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3 특집] 어쌔신크리드 신작, 이집트에서 그리스로 간 이유는?

조회수 2018. 6. 11. 12:27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그리스 1,000년 역사, '어크: 오디세이'는 어떤 이야기를 다룰까?

유비소프트의 영원한 노예(?) 중 한 사람으로서, 해마다 이맘때쯤 되면 은근히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의 신작 소식을 기대해보곤 합니다. 올해도 그 기다림이 무색해지는 일 없이 신작 소식이 출사표를 던졌네요.


   

정식 타이틀 명은 <어쌔신 크리드: 오디세이(Assassin’s Creed Odyssey)>. 타이틀 명을 계속 풀 버전으로 쓰면 괜히 스크롤이 길어질 것 같으니, 이하 본문에서는 <어크: 오디세이>로 쓰도록 하겠습니다.


   

이 글에서는 오로지 ‘어떤 시대의 어떤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다룰 것이냐’, ‘그것을 어떻게 전달할 것이냐’, ‘암살단의 신조라는 메인 테마와의 연결고리를 어떻게 드러낼 것이냐’ 등 스토리와 관련된 부분만을 이야기하려 합니다. 게임 시스템이라든가 콘텐츠 디자인 등에 관한 내용을 다루기엔 시기상조이기도 하니까요.

▶ 자, 이제 시작합니다. 히위고~

신작 소식과 함께 타이틀 이미지와 로고, 티저 영상 등이 공개됐을 때, 여러분은 어떤 부분에 가장 먼저 주목하셨나요? 저는 타이틀 이미지 한복판에 박힌 투구, 그리고 로고 이미지 중앙에서 마격(?)을 날리기 위해 도약하는 병사의 차림새에 눈길이 갔습니다.


   

실제 역사를 보면 무기나 갑옷, 투구의 형태 혹은 디테일한 모양새를 통해 어느 시대, 어떤 국가인지를 알 수 있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특히 고대사에서는 개성 있게 생긴 무기나 방어구 등이 많은 편이죠.


    

아무튼, 이번 신작에서 ‘고대 그리스’를 배경으로 다룰 거라는 점은 확정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티저 영상을 보고 ‘어떤 영화’(혹은 원작 그래픽 노블)를 떠올리신 분이 많을 거라 생각하는데요. 고대 그리스의 폴리스(도시국가) 중 하나였던 스파르타를 소재로 한 작품이었죠. 이 역시 신작의 시대적 배경이 그리스라는 점을 유머러스하게 드러내려는 의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 투구 생김새 따위 내 알 바냐…라고 하신다면, 뒤편에 ‘모로 봐도 포세이돈처럼 생긴’ 석상에 주목하셔도 되겠습니다.
▶ 디스! 이스! 스파~르타…!? 이쯤 되면 대놓고 노린 거 아닐는지.

그리스. 정말 익숙하게 들어본 이름입니다. 서양 문화의 요람이라 불리는 로마 제국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고, 실제로 그리스 신화는 전 세계적인 교양서로 취급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고대 그리스 시대가 언제부터 언제까지를 가리키는지를 아는 분은 드뭅니다.


    

백과사전에는 “기원전 12세기 경부터 2세기 경까지를 일컫는다”라고 돼 있습니다. 얼추 따져봐도 1,000년가량의 방대한 역사. 아무리 꾸역꾸역 밀어 넣더라도 게임 하나에 담아낼 수는 없는 분량입니다. (행여 그랬다간 정체를 알 수 없는 희대의 괴작(?)이 탄생할 겁니다.)


    

즉, 그 안에서 비교적 ‘굵직한 사건’을 취사선택해야 한다는 뜻이고, 그렇게 되면 보통은 전쟁사가 꼽히곤 합니다.

▶ <어쌔신 크리드: 오리진> 역시 3천 년에 가까운 이집트 역사 중 후기 왕조 끝자락을 배경으로 삼았었죠.

본래 고대 역사는 다른 시대에 비해 자료도 적은 편이고, 대중적 인지도 역시 그리 높지 않은 게 보통입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비교적 잘 알려진 몇몇 전쟁들이 있는데요. 그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씩만 짚고 넘어갈까 합니다. 가볍게 훑어보시면서 과연 어떤 전쟁이 <어크: 오디세이>의 스토리로 가장 어울릴지 상상해보는 것도 괜찮겠네요.


