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거실이 있는 'T자 주택'

조회수 2018. 6. 19. 07:0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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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 전원주택】

외국에 살던 가족이 뜻하지 않게 한국에서 전원생활을 시작했다. 잠시 머물려던 차에 집 지을 기회가 생겼고, 완성되어 가는 집의 모습이 부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글 사진 백홍기 기자

취재협조 ㈜걸리버하우스

HOUSE NOTE

DATA

위치 경남 김해시 대청동

용도지구 제1종일반주거지역

건축구조 경량목구조

대지면적 960.00㎡(290.00평)

건축면적 201.92㎡(61.18평)

연면적 378.96㎡(114.83평-지하 포함)

              지하 63.04㎡(19.10평)

             1층 201.92㎡(61.18평)

             2층 114.00㎡(34.54평)

             다락 96.62㎡(29.27평)

건폐율 21.03%

용적률 32.90%

설계기간 2015년 10월 ~ 2016년 4월

공사기간 2016년 5월 ~ 2016년 12월

건축비용 6억 5천만 원(3.3㎡당 600만 원)

토목공사 옹벽 시공

토목비용 1억 3천만 원


MATERIAL

외부마감

  지붕 - 알루미늄 징크 0.7T

  외벽 - 스타코

  데크 - 목재 데크

내부마감

  천장 - 친환경 페인트

  내벽 - 친환경 페인트

   바닥 - 원목마루

단열재

  지붕 - 인슐레이션 R31

  내단열 - 인슐레이션 R21

계단실

  디딤판 - 오크 원목

  난간 - 오크 원목

창호 펠라 창호

현관 일레븐도어

조명 공간조명

주방가구 듀센

위생기구 아메리칸 스탠다드

난방기구 가스보일러(린나이)

설계 도예건축사사무소

디자인 / 시공 ㈜걸리버하우스 1522-0490

                   www.grber.co.kr

공간 완성도 세심함에 달려

부부는 김해에 머물며 언제든 편하게 지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할 계획을 세웠다. 친정과 가까운 곳에서 적당한 크기의 식당 건물을 찾았다. 원주민이 운영하던 식당은 그린벨트 내 대지 290평에 약 30평 남짓했다.


“처음엔 건물을 리모델링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매매 계약을 하려는 시점에 그린벨트가 풀렸어요. 건폐율도 늘어 아이들과 살기에 넉넉한 집을 지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죠. 아니다 싶으면, 돌아가면 되니까 마음 편하게 집을 지어보자고 결정했어요.”

많은 가족의 신발을 모두 수납할 수 있도록 넓은 붙박이 신발장을 설치했다. 체스 무늬로 꾸민 바닥이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집을 짓기로 계획을 수정하면서 가장 먼저 알아본 건 시공사다. 1년간 뒤져본 시공사만 수 백이다. 시공사 규모보다는 소규모 시공사라고 해도 ‘내 생각을 실현하게 도와줄 수 있는 회사’를 찾으려고 노력했다.


“집 지을 때 중요한 건 디테일한 부분을 어떻게 하느냐죠. 집이 잘 지어졌는지 알아보려면 눈에 잘 띄지 않는 부분을 어떻게 마감했는지 보면 알죠. 그래서 지금의 시공사를 선택한 거죠.”

현장 소장이 제작한 벽난로와 거실 분위기가 어울려 더욱 클래식한 분위기를 낸 거실은 양 옆면에 넓은 창을 설치해 야외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오픈형 주방이라 환기에 좋고, 많은 가족의 식사를 준비하기에 넉넉한 조리 공간을 갖췄다. 특히, 가스레인지 위에 자유롭게 움직이는 수전을 배치한 게 눈에 띈다. 많은 양의 물이 담긴 주방 용기를 힘들게 옮겨본 주부라면, 획기적인 아이디어에 감탄하리라.

알파고와 무인 자동차 출현으로 벌써 일부 직업군에선 일자리 축소 또는 사라질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건축 현장만큼은 사람의 손길이 절실하다. 바꿔 말하자면, 집의 완성도는 사람의 손끝에 달렸다는 것이다. 건축주 부부가 주장하는 내용과 일치하는 부분이다. 그런데 기술자들의 실력을 수치화할 수 없으니, 그들의 실력은 결과물로 확인하는 방법뿐이다.


좋은 시공자를 만나는 건 ‘운에 달렸다’고 말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러한 이유로 부부가 ‘우리 소장님’이라며 칭찬하니 더욱 귀를 기울이게 한다.


“아마 소장님 아니었으면, 집 짓는 걸 포기했을지 몰라요. 우리가 무리한 요구를 해도 늘 세심하고 꼼꼼하게 처리해줬어요. 그리고 이 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건 소장님이 직접 만들어준 벽난로죠.”

