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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철도 간부, 면접장서 자기 조카 가리키며 “맘에 들어”

직원 24명 부정입사…피해자 100명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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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화점 작성일자2018.05.17. | 8,469 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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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8월 서울 강남구 수서발 고속철도(SRT)운영사인 ㈜SR 사무실에서 진행된 신입역무원 채용 면접현장. 면접장에 지원자 김모 씨가 들어서자 인사담당 간부 A씨(47·구속)가 옆에 앉은 면접관 어깨를 ‘툭툭’ 쳤습니다. 

출처 :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GettyImagesBank

그러자 면접관들은 무언가 눈치챘다는 듯 김 씨에게 주로 질문을 던지며 호의적으로 대하기 시작했습니다. “말투가 친절하고 인상도 좋다”며 추어 주는 식이었습니다. 


서류평가 73점으로 커트라인(110등)안에 들지 못했던 김 씨(145등)는 평가결과 조작으로 면접에 올라갔고 면접점수 91.3점을 받으며 최종 합격했습니다.


서류심사조차 통과하지 못 할 수준이었던 김 씨를 최종합격시켜 역무원으로 만들어 준 사람은 바로 A씨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알고 지내던 여성의 딸인 김 씨가 자기 회사에 지원한다는 사실을 알고 특혜를 제공한 것입니다.

출처 :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GettyImagesBank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2015년 7월부터 2016년 9월까지 진행된 SR공채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업무방해)로 A씨 등 전직 간부 2명을 구속하고 김모 전 대표 등 1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5월 15일 밝혔습니다.


조사 결과 청탁 등 부정한 방법으로 입사한 직원은 김 씨 등 24명에 달했습니다. 구속된 간부들은 지원자가 친인척이라는 이유로, 지인의 자녀라는 이유로 서류평가 결과를 조작하고 면접점수를 후하게 주는 등 ‘입김’을 행사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거액의 뒷돈이 오가기도 했습니다. 청탁자 20여 명 중 일부는 SR노조 간부 이모 씨(52·불구속)에게 뒷돈을 건넸다고 인정했습니다. 이 씨는 청탁 대가로 적게는 200만원에서 많게는 3700만원까지 받으며 1년간 약 1억 원을 챙겼습니다. 

출처 :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GettyImagesBank

2016년 200대 1이 넘는 경쟁을 뚫은 정모 씨 또한 특혜를 받아 SR에 입사했습니다. 정 씨는 서류접수 기간이 끝난 뒤 지원서를 제출해 원래대로라면 아예 지원자격이 없었으나 서류평가에서 전체 지원자 중 2등이라는 우수한 성적을 받으며 면접에 올라가 합격했습니다. 


접수기간이 끝난 정 씨의 입사지원서가 통과된 것도, 서류평가 점수가 110등에서 2등으로 올라간 것도, 면접 점수가 조작된 것도 모두 정 씨의 부모님과 친하게 지내던 전직 간부의 영향력 덕분이었습니다. 이 간부는 정 씨 부모님이 운영하는 갈빗집 단골손님이었습니다.


입사 직원 중 김 씨와 정 씨를 제외한 22명도 코레일(한국철도공사)과 SR 두 회사 전·현직 임원의 자녀 혹은 친척이었습니다. 2015년 7월 경력직 공채 면접위원장을 맡은 영업담당 간부 박모 씨(58·구속)는 한 응시자를 가리키며 “난 저 친구가 마음에 들어”라고 말했습니다. 그 응시자는 박 씨의 조카였습니다.


2016년 8월 신입공채 때 한 면접관은 특정 지원자를 지목해 “아버지 무슨 일 하시냐. 성함은 무엇이냐”묻더니 “기억난다. 내가 코레일에서 아버지와 같이 일했다. 잘 계시느냐”고 말했습니다.

다크서클

당시 같은 면접장에 있던 지원자는 “원래는 내가 최종 합격자였는데 다른 사람을 붙여주기 위해 탈락 처리됐다는 걸 경찰이 알려주었다. 3년간 준비했는데 금수저는 이길 수 없다는 생각에 죽고 싶을 만큼 힘들었다”며 괴로워했습니다.


청탁으로 부정 입사한 사람들 탓에 피해 본 지원자들은 10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SR은 뒤늦게나마 이들을 구제할 방침이며 비리에 연루된 직원과 부정입사자는 재조사와 징계위원회를 거쳐 퇴출시키겠다고 밝혔습니다.



배준우 jjoonn@donga.com·주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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