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의 원류를 찾아서 1. SRPG, 전략 게임과 롤플레잉 게임의 혼혈아

조회수 2017. 8. 25. 15:5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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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중독성 있는 장르, 전략 게임과 롤플레잉 게임의 만남

올드 게이머라면 SRPG를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파랜드 택틱스’, ‘랑그릿사’ 등등. 잠도 잊고 밤을 꼴딱 지새우며 게임에 몰두하게 만들었던 그리운 이름들이다. 

 

그런 그리운 SRPG가 이제는 모바일로 돌아왔다. 넥슨의 ‘슈퍼 판타지 워’, ‘삼국지 조조전 온라인’ 등 다양한 모바일 SRPG가 등장했다.

 

PC부터 콘솔 그리고 모바일까지, SRPG의 기원과 역사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가장 중독성 있는 장르, 전략 게임과 롤플레잉 게임의 만남

‘시뮬레이션 RPG’ 혹은 ‘전략/전술 RPG’로 불리는 SRPG의 기원을 따져보면 1980년대 초반 일본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 시기 일본에서는 북미와는 다른 형식의 RPG가 태동하고 있었다. 코에이가 1982년에 내놓은 ‘드래곤 앤 프린세스’는 본격적인 일본식 RPG(JRPG)의 시발점 중 하나로 여겨지는 게임이다.

▶ 드래곤 앤 프린세스, 본래는 텍스트 '어드벤처'였다.

‘드래곤 앤 프린세스’는 필드 이동 시 무작위로 적과 조우하는 시스템을 채용하고 있었고, 턴 전략 게임과 비슷한 방식의 전투 시스템을 탑재하고 있었다.

 

비슷한 시기 북미에서 등장한 ‘울티마3(1983)’도 무작위 조우를 비롯해 턴 방식의 전투 시스템을 탑재했다. 이후 무작위 조우와 턴 방식의 전투는 RPG의 ‘표준’적인 시스템 중 하나가 되었다.


 

비슷한 시기,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게임 장르가 또 있었다. 바로 턴 전략 게임이다. 북미에서 SSI가 ‘컴퓨터 비스마르크(1980)’를 내놓으며 본격적인 전략 게임의 시대를 열었다. 

 

보드게임이 널리 보급되어 있던 북미와 유럽에서 턴 전략 게임은 큰 인기를 끌었다. 일본에서도 코에이가 ‘노부나가의 야망(1983)’을 내놓으며 전략 게임의 성장을 주도했다.

 

▶ 보코스카 워즈

턴 전략 게임의 급부상은 곧 일본 게임 제작자들의 주목을 끌었다. ‘롤플레잉 게임도 턴 방식의 전투다. 턴 전략 게임도 턴 방식의 전투다. 그렇다면 두 게임을 합칠 수 있지 않을까?’ 80년대 일본 게임 시장에서는 다양한 시도가 있었고, 전략 게임과 RPG를 접목하려는 시도는 80년대 내내 계속되었다. 1983년 등장한 ‘보코스카 워즈’는 놀랍게도 ‘실시간 전략 게임’을 롤플레잉 게임과 접목했던 선구자 중의 선구자였다.


 

아무튼 1980년대 내내 일본 게임 시장에서는 ‘턴 전략 게임’을 RPG에 얹을 것인가, 아니면 ‘RPG’를 턴 전략 게임에 얹을 것인가라는 고민을 바탕으로 많은 시도가 있었다. 언뜻 보기에는 같은 말 같아 보이지만, 어디에 방점을 찍느냐는 게임의 운명을 결정지을 정도로 매우 중요했다.


 

전략 게임과 RPG를 즐기는 게이머는 서로 성향도 달랐고, 게임에서 요구하는 방향도 달랐다. 전략 게임 마니아라면 수치에 기반을 한 전략적인 ‘전투’를 중시한다. 반대로 RPG 마니아라면 판타지 배경의 세계관, 캐릭터, 게임에서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느냐를 중시한다. 결국 어떤 부분을 강조하느냐에 따라 게임의 성격과 게이머의 만족도가 완전히 바뀌게 된다.

