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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90년대 초중반 전략게임의 빛과 그림자

조회수 2017. 8. 18. 11:5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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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 전략 게임에 있어 영광의 시절인 90년대
라이벌이 된 웨스트우드와 블리자드

1990년대 중반부터 후반까지는 실시간 전략 게임에 있어 말 그대로 영광의 시절이었다. 1992년 ‘듄2’ 이후 이 새로운 장르에 대한 관심은 날로 높아져 갔다. 

 

턴 전략의 명가였던 SSI는 1993년 도시 건설과 RTS를 혼합한 ‘스트롱홀드(Stronghold)’를 출시했다. ‘스트롱홀드’는 D&D기반의 게임으로, 거점이 되는 성을 건설하고 이 성을 노리는 적에 맞서 마법사, 성직자, 엘프 등을 동원해 방어하는 형태의 게임이다.

▶ SSI의 스트롱홀드
▶ 블리자드의 '워크래프트: 오크와 인간

1994년에는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가 ‘워크래프트’ 시리즈의 첫 작품인 ‘워크래프트: 오크와 인간(Warcraft: Orcs & Humans)’을 출시했다. ‘워크래프트’는 ‘듄2’의 기본 공식을 충실히 따르되, 블리자드 고유의 방식으로 재해석했다. 단순히 적을 전멸시키는 것이 아닌 소수의 병력으로 특별한 임무를 수행하거나, 반란군을 진압하거나, 아군을 구출하는 등 다양한 미션을 캠페인에 집어넣었다.


 

‘워크래프트’는 신참 개발사인 블리자드가 내놓은 첫 RTS치고는 그럭저럭 괜찮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오크와 인간이 대결하는 판타지 세계관을 앞서 설명한 다양한 미션과 잘 결합한 점은 호평을 받았다. ‘워크래프트’의 상업적 성공 이후 블리자드는 RTS 개발에 전력투구한다.

 

▶ 커맨드 앤 컨커

한편, ‘듄2’로 RTS의 문을 연 웨스트우드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듄2’는 소설을 원작으로 한 게임이었지만, 웨스트우드는 자신만의 색깔을 가진 RTS를 내놓길 원했다. 

 

1995년, 웨스트우드는 게임 역사상 최고의 걸작 중 하나로 평가받는 ‘커맨드 앤 컨커’를 내놓으며 반격에 나섰다. 이 게임은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우주에서 떨어져 지구를 오염시킨 ‘타이베리움’을 놓고 벌이는 GDI와 Nod의 격돌을 그리고 있다.


 

‘커맨드 앤 컨커’는 300만장 이상이 팔리며 흥행에 성공했다. ‘음모론, SF가 뒤섞인 묘한 분위기의 세계관과 ‘듄2’에서 한층 더 정돈된 시스템, 그리고 배우를 동원한 실사 동영상 등 시대를 앞서가는 요소들이 잘 조합되어 있었다.

 

‘듄2’가 RTS라는 장르를 연 선구자었다면, ‘커맨드 앤 컨커’는 RTS 시대의 폭발적인 성장을 이끈 리더였다.

 

▶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는 블리자드의 '워크래프트2'

‘커맨드 앤 컨커’와 같은 해 블리자드의 ‘워크래프트2: 어둠의 물결(Warcraft 2: Tides of Darkness)’도 게임 시장에 등장했다. ‘워크래프트2’ 역시 게임 역사에 굵직한 획을 남기며 성공했다. ‘커맨드 앤 컨커’보다 한 단계 더 높은 고해상도 그래픽과 다양한 성우로 개별 유닛의 개성을 살렸으며, 건물의 모습도 좀 더 섬세하게 묘사되었다.


 

특히 ‘워크래프트2’에 도입된 ‘전장의 안개(fog of war)’는 지속적인 정찰을 게이머에게 요구해 게임의 긴장감을 높여주었다. 비교적 간편한 맵 에디터와 강력한 네트워크 플레이도 ‘워크래프트2’를 돋보이게 해 준 요소였다. 이 ‘워크래프트2’를 계기로 블리자드는 웨스트우드의 강력한 라이벌로 떠오르게 되며, 이후 90년대 말까지 ‘커맨드 앤 컨커’ vs. ‘워크래프트’의 라이벌 구도가 지속되었다.


 

‘커맨드 앤 컨커’와 ‘워크래프트2’의 대성공 이후 PC게임에는 RTS 열풍이 불었다. 물론 이 시기 나왔던 RTS는 ‘커맨드 앤 컨커’ 혹은 ‘워크래프트2’와 별 차이 없는 아류작이 많았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커맨드 앤 컨커’와는 다른 길을 걷기 위해 노력한 RTS가 많았고, 이들은 90년대 RTS 열풍 속에서 나름대로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

 

턴 전략 게임 최고참, SSI의 최후

1990년대 중반까지 턴 전략 게임은 나름대로의 입지를 확보하고 있었다. 그러나 좀 더 속도감 있는 ‘전략’을 즐길 수 있는 RTS의 등장과 함께 턴 전략 게임은 서서히 내리막으로 들어서게 된다. 이 시기 이후 ‘문명’ 시리즈 등 몇몇 유명작을 제외하면 전반적인 턴 전략 게임 자체가 밀리터리를 위주로 한 하드코어 한 장르로 바뀌게 된다.


