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기업이 중국에서 할 수 있는 사업은 따로 있다?
해외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중국의 전략적 성장
외상투자산업지도목록?
중국 시장의 정책 변화를 지켜보면 올림픽 같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공산당이라는 땅 주인이 중국이라는 큰 운동장을 만들어놓고 올림픽을 개최하면 세계 각국의 선수들이 자유롭게 경기에 출전한다. 그러나 이 올림픽은 경기 종목에 따라 선수의 참가 자격이 조금씩 다르다. 중국이 대단하다고 여겨지는 것은 바로 경기 참가 자격의 분류 방법이다. 중국이 잘하는 종목은 해외 선수가 자유롭게 출전할 수 있도록 장려해준다.
예를 들어 탁구처럼 해외 선수가 아무리 많이 출전해도 중국 선수를 절대로 이길 수 없는 종목은 완전히 개방한다. 그렇다고 무조건 중국이 잘하는 산업만 장려하는 것은 아니다. 만약 새로운 경기 종목이 나왔는데 중국이 스스로 육성하기에 리스크가 있거나 자체적인 역량이 부족한 경우에는 해외 기업들이 중국에 체육관을 세우고 선수들을 배양할 수 있도록 장려한다. 그러나 중국 선수가 잘하는지 해외 선수가 잘하는지 애매한 종목은 해외선수에게 불리한 제한을 두거나 중국인과 함께 팀을 조직해서 참가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또한 경기와 상관없는 운동장의 잔디나 운동 기구 같은 국가 기반 산업은 외국인이 절대 하지 못하도록 금지하고 있다. 이런 기반 산업을 외국인에게 개방해 외국인이 운동장 사용료를 받게 되면 결과적으로 중국이 돈을 버는 게 아니라 외국인이 돈을 버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외 선수의 올림픽 참가 규칙을 만들어놓은 것을 ‘외상투자산업지도목록’이라고 한다. 해외 선수가 혼자 출전할 수 있는 종목, 중국 선수와 함께 팀을 만들어 출전할 수 있는 종목, 해외 선수는 절대 출전할 수 없는 종목으로 분류하고 있는데, ‘외상투자산업지도목록’에서는 해외 기업의 중국 사업에 대한 장려 산업, 제한 산업, 금지 산업으로 표현한다.
중국 인터넷 관련 사업시 필요한 ICP(전신 업무 경영 허가증)
인터넷 관련 사업을 예로 들면, 중국에서 인터넷 관련 사업을 하려면 ICP 라는 ‘전신 업무 경영 허가증’이 반드시 필요하다. ICP는 ‘Internet contents provider’의 약자로, 쉽게 설명하면 우리의 ‘부가통신사업 신고’나 ‘통신판매업신고’와 같이 ‘인터넷으로 수익을 내려면 관련 허가증 신고 및 허가를 취득해서 진행해야 한다 ’ 라는 정책이다.
ICP는 불과 2014년까지만 해도 해외 기업이 단독적으로 직접 획득하지 못했다. 꼭 해야겠으면 편법으로 중국 기업을 통해서만 사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과거의 중국은 지금과 달리 인터넷 관련 산업이 뒤처져 있었다. 인터넷은 중국 선수들이 잘하지 못하는 종목이어서 해외 선수들이 마음껏 출전하게 되면 결국 해외 선수들이 모든 상을 휩쓸어버릴 것이 분명했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은 해외 기업이 중국에서 인터넷 관련 사업을 하고자 할 때는 외국 기업이 직접 들어올 수는 없고, 중국 기업과 한 팀이 되어 손잡고 들어오게 했다.
14억이라는 막강한 중국 시장을 포기할 수 없는 해외 기업은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중국 기업과 손을 잡고 중국 시장에 들어와야만 했다. 그 덕에 중국 기업들은 해외 기업들과 함께 일하며 기술을 축적하고 성장했다. 그러더니 어느 순간 전세가 역전되어 중국 기업이 오히려 해외 기업보다 더 잘하는 상황이 되었다. 자신들의 기술과 노하우를 가지고 중국에 들어왔던 해외 기업의 사업을 중국인의 입맛에 맞도록 탈바꿈시켜 성공한 것이다. 이와 유사한 일들이 점차 많아지더니 이제는 웬만해서는 인터넷 사업은 중국 기업이 더 잘하게 되었다.
2002년에 중국 시장 공략에 나섰던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이베이가 후발주자였던 알리바바에 밀려 5년 만에 중국 시장에서 퇴출되었다. 미국 콜택시 서비스 우버(Uber)도 중국에 진출했지만 동일한 서비스인 디디추싱(滴滴出行)에 밀려 원조 서비스인 우버 차이나가 도리어 디디추싱에 인수되었다. 이제 중국 선수가 해외 선수들보다 더 잘하는데 굳이 시장을 개방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중국 정부는 2015년에 해외 기업도 단독으로 경기에 참가할 수 있도록 ICP를 개방했다. 어차피 중국 선수들보다 잘하지 못할 것이고, 그래도 들어온다면 세수 확보, 일자리 창출 등 중국 입장에서 나쁠 것은 없을 테니 말이다.
2016년 12월, 외상투자산업지도목록의 일곱 번째 개정안이 발표되었다. 주요하게는 외상투자 기업의 장려 산업 19건이 추가되었고 제한 산업 38건, 금지 산업 36건이 개방, 완화됐다. 외상투자산업지도목록에 제한 산업과 금지 산업이 개방되고 완화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중국의 기술력이 올라갔음을 의미한다. 그동안 제한되었던 분야가 개방되었다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이는 중국에서의 기회가 점점 더 희박해졌다는 의미가 될 수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