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공관으로 디지털 잡맛을 없앤 CDP

조회수 2018. 5. 9. 11:3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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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오디오 CD-S7 DAC

Vincent Audio CD-S


CD플레이어나 DAC은 대표적인 디지털 기기이다. 비록 출력단에서는 아날로그 신호가 빠져나오지만, 음의 입구에는 PCM이 됐든 DSD가 됐든 디지털 신호가 들어오는 것이다. 이에 비해 LP는 물론 이를 플레이하는 턴테이블, 포노앰프, 프리앰프, 파워앰프, 스피커는 모두 아날로그 신호만을 취급한다는 점에서 아날로그 기기다.


그러면 이 디지털 기기로서 CD나 DAC 출력단에 대표적인 아날로그 증폭소자인 진공관을 투입하면 어떤 재생음이 나올까. 그냥 트랜지스터나 OP앰프 같은 솔리드 증폭소자로만 출력단을 채웠을 때와는 뭐가 달라질까. 또 전원부에도 다이오드나 트랜지스터 대신 진공관을 투입한다면? 이번 시청기인 ‘CD-S7 DAC’은 이에 대한 독일 빈센트(Vincent)의 명쾌한 답변이다. 그것은 바로 ‘디지털의 잡맛을 모두 증발시킨, 보다 편안하면서도 원시적인 생동감이 넘치는 재생음’이었던 것이다.


빈센트와 진공관


빈센트는 전기 엔지니어 우베 바르텔(Uwe Bartell)이 1995년 독일 이페자임(Iffezheim)에 설립했다. 현재 모든 제품 개발과 설계는 이페자임에서, 생산은 원가 절감을 위해 중국 랴오닝성 다롄 공장에서 이뤄지고 있다. 빈센트는 CDP 뿐만 아니라 인티앰프, 프리앰프, 파워앰프, 포노앰프, 케이블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갖추고 있으며, 트랜지스터는 물론 진공관, 그리고 이 둘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설계에도 적극적이다. 실제로 베스트셀러 CDP ‘CD-S6 MK’나 인티앰프 ‘SV-237 MK’ 모두 하이브리드 제품이었다.


빈센트가 이처럼 진공관을 적극 도입해오고 있는 것은 설립 때부터 토렌스(Thorens)에서 진공관 파워앰프 ‘TEM 3200’ 등을 설계한 진공관 전문가 프랑크 블뢰바움(Frank Blohbaum)이 참여했기 때문. 실제로 그가 주재하는 하이엔드 진공관 앰프 메이커 ’T.A.C’(Tube Amp Company)는 1990년대 중반 설립 당시부터 빈센트의 자회사로 출범했다. 현재 빈센트 홈페이지 주소가 ‘www.vincent-tac.de’인 이유다.


그러면 빈센트나 T.A.C.가 진공관을 적극 활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잘 아시는 대로, 증폭소자로서 진공관, 특히 3극관의 리니어리티(linearity)가 트랜지스터보다 훨씬 우수하기 때문이다. 즉, 플레이트 전압(EP. 가로축)과 플레이트 전류(IP. 세로축)의 상관관계를 기록한 EP-IP 그래프에서 진공관쪽이 반듯하게 직선모양을 보이는 것이다. 플레이트에 들어가는 전류의 흐름에 정확히 비례해 전압이 증폭된다는 얘기다. 이에 비해 트랜지스터는 EP-IP 곡선이 크게 휘어지는 모습을 보인다.


CD-S7 DAC 본격 탐구 1. 아날로그 출력단 및 전원부


리뷰용 ‘CD-S7 DAC’이 자택으로 배달됐다. 전면 패널 중앙의 둥근 유리창 안으로 보이는 진공관의 모습이 사진으로 볼 때보다 훨씬 아름답다. 왼쪽에 CD 트레이, 오른쪽에 표시창과 6.3mm 헤드폰 잭, 헤드폰 볼륨 조절을 위한 노브가 달려있다. 뒷면을 보면, 왼쪽에 RCA, XLR 출력단이 1조씩 마련됐고 디지털 입력단으로 USB, 광, 동축 단자가 마련됐다. 빈센트 홈페이지에는 USB A타입 단자로 나와있지만 실제 확인해보니 USB B타입이다.


