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스타일리스트가 극찬한 헤어디자이너, 백승기

조회수 2018. 2. 1. 09:0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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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티시 헤어드레싱 어워즈 동양인 최초 우승자, RUSH Art team의 백승기를 만나다.

The Hands of the Creator

한국보다 영국에서 더 유명한 헤어디자이너, 백승기


"세계적인 스타일리스트 유진 슐레이만이 제 작품을 극찬했다는 말을 전해 들었습니다. 세상을 다 가진 느낌이었죠."

출처: 헤어전문잡지 월간 그라피
창조자의 손
사진 김세호(Biascut)

British 헤어드레서 어워즈 동양인 최초 우승자이자 2009년부터 RUSH 라이브 헤어쇼부터 2017년 러쉬 라이브 개인 헤어쇼까지 영국에서 활발하게 활동중인 한국인 헤어디자이너 백승기를 헤어전문잡지 그라피가 만났다. 

출처: 헤어전문잡지 월간 그라피
사진 김세호(Biascut)
현재 영국에서 오랜 기간 활동하고 있는데, 처음에 미용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1995년 처음 미용을 시작했어요. 제가 미용을 시작한 계기는 다른 사람들과 좀 다릅니다. 특별히 미용을 좋아하지도 않았고 한 번도 미용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어요. 남자가 미용을 한다는 인식이 그리 좋지 않았던 시기였거든요. 대학 입시에 실패한 후 재수를 준비할 무렵, 미용실을 운영하던 작은어머니께서 어차피 입시까지 시간이 있으니 미용 한번 해보는 것이 어떠냐고 하셔서 기대 없이 시작했던 것이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출처: 헤어전문잡지 월간 그라피
사진 김세호(Biascut)
출처: 헤어전문잡지 월간 그라피
사진 김세호(Biascut)
한국에서 영국 런던으로 무대를 옮겼습니다. 어떤 이유였나요?

사이리즘 아카데미에서 교육을 마치고 사이리 원장님의 권유로 강사가 됐어요. 제 기술의 기초를 다진 곳이죠. 강사가 된 후 수강생들에게 “이것이 베이식입니다”라고 말하며 가르치던 초반 몇 개월 동안 내내 “이 기술은 누가 처음 만들었을까?”라는 질문이 머릿속 을 맴돌았어요. 그리고 “이 기술들이 왜 베이식이 됐는지 또 누가 만들었는지를 알고 그곳에서 방법을 배운다면 나 또한 나만의 새로운 베이식을 창조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고 다음 세계로 이끌었습니다. 찾다 보니 당시 세계의 거의 모든 미용의 토대를 만들어낸 비달사순과 토니앤가이가 있는 영국 런던에 가고 싶었고 그곳에 가겠다는 일념하에 얼마 되지 않는 월급을 4년간 모아 영국으로 떠나게 됐습니다.

출처: 헤어전문잡지 월간 그라피
사진 김세호(Biascut)
출처: 헤어전문잡지 월간 그라피
사진 김세호(Biascut)
RUSH에 들어가기까지의 스토리가 궁금합니다.

비달사순 코스를 수료하고 영국에 남아 취업을 하려고 했지만 영어가 능통하지 않았고 비자도 해결이 안 된 상태에서의 취업은 쉽지 않았습니다. 어느 누가 영어도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고 비자도 제대로 해결되지 않아 장기적으로 일할 수 있을지 여부도 모르는 외국인에게 매일 사람들과 대화해야 하는 헤어 디자이너 자리를 선뜻 내어주겠어요. 또한 꿈이 있기에 교육이 잘 이뤄지는 큰 규모의 살롱을 찾다 보니 3~4개월을 전전긍긍하며 이곳저곳 이력서를 넣었습니다. 그러던 중 아내 친구를 통해 RUSH라는 살롱을 알게 된 거죠. 처음 이야기를 듣고 웹사이트로 이곳을 알아보았을 때는 살롱의 개수가 7개였는데, 한 달 뒤 다시 보니 9개로 늘었더군요. 이 회사는 앞으로 더욱 성장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고 바로 제가 찾던 곳이란 걸 느꼈죠. 


