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을 담고 스스로 풍경이 된 자경채自景彩

조회수 2018. 6. 18. 07:0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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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상가주택】

아늑한 주거 공간으로 거주자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시선을 사로잡는 디자인으로 입주자의 만족도를 높인 자경채. 자경自景이라는 의미처럼 스스로 풍경이 되어 오가는 사람들의 관심을 모은다고 해, 그 안을 살짝 둘러봤다.


조병규 정리 백홍기

자료협조 투닷건축사사무소

HOUSE NOTE

DATA

위치 강원도 원주시 원주혁신도시내

건축구조 철근콘크리트조

용도 제2종근린생활시설, 다가구주택

대지면적 288.20㎡(87.33평)

건축면적 172.74㎡(52.34평)

연면적 399.69㎡(121.11평)

사업연면적 533.21㎡(161.30평)

  1층 141.41㎡(42.78평)

  2층 131.81㎡(39.87평) - 서비스 면적: 26.09㎡(7.89평)

  3층 126.47㎡(38.26평) - 서비스 면적: 32.53㎡(9.84평)

  다락 74.90㎡(22.66평)

건폐율 59.94%

용적률 138.68%

설계기간 2014년 10월 ~ 2015년 2월

공사기간 2015년 4월 ~ 2015년 9월


MATERIAL

외부마감

  지붕 - 컬러강판

  외벽 - 스타코 플렉스, 매직스톤

  바닥 - 강마루

단열재

  지붕 - T120 경질우레탄 보온판

  외단열 - T120 비드법보온판(2종3호)

  내단열 - T10 반사 단열재

창호 삼중유리 PVC 시스템 창호

설계 투닷건축사사무소 02-6959-1076                   http://blog.naver.com/ftw18

시공 마루디자인건설

최근 단독주택에 대한 인기가 늘면서 아파트를 벗어나 집을 짓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이 가운데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임대수익을 기대하고 혁신도시와 신도시 위주로 몰리고 있다. 상가주택을 계획하는 예비 건축주는 주택임대를 통해 건축비 일부를 조달하고 1층 매장을 임대해 월세 수익을 기대해보지만, 상황은 그리 녹녹치 않다.


단독주택지는 말 그대로 단독주택(다가구주택 포함)을 조성하기 위해 계획한 땅이다. 점포는 해당 지역에서 소비될 만한 수준의 업종과 양으로 적절한 위치에 들어서야 점포로서의 가치가 생길 터인데, 모든 주택이 1층에 점포를 깔고 앉아 있는 형국이니 공급이 수요를 초월한 상황이다. 택지 준공이후 1년이면 주거 공간은 70~80% 정도 차지만, 1층 상가는 임차인을 찾지 못해 텅텅 비어 있는 건물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상가주택은 눈에 잘 띄는 게 첫째

일반적으로 주택은 사생활 보호를 위해 외부의 시선을 차단하려 하지만, 상가주택은 첫째로 눈에 잘 띄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원주 혁신도시에 지은 자경채는 상가가 자리할 만한 충분조건을 갖췄다.


전면에 자작나무가 심어진 수려한 공원이 맞닿아 있는 대지는 주택지 블록 외곽에 위치해 눈에 잘 띄는 양지바른 땅이다. 자작나무와 상가를 대치해 조화를 이룬다면, 주변 어디에도 없는 매력적인 상가가 자리할 거라는 기대감이 생겼다. 

(좌) 건물 중앙에 중정을 둬 입주민들이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도록 했다. (우) 옥상에도 매스별로 옥상을 둬 휴식공간을 제공했다.
전면 창으로 개방감을 부여한 1층 상가

문제는 주택이었다. 주변에 우후죽순으로 빠르게 들어서는 도시의 다가구 주택과 닮은 주택들. 몇몇 건설업자가 주도하는 주택들은 하나같이 유사한 구성과 평면으로 도장 찍듯 지어지고 있었다. 2층에 투룸 두세대, 3층에 다락을 포함한 쓰리룸 한세대는 마치 법으로 정한 듯 틀을 벗어나지 않았다.


단지에 들어선 상가주택들은 넓은 공간을 확보했지만, 주변의 아파트 전세 시세보다 형편없이 낮은 가격으로 형성되어 있었다. 아파트 전세가를 감당하지 못해 차선으로 선택하는 다가구주택으로 스스로 가치를 하락시켜 버린 것이다.

1층 계단과 2층 공용 홀의 벽면을 벽돌로 마감해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차별화 전략으로 수요 끌어들여

주택으로써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선 누구나 살고 싶은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자경채는 단독주택만이 품을 수 있는 공간을 찾고 단독주택에서만 누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삶을 담는 그릇으로, 그리고 부동산의 경제적 가치를 높이는 측면에서도 지향해야 할 목표가 되었다. 여기에 더해 세 가구 모두 평등하게 삶을 누릴 수 있는 공간으로 설계하는 게 중요했다.


세대 간의 동등한 조건을 만들기 위해 층별로 세대를 나누지 않고 어깨를 나란히 맞대는 형태로 평면을 구성했다. 각각의 주거 공간은 이층에서 바로 진입할 수 있도록 계획해 공용 계단과 엘리베이터는 설치하지 않았다. 그 만큼 남은 공간은 각 세대에게 분배해 한결 여유로운 공간을 확보했다. 

화이트 톤으로 마감한 2층 주방
창호를 되도록 많이 둬 거실이 좁아보이지 않게 했다.

한 채의 건물은 안채와 바깥채로 공간을 나눠 그 사이로 빛이 쏟아져 들어오게 했다. 공간을 두고 나뉜 건물은 반 층씩 엇갈려 동선을 연결하고 계단을 배치했다. 한집 당 5개의 독립된 채를 갖게 된 자경채는 주방을 제외하고는 침실과 거실, 서재를 자유롭게 구성해 사용할 수 있다.


채를 분리한 또 다른 이유는 풍경과 함께 내 집을 바라보기 위함이다. 계단을 통해 안채와 바깥채를 오가다 보면 서로 다른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치악산의 능선이 보이기도 하고 동네 풍경이 배경이 되기도 하며, 건너채 창 너머로 자작나무가 시야에 들어오기도 한다. 다양한 풍경과 겹쳐 보이는 집은 시간과 계절에 따라 다른 인상으로 남아 쌓이고 숙성돼 기억될 터이다. 

좁은 공간을 효과적으로 활용한 주방과 계단실

40대 초반의 젊은 건축주에게 설계 계획을 처음 제안했을 때가 생각난다. 다소 과격한 형태의 설계 제안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할 거라는 생각에 일반적인 다가구 상황에 비춰 층간 소음 문제, 접지성 문제, 상품성 문제를 들어 열심히 다이어그램과 자료를 준비했었다.


설명을 다 듣기도 전에 건축주는 우리가 제안한 설계 안에 찬성했다. 그는 횡성 시골에서 조용하고 편안한 집에서 자라던 시절이 자기의 삶에 얼마나 큰 만족도를 더해주는지 누구보다 잘 알기에 우리의 뜻을 이해한 것이라고 한다.


대청에 오르고 마당에 내려서듯, 안채에서 사랑채로 건너가며 햇살을 받고 눈을 맞듯. 조금은 수고스럽지만 몸이 기억하고, 마음에 담아두는 그런 집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다락에는 창호를 많이 둬 답답하지 않고 넓어보이는 효과를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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