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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연휴를 즐겁게 할 책5

조회수 2018. 5. 5. 09: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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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이북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지 못하는 이유로 ‘시간이 없어서’라고 답합니다. 바쁜 일과와 업무 능력 향상, 자기계발에도 시간이 부족해서 다른 책을 읽는 사치는 생각도 못 한다고요.

현대인들의 현실을 반영한 대답이라 입맛이 씁니다. 어쩌면 ‘시간이 없어서는 변명에 불과해’라는 생각에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는 분들도 있을지 모릅니다.

그래서 오늘은 정말 시간이 많이 필요한 책들, 시간이 없어서 못 읽는다는 말이 변명이 아닌 책들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길거나, 어렵거나, 복잡하거나 이상한 책들을 몇 권 모아봤습니다.

누군가 여기 소개한 책들을 읽어봤느냐고 물어보면 이렇게 대답해주세요.
먼저, 일주일쯤은 필요한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돈 끼호떼> 창비
세계 책의 날은 그들의 기일[忌日]
첫 번째로 소개드릴 작품은 미겔 세르반테스의 <돈 끼호떼>입니다.

현대 소설의 효시라고 칭하기도 하는데, 그만큼 많은 소설가들과 작품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기사 소설을 즐겨 읽던 에스파냐의 한 귀족은 지나치게 이야기에 빠져드는 바람에 정신이 나가서는 자기 스스로가 기사라고 생각하면서 모험을 떠납니다. 풍차를 거인으로 착각해 달려들었다는 이야기가 유명합니다. 세르반테스는 당시 귀족 사회를 풍자하고 비판하려는 의도로 <돈 끼호떼>를 썼다고 합니다. 시대착오적이고, 권위와 체면을 중시하는 모습을 풍자한 겁니다.

여러 판본 중에서 창비를 소개해드린 이유는 유난히 읽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창비 고유의 표기법 때문인데, 돈 키호테를 돈 끼호떼로 적고, 산초 판사를 싼초 빤사로 적으며, 로시 난테를 로신안떼로 적는 식입니다. 더 정확한 표기라고 하는데 역시 뭐 하나 쉬운 게 없습니다.

<셰익스피어 4대 비극> 펭귄클래식
두 번째로 소개드릴 작품은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입니다.
“인도와도 바꾸지 않겠다.”는 말이 있을 만큼 전설적인 작가가 바로 셰익스피어였습니다.
셰익스피어 4대 비극에는 어떤 작품들이 들어갈까요?
<로미오와 줄리엣>
땡! 아닙니다. 종종 혼동하게 되는데 <로미오와 줄리엣>은 비극이기는 해도 4대 비극에는 포함되지 않습니다. <맥베스>, <리어왕>, <햄릿>, <오셀로> 네 작품이 4대 비극입니다.

사실 셰익스피어 4대 비극은 그렇게 읽기 어려운 작품은 아닙니다. 여기에 소개하는 이유는 세계 책의 날이 세르반테스와 셰익스피어가 세상을 떠난 4월 23일을 기념하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작가는 떠났지만, 그들이 남긴 문장은 여전히 우리 가슴을 울립니다.



다음으로 일주일로는 부족한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율리시스>어문학사
아일랜드 작가 제임스 조이스의 악명 높은 작품 <율리시스>입니다.
더블린 시를 배경으로 레오폴드 블룸이라는 남자의 하루, 1904년 6월 16일 동안의 일이 그려집니다. 제목인 율리시스는 오디세우스의 라틴명인데 오디세우스가 모험 끝에 집으로 돌아가듯 레오폴드 블룸도 집을 떠나서 다시 집으로 들어가기까지의 여정을 보여줍니다.

<율리시스>는 유난히 읽기 어려운 작품인데, 방대한 분량도 부담스럽지만, 본문만큼이나 많은 주석과 정신없이 흘러가는 화자의 의식을 따라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더블린 시에서는 매년 6월 16일을 ‘블룸즈 데이’로 정하고, 제임스 조이스와 율리시스를 기념하는 축제를 연다고 합니다. 우리에게는 멀고 낯선 이야기가 그들에게는 축제로 기념할 만큼 의미가 있다는 뜻일 겁니다.

그래서, <율리시스>를 안 읽었다고 해도 문제 될 게 없습니다. 때로 신화는 신화로 남겨두어야 하는 거니까요.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열린책들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은 한 마디로
이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과정입니다.
“누가 그를 죽였을까?”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은 아버지인 표도르 까라마조프가 자식들 중 누군가에게 살해되는 부친 살해의 패륜을 다룬 이야기입니다. 인간의 죄와 벌, 구원을 다룬 작품이라고 하는데, 읽는 이에게는 당장 등장 인물들의 이름부터 난해하기에 큰 그림을 그리기 쉽지 않습니다.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은 사실 <율리시스>보다는 훨씬 읽기 수월하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휴가라면 일주일 만에도 읽을 수 있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결정적 장애물이 있으니 러시아 식 이름입니다. 읽다 보면 그 사람이 이 사람 같고, 저 사람이 그 사람 같아서 다시 앞으로 넘어가서 확인을 하고 돌아와야 하는 사태가 생겨나는 겁니다. 결국 일주일이 이주일이 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 됩니다.

읽으실 분들은 미리 인물 관계도를 찾아보거나, 읽으면서 관계도를 그려보면 도움이 될 겁니다.



마지막으로 한 달은 각오해야 하는 작품을 소개합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민음사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관련된 최초의 기억은 ‘이 책을 읽는 건 한 달쯤 병원에 조용히 누워있을 때나 가능할 거다’는 농담 아닌 농담입니다.
‘나’, 마르셀이라는 소년의 유년 시절부터 소설을 쓰는 현재까지의 시간을 거스른 기억을 담은 작품입니다. <위대한 개츠비>의 이스트 에그와 웨스트 에그처럼, 상류 시민과 귀족들 사이의 은근한 갈등이 펼쳐지는 가운데 마르셀은 첫사랑의 열병에 시달리기도 하고, 사랑을 소유하고자 하는 병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소년은 아픔과 상처를 겪으며 성장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이 잃어버리고 지낸 시간을 되찾아 갑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길기도 하고, 어떤 심리, 사물에 섬세하고 예민하게 그려내고 있어서 신경을 날카롭게 합니다. 결국 읽는 동안 순식간에 지쳐버리고 맙니다. 1권을 무사히 읽으면 속도가 붙지만, 읽기를 쉬거나 멈춰서는 안 됩니다. 하루, 이틀, 일주일쯤 쉬고 나면 잃어버린 시간을 찾으러 가야 한다는 사실을 잃어버리게 되기 때문입니다.



읽기 힘든, 어려운, 복잡한, 난해한 작품은 사실 무수히 많습니다. 분명 한글로 되어 있건만 외국어처럼 읽을 수 없는 작품들이요. 이런 작품들을 읽는 건 의미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꾸준히 읽는 사람만이 끝까지 읽게 된다는 겁니다.

마음을 사로잡는 한 문장을 만나는 경험은 오직 읽는 이들에게만 허락되는 기쁨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어렵고 유명한 책이 아니어도 좋겠습니다. 나를 발견하게 하는 모든 이야기가 명작이니 말입니다.
글 | 플라이북 에디터  서동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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