사순이나 토니앤가이와 같은 곳에 취업을 한다면 금상첨화였겠지만 그곳은 이미 최고의 정점을 찍은 회사로, 외국인인 제가 설 수 있는 자리는 없을 것 같았습니다. RUSH는 계속 성장하고 있는 회사니 직원도 많이 필요할 것이고 아트팀이나 교육자로서도 커나갈 수 있는 기회가 많을 것 같다고 생각했죠. 1차 면접, 2차 2명의 모델 시술로 트레이드 테스트를 합격 후 워크퍼밋 비자까지 받아 지금까지 일을 할 수 있었습니다. 11년 8개월이 지난 현재 RUSH는 영국에서 가장 빨리 성공한 회사이고 공식적으로 95개의 살롱과 1개의 인터내셔널 아카데미가 있으며, 최근 1,800만 파운드(현재 환율로 263억 원가량)의 투자를 받아 영국에 200개 매장 오픈과 해외시장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죠. 지금 생각해보면 행운의 선택이었어요. 회사와 함께 성장할 수 있었고 많은 기회를 얻었으니까요.

출처: 헤어전문잡지 월간 그라피
사진 김세호(Biascut)
RUSH에서 본격적으로 미용인의 길을 걷게 되면서 겪은 이야기가 많을 것 같아요.

정말 많은 일이 있었죠. 솔직히 처음에는 고객의 말도 제대로 못 알아들었어요. 손님이 제 영어 선생님이나 다름없었죠. 손님의 말을 한 번에 못 알아들어 ‘Sorry?’라고 말했는데 그것도 3번 이상 물으면 실례가 될까봐 알아들은 척하며 ‘아~ 예’ 했는데 알고 보니 제게 질문을 한 것이어서 서로 멋쩍어지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영어교사 출신인 한 고객은 저를 붙잡고 2시간 이상 살롱 안에서 큰소리로 제 발음 교정을 시켜준 적도 있었어요. 많이 감사했지만 부끄러움 역시 제 몫이었죠. 하하.

출처: 헤어전문잡지 월간 그라피
사진 김세호(Biascut)
RUSH Art team에 어떻게 가게 됐나요?

입사 2년이 지난 어느 날 RUSH에서 포토 대회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회사에 나를 입증할 수 있다는 기회라고 생각해 열심히 준비했는데, 촬영을 며칠 앞두고 사진작가가 금전적으로 무리한 요구를 해서 틀어졌습니다. 모델 준비까지 모두 끝난 상태에서 펑크가 난 상황이라 모든 것을 취소해야 하나 생각하고 있었는 데 촬영 이틀 전에 극적으로 아내 직장 동료의 친구인 한국인 사진작가를 소개받아 겨우 촬영을 마쳤어요. 이 작품으로 우승을 하게 됐고 이를 계기로 RUSH 주니어 아트팀에 합류하면서 제 꿈에 첫발을 내디딜 수 있게 됐습니다.

출처: 헤어전문잡지 월간 그라피
사진 김세호(Biascut)
이번에 런던에서 첫 솔로 무대를 가졌어요. 축하합니다!

계획에 없었는데 브리티시 헤어드레싱 어워드의 아방가르드 부문에 출전해 최종 결승에 뽑혔던 제 작품이 RUSH사장님의 눈에 들어 쇼로 표현해볼 수 있겠냐는 제안을 받은 게 계기였어요.

출처: 헤어전문잡지 월간 그라피
사진 김세호(Biascut)
솔로 무대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히 듣고 싶어요. 디자인적인 영감을 어떻게 얻었나요?

