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게임기 전쟁의 선봉장이 된 SRPG

조회수 2017. 9. 12. 12:3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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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기의 진화와 함께 닌텐도, 세가, 반다이 등의 명작 SRPG가 개발
‘랑그릿사’의 등장

닌텐도의 ‘파이어 엠블렘: 암흑룡과 빛의 검’은 초기에는 고전했지만, 게이머 사이에서 입소문이 퍼져나가며 뒤늦게 판매량에 불이 붙었다. ‘암흑룡과 빛의 검’의 성공을 다른 게임 회사들도 새로운 장르인 SRPG를 내세우며 하나 둘 적극적으로 뛰어들기 시작했다.


 

마침 이 시기는 닌텐도와 세가의 게임기 전쟁이 벌어지던 시기였다. ‘파이어 엠블렘’ 시리즈는 닌텐도의 자회사가 만든 게임이었고 당연히 세가의 메가드라이브로 나올 일은 없었기 때문에, 세가 진영에서 ‘파이어 엠블렘’에 대항할 만한 SRPG를 내놓았다. 메사이어의 유명 SRPG ‘랑그릿사(Langrisser, 1991)’시리즈의 시작이다.

▶ 전설의 시작, 랑그릿사
▶ '랑그릿사'의 북미판인 워송의 전투 화면

‘랑그릿사’ 시리즈는 당시 SLG로 불리던 턴 전략 시뮬레이션에 좀 더 가까운 형식이었다. 기본적으로 ‘지휘관’ 캐릭터 밑에 보병이나 마법사 등 서로 다른 특성의 병사를 붙여서 하나의 유닛으로 운영하는 방식이다.

 

지휘관 캐릭터는 경험치를 얻어 ‘전직’을 할 수 있다. 물론 ‘랑그릿사’도 SRPG인 만큼, 지휘관 캐릭터가 사망하면 그대로 끝이며 이후의 전투에서는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일본에서 인기를 얻은 ‘랑그릿사’는 곧 북미에도 상륙했다. 당시 북미에서는 세가의 ‘메가드라이브’가 한참 인기몰이를 하고 있었다. ‘랑그릿사’는 ‘워 송(Warsong)’으로 이름을 바꾸고 영문화 되어 북미에도 발매되었는데, 여기서도 나쁘지 않은 평가를 받았다.


 

재미있는 것은 ‘랑그릿사’는 첫 SRPG 작품인 만큼 지나치게 높은 난이도가 단점으로 꼽혔지만, 오히려 게이머들은 ‘쉽게 깰 수 없고 파고들어야 하는 묵직한 게임이 나왔다’며 좋아했다는 점이다. 한 시나리오를 깨기 위해 지휘관 배치나 경험치 획득을 연구하고 밤을 꼬박 새는 SRPG의 모습은 ‘랑그릿사’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거니 받거니…막 오른 SRPG ‘전쟁’

‘랑그릿사’와 비슷한 시기, 닌텐도 진영에도 새로운 SRPG 시리즈가 등장했다. 이번에는 닌텐도의 간판 휴대용 게임기 ‘게임보이’용 SRPG였다. 반다이의 자회사 반프레스토가 내놓은 ‘슈퍼로봇대전’이다.

 

이 게임은 이름 그대로 ‘마징가Z’, ‘겟타로보’, ‘모빌슈트 건담’ 등 ‘유명 슈퍼 로봇들이 한 무대에서 싸운다면 어떻게 될까?’를 컨셉으로 하고 있었다.

▶ 슈퍼 로봇 대전

반프레스토는 ‘슈퍼로봇대전’을 처음에는 전략 게임으로 계획하고 있었다. ‘로봇 애니메이션판 대전략’이라고 자처했을 정도다.

 

그러나 실제로 반프레스토가 내놓은 결과물은 전략 게임의 육각형 맵 대신 사각형 맵과 단순한 구조의 게임 방식을 채택하고 있었다. 능력치에 따라 적을 아군으로 만들 수 있는 ‘설득’ 스킬과 특수 공격을 할 수 있는 ‘정신기’ 등 독특한 요소가 담겨 있었다.

