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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게임 최초의 살인사건! '로드 브리티쉬 암살'의 전말

조회수 2018. 3. 15. 13:1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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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최초였던 게임의 최초 PK
▶ 당신은 죽었습니다

지금은 필드 돌아다니다 다른 유저에게 죽어도 허허...하고 웃어 넘기는 PK.


   

물론 값비싼 장비 하나 떨구는 날엔 현실 매치가 성사되는 등 갈등의 씨앗이긴 하지만, 온라인게임 좀 했다 싶은 유저라면 내 캐릭터가 PK될 수 있다는 건 당연한 일로 여깁니다.


   

약간의 짜증을 유발할 뿐, 툭툭 털고 나도 뒤치기하러 가면 되거든요. 

▶ 기다리고 있어라...본캐를 끌고 와서 조져주지

하지만 온라인게임 최초의 PK도 대수롭지 않았을까요?


   

최초로 죽음을 맞이한 캐릭터는 과연 어떤 감정에 휘말렸을까요? PK가 벌어진 후 대중의 의견은 어땠을까요?


   

최초의 온라인게임에서 벌어졌던 최초의 암살. 수많은 사람들이 경악하고 게임이 불바다가 됐던 과거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1. 사건 배경

아니, 다른 사람이랑 게임에서 만날 수가 있다고? 실제에서 안 만나도 함께 게임할 수 있다고????

지금도 전설의 게임으로 많은 이가 추억하는 울티마 온라인.


MMORPG라는 용어가 최초로 적용된 게임이자, 아직도 이를 능가한 게임이 없을 정도로 높은 자유도가 일품이었죠.


그 매력적인 게임이 테스트를 시작하자 자하는 레이에 지친 대거 몰려 인산인해를 이루는 진풍경이 펼쳐졌습니다. 

▶ 혼겜들을 온라인세계로 이끈 울티마온라인

최초의 MMORPG였던 만큼 울티마온라인의 수많은 유저가 만들어낸 사건사고는 항상 최초라는 타이틀을 달았습니다.
    

최초의 캐릭터, 최초의 장례식, 최초의 전쟁, 최초의 결혼식 등등...


   

이 중 모두를 경악하게 한 최초의 살인사건이 발생합니다. 거기다 피해자는 최초의 캐릭터라 그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죠. 이 살인사건으로 인해 최초의 대규모 학살도 발생하게 됩니다. 

#2. 피해자 정보

▶ RIP...Lord British

때는 1997년, 인터넷에 기반을 둔 대규모 접속 게임의 시작을 알린 울티마 온라인의 베타테스트가 한창일 무렵이었습니다.


    

온라인 속 브리타니아 대륙의 구원을 위해 첫 번째로 생성된 캐릭터는 '로드 브리티쉬'. 올드팬이라면 익숙한 이름이죠.


    

로드 브리티쉬는 울티마 시리즈 내내 등장한 NPC로, 대륙의 8가지 미덕 -정직, 명예, 숭고, 정의, 동정, 용기, 희생, 겸손 - 을 모두 갖추고 질서의 수호자로 군림한 절대자나 다름없었던 인물입니다. 

▶ 그러면서 귀찮은 일은 플레이어에게 다 시키던 몹쓸 놈

울티마 온라인 속 로드 브리티쉬 역시 이전 시리즈 못지 않게 대단한 권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죽은 자는 살리고 아픈자는 일으켜 세우며, 평화를 깨트리는 악인을 제지하는 등 로드 브리티쉬의 권위는 그 누구도 넘볼 수 없을 정도로 강력했죠.


   

로드 브리티쉬는 그럼 불사의 존재였을까요? 그건 아닙니다. 사실 울티마 시리즈에서도 몇가지 방법으로 그를 죽일 수 있긴 했어요.


   

대표적인 방법으로...


   

1. 로드 브리티쉬가 잘 때를 기다린다.

2. 유리검(공격력은 최강이나 한 번 사용하면 깨진다)으로 찌른다

3. 크리티컬 대미지가 터지길 기도한다 

...네, 이론 상으로는 가능해요. 로드 브리티쉬가 세상 모르게 자고 있어야 한다는 극악한 환경과 크리티컬의 신이 강림한다면요.