   

가장 먼저, 기원전 5세기 경에 있었던 두 차례의 ‘그리스-페르시아 전쟁’을 꼽을 수 있습니다. 당시 대제국으로 위명을 떨치던 페르시아 아케메네스 제국이 그리스를 복속시키기 위해 침략했다가 그야말로 ‘역관광’ 당한 전쟁이었죠.


    

42.195km의 거리를 쉬지 않고 달려온 전령이 “우리가 이겼소!”라는 소식을 전하고 탈진해 죽고 말았다는 일화, 많은 분들이 아실 텐데요. 바로 그 ‘마라톤 전투’가 페르시아의 첫 번째 침략을 무산시킨 결정적 전투였습니다. 앞서 언급했던 <300>은 페르시아의 두 번째 침략에 맞서 스파르타군이 분전했던 테르모퓔레 전투를 소재로 삼았었고요.


결과적으로, 전쟁은 그리스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문제는 외세를 잘 물리쳐놓고, 이후 그리스 내부에서 갈등이 고조됐다는 거죠. 각각 아테네와 스파르타를 중심으로 한 동맹들끼리 대격돌하며 ‘펠로폰네소스 전쟁’이 발발했습니다.


약 30년간 이어진 전쟁 끝에 스파르타가 승자가 됐지만, 온 힘을 다 쏟았던 탓에 오래지 않아 역풍을 맞았고, 이후 패권을 둔 각축전이 반복되며 그리스는 전체적으로 약세에 접어들었습니다. 난세가 돼 버린 기원전 4세기 경, ‘알렉산드로스 3세의 대원정’이 그리스 전역을 휩쓸고 지나가며 마케도니아 전성시대가 도래했고, ‘헬레니즘 제국’의 탄생으로 이어집니다.

▶ 원정 시작은 아버지 필리포스 2세가 했지만 명성은 아들내미가 독차지… 이래서 막타(?)가 중요한 겁니다.
▶ 해전 콘텐츠를 꾸준히 선보였던 걸 생각하면, 이번 신작에서는 ‘살라미스 해전’이 포함된 2차 그리스-페르시아 전쟁에 초점을 맞출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요.

자, 위 전쟁사에서 ‘암살자의 활약’이 가능한 부분은 어디일까요? 이 질문에 답을 내보면 <어크: 오디세이> 스토리를 나름 예상할 수 있을 듯합니다. ‘고대 암살자’들에 관한 설정 문서를 통해 대략적인 얼개를 그려볼 수도 있겠네요.


    

바예크보다 앞선 시기에 활동했던 화석급(?) 암살자로는 총 세 명이 거론됩니다. 첫 번째인 ‘다리우스’는 크세르크세스 1세의 암살자라고 기록돼 있습니다. 다리우스는 <어크: 오리진>에서 바예크가 사용하게 되는 암살검의 본래 주인으로도 알려져 있는데요. 현재로서 <어크: 오디세이>의 주인공으로 가장 유력한 후보이기도 합니다.


    

흠… 뭔가 게임이 나오기도 전에 스포일러 당한 기분이 들긴 합니다만… 역사적으로 크세르크세스 1세는 전쟁에 패배한 뒤 무사히 페르시아로 돌아갔으며, 쿠데타로 숙청되기 전까지 말년에 대한 별다른 기록이 없다고 돼 있습니다. 즉, 이야기를 어떻게 구성하고 풀어갈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기대할 여지가 있다는 거죠.


    

다만 한 가지, 고증에 충실한 스토리를 선보이고자 할 경우 <어크: 오디세이>는 그리스부터 페르시아까지 포괄하는 배경을 담아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뭐, 저로서야 반가운 일입니다만… 개발팀은 정말 힘들 것 같네요.

▶ 관대함에 집착하던 이 분이 바로 크세르크세스 1세. 다시 보니 거 표정 참 관대하네…
▶ 바예크가 건네받은 암살검의 본래 주인이 ‘다리우스’라고.

