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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올레길 펜션】 해질녘, 서쪽하늘에서 바람을 등지고 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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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주택라이프 작성일자2018.01.13. | 4,014 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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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 발걸음으로 제주의 풍경을 체험하기에 좋은 올레길. 걷기 여행은 눈으로 인식하고 몸으로 각인하기 때문에 오래 기억된다. 아름다운 해안으로 유명한 올레길 12코스에 사람들의 몸과 마음에 유쾌한 기억을 심어주는 곳이 있으니 바로 ‘서쪽하늘’ 펜션이다.

글과 사진 | 백홍기

취재협조 | 서쪽하늘, 위드건축사사무소

HOUSE NOTE

DATA

위치 제주 제주시 한경면 고산리

건축구조 철근콘크리크구조

용도 계획관리지역, 자연취락지구

대지면적 443.00㎡(134.24평)

건축면적 114.79㎡(34.78평)

연면적 153.94㎡(46.64평)

     1층 A동 68.65㎡(20.80평)

          B동 30.93㎡(9.37평)

     2층 A동 35.64㎡(10.80평)

          B동 18.72㎡(5.67평)

건폐율 25.91%

용적률 34.75%

설계기간 2014년 03월 ~ 2014년 05월

공사기간 2014년 07월 ~ 2014년 12월


MATERIAL

외부마감 지붕 - 액체방수 위 보호 모르타르

     외벽 - 드라이비트

내부마감 천장 - 천장지

     벽 - 벽지 창호 - 동양윈체(PVC)

 

설계 위드건축사사무소 064-725-1971 www.jejuwith.com

시공 삼우종합건설 010-6272-9714

바람 위에 지어올린 소소한 이야기

내륙에 호남평야가 있다면 제주도엔 고산리평야가 있다. 이곳은 한눈에 넘치는 밭이 하늘과 맞닿고, 그 사이로 해풍이 밀려온다. 오밀조밀한 고산리 마을의 나지막한 농가들 지붕 뒤로 봉긋하게 솟은 오름이 제주만의 풍경을 만들어낸다.


“제주도에 땅을 알아보려고 여기저기 다니다 고산리를 알게 됐죠. 제주도에 이런 평야가 있는지 놀랐고 시원한 바람과 조용한 마을을 보고 첫눈에 반했어요.” 펜션은 한적하고 조용한 농촌 마을 분위기에 벗어나지 않게, 차분한 모습으로 조용히 동네 어귀에 다가서듯 서 있다. ㄱ자로 앉힌 집은 풍경을 바라보며 올레길을 끌어안은 형태다.


이곳에서 장동수(33)•강송이(33) 씨 부부는 화려한 미래보다 ‘하루’에서 소중함을 찾고 행복을 다스리는 삶을 시작했다. 프리랜서 사진가인 장 씨는 서쪽하늘을 찾는 사람들의 행복한 순간을 사진에 담으며 ‘제주 남자의 소소한 사진 이야기’를 보여준다. 국악을 전공한 강 씨는 뛰어난 가야금 실력으로 연주하며 ‘제주 여자의 소소한 가야금 이야기’를 손님에게 들려준다.


소소함에서 행복을 찾아 제주를 선택한 건 연애 시절부터다. 장 씨에게 제주에서의 삶을 자주 들어왔던 강 씨는 그의 선택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평소에도 허투루 내뱉지 않는 장 씨에게 믿음이 갔고 열심히 일하는 모습에서 신뢰를 쌓았기 때문이다.

서쪽하늘은 제주도 서쪽 끝에 위치한다. 펜션 한편에 마련한 아담한 카페는 손님과 올레길 여행자의 쉼터다.

펜션지기 부부는 다양한 주류와 간단한 안주를 준비해 이들의 고단함을 덜어주고 말벗이 되어준다.

