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어 입력폼

'쓰임받는 쓰레기' 업사이클링 패션

조회수 2017. 12. 1. 08:00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출처: 프라이탁, 아디다스, 아나나스 아남

환경 보호를 실천할 수 있는 가장 쉬운 패션


모피와 가죽패션은 겨울철 빼놓을 수 없는 인기 스타일이다. 그러나 '동물 가죽'을 사용하는 문제는 동물 보호와 환경 파괴 문제로 해마다 논란이 되는 이슈 중 하나다. 환경에 대한 사람들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서 밍크 대신 인조 퍼를, 소가죽 대신 폐방수포를 활용하는 등, 에코 패션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여기서 등장하는 용어가 바로 '업사이클링(up-cycling)'이다. 우리가 익히 들은 '리사이클링'은 화학적, 물리적 '재처리' 과정이 수반되지만 업사이클링은 폐기된 자재를 그대로 활용해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폐지함에 들어간 고급용지가 '재처리'를 통해 품질이 다소 떨어지는 재생용지로 다시 태어나면 '리사이클링'이다. 반면, 고급용지를 재처리 하지 않고 이리 저리 자르고 붙여 새로운 제품으로 만들었다면 그게 '업사이클링'이다. 업사이클링은 원자재 생산 시 발생하는 자원낭비와 폐기물 발생을 줄이고, 폐자재 재처리 과정에서 수반되는 환경오염까지 막는다.


이미 업사이클링은 새로운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패션계에서는 여러 브랜드가 전 세계적인 시장을 구축할 만큼 큰 인기다. 브랜드에서는 스토리 전개를 재미있게 할 수 있고, 환경을 생각하는 착한 기업이라는 이미지까지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업사이클링이 유용하다. 보통 품질도 나쁘지 않다. 패션 역사의 새로운 페이지를 쓰고 있는 세 브랜드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출처: 프라이탁

빈티지한 느낌의 스위스 캐주얼 브랜드 '프라이탁(Freitag)'은 업사이클링 패션의 선두주자라 할 수 있다. 프라이탁만의 빈티지한 느낌은 소재에서부터 시작된다. 프라이탁의 창업자인 프라이탁 형제는 우연히 방수천막이 덮힌 차를 보고 이를 활용한 가방을 만들게 된다. 폐방수천을 이용한 이 가방은 독특한 스토리와 디자인으로 입소문을 탔고, 현재는 매년 40만개를 생산, 연매출 500억원 이상을 올리는 효자상품이 됐다.


출처: 프라이탁

그들에게 '흠집'은 또 하나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다. '흠집도 스토리로 살린다'는 것이 프라이탁의 모토다. 폐방수포에 난 각각의 흠집은 전세계 어딜 가도 똑같은 모양을 찾을 수 없다. 덕분에 프라이탁 가방은 똑같은 디자인이 하나도 없다. 내가 산 프라이탁 가방은 전 세계에서 나만 매는 가방이 되는 셈. 여기에 환경이라는 전 지구인이 공감하는 스토리까지 있으니 이 가방을 안 살 수 있나.

출처: 프라이탁

프라이탁은 현재 가방 뿐 아니라 의류, 에어백, 자동차 안전벨트 등 다양한 재료를 재활용해 업사이클링 제품을 만들고 있다. 프라이탁의 성공으로 업사이클링 판은 확 커졌다. 지금도 국내외를 비롯한 수많은 기업들이 '에코 패션'을 외치며 업사이클링에 뛰어들고 있다.

출처: 아디다스

북태평양에는 해양 폐기물이 약 1,800만 톤 이상 축적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엄청난 양의 폐기물은 지구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는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모임인 '팔리(Parley)'와 함께 해양 폐기물을 활용한 스포츠 용품들을 제작해 왔다. 아디다스는 지난해 11월 모로코 마라케스에서 개막한 제22회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 맞춰 업사이클링 운동화 출시 계획을 밝혔다. 그 일환으로 해양 폐기물을 이용한 '아디다스 팔리 울트라 부스트'를 출시하며 관심을 집중시켰다. 또한 축구 클럽 레알 마드리드와 바이에르 뮌헨 선수들에게 해양 폐기물로 만든 유니폼을 공급해 폐기물 재사용에 대한 큰 이슈를 남기기도 했다.

출처: 아디다스

아디다스와 팔리의 합작품은 운동화부터 수영복까지 다양하다. 팔리는 해양 플라스틱 오염 폐기물을 재활용해 스니커즈를 만드는데 활용되는 원사를 제작하고 있다. 신발끈, 발목을 감싸는 삭 라이너(Sock liner) 등도 해양 폐기물로 만든다.

출처: 아디다스

이들은 "플라스틱 등 쓰레기에 쉽게 오염될 수 있는 바다의 연약함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알리고자 해양 폐기물로 만든 편안하고 현대적인 디자인의 라이프스타일 스니커즈를 개발했다"고 소개한다. 특히, 팔리는 "플라스틱은 설계상의 오류"라며, "새로운 물질만이 이 악순환을 끝낼 수 있고, 재활용 시스템을 통해 플라스틱 생산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처: 아나나스 아남

파인애플 잎으로 가죽을 만든다? 에코 브랜드 아나나스 아남의 설립자인 카르멘 히요사는 동물 학대가 수반되는 가죽과 모피 제품 생산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었다. 그는 동물 가죽 대안 소재에 대해 수년 간 연구한 끝에 필리핀에서 파인애플 농가와 함께 획기적인 대안 소재를 개발한다. 바로 '피나텍스(Pinatex)'다.

출처: 아나나스 아남

필리핀은 세계적인 파인애플 생산지로 연 4만 톤 가량의 파인애플 부산물이 쓰레기로 발생한다. 파나텍스는 이 부산물에서 섬유질을 뽑고, 고무 성분을 제거해 숙성시키는 과정을 거친 후 탄생한다. 고무 성분이 제거되면 잎의 섬유질은 통기성이 생기고 부드러워 진다.


피나텍스는 일반 동물 가죽 무게의 25%에 불과하며, 약 30% 저렴하다. 특히 바느질을 견딜 만큼 단단하기 때문에 의류, 가방 뿐 아니라 가구, 자동차 시트까지 다양한 분야에 쓰이고 있다. 적은 수분에도 얼룩이 지고 망가지는 동물 가죽과는 달리, 파인애플 가죽은 생활 방수까지 돼 매우 실용적이다.

출처: 아나나스 아남

세계 동물 보호 단체인 PETA는 피나텍스를 아주 높이 평가한다. 피나텍스는 동물 실험이 전혀 필요치 않아 이 단체로부터 '비건 패션' 인증을 받았다. 또한, 면 1kg를 생산하기 위해 물 2만 리터가 필요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피나텍스를 만드는 전 과정에서 추가적인 물이나 비료, 농약이 필요하지 않다. 특히 파나텍스 생산은 필리핀 농민들의 수익 증대로 이어지기 때문에 필리핀 산업 발전에도 기여하고 있다.

출처: 아나나스 아남

현재 피나텍스는 세계 각지에서 도입을 추진 중인 재료가 됐다. 액세서리 브랜드인 이나 쾰른에서도 파나텍스로 의류를 제작했고, 세계적 스포츠 브랜드인 푸마에서도 파인애플 가죽 슈즈를 런칭하는 등 의류 산업의 윤리적 소비에 앞장서고 있다.


글=지방미생로랑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