'슈퍼로봇대전’의 출발은 초등학생들이 “마징가가 제일 쎄거든?” “아니야 건담이 더 쎄” “그럼 싸워보면 알겠지”라고 말싸움하는 수준의 유치한 컨셉이지만, 적당한 완성도를 갖추고 애니메이션 팬을 게임으로 끌어들이며 성공을 거뒀다.

 

게임보이용으로 나온 첫 ‘슈퍼로봇대전’은 약 19만장의 판매량을 기록했고 일회성 기획이었던 ‘슈퍼 로봇 대전’은 얼마 지나지 않아 명작 SRPG 시리즈로 자리잡았다.

 

▶ 샤이닝 포스: 신들의 유산

세가 진영에서도 가만히 있진 않았다. 세가는 1992년 3월 SRPG ‘샤이닝 포스: 신들의 유산’을 내놓으며 반격에 나섰다. 원래 ‘샤이닝 포스’ 시리즈의 출발은 평범한 일본식 RPG였지만, ‘신들의 유산’을 계기로 SRPG 시리즈로 선회했다.

 

이 ‘신들의 유산’은 메가드라이브의 성능을 최대한 끌어낸 그래픽으로 무장하고 있었고, 좀 더 간단한 시스템을 채택해 접근성을 높였다.


 

‘신들의 유산’의 가장 큰 특징은 SRPG의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온 지나치게 빡빡한 난이도를 어느 정도 완화하려 노력했다는 것이다. 주인공이 전사하면 당연히 게임 오버가 되지만, 그 전에 탈출 마법이나 아이템을 통해 전장에서 철수하는 것이 가능했다.


 

이런 식으로 전장에서 철수하면 해당 맵의 적 상태는 다시 리셋되지만, 철수 전 까지 전장에서 획득한 경험치나 돈은 그대로 유지되었다. 게이머는 이를 이용해 난이도 있는 맵에서 진행과 철수를 반복해 경험치 및 자금 노가다(?)를 하고 다시 도전할 수 있었다.

▶ 샤이닝 포스: 신들의 유산은 뛰어난 그래픽을 자랑했다.

비록 메가드라이브는 일본 내에서 고전하고 있었지만 ‘신들의 유산’은 30만장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곧 북미에도 정식 번역 되어 발매되었고 마찬가지로 게임 자체는 좋은 평가를 받으며 흥행에 성공했지만 영어 번역 상태가 매끄럽지 못해 항의를 받기도 했다.

 

게임기 전쟁의 선봉에 서 있던 SRPG, CD-ROM과 3D 시대를 맞다

1990년대 초 닌텐도와 세가가 벌였던 가정용 게임기 전쟁에서 SRPG는 선봉장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틀이 잡히기 시작한지 얼마 안 되는 새로운 장르였던 만큼 ‘드래곤 퀘스트’나 ‘파이널 판타지’ 같은 거물 RPG의 성과만큼은 아니었지만, 질 좋은 RPG를 요구하는 일본 게이머의 요구에 부응하며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강력한 2D 성능을 갖춘 닌텐도 ‘슈퍼패미컴’의 등장은 SRPG에 날개를 달아준 모습이었다. ‘슈퍼패미컴’의 성능을 백 분 활용한 명작 SRPG가 속속 출현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CD-ROM과 3D로 대표되는 신기술의 등장으로 SRPG는 전환점을 맞게 된다.

 

전략 게임과 일본식 RPG가 합쳐진 형태의 SRPG에 다른 장르를 또다시 접목하려는 시도가 1990년대 중반부터 시작되었다.


 

SRPG 장르를 정립한 닌텐도도, 게임기 전쟁에서 여전히 분투하고 있던 세가도, 그리고 새로운 도전자인 소니도 SRPG 마니아를 잡기 위해 노력했다. 때로는 잘 만든 SRPG 하나가 가정용 게임기에 ‘충성’하는 팬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택틱스 오우거’, ‘프론트 미션’, ‘사쿠라 대전’ 등 새로운 시대의 SRPG가 속속 등장하고 있었다. SRPG 전쟁은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시작이었다.

▶ 영원한 걸작 SRPG로 평가받은 '택틱스 오우거'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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