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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산기슭에 자리한 오랜 꿈

【세종 전원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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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주택라이프 작성일자2017.10.13. | 35,972 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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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장군면 남서쪽에 위치한 산학리는 전형적인 농촌의 풍경을 간직하고 있다. 금강의 지류인 대교천이 휘감아 나가는 서쪽으로, 2㎞ 남짓한 거리를 두고 세종시의 도심이 인접해 있고 남쪽으론 나지막한 구릉을 거느린 장군산(해발 354m)이 솟아 있다. 이곳 구릉의 경사면에 지어진 철근콘크리트 주택은 그곳의 풍경을 닮아 단정하고 소박한 자태다. 외부 마감재로 사용된 장벽돌과 한식 세살창호가 모던함에 고풍스러운 멋을 더한다.


강창대 기자 | 사진 최창렬 작가

HOUSE NOTE

DATA

위치 세종시 장군면 산학리

용도지구 보전관리지역

건축구조 철근콘크리트

대지면적 550.00㎡(166.60평)

건축면적 87.43㎡(26.49평)

건폐율 15.90%

연면적 114.77㎡(34.78평)

          1층 87.43㎡(26.49평)

          2층 27.34㎡(8.28평)

용적률 20.87%

설계기간 2015년 5월 ~ 8월

공사기간 2016년 10월 ~ 2017년 3월

건축비용 1억5천619만5천 원(3.3㎡당 450만 원)


MATERIAL

외부마감 지붕 - 콘크리트 평지붕

             외벽 - 조적조(장벽돌)

             데크 - 데크목

내부마감 천장 - 자작나무 합판

             내벽 - 자작나무 합판

             바닥 - 온돌마루

단열재 지붕 - T200 비드법 보온판 2종 1호

          외단열 - T40 열반사 복합 단열재

창호 LG 로이시스템

현관 코렐

주방가구 에넥스

위생기구 이누스

난방기구 경동보일러(기름)

설계 여기건축 02-518-3875 www.yeogi.space

시공 (주)모스건축 02-518-3865

골짜기마다 피어오르는 물안개, 굽이치며 솟아오른 산자락, 사이사이 모여 앉은 지붕들, 그리고 멋들어진 나무가 시원한 그늘을 드리운 곳.

 

이런 풍경을 담은 그림 한 폭 정도는 여느 집 어디에서나 있을 것처럼 익숙하다. 그 작품이 비록 값싼 키치kitsch일지라도 빠르고 반듯한 선들이 빼곡하게 시야를 짓누르는 도시에선 한 줌의 휴식이 된다.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전원에서 나고 자란 이들에게, 그곳은 언제고 돌아가고픈 고향이다.

세종시 장군면 산학리 산자락에 자리 잡은 주택의 건축주 조현석 씨(45)도 그런 마음이었다고 한다. 아내는 “왜, 하필 산 중턱이냐”고 불만 섞인 말을 하곤 하지만, 그에겐 누구보다 애틋한 추억이 서려 있는 땅이다.

거실. 은은한 무늬를 가진 자작나무 합판이 단정하면서도 세살창호와 어우러져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내가 태어나 친구들과 뛰어놀던 동네에요. 눈이 소복이 쌓인 날이면 친구들과 꿩도 잡고, 토끼도 잡아 그곳에서 구워먹었어요. 여름엔 산딸기도 따먹고, 가을이면 밤도 줍던 곳이죠. 이곳에 제가 집을 짓게 될 줄이야.”

현관과 거실로 이어지는 중문으로 사용한 한식 세살창호가 고풍스러운 멋을 더한다.

거실과 안방을 나누는 미닫이 세살창호를 활짝 열면 마치 하나의 공간처럼 느껴진다. 

홀아버지를 위한 집

세종 주택의 건축주 조현석 씨는 ㈜모스건축의 대표다. 건축 분야에 종사하면서 자신의 손으로 살 집을 만들겠다는 꿈은 현석 씨의 마음을 떠난 적이 없다. 본격적으로 집을 지어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계기는 어머니를 여의면서다. 

깊은 슬픔이 썰물처럼 밀려난 자리엔 어느새 홀로 남게 될 아버지에 대한 걱정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래서 아버지를 고향으로 모셔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그곳은 아직 아버지를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침 문상을 온 고향 사람이 있어 그런 고민을 털어놓았고, 지금의 집터를 소개 받을 수 있었다.


집터는 현석 씨가 친구들과 노닐던 야트막한 동산의 중턱에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서 내려다보면 멀리 물결치는 산등성이를 배경으로 탁 트인 논과 마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곳을 깎아 계단 모양의 주택용지로 만들었다. 이렇게 해서 남쪽으론 자연 풍경이 거침없이 펼쳐지는 넓은 마당이, 북쪽엔 집터를 아늑하게 감싸는 옹벽이 만들어졌다.