‘서쪽’은 사람을 품고, ‘하늘’은 삶을 담다

서쪽하늘 펜션은 동네를 향해 열려있고 주변 풍경을 어디서나 바라보게끔 설계했다. 풍경은 작은 카페 옥상에서 더욱 드라마틱하게 펼쳐진다. 세계지질공원 그리고 세계 7대 자연경관으로 선정된 수월봉은 차로 10분 거리에 있다. 수월봉 정상에선 마을과 바다가 내려다보이고 시간을 잊게 할 만큼 아름다운 풍경을 선사한다.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으로 둔 펜션지기 부부는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자신들의 삶을 나눈다고 한다. 제주에서 얻은 편안함과 여유를 담은 나눔이다. ‘남’이 아닌 ‘우리’라는 의식에서 시작되는 나눔이기에 격의 없다. 그렇다고 부산스럽지 않다. 담백한 나눔이다. 그래서 편하다. 이곳의 고즈넉한 풍경을 나누는 것은 덤이다.

WEST룸에 들어서면 왼쪽으로 가지런히 정돈된 주방이 있다. 블랙 타일로 주방 공간을 분리하고 개수대 앞에 큰 창을 내 밖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게 했다.

1층 한 면에 아기자기한 공간을 마련했다. 여기서 고산리의 낙조를 감상하며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겨보는 것을 추천한다. 꼼꼼하게 정리된 방명록을 보는 것은 또 다른 재미다.

서쪽하늘에서 제주의 푸른 하늘 아래 풍경을 베고 누워 저무는 해를 바라보면 세상만사가 부질없어 보인다. 누운 자리가 편하니 마음은 열리고 그대로 자연을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편안한 공간은 보이지 않는, 미처 깨닫지 못하는 작은 감동으로 구현된다.


20세기 건축의 거장 8명이 지은 집을 돌며 <집을 순례하다>를 써낸 저자 나카무라 요시후미는 ‘좋은 집이란 것을 알기 위해선 잠을 자봐야 한다’고 했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기분이 좋아야 좋은 집이라는 것이다. 물론 잠만 자보라는 것은 아니다. 천천히 공간을 둘러보고 느끼고, 사물의 배치와 의미 나아가 건축 의도까지 파악해보는 것이다. 사실 건축 전문가가 아닌 이상 이러한 세세한 부분까지 읽어내긴 어렵다. 그러나 최소한 공간을 천천히 둘러볼 여유가 있어야 한다. 주위를 둘러볼 시간 없이 바쁜 일정에서 감동의 여유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부부가 손님에게 바라는 건 바로 여유다.


“밤늦게 와서 아침 일찍 나가는 손님을 보면 아쉬워요. 우리가 이곳을 선택하고 살면서 느껴온 감정을 조금이라도 누렸으면 하죠. 가능하면 적어도 하루 정도는 아침부터 밤까지 천천히 이곳을 둘러보며 쉬는 시간을 가지길 기대합니다.”


두 개의 독립적인 공간, 작은 카페와 마당이 전부인 서쪽하늘은 모든 공간을 둘러보는 데 불과 1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그런데도 하루라는 시간을 요구한다. 그의 말처럼 찬찬히 둘러보면 하루도 부족하다. 아담한 카페 창가 자리를 옮겨놓은 듯한 1층 창가에서 커피에 담긴 노을을 감상하고, 풍경이 담긴 거실에서 한적한 오후를 즐기며, 하늘이 열린 테라스에 비치된 해먹은 낮잠을 유혹하기 때문이다. 몸과 마음의 긴장을 풀고 쉼을 유도하는 곳이 서쪽하늘이다.

침실과 거실을 한쪽이 뚫린 벽으로 만들어 이동을 편리하게 하면서 빛과 소음의 간섭을 줄였다.

2층 거실과 침실. 고산리 평야를 실내로 끌어들여 공간이 풍성하다. 아침에 은은하게 들어오는 햇빛이 하루의 시작을 알려준다. 아늑한 공간은 밝은 벽지와 은은한 조명이 더해져 한결 산뜻하다.