제 작품의 영감은 <아바타>란 영화에서 시작합니다. 아바타 숲속의 자연 발광하는 동식물이 너무 멋있다고 느꼈고, 이 부분을 잘 활용하면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죠. 그러다가 <아바타> 감독 제임스 카메론이 뉴질랜드와 하와이 깊은 바닷 속의 자연 발광하는 식물과 생물을 보고 영감을 얻어 영화를 만들었다는 기사를 보게 됐고 그것을 조사하다 보니 데이비드 애튼버러라는 동물학자의 다큐멘터리 <딥 씨(Deep Sea)>에 나오는 자연 발광 생물에 매료되어 이들을 표현하고 싶은 갈망이 생겼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UV 라이트에 발광하는 염색약(UV Activated Colour)를 찾으면서 제가 가지고 있었던 생각을 표현할 수 있게 됐죠. 2번의 테스트 슛으로 자신감이 붙어 컬렉션을 만드는 영광이 주어졌습니다. 

출처: 헤어전문잡지 월간 그라피
사진 김세호(Biascut)
출처: 헤어전문잡지 월간 그라피
사진 김세호(Biascut)
쇼 이후에 변화한 것이 있나요?

가장 많이 달라진 점은 제 작품 세계를 이해해주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것입 니다. 공감해주는 사람이 많으니 아무래도 다음 작업을 하는 데 자신감이 붙었다고나 할까요? 또한 주변에 다음 작업을 같이 하자는 분이 많이 생겼어요. 사진작가부터 메이크업 등 여러 분야에 계신 분들의 연락을 받았죠. 그리고 유명 헤어 디자이너들도 많은 격려를 해주었습니다. 

특히, 최고였던 순간은 영국에서 가장 유명한 미용 잡지(HJ) 편집장인 제인 루이스 오르 (Jayne Lewis-Orr)가 제게 찾아와 어떤 유명 디자이너가 제 작품 사진을 보고 극찬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입니다. 정말 세상을 다 가진 느낌이었죠. 그의 이름은 유진 슐레이만(Eugene Souleiman)으로, 세계 최고의 세션 스타일리스트이며 패션 브랜드 대부분의 스타일링을 담당하고 있는 현재 가장 존경받는 미용인 중 한 명입니다.
출처: 헤어전문잡지 월간 그라피
사진 김세호(Biascut)
출처: 헤어전문잡지 월간 그라피
사진 김세호(Biascut)
한국 미용인들에게 한 마디 해 주세요!

시대가 바뀌어 제가 한국에 있었을 때와 현재는 많이 변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래도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은 다른 디자이너의 실력에 박수와 격려를 아낌없이 보내주었으면 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서로의 발전을 위한 참된 길이 될 것 같습니다. 또한 저만의 생각일지는 모르겠지만 전 패션계 쪽에서 헤어 분야가 가장 느리게 성장하고 있는 것 같아 속이 상할 때가 많아요. 의상, 메이크업, 사진 등 거의 모든 패션과 뷰티 분야는 저마다의 좋은 대학교나 커리큘 럼을 가지고 교육 입문부터 역사를 분석하고 해석해 저마다의 기술을 가르치고 있 는데, 사실상 헤어 교육은 타 분야와는 다르게 역사에 따른 헤어스타일을 분석해 알려주는 전문 교육이 부족하거나 오로지 기술 전수에 전념한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유행이 반복되는 것처럼 역사적으로 유행하거나 유명했던 스타일들을 시대적 배경을 통해 분석해본다면 앞으로 유행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소스가 될 것 같아요. 오로지 기술만 배우는 것에 만족한다면 변화를 이끌지 못 하고 따라가는 데만 급급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런 것을 교육시킬 수 있는 대학을 더 장려하고 발전시켰으면 해요.

출처: 헤어전문잡지 월간 그라피
사진 김세호(Biascut)
출처: 헤어전문잡지 월간 그라피
사진 김세호(Biascut)

*2018년 2월 19일 부산을 시작으로 20일 서울, 21일 대전에서 밀본코리아와 함께 세미나를 개최합니다. 한국 미용인들과 함께 많은 이야기와 기술적 공감을 나누고자 합니다.

글/사진(인터뷰) 김세호(사진가, 헤어 스타일리스트) 

에디터 장혜민


헤어전문잡지 월간 그라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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