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풍성한 즐거운 집

조회수 2018. 6. 18. 09: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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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전원주택】

요즘 단독주택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그동안 주거문화는 획일적인 아파트 단지와 노란색 학원 버스로 대변돼 왔다. 하지만 점차 주택 안에서 자기 가족만의 개성을 살리며 골목길과 땅을 밟고, 그곳에서 여러 다른 사람을 만나고 싶어 한다. 이를 보여주듯 최근 아틀리에 설계사무실엔 단독주택 상담이 많다. 이들 대부분은 기존 아파트의 단조로운 주택 모습에서 벗어나고, 특히 성장기 아이들에게 마당을 중심으로 하는 변화무쌍한 추억을 만들어주고자 한다.


김창균(유타건축사사무소)

사진 진효숙 작가 

건축정보

위치 경기도 파주시

건축면적 132.0㎡(40.0평)_다락 6.6㎡(2.0평) 제외

건축형태 2″X6″경량 목조주택

외벽재 스타코, 적삼목

지붕재 리얼 징크

창호재 24㎜ 복층 유리 시스템 창호

내벽재 실크벽지, 자작나무 합판

바닥재 강마루

설계 유타건축사사무소(김창균, 조혜진) 02-556-6903 www.utaa.co.kr

시공 하우징플러스 1588-6017 www.housingplus.co.kr

여러 건축가와 상담한 후 유타건축에 찾아온 30대 중반의 건축주 부부는 자신들만의 집을 원했다. 하지만 이들은 그저 막연하게 연면적 115.5㎡(35.0평) 규모에 방 몇 개, 욕실 몇 개만을 생각했다. 백지상태에서 시작한 상담에서 나는 먼저 규모보다 어떤 집에서 살고 싶은지 물어봤다. 두 부부의 삶의 패턴은 어떠한지, 세 명의 어린아이들(딸 7살, 5살. 아들 3살)은 무엇을 중심으로 생활하는지 그려 보도록 했다. 건축주가 삶을 디자인하는 동안 나는 부지와 그 주변에 대한 정밀한 분석에 들어갔다.

북측 전경. 에너지 손실을 막고자 북측은 작은 창으로 계획하되 다양한 높이에서 주변을 조망하도록 유도했다. 사이마당인 대청마루는 균형감 있게 외부를 분절하면서 시선이 통한다.
사이마당 집의 주된 공간인 대청마루. 거실과 안방 공간을 연결하고 자연스럽게 주변 풍경을 집 안으로 끌어들인다. 건축주는“날씨 좋은 날, 이곳에서 식사와 손님맞이를 하겠다”며 좋아한다.

건축주 부부는 빡빡한 도시 아파트보다 조금은 여유롭게 생활하고 주변 자연과 동네 문화를 접하고자 파주에 땅을 구입했다. 이들 가족은 평소 엄마를 중심으로 생활하고 세 명의 어린아이들과 함께 매우 밀접하면서 즐겁게 지냈다. 아이들이 자랐을 때를 고려해 어느 정도 개인 공간과 함께 손님을 주로 상대하는 거실보다 아이들과 함께할 놀이방과 같은 열린 공간이 있는 집을 원했다. 나는 몇 주간의 인터뷰를 통해 상담 내용을 정리했다.


드디어 설계안을 갖고 건축주와 만날 시간이 다가왔다. 아마도 나를 포함한 건축가들이 작업하면서 가장 긴장되고 설레는 시간이 상담 후에 결과물을 보여주는 첫 미팅일 것이다. 나는 우선 이 가족만의 집을 몇 장의 스케치로 표현해 보여줬다.

거실은 주방과 식당, 아이들 방까지 연결된다. 가구는 낮은 벤치 형식으로 만들어 개방감과 재료의 통일감을 줬고 목재와 어울리는 녹색 타일로 주방 벽체를 마무리했다. 커다란 개구부로 살짝 보이는 계단 도서관이 포인트
안팎을 잇는 대청마루

우선 가장 사용 빈도가 낮은 안방 영역을 전통 한옥에서 볼 수 있는 대청마루를 통해 본채와 분리하고 건축주의 요구대로 구들과 굴뚝을 설계했다.


대청마루는 주변 자연과 마당에 열린 상태로 바람과 시선이 통하게 했다. 지붕은 투명한 유리로 처리해 하늘을 보고 비나 눈이 올 때 놀이를 하거나 빨래를 너는 마당 역할을 한다. 또한, 동남쪽 마당 전면의 툇마루와 연결돼 가족은 물론 동네 사람들도 언제든 걸터앉거나 누울수있다.


이를 계기로 이 집을‘사이마당 집’으로 명명했다. 별채인 안방 사이의 마당인 동시에 동네 골목길에서도 잠시 머물 수 있는 열린 공간이다. 사이마당인 대청마루를 중심으로 집 안팎이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전면 마당과 도로에 면한 경사지는 더욱 효과적인 옥외 마당 역할을 한다.