    

이렇듯 시리즈 내내 보여준 퀘스트 줄창 주는 짜증나는 놈인데 죽일 수도 없는 천하무적의 모습에 온라인에서 보여준 전지전능한 능력이 합쳐져 로드 브리티쉬란 캐릭터는 모든 유저에게 존경과 경의의 대상이며 신의 존재나 다름없었습니다. 

#3. 사건 과정

로드님이 날 보셨어! 우윳빛깔 로드B! 사랑해요 로드B!

1997년 8월 9일. 어김없이 브리타니아의 캐릭터들은 로드 브리티쉬의 주변을 맴돌았습니다.


    

치료를 부탁하고, 득템의 행운을 불어 넣어줄 것을 요청하는 사람들로 인해 로드 브리티쉬가 접속한 그 주변은 그야말로 인산인해였습니다.

    

    

그런데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납니다. 로드 브리티쉬가 서 있는 자리에 불길이 솟구친 거죠.

LB가 죽었어!!! 불타 죽었다고!!
대체 누구야? 누가 죽인거야?

너무나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고 그 누구도 손 쓸 수가 없었습니다.

   

전지전능한 절대자였던 로드 브리티쉬는 그렇게 화마에 휩싸여 생명력을 잃고 맙니다.

   

참사 현장에서 모두가 우왕좌왕하고 있을 그 때, 유일하게 승리의 미소를 짓고 있던 인물이 있었습니다.

    

NPC도 아닌 일개 유저 한 명, 마법사 캐릭터 레인즈였죠. 

레인즈와 두 명의 친구들은 브리타니아 대륙에 자신들의 명성을 떨치고 싶어했고, 성공만 한다면 역사에 길이 남을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됩니다.


   

바로 절대 죽일 수 없다고 모두가 믿어왔던 최강의 캐릭터 로드 브리티쉬의 암살.


   

논의 끝에, 친구 두 명이 로드 브리티쉬의 관심을 끄는 사이 레인즈가 은신 능력의 버그를 이용해 그의 뒤에 숨어 파이어월 마법으로 그를 불태울 계획을 세웠습니다.


    

로드 브리티쉬의 끔살은 그렇게 이뤄진 거죠. 

대륙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신이나 다름없던 로드 브리티쉬가 일개 유저의 손에 죽어버리자 많은 유저는 혼란에 빠졌습니다.


    

하지만 더 큰 혼란은 로드 브리티쉬가 살아난 이후였죠...

자, 그...레인즈는 어디 있지?

분노한 로드 브리티쉬의 권능은 생각보다 더 무시무시했습니다.


    

그는 최강의 몬스터, 데몬을 대륙에 무한으로 소환해 자신을 죽인 레인즈 3인방 뿐만 아니라 브리타니아의 평화를 수호하던 유저 모두를 학살해 버립니다. 

여기에 암살범 레인즈는 게임 약관을 어겼다는 이유로 영구 계정 블록을 먹고 브리타니아 대륙에 자취를 감추게 됐죠.


    

아무리 최강의 캐릭터였다지만 일개 유저였던 로드 브리티쉬가 어째서 이런 권력을 휘두를 수 있었을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로드 브리티쉬의 모니터 넘어 인물이 바로 제작자 리처드 개리엇이었기 때문이죠.

#4. 로드 브리티쉬,
그리고 리처드 게리엇

▶ 울티마 온라인의 개발자이자 GM, 그리고 울온 유저

리처드 개리엇에게 로드 브리티쉬라는 캐릭터는 그 이상의 의미를 가졌습니다.


   

영국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이주한 그는 영국식 발음을 버리지 못해 친구들에게 항상 놀림받았습니다.


    

그 시절 친구들이 그에게 붙여준 별명이 바로 로드 브리티쉬. 누가 봐도 비야냥대기 위한 멸칭이지만 리처드 개리엇은 썩 맘에 들었나 봅니다.

왕이란 거네? 개꿀ㅎㅎㅎㅎ

그는 어린시절 내내 로드 브리티쉬, 즉 자신이 군림하는 세계를 머릿속으로 상상하고 스토리를 짜는데 푹 빠져 살았습니다.


    

이에 자신의 게임 울티마 시리즈에 로드 브리티쉬라는 전지전능하면서도 천하무적의 권위를 보여주는 NPC를 만든거죠.


   

이후 울티마 시리즈가 성공에 성공을 거두면서 로드 브리티쉬는 이름은 리처드 개리엇에게 명예와 행운의 상징과 다름없는 의미가 됩니다. 