 

1990년대 중반에도 걸출한 턴 전략 게임은 계속 나왔다. SSI의 ‘팬저 제너럴(Panzer General, 1994)나 ‘스틸 팬더스(Steel Panthers, 1995)’, 매드랩의 ‘재기드 얼라이언스(Jagged Alliance, 1994), 마이크로프로즈의 ‘UFO: Enemy Unknown(1994)’ 그리고 ‘엑스컴(X-COM: Terror from the Deep, 1995)’ 등 다양한 턴 전략 게임이 등장했던 시기이기도 하다.

▶ SSI사의 로고

하지만 턴 전략 게임은 어쩔 수 없는 내리막을 걷고 있었고,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SSI의 최후다. 전략 게임의 ‘원조’였던 SSI는 80년대 전략 게임 시장을 풍미했다.  

 

SSI는 성장을 거듭해 1989년 즈음까지 모두 80개가 넘는 게임을 제작 및 유통한 게임회사가 되어 있었다. 1987년 한 해 동안 500만달러가 넘는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몸집이 커진 SSI는 턴 전략 외에, 당시 가장 인기 있던 게임 장르인 RPG에도 손을 대기 시작했다. TRPG ‘어드밴스드 던전 앤 드래곤(Advanced Dungeons & Dragons)’의 라이선스를 얻은 SSI는 1988년부터 1994년까지 30개의 AD&D 게임을 내놓기도 했다. 한 손에는 턴 전략, 한 손에는 RPG를 쥔 SSI는 거칠 것이 없는 회사처럼 보였다.

▶ 팬저 제너럴
▶ 스틸 팬더스

그러나 1990년 중반이 되면서 SSI는 서서히 위기를 겪기 시작했다. 1994년을 기점으로 SSI는 롤플레잉 게임의 비중을 크게 줄이고, 다시 턴 전략 게임의 비중을 늘리기 시작했다. 

 

이미 SSI 자체가 1994년 마인드스케이프에 한 번 매각된 상태였고, 그런 와중에도 ‘팬저 제너럴’과 ‘스틸 팬더스’ 같은 걸출한 턴 전략 게임을 만들며 아직 죽지 않았음을 과시했지만 거기까지였다.


 

SSI 스스로가 ‘우리의 턴 전략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의 99%가 남자다’라고 언급할 정도로 턴 전략 게임의 시장은 매우 한정적이었다. 애초에 ‘팬저 제너럴’을 만든 이유도 하드코어 한 턴 전략으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었기 때문에, 비교적 ‘라이트’ 한 턴 전략 게임을 만들어 흥행을 노렸던 것이다.

▶ 팬저 제너럴3: 스코치드 어스 (2000)

SSI는 ‘팬저 제너럴’을 필두로 ‘얼라이드 제너럴(Allied General, 1995)’, ‘퍼시픽 제너럴(Pacific General, 1997)’ ‘팬저 제너럴2(Panzer General 2, 1997)등 ‘파이브 스타 제너럴 시리즈’를 만들며 90년대 중반을 버텨갔지만 턴 전략 게임 자체가 게임 업계를 강타한 3D나 네트워크 플레이 같은 최신 기술에도 둔감한 ‘낡은’ 장르가 되어버렸다. 

 

SSI는 계속 내리막길을 걸었고 결국 2001년 유비소프트에 합병되며 삶을 마치고 말았다. 턴 전략, 아니 전략 게임이라는 장르 자체를 열었던 최고참의 허망한 최후였다.

 

세기말, 실시간 전략 게임의 화려한 불꽃

성장에 성장을 거듭한 RTS는 90년대 말이 되면 최고의 장르로 군림하게 된다. 

 

전성기의 웨스트우드는 ‘커맨드 앤 컨커’ 시리즈 하나만으로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화려한 성과를 올리며 PC게임의 제왕의 자리에 올라 있었고,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역시 ‘워크래프트2’로 본격적인 세를 불리고 ‘스타크래프트’로 입지를 완전히 굳히며 일류 게임 개발사로 도약하고 있었다.


 

이제 1990년대 말이 되면 많은 신생 게임 회사가 RTS 장르 제작에 속속 뛰어들었다.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를 만든 앙상블 스튜디오, ‘토탈 어나힐레이션’을 만든 케이브 독, ‘홈월드’의 렐릭 등 신세대 게임 회사들이 튀는 RTS 하나로 성공을 거두던 시기였다. 1990년대 말은 이를 테면 ‘RTS의 가장 화려했던 시절’이었다.

▶ 토탈 어나힐레이션

하지만 그 화려한 시절은 오래 가지 못했다. 90년대 말 RTS의 영광은 이를 테면 ‘마지막 불꽃놀이’와 비슷한 것이었다. 다음 기사에서는 90년대 말 화려했던 RTS의 영광과 내리막, 그리고 가늘고 길게 명을 이어가고 있던 턴 전략 게임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다.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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