가족실. 세 아이의 방을 차례로 반 층씩 들어 올리고, 그 아래쪽에 가족실을 두어 입체적으로 구성했다.
건축주의 아이디어로 세 아이 방으로 올라가는 계단의 난간에 개구부를 두어 시선이 교차하도록 유도했다.
아이들을 위한 계단 놀이터

대청마루로 분리된 집의 메인 영역은 2″×6″경량 목구조를 드러내 활용한 책꽂이를 품은 계단을 이용해 세 아이의 방을 입체적으로 구성했다. 단 차를 이용해 가장 높은 아이 방 하부는 주방과 시각적으로 직접 연결되는 놀이방 겸 가족실로 계획했다. 이 때문에 생긴 서로 다른 높이와 방향의 지붕은 미니멀Minimal한 흰색 벽체들과 함께 동네 풍경 안에서 조형적인 조합을 이룬다.

아이들 방이 차례로 연결되는 계단. 계단과 동시에 작은 도서관이 되도록 책꽂이를 만들었다.
계단에서 내려다본 현관

하부 가족실은 외부로 열린 툇마루로 텃밭과 연결하고 주변 풍경을 담는 작은 마당이 되도록 했다. 골목길 놀이터와 같은 계단식 구성을 통해 가족은 앉아서 책을 보는 서재, 그리고 때로는 영화를 감상하는 객석이 될 수 있다. 계단 제일 윗쪽은 다락 공간을 활용해 만든 엄마를 위한 작은 서재이다. 비로소 주방/식당을 중심으로 아이의 방에서 거실까지 전체 공간이 입체적으로 연결되고 엄마의 가사 시간 동안 가족과 눈을 맞추며 하나가 될 수 있다.

계단에서 내려다본 주방과 가족실
첫 번째 아이 방. 다락을 만들어 둘째 방으로 연결되도록 했다. 들어 올린 다락 하부는 침실이 된다. 창문 하부는 낮은 수납장으로 놀이를 겸했다.
유쾌한 집 짓기

아파트에서 거실을 중심으로 닫힌 생활을 한다면, 사이마당 집은 조금씩 성격이 다른 다양한 종류의 놀이터같은 실내와 마당을 통해 가족 구성원 스스로 공간을 활용해 나가도록 유도하는 넓은 느낌의 집이 될 것이다. 이 집을 방문한 손님들은 실제로 몇 평이냐는 질문을 많이 한다. 35평이라고 대답하면 대부분 진짜냐고 물으면서 놀란다. 아마도 아파트나 대부분 단독주택과 달리 건축주 가족의 스토리에서부터 만들어진 다양한 장면과 행위가 실제보다 훨씬 커 보이게 하는 모양이다. 

툇마루와 현관. 대청마루에서 현관으로 이어지는 남측에 툇마루를 두어 자연스럽게 연결했고 현관 앞 공간은 목재 스크린 월로 강조했다.
대청마루에서 동시에 보이는 남측 전경과 현관문 그리고 거실 공간. 거실은 상대적으로 작지만, 공간이 깊게 연결돼 크게 느껴진다. 2시 이후엔 그늘 공간이 되어 시원하게 주변을 즐기게 된다.

설계를 진행하는 동안 건축주는“건축가는 자기 집도 아닌데 매일 설계속 집을 수없이 왔다 갔다 하는 모양”이라며, 창을 통해 바라보는 장면이나 계단을 오르내리는 장면 등 많은 제안에 놀랐다고 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집 짓는 과정 동안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데 비해 비교적 유쾌하게 진행했다고 한다. 나 또한 다른 집과 달리 외부 대청마루를 통해 별채인 안방을 지나는 방식이나, 세 아이의 방을 수직으로 구성하는 것에 대해 흔쾌히 동의하고 내가 생각하지 못한 아이디어까지 내줘 작업이 더욱 즐거웠다.

가족실 앞 남측 데크Deck. 가족실 창을 통해 외부를 바라보는 둘째. 집 안 곳곳에 다양한 크기와 높이의 창으로 아이들은 외부와 소통한다.

그렇다. 집 짓는 작업은 분명 유쾌한 작업임이 틀림없다. 나는 건축가로서 내 집을 짓는 것도 아니고 나에게 의뢰한 분들의 꿈과 가족의 이야기를 담는 소중한 집을 짓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건축주, 건축가, 시공사가 서로 신뢰하며 즐거운 작업이 이뤄질 때, 그 집은 사용하는 가족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좋은 평을 받는다. 과정이 유쾌하지 않으면 땅에도 어울리지 않는 하자 투성이 집이 되고 만다. 실제로 설계는 건축주 가족이 직접 하는 것이고, 건축가는 주어진 땅에 적합한 언어로 공간을 배치해 실질적인 재료를 갖고 디자인하며 구축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공사를 갓 마친 하얀 도화지 같은 집이지만, 앞으로 다섯 가족만의 풍성한 이야기가 담긴 즐거운 집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남측 마당. 대청마루와 처마가 있는 툇마루를 통해 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볼 수 있고 지나가는 어른들과 인사를 나누게 된다.
남서측 전경. 전체를 네 개의 공간으로 분할하고 지붕 경사를 엇갈리게 구성해 리듬감을 줬다. 음각으로 처마 그늘 공간을 둔 남서측 하부 가족실에서 텃밭으로 연결돼 주변 밭들과 소통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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