꾸로 가는 '역발상'이었다. 


버려지는 원단을 활용해 짜임새 있게 봉제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가공·염색을 거쳐 새 원단 수준으로 만들었다. 티셔츠의 앞판은 자투리 원단, 뒤판은 새 원단으로 만들어 원가를 낮췄다. 손바닥만 한 자투리 원단 여러 개를 이어 만든 ‘퀼트’ 스타일의 디자인 의류도 개발했다. 그는 “H&M이나 자라 같은 세계적인 브랜드에 퀄리티와 가격대로 맞설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원가를 낮추니 여러 백화점에서 먼저 연락이 오면서 의류 판매 행사를 열 수 있었고, 매출이 수직 상승했습니다.” 자투리 원단 티셔츠가 의류 시장에 준 영향은 컸다. 원래 거의 공짜로 자투리 원단을 내주던 의류 공장들이 SYJ의 성공을 보고 돈을 더 달라고 요구할 정도다.  

출처: 잡아라잡
사무실 풍경

◇호랑이를 쫓아가면 고양이라도 잡는다 


지금은 다양한 실험 결과물을 상용화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예를 들어 섬유에 지방을 연소하는 성분을 넣어 다이어트 효과를 볼 수 있는 레깅스 제품이 출시 대기 중이다. 로봇팔을 단 미싱기계 특허도 출원했다. 버려진 원단을 미싱기계가 자동으로 엮어준다. 


“여전히 봉제 일을 하는 분들은 대부분 60~70대세요. 젊은 20~30대는 봉제 일을 꺼리고요. 앞으로 옷을 만들어 줄 인력이 줄어든다는 겁니다. 그래서 로봇이 자동으로 원단을 이어서 박아주고 옷을 만드는 미싱기를 개발했어요.” 중국 등 해외 진출도 타진 중이다.  

출처: SYJ제공
김소영 대표

20대 중반에 창업한 여성 CEO를 세상은 좋은 시각으로만 바라보지 않았다고 한다. 공인중개사인 아버지는 처음엔 “여자가 결혼해야지, 창업은 무리다”라며 반대했다. 무엇보다 창업하고서는 금융권에서 자금 받는 게 쉽지 않았다. “일부 금융기관을 찾아가 자금을 요청했을 때 ‘자본금 1억을 어떻게 모았나. 나이도 어린 데 가능한가’라는 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화가 나서 ‘돈 안 주셔도 된다’고 자리를 박차고 나올 때도 있었어요. 젊은 창업자를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것이 속상했어요. 또 나이가 어리다 보니 직원들을 이끄는 것도 쉽진 않죠. 저는 창업가의 핵심 자질은 끈기라고 생각해요. 주위에 아는 회계사, 경영전문가들의 조언을 열심히 들으며 매일 공부하고 있어요.”  


사업가로는 아직 젊다 못해 어리지만 큰 미래를 꿈꾼다. “저는 스펙이 뛰어나지 않아요. 그래도 ‘호랑이를 쫓아가면 고양이라도 잡는다’는 모토로 꿈을 크게 꾸었어요. 우리 회사, 아직 제게 너무 작아요. 제 꿈은 한국의 유니클로 같은 기업을 만드는 겁니다.”  


jobsN 이신영 기자 

jobarajob@naver.com

잡아라잡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