주방 뒤에 숨겨진 또 하나의 거실이다. 정면에 배치한 거실과는 다르게 외부의 시선을 차단하면서, 계곡의 풍경을 바라볼 수 있어 마음까지 편안한 공간이다.
주방 뒤에 있는 다용도실은 일반 주방처럼 크게 마련했다. 일부 공간에는 아이들의 간식을 두고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하고, 보조 싱크대와 많은 수납공간으로 편리함을 극대화했다.
거실에 풍경을 끌어들이다

넓은 마당을 확보한 집터에 앉힌 집은 T자 형태다. 정면에서 보면 박공지붕에 돌로 쌓은 굴뚝이 가운데 자리를 차지해 이국적인 모습이다. 마당 안으로 깊이 들어온 ‘ㅣ’자 매스는 거실과 주방을 배치한 공간이다.


이 공간은 거실과 주방 사이에 커다란 식탁을 두고 가족이 모여 파티나 식사를 하는 사적인 공간이지만, 양옆 벽면 전체에 창을 설치해 외부의 시선을 고려하지 않은 오픈된 공간이다.


엄밀히 따지면, 외부의 시선을 차단하지 않은 게 아니라 실내 공간에서 밖으로 향한 시야를 확장한 것이다. 실내와 마당이 중첩되는 공간, 그래서 실내의 아늑함과 자유로운 야외의 느낌을 동시에 누릴 수 있다. 이것이 이 집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건축주는 공사 당시 공간이 좁아 걱정했던 안방을 완공하고 나니 아담하고 아늑해서 오히려 만족스럽다고 한다. 전체 화이트 컬러에 블루 톤으로 포인트 컬러를 넣어 무게감과 분위기를 살려냈다.
안주인 오정은 씨가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거나 취미생활을 지낼 수 있는 공간이다. 창은 방문객을 확인할 수 있도록 정문을 향했다.
거친 회벽을 따뜻한 조명으로 부드럽게 표현하고 고풍스러운 디자인의 수전을 설치해 이국적인 느낌을 담았다. 공용 화장실의 샤워실 바닥에 작은 자갈을 깔아둔 게 이색적이다.

“창이 넓어 단열을 걱정하던 사람도 있었지만, 추우면 옷을 하나 더 입거나 양말 신으면 된다는 생각에 단열보다 디자인을 우선했어요. 지내보니 별로 춥지도 않지만, 단열 때문에 답답하게 집을 막고 살 필요 없다고 생각해요.”


열린 공간인 ‘ㅣ’자 매스와 뒤에 배치한 ‘ㅡ’자 매스가 겹치는 부분엔 숨겨진 거실이 하나 더 있다. 이곳은 정면에 있는 오픈된 거실과 반대 개념의 거실이다. 창은 있으되 외부의 시선을 차단하면서 조망을 확보하도록 산과 계곡을 바라보고 있어 가족의 단란한 시간과 편안한 실내 생활을 제공한다.

자녀들의 방은 거리와 공간 분할로 독립성을 강화하고 채광과 조명에 신경을 썼다.

그리고 이 거실을 중심으로 양쪽 끝에 방을 배치했다. 2층도 가운데 거실을 두고 양쪽 끝에 아이들 방을 배치했다. 방과 방 사이의 거리는 약 10m에 달한다. 거리도 거리지만 중간에 거실과 계단을 배치해, 물리적인 거리와 심리적인 공간 경계로 각 방의 독립성은 더욱 확고해졌다.


부부가 머리를 맞대 나누고 더한 공간에 예쁜 조명과 가구로 꾸미고 부부와 아이들이 공간을 채우니 집은 살아있는 생명체와 같이 활기차고 기운이 넘쳤다.

지극히 단순하지만, 조형적인 구성과 재료 선택으로 멋진 계단을 완성했다.

“아이들이 뉴질랜드에서 태어나 학교에 다니고 있었지만, 떨어져 사는 건 싫었어요. 그리고 다른 문화에 대한 적응력을 키우기 위해서라도 한국에 데려오려고 했어요. 한국 문화에 잘 적응할지 걱정했지만, 아이들 모두 쉽게 적응하고 학교생활도 잘해 이젠 걱정할 게 없어요.”


집 짓는 일은 보통 일생에 한 번 겪을까 말까 하는 일에 해당한다. 또한, 완성하고 나면, 되돌리기 힘들고 수정하기도 어렵다. 그러니 사소한 것 하나하나 꼼꼼하게 따지기 마련이고 견해차를 좁히려고 애쓴다. 때론, 견해차를 좁히지 못해 격한 충돌로 번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 부부에게 집 짓기는 “20년간의 결혼생활에도 서로 몰랐던 성격을 알아가는 즐거운 과정이었다"라고 전한다. 

부부는 하나의 건물에 공유 공간 두 개와 개인 공간 다섯 개를 만들어 여섯 명의 삶을 채웠다. 그리고 그 안에서 가족의 이야기는 공간을 떠돌고 머물며, 곳곳에 행복한 추억을 남기느라 바쁘리라. 늘 한결같이….

지하실은 남편 송윤주 씨만의 공간이다. 커피와 음악, 와인의 향과 계곡의 물소리는 지인들을 불러들여 감동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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