면에는 또한 ‘Lamp’ 스위치도 있는데 이는 전면 진공관 옆에 붙어 은은한 오렌지색을 발산하는 작은 다이오드의 밝기를 조절하기 위한 것이다. 아예 꺼버릴 수도 있고(off), 1~3단으로 밝기를 조절할 수도 있다. 디지털 아웃을 위해 동축 단자도 마련해놓고 있다. 스펙을 보면 주파수응답특성은 20Hz~20kHz(-0.5dB), 왜율은 0.005% 이하, 신호대잡음비(SNR)는 94dB 이상, 다이내믹 레인지는 100dB 이상을 보인다. 아날로그 출력전압은 2.5V다.


모델 이름과 전후면 패널 단자, 스펙에서 알 수 있듯 ‘CD-S7 DAC’은 CD플레이어 겸 DAC이다. 빈센트에서는 ‘하이브리드 CD플레이어’라고 밝히고 있다. ‘하이브리드’는 컨버팅 이후 아날로그 출력단에 솔리드 증폭소자와 진공관을 함께 썼다는 의미다. 빈센트에서는 정확히 언급하고 있지 않지만 이전 모델 설계를 봤을 때, 컨버팅 이후 출력된 아날로그 전류값을 증폭에 필요한 전압값으로 바꿔주는 I/V 변환회로에 솔리드 OP앰프를 쓴 것으로 추측된다. 이후 증폭 및 출력단에 쌍3극관인 6922을 채널당 1개씩 썼다.


6922을 좀더 살펴보자. 6922은 1958년 미국 암페렉스(Amperex)가 개발한 쌍3극관으로 후에 독일 지멘스(Siemens)가 내놓은 ECC88/6DJB과 동일관이다. 내부저항은 2.6k옴으로 비교적 높지만, 전압증폭률(뮤)이 33, 전류증폭률(gm)이 12.5mA/V로 적당해 주로 프리앰프 증폭단에 즐겨 투입된다. 오디오리서치의 프리앰프에서도 6H30이 등장하기 전까지 무려 20년 넘게 투입돼온 역사적인 명관이다. ’CD-S7 DAC’에는 러시아 일렉트로 하모닉스 제품을 썼다.


그런데 6922을 채널당 1개씩 썼다는 것은 ‘CD-S7 DAC’이 아날로그 증폭단을 밸런스로 설계했다는 의미다. 즉, 각 채널의 플러스와 마이너스 신호를 6922 한 알에 들어간 2개의 3극관이 각각 커버한다는 것. 빈센트에서 ‘풀 밸런스’ 설계라고 강조하는 이유다. 내부사진을 보면 이렇게 증폭관을 빠져나온 신호는 이후 프랑스 SRC의 폴리프로필렌 커플링 커패시터(2개)를 거쳐 빠져나간다.


전원부도 살펴보자. 사실 ‘CD-S7 DAC’의 또하나의 특징은 파워서플라이에 진공관을 2개나 투입했다는 사실이다. 전면 둥근 유리창을 통해 보이는 진공관이 바로 정류관인 6Z4, 안쪽 출력단 왼쪽에 자리잡은 진공관이 정전압관인 12AX7B이다. 대형 토로이달 전원 트랜스포머를 빠져나온 교류 전기가 정류관 6Z4를 통해 맥류 전기로 바뀌고, 이후 평활회로를 거쳐 직류 전기로 변신하는 과정에서 전압을 일정하게 유지해주는 역할(voltage regulator)을 쌍3극관인 12AX7B가 하는 것이다.


CD-S7 DAC 본격 탐구 2. CD트랜스포트 및 DAC 파트


트레이 방식의 CD 드라이빙 메카니즘은 전작인 ‘CD-S6 MK’에서 필립스의 ‘VAM1202/12’를 썼었던 것과는 달리 산요(Sanyo)의 ‘Chip DA11’을 사용했다. 트레이 재질 자체는 플라스틱. 전면 패널에 붙은 작은 버튼들과 알루미늄 재질의 리모콘으로 CDP를 제어할 수 있다. 표시창에는 깨알같은 작은 숫자들이 트랙을 표시하며 재생 트랙은 해당 숫자가 깜빡거린다.


