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항상 휘둘리는걸까?

조회수 2017. 11. 3. 13:2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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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려드는 것과 공감 사이: 내 마음을 읽는 시간
다른 사람 눈치 보지 말고 나답게 살겠다, 미움을 받더라도 당당하게 내 목소리를 내겠다는 사람이 많아졌습니다.

그런데 실생활에서 그런 행동이 자연스럽게 나오던가요? 왜 이것이 쉽지 않을까요?

어디까지가 나의 삶, 내 생각이고, 어디서부터는 그의 삶, 그의 생각인지 명확히 구분되나요?

정말 내가 지켜야 할 ‘나’라는 것은 무엇이죠?

‘나’라고 하는 것이 어디에서 어디까지인지 알지 못한다면 과연 ‘나’로 산다는 것은…… 가능할까요?

내가 마음이 약해서 거절을 못하거나 지나치게 공감을 잘해서 손해 볼 때가 많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칼라 매클래런 박사는 이런 사람들에게, ‘말려드는 것enmeshment’을 공감으로 오해하지 말라고 경고합니다. 공감은 ‘모든 것을 덮어두고
 동의하는 것’이 아니라고요.

가족이나 친구, 연인 사이에, 또는 회사 동료에게 “당신이라면 내 편을 들어줬어야 하는 거 아냐? 왜 그렇게 내 마음을 몰라!”하며 섭섭함을 드러내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람마다 처지와 맥락에 따라 생각이나 느낌이 다를 수 있는데도 ‘우리는 생각이 같아야 해’라고 믿은 나머지 상대를 다짜고짜 추궁하거나, 아니면 ‘같이 느끼지 못하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은 모두 공감이 아니라 ‘말려드는 것’에 해당합니다.

공감을 전문적으로 연구해온 매클래런 박사에 따르면, 타인의 감정이나 생각을 자신의 것과 구분하지 못한 채 그저 동의하고 따라가는 것은 말려드는 것입니다. 우리는 스스로 알아차리지 못한채, 그러니까 무의식적으로 ‘말려들기’를 강요하기도 하고 당하기도 합니다.

말려든’ 상태에서는 내 감정을 타인의 감정에서 분리시키기가 힘듭니다. 그래서 지지하고 공감하는 수준을 벗어나 타인의 감정에 반응하고 타인의 생각을 놓고 고민하면서 내 처지나 상황에 대한 감각을 잃기도 하죠. 하지만 공감은 그리 간단하지 않습니다. 매클래런 박사는 누군가에게 공감을 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다음 여섯 단계를 통해 이루어진다고 얘기합니다.

공감에서 행동에 이르는 6단계

1. 감정 전염
2. 감정 이해
3. 감정 조절
4. 조망 수용
5. 타인에 대한 관심
6. 참여하고 행동하기

하지만 말려드는 과정에서는 1단계인 '감정 전염'만 일어납니다. 내 감정이나 생각을 미처 검토하지 못한 채 상대의 감정에 휘말리는 것입니다. 


2번에서 6번까지 진행될 새 없이 타인의 감정 안으로 얽혀 들어가, 내 일처럼 감정적으로 타격을 받고, 그 사람의 입장과 내 입장이 분리되지 않아 종종 지나치게 관여하거나 행동을 시시콜콜 지시하는 일까지 벌어집니다. 


이렇게 타인에게 말려드는 것은 궁극적으로 관계를 망가뜨리기때문에 자기 자신에 대한 존중과 신뢰를 바탕으로 건전하게 공감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공감의 단계를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1. 감정 전염 다른 사람의 감정이 내게 전해지는 단계. 아직 공감이라 할 수 없다.
  2. 감정 이해 자신과 타인이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정확히 이해하고 알아차린다. 내 마음에 일어나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면서 타인에게 공감할 수는 없다.
  3. 감정 조절 공감을 제대로 하려면 자신의 정서에 잘 대처할수 있어야 한다. 불쾌한 감정이 밀려오거나 강렬한 정서에 압도될 때 우리는 공감은커녕 그 자리에서 도망가고 싶어진다.
  4. 조망 수용 상대방의 입장에서 상황을 보는 것. 내가 아니라 그 사람의 입장에서 무엇이 필요한지, 무엇을 원하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된다. 
  5. 타인에 대한 관심 공감은 우리를 타인과 연결해준다. 참된 공감은 타인에 대한 진심 어린 염려와 관심에서 나온다.
  6. 참여하고 행동하기 나 자신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이 아니라 지금 상대방에게 필요한 것을 행동으로 옮긴다.

건강한 공감이란 서로 얽히고설키는 것, 말려들고 걸려드는 것, 어느 누구도 피해의식을 갖거나 주는 것이 아니라 대등한 입장에서 서로 나누는 것입니다. 내 느낌과 생각, 입장을 제쳐두고 상대에게 맞춰주는 것은 결코 공감이 아닙니다.

남의 문제를 내 문제처럼 걱정하면서 밤잠을 이루지 못하거나, 상대방이 언짢아할까봐 무조건 맞춰주거나, 정확히 의사를 전달하지도 않았으면서 내맘 하나 몰라준다고 섭섭해하는 것은 ‘융합fusion’에 가깝습니다.


융합이란 한마디로 자신의 결핍 때문에 타인을 찾는 것이지요. 홀로서지 못해서 타인에게, 또는 타인의 문제에 기생하려는 것입니다.

사람 좋아하고 언제나 누군가를 도와 이타심이 많아 보이는 사람들에게서 뜻밖에도 이런 그림자가 발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끊임없이 관계를 맺을 대상을 찾아나서지만 얼마 되지 않아 그 사람들과 갈등이 생겨 사이가 틀어지는 일이 되풀이된다든가, 심지어 관계에 대한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있다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융합을 거듭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내 마음의 부족 때문에 타인을 움켜쥐는 융합으로는 건강한 관계를 맺기가 어렵습니다.


건전한 공감이란 각자 자기 자신에게 확고히 뿌리를 내린 상태에서 타인과 유연하게 교류하는 것입니다.


융합은 ‘나’라는 토양에 뿌리내리지 못하고 떠돌면서 무분별하게 타인에게 의존하려는 것이지요.


내 마음을 읽고, 건강한 관계를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나는 왜 늘 사람들 대하는 게 어려울까?”

“미칠 것 같은 기분, 참으면 괜찮아질까?”

“내 마음을 챙기는 건 이기적인 걸까?”


이유도 모르고 속상했던 당신에게 심리학 공부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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