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어 입력폼

더스트오프는 어떻게 북한군 귀순병을 살렸을까?

조회수 2017. 12. 29. 11:32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오청성 병사 응급처치 뽀개기

지난 달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빗발 치는 총알을 뚫고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귀순한 북한군 오청성 병사가 아주대학교병원에서 수술과 회복기간을 거쳐 국군수도병원으로 이송됐다. 

출처: 연합뉴스
북한군 오청성 병사를 국군수도병원으로 이송하는 모습.

자유를 찾아 생사를 넘나 든 청년은 의료진에게 감사를 전했지만, 아주대학교병원 중증외상센터 외상외과의 이국종 교수는 오히려 미군 항공의무후송팀인 ‘더스트오프(DUSTOFF, Dedicated Unhesitating Service To Our Fighting Forces)’에게 찬사를 보냈다. 

출처: 연합뉴스
이국종 교수가 오청성 병사의 상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보통 더스트오프는 헬기 조종사 2명과 안전담당관 2명, 구급대원 1~2명으로 구성된다. 이 팀의 일원인 고팔 싱(Gopal Singh) 의무부사관이 한 외신과 가진 인터뷰를 보면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알 수 있다. 


블랙호크 헬기는 JSA에서 30분 거리인 경기도 수원 아주대학교병원까지 22분 만에 날아왔다. 그는 15분이면 북한군 병사가 목숨을 잃을지도 모른다고 직감했다. 무언가 해야만 했고 평소 훈련받은 대로 긴 바늘을 꺼내 병사의 가슴에 찔렀다.


총상이나 폭발사고, 교통사고 등으로 폐가 다치면 폐를 싸고 있는 흉강 안으로 공기가 새어나온다. 새어나온 공기의 양이 많아지면 폐를 쪼그라뜨리고 가슴 중앙에 위치한 심장을 눌러 한쪽으로 밀어낸다. 온몸을 돌아온 피는 밀린 심장 안으로 잘 들어오지 못하게 되고 결국 혈압이 급격히 떨어지는 쇼크에 빠진다. 바로 긴장성 기흉(tension pneumothorax)이다.

걸프전을 배경으로 1999년 개봉한 영화 ‘쓰리 킹즈(Three Kings)’를 보면 비슷한 장면이 나온다. 총상을 입은 군인이 가쁜 숨을 몰아쉬자 긴 바늘을 꽂아 공기를 빼 주는 응급 감압술을 시행해 위기를 모면하는 것이다. 


부상을 입은 폐가 긴장성 기흉까지는 아니더라도 헬기를 타고 이동하는 동안 악화될 수 있다. 기압이 낮아지면서 총상으로 찢어진 폐에서 공기가 새어나와 심장을 누르는 것을 막기 위해 필요 시 응급 감압술을 시행하도록 더스트오프는 훈련을 받는다

그만큼 긴장성 기흉은 촌각을 다투는 응급상황이다. 의과대학 수업 중 정말 긴장성 기흉이 의심되는데 주위에 아무 것도 없으면 볼펜심이라도 가슴에 찌르라고 배울 정도다.


하지만 실제로 긴 바늘을 이용한 감압술을 포함해 굵은 의료용 튜브를 가슴에 꽂는 시술(흉관삽입술)의 경험이 있는 의사는 대부분 흉부외과, 외과, 응급의학과, 내과 정도이다. 

초응급인 긴장성 기흉보다는 응급실이나 병실에서 청진기로 폐음을 제대로 들어보고 흉부 X선이나 컴퓨터단층촬영(CT)으로 확인한 후 흉관삽입술을 시행하는 단순 기흉일 때가 많다. 

따라서, 더스트오프처럼 흔들리고 소음이 큰 헬기 안에서 긴장성 기흉을 감안한 응급 감압술 시행이 낯설 수 있다. 물론 앞서 언급한 진료과 이외의 의사는 말할 것도 없다. 그런 면에서 고도로 훈련된 더스트오프를 향한 이국종 교수의 찬사에 공감한다.


이스라엘군은 긴장성 기흉 환자의 소생률을 높이기 위해 긴 바늘 대신 카테터( catheter, 가느다란 관)을 사용하는 방법도 강구하고 있다.


이번 귀순 사건을 계기로 2019년에 국산 더스트오프 의무후송 전용 헬기가 뜬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우리 군도 이에 걸맞는 응급처치를 하기 위해 끊임 없는 훈련이 필요하다.


안지현 의학박사(KMI한국의학연구소 내과 전문의)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