▶ 즉, 브리타니아 대륙은 어린 개리엇이 꿈꾸던 바로 그 세상

이렇게 의미가 크다 보니 울티마 온라인에서도 당연히 자신의 캐릭터 이름으로 로드 브리티쉬를 썼죠. 운영자의 특권으로 강력한 능력까지 부여하고요.


    

결국, 로드 브리티쉬는 리처드 게리엇의 개인적 온라인 캐릭터이자 GM, NPC의 역할까지 한 셈입니다.


   

이렇듯 어린시절부터 이어져 온 분신이 죽었으니 리처드 게리엇이 노발대발한 건 어찌 보면 당연하겠죠. 

▶ 딱 기다려 약관 함 읽어보고 영구정지도 주고 데몬도 줄거야

사실 로드 브리티쉬의 암살 이후 리처드 게리엇이 저지른 만행은 현재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사건입니다.


    

커뮤니티의 발달로 GM이 개인적 분노로 권력을 행사한다면 분개한 유저들의 항의에 운영조차 못할 테니까요. 

▶ 지금이라면 당장 이 사단이 벌어질 일

하지만 온라인 세계의 신선함을 처음 맛 본 유저들에게는 탈출구가 없었고, 눈 앞에서 벌어진 암살 역시 처음 보는 일이다 보니 이후 처리가 어떻게 진행되어야 할 지 알리가 없었죠.


    

결국 최초의 PK와 리처드 게리엇의 폭정은 역사 속에 묻히게 됐습니다.


    

암살자 레인즈는 영구정지를 당했지만, 최초의 PK플레이어로 등극하는데 성공하며 명성을 알리고자 했던 목적을 달성하는데 성공했고요. 

▶ 친구 많아진 데몬이 제일 해피 엔딩

이 일화는 많은 생각거리를 줍니다.


    

로드 브리티쉬의 죽음에 이어진 리처드 게리엇의 분노는 지금 세상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죠. GM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는 시대도 아닐 뿐더러, 예전만큼 플레이어가 캐릭터 하나에 애정을 쏟는 시대도 아니거든요.


    

너무나 많은 게임이 있고, 게임 하나에 캐릭터도 여러 개 키울 수 있는 현재. 레벨업 또한 예전에 비해 단순하다보니 캐릭터의 가치 또한 현거래의 목적과 재화축적의 수단으로 다수 육성되는 등 과거에 비해 많이 하락했습니다. 

▶ 게임 접속하면 보이는 수많은 캐릭터들

캐릭터가 죽거나 소멸되어도 짜증날 뿐, 극렬한 분노에 휘말려 일상생활을 하지 못하는 사태까지 발생하는 경우는 드물죠.


    

물론 자신의 캐릭터에 애정을 쏟고 분신처럼 여기는 플레이어도 많습니다. 애정과 정성으로 이뤄진 그들의 플레이는 남들보다 뛰어나고 독특하기에 대중의 찬사를 받으며 네임드 플레이어로 등극하죠.


    

하지만 네임드 플레이어의 출현도 이전만치 못한게 현실입니다.


    

솔직히 말해 요즈음 캐릭터의 역할은 분신과는 거리가 멉니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노예나 다름 없죠. 플레이어의 만족과 게임 속 번영을 위해 처참하게 굴려지다 다른 이에게 팔려가는 노예 말입니다. 닉네임 짓는 것도 귀찮아하는 경우도 많이 있고요 

▶ xptmxm1,wkdtk01과 같은 작업용 아이디도 많죠

그렇기에 PK가 주는 충격과 아픔도 예전만치 못합니다. 캐릭터가 나 자신이라고 생각한다면, 지나가다 억 하고 죽는 PK는 절대 대수로운 일이 아니겠죠. 힘만 있다면 리처드 게리엇보다 더 한 복수극을 펼칠 수도 있을 테고요.


    

지금 시대에서 리처드 게리엇은 다시 로드 브리티쉬와 같은 캐릭터를 키우고 있을까요? 그의 캐릭터가 흔한 PK로 죽게 된다면, 그는 예전처럼 분노할까요?


     

시대가 변하면서 추락한 캐릭터의 가치. 무엇이 정답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에게 '로드 브리티쉬'만큼 애정을 쏟아 본 캐릭터가 없다는 걸 알게 되니 조금은 씁쓸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네요.

▶ 현실만큼 소중한 게임 속 분신, 여러분은 가지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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