암살단 설정 문서에서 두 번째로 언급된 암살자 ‘일타니’는 알렉산드로스 대왕을 독살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본래 역사에 따르면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원정 중 병으로 요절했다’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보다 구체적인 내용으로는 여러 설이 있습니다만, 어쨌거나 그가 젊은 나이에 사망했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죠. 바로 이 부분을 차용함으로써 일타니라는 암살자를 설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일타니가 <어크: 오디세이>에 나온다면, 세계적으로 유명한 또 하나의 인물이 함께 등장할 가능성이 생깁니다. 바로 아리스토텔레스죠. 그는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어린 시절 스승으로 알려져 있으며, 기록을 뒤져보면 알렉산드로스의 요절과 연관이 있을 거라는 가설도 존재합니다. 해당 시대라면 어떤 식으로든 비중 있게 다뤄질 인물이라는 겁니다.


   

설정 문서에는 진시황의 암살자 ‘진’에 대한 이야기도 나옵니다만, 이쪽은 그리스와는 멀어도 너무 먼 동네 이야기니 <어크: 오디세이>의 예상 스토리와는 무관하다고 판단됩니다. 다뤄진다면 그다음 차기작에서나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싶네요.

▶ 실존했던 인물이 암살단과 관계를 형성하는 전개는 이미 익히 봐 왔습니다.

저는 위 세 전쟁이 일어났던 시기를 둘러싸고 <어크: 오디세이>의 스토리가 구성될 거라 보고 있습니다. 이들은 대략 수십 년 씩의 간격을 두고 벌어졌으며, 보기에 따라서는 인과관계로 연결할 수 있는 전쟁들이었는데요. 때문에 셋 중 하나에 집중한 시나리오, 혹은 두 개 정도의 전쟁에 걸쳐있는 시나리오까지도 가능할 거라 생각합니다.


    

가장 먼저였던 1차 그리스-페르시아 전쟁부터 가장 마지막인 알렉산드로스 원정 전쟁까지의 총 기간은 약 150년. 그간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는 하나의 작품에서 한 인물의 일대기를 다뤄왔기에, <어크: 오디세이> 한 작품에서 세 전쟁을 모두 만나볼 수는 없을 걸로 봅니다. 정식 출시 후 DLC까지를 고려하더라도 애당초 한 인물이 150년 넘게 살아있을 수는 없을 테니까요.


    

물론 그동안 유비소프트가 걸어온 ‘통수’의 역사(?)를 감안하면, 두 명의 주인공을 하나의 타이틀로 다룰 수도 있을 겁니다. 이를테면 다리우스와 일타니를 한 작품에 모두 등장시키는 식으로 말이죠. (그리고 그다음 타이틀에서 ‘진’을 주인공으로 하면… 완벽해!!)

▶ 주인공 두 명이었던 전례가… 없는 것도 아니잖습니까? 얘넨 쌍둥이니까 예외로 봐야 하려나.

아직 많은 것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지만, 이 밖에도 <어크: 오디세이>가 어떤 이야기를 다루게 될지를 상상해볼 수 있는 단서는 꽤 많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추리게임을 즐길 시간적 여유는 거의 없군요. E3가 당장 며칠 앞으로 성큼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아시다시피 유비소프트는 매년 E3에서 자체 컨퍼런스를 진행해온 개발사 중 하나입니다. 기존 티저에서 ‘See you at E3’라는 문구를 보여준 만큼, 이번 E3 유비소프트 컨퍼런스에서 <어크: 오디세이>의 보다 디테일한 면면이 공개될 겁니다.


    

또한, 행사가 시작되기 하루 이틀 전에 추가 티저나 트레일러 영상이 공개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제 말인즉슨… 어쩌면 이 글을 써서 올리기 직전, 혹은 그 이후에 어딘가에서 글 내용과 다른 공식 자료가 발표되거나 발굴(?) 될지도 모른다는 겁니다.


   

그랬다간 굉장히 무안하고 당황스러운 시추에이션이 되겠지만… 저는 최대한 뻔뻔한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려 노력하렵니다. “본래 공상이라는 건 공상일 때만의 가치가 있는 법”이라고 스스로 최면을 걸면서 말이죠.

글/리지쿠

‘지대넓얕’을 추구하는 잡학다식형 인간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