DAC 칩은 버브라운의 PCM1796(24비트/192kHz)을 썼다. 물론 ‘CD-S6 MK’에 투입됐던 PCM1732(24비트/96kHz)보다 업그레이드된 사양이다. 하지만 실제 시청시에 USB 입력으로 24비트/192kHz 음원을 받아보니 16비트/48kHz로 다운돼 컨버팅됨을 알 수 있었다. 이는 USB 코덱 및 인터페이스로 투입한 PCM2902칩이 16비트 해상도에 최대 48kHz의 샘플레이트를 지원하기 때문이다. 광과 동축 입력시에는 24비트/192kHz를 풀로 지원한다.


전면 패널 오른쪽에는 6.3mm 헤드폰 잭이 마련됐으며, 빈센트에 따르면 헤드폰 앰프는 32옴부터 600옴의 헤드폰을 모두 구동할 수 있다. 실제로 헤드폰을 연결해 들어보니 웬만한 독립 헤드폰 앰프와 큰 격차를 느낄 수 없었다. 오히려 출력관 6922을 거친 아날로그 신호라는 선입견 때문인지 음들의 맨살이 너무나 살갑게 펼쳐지는 것 같은 기분 좋은 인상을 받았다. 오른쪽 노브로 헤드폰 앰프 볼륨을 조절할 수 있는 점도 편의성 면에서 돋보였다. 


시 청


시청에는 자택 네트워크 플레이어와 진공관 프리, 파워앰프를 총동원했다. 즐겨 듣는 CD로 CDP 성능을 테스트한 것은 물론, 룬(Roon) 코어로 쓰고 있는 필자의 맥북에어도 활용해 ‘CD-S7 DAC’의 USB DAC 성능도 함께 확인해봤다. 네트워크 플레이어로부터 디지털 신호를 USB케이블로 빼내 ‘CD-S7 DAC’에 입력하는 방식이다. 시청은 DAC, CDP 테스트 순으로 진행했다.


노라 존스 ‘Those Sweet Words’(Feels Like Home) = DAC으로 활용한 시청 일감은 공간감이나 악기 분리도, 해상력에서 일체 부족함이 없다는 것. 보컬이 사운드스테이지 정중앙에 핀포인트로 맺히는 모습이 멋지다. 노이즈가 무척 낮은 점도 단번에 느껴졌는데, 음색에 그 어떤 것도 보태지 않은 것 같다. 진공관을 썼기 때문에 온화하고 따스한 소리가 날 것이라는 편견을 산산히 부숴버렸다. 이어 들은 안네 소피 폰 오토의 ‘Baby Plays Around’에서도 그녀의 들숨과 날숨, 특유의 보드라운 ‘F’ 발음이 생생히 포착됐다. 오디오적 쾌감으로만 보면 자택에서 쓰는 CDP보다 낫다.


이지 오우에, 미네소타 오케스트라 ‘Symphonic Dances’(Rachmaninoff) = 역시 DAC으로 활용해 1악장을 들었다. 사운드스테이지가 낮고 깊게 펼쳐지며, 음들의 윤곽선은 깔끔하다. 재생음에서 청량감이 느껴지는 것도 특징. 후텁지근하지 않으며 애매한 구석도 없다. 엄청난 해상력이나 진한 음색을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덤덤하고 플랫하게 컨버팅을 수행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아날로그 신호를 이처럼 리드미컬하게, 거의 힘 하나 안들이고 펼쳐내는 모습이 대견하다. 음들의 결과 이음매가 매끄러운 점도 마음에 든다. 거칠거나 조악하거나 억센 구석이 없다.


아르네 돔네러스 ‘Limehouse Blues’(Jazz At The Pawnshop) = 24비트/192kHz 음원을 USB케이블을 통해 DAC에 집어넣어보니, 맥북에어 룬 화면에서 비트율과 샘플레이트가 16비트, 48kHz로 변환됐다고 알린다. 또한 음의 심지가 굵거나 색채가 진하지 않고 대신 윤곽선이 보다 선명한 스타일인 점을 보면 역시 델타 시그마 DAC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 곡 특유의 현장감과 웅성거림을 생생하게 잡아내는 능력에는 감탄했다. 메마르거나 거칠거나 혹은 조금치의 여유도 주지않는 디지털 특유의 냄새와 촉감이 완전히 사라졌다. LP 재생 때처럼 너무나 자연스러운 재생음이다. 비브라폰이 이렇게나 가깝게 들린 적이 있나 싶다.


