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아직도 '보노보노'를 좋아하는 이유

조회수 2018. 4. 23. 19: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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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토끼의 대중문화 에세이]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 '보노보노의 인생 상담'
글 : 김토끼
아기 해달 '보노보노'의 이야기를 담은 만화 <보노보노>. 일본 만화가 이가라시 미키오 원작으로,
우리나라에는 만화책으로 1995년 처음 소개된 뒤, 한동안 절판되었다가 2017년 복간되었는데요.
같은 해 '보노보노'를 소재로 한 에세이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가 10만 부 이상 판매되어, 되돌아온 '보노보노'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만화는 '보노보노'와 아기 다람쥐 '포로리', 아메리카 너구리인 '너부리'가 주변 동물들과 숲에서 살아가는 일상을 그리고 있는데요. '보노보노'와 친구들이 살아가는 세계에는, 사실 특별한 사건이 없습니다. 숲 속 동물들이 즐겁게 놀다가 문득 고민을 하고, 이 고민을 풀어가는 일이 사건이라면 사건이죠.

어느 날 '보노보노'는 갑자기 곤란한 일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하는 자신에 대해 털어놓습니다. '보노보노'를 얼핏 보기만 해도, 한 손에 들린 분홍색 조개를 발견할 수 있는데, 이 역시 갑자기 배가 고파지면 곤란하기 때문에, 비상식량으로 가지고 다니는 것이죠. 이런 '보노보노' 앞에 숲 속의 현자인 '야옹이 형'이 등장해 다음과 말합니다.
"'보노보노', 살아 있는 한 곤란하게 돼 있어. 살아 있는 한 무조건 곤란해. 곤란하지 않게 사는 방법 따윈 결코 없어. 그리고 곤란한 일은 결국 끝나게 돼 있어. 어때? 이제 좀 안심하고 곤란해 할 수 있겠지?"

'야옹이 형'이 어려운 말을 하는 건 아닙니다. 별 것 없는 허무한 이야기일 수 있죠. 하지만 살아 있는 한 곤란하게 된다는 그의 말은, 지켜보는 이들의 마음을 따듯하게 만드는데요. 결과적으로 '보노보노'는 계속 조개를 들고 다니고,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곤란해 하지만, 그러한 자신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됩니다.

최근 국내에서 <보노보노>의 인기가 되살아난 배경에는, 어릴 적 꿈꾸던 좋은 어른보다는 부족하고 서툰 어른으로 남기 쉬운 현실에 무력감을 느낀 젊은 세대가 있습니다.
'하면 된다'가 아니라 '되면 한다'를 더 현실적인 대처로 받아들이게 된 이 사회에서,
만화로 삶의 태도를 배운 세대들이 다시금 추억의 캐릭터를 통해 살아가는 지혜를 얻고자 하는 것이죠. 이를 증명하듯 출판계에서는 '빨강 머리 앤'을 시작으로 '멘토 캐릭터'를 내세운 책들이 몇 년 사이 유행을 거듭하고 있는데, '보노보노'도 이러한 흐름에서 재소환된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에는 <보노보노>의 원작자가 독자들의 사연을 받아 상담한 내용을 책으로 엮은, <보노보노의 인생 상담>이 국내에도 출간되었습니다. 책은 독자가 고민을 말하면 '보노보노'와 친구들이 상담을 하는 방식으로 구성되는데, 솔직히 말해 '상담'보다는 '수다'에 가깝죠.
예를 들어 한 독자가 취업을 해야 하지만 되고 싶은 것이 없다고 털어놓으면, '보노보노'는 일단 '취업'이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에 제대로 된 상담을 진행할 수 없는데요.
결국 취업이 무엇이고 일이 무엇인지 '포로리'와 수다를 떨다 한 챕터가 끝나지만, 귀엽고 진지한 그들을 보고 있으면 입가에 절로 미소가 번집니다. 물론 엉뚱한 수다 속에 고민 해결의 실마리가 슬쩍 보이는, 그야말로 '보노보노'다운 상담이기도 하죠.
이 책의 번역자이자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의 저자 김신회 작가는, '보노보노'를 알게 된 후 "뾰족하고 날 서 있던 마음 한구석에 보송한 잔디가 돋아난 기분"이라 고백했습니다.

'보노보노'와 숲 속 친구들은 어른이 되어서도 여전히, 혹은 어른이 되었기 때문에 고민이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들만 고민을 해.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라며 응원을 보내고 있는데요. 지금 우리가 다시 '보노보노'를 찾는 이유도, 아마 어렵고 불편한 훈계보다 마음 깊이 남는 다정한 위로가 더 필요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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