미닫이 세살창호를 닫으면 안방은 독립적이고 사적인 공간으로 바뀐다. 이점은 평소 홀로 생활하시는 건축주의 아버지, 그리고 수시로 방문할 자녀와 손자녀의 생활 특성이 반영돼 디자인 됐다.

안방에서 바라본 거실과 앞마당. 넓은 앞마당 너머로 숲과 농촌 풍경이 펼쳐진다.

때로는 오밀조밀하고, 때로는 여유롭게

설계는 현석 씨와 함께 사무실을 공유하고 있는 여기건축의 김경민 대표가 맡았다. 현석 씨의 아버지는 새로 지을 집이 자주 들르게 될 자식들과 손주들이 편하게 머물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랐다. 그래서 비록 작더라도 많은 방이 있길 원했고, 가족이 모이는 안방과 거실은 여유롭게 만들어 달라고 요구했다.

모던하면서도 자작나무 합판의 무늬가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주방.

김 대표는 거실과 안방의 평면을 전통 가옥의 대청마루와 방의 관계에 착안해 구성했다. 거실과 안방은 복도 없이 연결했고, 안방 문은 전통 창호의 문살과 미닫이 방식을 적용했다. 안방은 문을 활짝 열면 거실과 이어져 하나의 공간처럼 느껴진다. 거실의 창은 앞마당과 뒷마당을 동시에 조망하도록 배치됐다. 일반적으로 넓은 앞마당을 위해 집을 뒤쪽으로 바짝 붙이는 형태의 배치가 이뤄지지만, 김 대표는 집과 옹벽을 4~5m 벌려 뒷마당을 살렸다. 거실에서 보이는 뒷마당은 마치 후정後庭을 연상케 할 뿐만 아니라 자연 통풍의 효과도 높였다.

안방 이외에도 침실용 작은방이 1층에 하나, 2층에 두 칸이 마련됐다. 작은방들은 향과 크기를 달리해 각각의 개성을 살렸다. 여유로운 거실과 안방이 작은방과 다용도실, 현관에서 거실과 2층 계단으로 이어지는 오밀조밀한 공간과 어우러져 리듬감 있는 공간으로 구성됐다.

2층 방으로 향하는 계단

2층에서 본 모습

모던한 형태와 고풍스런 질감

집의 외관은 배경에 묻혀 도드라지지 않는다. 이는 소박하고 단정한 모양의 집을 원했던 건축주의 요구에 따른 것이기도 하지만, 나름 개성이 뚜렷한 부지를 고려한 김경민 대표의 판단이기도 하다. 외부 마감재로 장벽돌이 사용된 이유도 다르지 않다. 수평으로 길게 늘어선 집의 외관에 길항拮抗하는 시각적 효과를 주기보다는 오히려 수평적인 형태를 더 강조하는 장벽돌을 사용함으로써 집에 다소곳한 자태를 부여하려 한 것이다.

정면에서 바라본 모습

장벽돌은 옆으로 길게 늘어선 주택의 형태를 시각적으로 더욱 강조하는 효과가 있다.

현관은 주택을 관통하는 방향이 아니라 집과 나란하게 배치됐다. 현관에 설치된 투시형 담은 집을 드나들며 외부를 관찰할 수 있는 반면, 외부의 시선은 차단해 사생활 보호 기능을 가진 중성적 공간을 만든다.

거실과 안방에 면하고 있고 현관에서 이어진 데크

집의 철근콘크리트 구조는 모던한 스타일을 보여주지만, 장벽돌의 색상과 질감, 더불어 내부 마감재로 사용된 자작나무 합판과 전통적인 형식을 차용한 창호 등은 여기에 고풍스러운 멋을 더한다. 자작나무 합판은 유럽 등지에서 어린이를 위한 교구 재료로 사용될 만큼 친환경적인 소재로 알려져 있다. 뿐만 아니라, 무늬가 은은해 시각적인 피로도가 낮고 쉽게 변형되지 않는 기능적인 장점까지 갖고 있다.

2층의 작은 방들은 넓은 옥상과 만난다. 이곳은 1층과 2층의 면적 차에 의해 생긴 베란다라 할 수도 있지만, 공간의 성격상 옥상에 가깝다. 규정하기 쉽지 않은 공간인 만큼 활용의 폭도 넓을 것이다. 

뒷마당을 넓게 해 여기에 면한 거실 창문으로 여유로운 풍경이 들어오게 했고, 더불어 통풍 효과를 높였다.  

*

조현석 씨는 먼 훗날에나 실행할 요량으로 마냥 가슴속에 품고 있던 꿈을 이뤘다는 것에 만족스러워 했다. 현석 씨가 가족과 마당을 거닐며 자신의 아이들에게 오래 전 친구들과 쌓았던 추억을 무용담처럼 이야기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그런 모습에 현석 씨의 아버지는 조용히 미소를 지을지도 모르겠다.

좌측 후면에서 바라본 주택의 모습. 가까이에는 정겨운 농촌의 모습이, 그리고 그 뒤로 숲과 물결치는 산자락이 병풍처럼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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