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9면에 난 강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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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강동원이 이례적으로 신문 문화면이 아닌 사회면에 등장했습니다.
1월 4일자 한겨레신문 9면에 난 것입니다.
강동원은 영화 <1987>이 탄생하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장준환 감독이 6월 항쟁을 배경으로 시나리오 작업중이라는 걸 알자 먼저 "시나리오 좀 보여주세요"라고 한 건데요. 당시는 박근혜 정권 시절로,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영화계를 칼날처럼 배회하던 때입니다.
박근혜 정권 당시엔 노무현 전 대통령을 다룬 <변호인>은 주연 배우 송강호마저 불이익을 당했고
<변호인>과 <광해, 왕이 된 남자>에 투자했던 CJ는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부터 "회장을 경질시키라"는 압박을 받았습니다.
사실 <변호인>도 톱배우인 송강호가 나서기 전까진 정권의 눈치 때문에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런 때였기에 흥행력을 가진 배우가 나서서 '영화를 하겠다'고 하는 것은 영화 제작에 큰 힘이 되는 일이었습니다. 강동원도 본인의 영화 참여가 투자자 유치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는 취지의 의사를 밝히기도 했고요.
강동원뿐 아니라 김윤석, 하정우도 <1987>의 시나리오를 보고 "해보자"며 나섰습니다.
영화에는 이 모두를 조연으로 캐스팅하는 것이 불가능했을 정도의 배우들이 등장합니다.
재야인사 역의 설경구와 안기부장 역의 문성근
치안본부장 역의 우현, 중앙일보 사회부장 역의 오달수
동아일보 사회부장 역의 고창석, 박종철 삼촌 역의 조우진.
이 외에도 여진구, 문소리가 등장하니 눈썰미를 발휘해 보시길.
오달수, 조우진, 정인기는 "어떤 역할이라도 맡겠다"며 일종의 '셀프 캐스팅'을 했고 이 외에도 많은 배우들이 자발적으로 출연 의사를 밝혔으나 장준환 감독에 의하면 '역할이 없어서' 줄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특히 영화에서 '가해자'인 치안본부장(현재의 경찰청장)을 연기했던 우현은 연세대학생 시절 우상호 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시위를 주도했습니다.
이한열 열사의 영정 사진을 들고 선 위 사진은 미국 <타임>지의 1면에 실리기도 했습니다.
사실 영화 속 대부분의 이야기는 디테일한 부분까지 실제 있었던 일입니다.
인물 또한 김태리가 맡은 '연희'역을 빼곤 거의 다 실존 인물이라 봐도 무방합니다.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은 실체를 전혀 몰랐지만 "큰일났어"라는 검찰의 말에 순간적 기지로 '아는 척'하며 사건을 캐냈던 한 기자의 보도로 시작됐다는 것,
기자에게 "큰일났어"라고 말했던 검사(이홍규 당시 대검 공안4과장)도 실은 어린 학생이 죽었는데 이를 묻으려 해 화가나 일부러 기자에게 사건을 '흘렸다'는 것,
재갈물린 언론과 탄압받는 학생들을 대신해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진상을 알렸던 천주교 사제들이 있었다는 것,
경찰은 박종철이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고 했고
한열이는 영화에서 처럼 정말 운동화 한 짝을 남기고 떠났다는 것,
이에 분노한 시민들은 종교, 성별, 직업을 가리지 않고 항거했으며 이한열의 장례식엔 160만이나 모였지만 전두환은 이 행렬에도 최루탄을 쐈다는 것,
그렇게 피로써 직선제를 이뤄냈다는 것,
그리고 청대같은 목숨들을 무자비하게 짓밟았던 전두환은 끝까지 반성을 하지 않았던 것까지, 모두 사실입니다.
변하지 않는 사실들과 더불어 후대는 과거를 명확히 직시하고 기억해야만 아픈 역사가 반복되지 않습니다.
이번 주말엔 주변의 관심없는 이, 잘 모르는 이와 함께 영화로라도 역사를 되짚어 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