 

본격적인 SRPG의 시작, ‘파이어 엠블렘’

여전히 혼란스러운 장르였던 SRPG는, 닌텐도가 1990년 ‘파이어 엠블렘: 암흑룡과 빛의 검’을 내놓으며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턴 전략 게임에 ‘판타지 스킨’만 씌운 형태가 많았던 SRPG는 ‘파이어 엠블렘’ 이후로 스토리와 캐릭터를 크게 강조하는 RPG의 길을 걷게 된다. 게이머가 조종하는 대규모 군대 중 한 ‘유닛’이 아니라, 배경이 있고 사연이 있는 ‘캐릭터’들이 게임의 전면에 나서게 되었다.


 

사실 처음부터 ‘암흑룡과 빛의 검’이 대작을 노리고 개발된 것은 아니다. 닌텐도의 자회사인 인텔리전트 시스템은 1988년 패미컴용 턴 전략 게임인 ‘패미컴 워즈’를 발매했다. 밀리터리 턴 전략 게임인 ‘패미컴 워즈’는 일본 게임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패미컴 워즈’에 사용했던 턴 전략 시스템을 롤플레잉에 적용해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게임보이’의 아버지인 요코이 군페이가 소수의 인원을 이끌고 ‘파이어 엠블렘’ 제작을 지휘했다. 그는 더 많은 사람이 친숙하게 즐길 수 있는 RPG 요소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게임을 만들었고, 그러면서도 ‘패미컴 워즈’에서 보여주었던 전략의 깊이를 최대한 살리고 싶었다.


 

그가 처음에 내세웠던 ‘암흑룡과 빛의 검’의 장르는 RPGSLG였다. RPG+시뮬레이션 게임이라는 뜻으로, 이 당시 일본에서 전략 게임은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에서 ‘시뮬레이션’이라는 단어를 가져와 SLG라고 불리고 있었다.

캐릭터를 조작해 필드를 돌아다니거나, 마을에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 전투를 벌이는 ‘맵’이 있고 이야기의 각 챕터마다 이 맵에서 전투를 벌여 진행한다는 SRPG의 형식은 ‘파이어 엠블렘’에서 완성되었다. 전략 게임처럼 단순히 유닛A가 아니라, 전사하면 다시 살릴 수 없는 구구절절 한 사연을 가진 캐릭터를 내세운 것도 인기를 끈 요인이었다.


 

초반 판매에 고전을 겪던 ‘암흑룡과 빛의 검’은 입소문을 타고 서서히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파이어 엠블렘’ 시리즈는 일본 게임에서 빼놓을 수 없는 ‘대작’ 시리즈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90년대 내내 ‘파이어 엠블렘’은 일본 게임 시장에서 독자적인 위치를 차지해왔고, 지금까지도 일본에서 가장 인기 있는 시리즈 중 하나로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새로운 장르, SRPG의 급성장

닌텐도가 내놓은 ‘파이어 엠블렘’의 성공과 함께 SRPG는 본격적인 ‘일본만의 게임장르’로 성장을 시작했다. 공교롭게도 이 시기는 차세대 게임기 전쟁의 한복판이었다. 세가의 ‘메가드라이브’나 닌텐도의 ‘슈퍼 패미컴’ 등 16비트 게임기가 속속 등장했고, 이 16비트 게임기의 ‘강력함’을 보여주는 게임 중에 바로 이 SRPG가 끼어 있었다.


 

에닉스의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나, 스퀘어의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와는 다른 SRPG의 매력에 지지층은 점점 넓어져 갔다. ‘파이어 엠블렘’은 다른 게임 제작사를 크게 자극했다. 세가나 스퀘어 같은 쟁쟁한 회사는 물론 신생 게임 회사들도 걸작 SRPG를 내놓기 시작했고, 1990년대 중반 SRPG장르는 전성기를 맞게 된다.

▶ 메사이어라는 회사도 SRPG 시장에 뛰어들었다. '랑그릿사' 시리즈의 시작이다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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