레너드 번스타인, 뉴욕필 ‘말러 교향곡 2번’(Mahler Symphony No.2) = CD로 들어보니 갑자기 다이내믹스와 다이내믹 레인지가 늘어났다. 훨씬 생동감이 넘쳐난다. 실제로 이 곡을 곧바로 DAC으로 들어보면 음량이 줄어들고 음들은 야위고 수척해져 프리앰프 볼륨을 조금 더 올려야 했다. 어쨌든 CDP로 활용했을 때 재생음이 좀더 직접적이며 터치감이 증가했다. 음에 근력이 붙은 듯, 매사가 분명해진 듯하다. 여린 음들을 알뜰살뜰 챙기는 모습도 CDP 때가 나은 것 같다. 이는 맥북에어와 랜선, USB케이블을 생략한 데 따른 반사이익이기도 하겠지만, ‘CD-S7 DAC’ 자체의 CD 픽업 성능이 평균 이상이라는 반증일 것이다.


오스카 피터슨 ‘You Look Good To Me’(We Get Requests) = 확실히 CD로 들을 때가 데시벨 자체가 높고 음상이 좀더 크다. 베이스의 양감이 더 많고 좀더 필자쪽으로 포워딩해온다는 인상. 마치 스피커와 파워앰프를 바꿨거나 CDP의 출력전압을 높인 것만 같다. 특히 곡이 본격 시작하기 직전에 베이스 현을 툭 한번 건드리는 대목과 뭐라 중얼거리는 소리가 분명히 포착돼 깜짝 놀랐다. 끝으로 DAC이나 CDP 때나 모두 재생음이 투명하게 펼쳐지는 점도 강조하고 싶다. 스피커와 필자 사이에 그 어떤 막도 느껴지지 않았다. ‘CD-S7 DAC’을 처음 들었을 때 왠지 음의 습기가 날아간 것 같은 느낌을 받은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면서 음들이 조밀조밀, 뽀드득뽀드득 펼쳐지는 모습은 역시 출력단에 투입한 6922 진공관 덕분으로 보여진다.


총 평


빈센트의 ‘CD-S7 DAC’을 반납한 지 일주일만에 글을 쓰는 지금, 아직도 귀에 생생한 것은 이 기기가 들려준 ‘생생하고 리퀴드하며 편안한’ 소리다. 시각적으로는 물론 전면에 수줍은 듯 자리잡고 있었던 정류관 6Z4의 자태가 삼삼하다. 선홍색 불빛을 내는 진공관이 은은한 오렌지빛에 한번 더 둘러싸인 모습은 어쩌면 빈센트 진공관 혹은 하이브리드 제품을 관통하는 매력적인 아이덴티티일 것이다.

정리해본다. ‘CD-S7 DAC’은 귀에 상처가 날 듯한 엄청난 해상력이나 분해능을 자랑하는 타입은 아니다. 이보다는 아날로그 출력단에 쌍3극관을 투입, 좀더 리니어하고 생생하며 진득한 사운드를 들려주는데 포커스를 맞췄다. 정류 및 정전압회로에도 진공관을 써서, 출력신호가 빠져나가는 증폭관 플레이트에 보다 안정적인 전압을 공급한 점도 이러한 사운드에 크게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DAC보다는 CDP로 플레이할 때가 생동감이 더 넘쳤다. 몰개성의 CDP, DAC으로 인해 무덤덤해진 애호가들에게 일청을 권한다.


리뷰어 : 김편 (칼럼니스트)

D/A converter 24 bit / 192 kHz
Frequency response 20 Hz - 20 KHz +/-0.5 dB
Harmonic distortion < 0.005 %
Signal-noise ratio > 94 dB
Dynamic range > 100 dB
Audio output voltage 2.5 V
Channel separation > 90 dB
Inputs 1 x USB, 1 x digital optical, 1 x digital coaxial
1 x 3.5 mm Jack socket (Power Control)
Outputs 1 x stereo RCA, 1 x stereo XLR, 1 x digital coaxial
1 x 3.5 mm Jack socket (Power Control)
Tubes 2 x 6922, 1 x 6Z4, 1 x 12AX7B
Colour Black/Silver
Weight 9 kg
Dimensions (WxHxD) 430 x 132 x 356 mm
수입원 다웅 (02 - 597 - 4100)
가격 280만원

탐스럽게 피어난 음악의 향기 - 로즈 RS-3
관습을 거부한 코드 신화 - 코드 CPM 2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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