현관에서 바라본 정면 모습. 창으로 들어온 햇빛과 조명이 멋스러운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테이블 받침으로 사용한 시멘트 블록은 설계단계에서 건축주가 계획하고 창 높이까지 맞춘 것이다. 테이블은 고풍스러운 가죽 소파와 더불어 공간 분위기를 이끄는 중심이다.

2층 침실 창가와 마주 보는 면에 하늘이 뚫린 테라스 공간을 만들어 해먹을 설치했다. 설명보다는 직접 해먹에 누워서 밤하늘을 바라봐야 어떤 기분인지 알 수 있다. 침실 건너편에 간결하게 설치한 거울. 그 앞에 가지런히 놓인 수건에서 부부의 섬세한 손길이 느껴진다.

1층 정면 뒤로 숨겨진 계단. 계단 초입 좌측과 2층에 화장실을 설치해 사용을 편리하게 했다. 화장실은 여러 기능을 담은 공간이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장소다. 이 가운데 자주 사용하는 세면 기능을 밖으로 빼내 예쁜 소품으로 꾸몄다. 욕조에 기대어 시선이 머무는 곳엔 풍경을 감상할 수 있도록 창을 설치했다.

인생이 지치고 허기질 때 가고 싶은 공간

부부가 연고지 없는 곳에서 펜션을 지으려고 고군분투할 때 만난 사람이 위드건축의 김형섭 대표다. 설계는 김 대표가 30대 젊은 부부가 제주도 농촌 마을에서 꾸려갈 그리고 꾸리고 싶은 이야기를 들으며 시작했다. 단순한 사각형 건물은 이들의 이야기 상자다. 부부의 소소한 이야기와 이곳을 찾은 손님들의 이야기로 가득하다.


최근엔 ‘쉼’을 주제로 새로운 사연이 담긴 이야기를 만들었다. 사연 공모를 통해 2박 3일간 숙식을 무료로 제공하는 것이다. 진정으로 쉼이 필요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조건은 우선 혼자여야 한다. 짐은 간편하게 배낭 하나. 공항에서 서쪽하늘까지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고, 과감하게 평일에 휴일을 신청할 수 있어야 한다. 까다롭다고 생각하지만, 고단한 삶에서 도피가 아닌 오로지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가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WEST룸이 연인을 위한 아담한 공간이라면 SKY룸은 아이를 동반한 가족이 생활하기에 여유로운 공간이다.

블랙 화이트로 구성한 블라인드와 발판, 체스 무늬의 카펫으로 약간은 경쾌한 분위기로 꾸몄다.

2층은 전체 어두운 계열로 통일했다. 세면대와 낮은 테이블이 놓인 벽은 타일로 했다. 밝은 타일 줄눈이 다른 공간임을 표시한다. 이렇듯 한 공간에서 다른 공간을 나타낼 때 벽 마감재를 이용하면 한결 정리된 듯한 느낌이 든다.

2층 침실 한편에 설치한 세면대.

부부는 시종일관 웃음이 끊이지 않고 밝은 모습을 보였다. 젊은 에너지에서 뿜어져 나온 쾌활함이라기보다 삶 자체가 유쾌했다. ‘소소’라는 화두에서 적게 소유하고 나누는 삶을 찾으려는 이들의 모습에서 스쳐 간 단어는 희망이었다

SKY룸 안내 표지판과 펜션지기 부인 강송이 씨의 가야금 연주 공간이다. 제주 바람과 뒤섞인 가야금 선율은 진한 감동을 남기면서 마을로 사라진다.

계단 창에서 바라본 고산리 풍경

카페 앞마당이기도 한 필로티 공간은 쉼터이면서, 바비큐 파티를 위한 놀이 공간이고, 손님을 맞이하는 로비다.귀여운 소소(차우차우)의 공간이기도 한 이곳은 바람이 지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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